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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악범의 인적사항을 공개 하냐 마느냐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인간이길 포기한 범죄행각에 살벌함을 느끼며 ‘그 놈 얼굴’에 주홍글씨를 선명히 새겨 넣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다가도 ‘인권’이 개입되면 얘기는 복잡해진다. 살인자도 인간이요, 죄는 미워하되 인간은 미워하지 말라는 얘기까지 나오면 논의는 다시금 원점으로 돌아가게 마련이다. 살인자의 인권은 여전히 한 쪽으로 치우칠 수 없는 예민한 사항이다.

<보이 A>는 대부분의 법치국가가 보편적으로 떠안고 있는 문제를 정공법으로 다룬 영화다. 전 영국인을 살 떨리게 했던 10세 소년 살인사건이 벌어진 지 14년 후 복역을 마친 주인공이 비밀리에 출소한다. 당시 실명 대신 ‘보이 A’로 언론에 공개됐던 소년은 ‘잭’이라는 이름으로 성인의 삶을 시작한다. 영화는 잭이 성실하게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모습을 숨죽이며 따라간다.

오랜 시간 감옥에서 생활한 잭은 어엿한 어른의 몸을 가졌지만 정신과 마음은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애나 다름없다. 극도의 순진한 눈빛과 어눌한 표정, 움츠러든 어깨의 잭은 혹시나 자신의 정체를 들킬까 가슴 졸이며 일자리를 얻고 친구를 사귀고 기적처럼 사랑도 한다. 급기야 교통사고로 죽을 위기에 놓인 소녀를 구해내 시민 영웅으로 추앙받으며 아이러니컬한 쾌감도 얻는다. 희대의 미성년 살인범 ‘보이 A’였던 잭은 이제 행복해지는 걸까?


철저히 잭의 입장으로 진행되는 <보이 A>는 자칫 속죄한 가해자에게 동정표를 보내는 영화로 비칠 수 있다. 하지만 <보이 A>가 찬사를 받은 이유는 철저히 객관성을 유지하는 냉정한 시선과 열린 결말에 있다. 영화는 범죄 사실을 숨기고 사는 잭의 현재와 살인 사건이 벌어지기 이전의 시간을 병치시킨 편집으로 전개된다. 출소한 잭이 직장과 친구를 얻어 최소한의 인간적 행복을 찾아가는 모습은 14년 전 불운한 가정의 왕따 소년이 같은 처지의 친구를 만나 위로받는 장면과 겹쳐지고, 죽을 뻔한 소녀를 구한 선행 때문에 자신의 존재가 알려져 싸늘하게 버림받고 나락으로 떨어질 위기에 놓였을 때 비로소 과거의 끔찍한 범죄 현장이 관객에게 전달되는 식이다.

괴팍한 친구의 꼬임에 빠져 아무 것도 모른 채 살인에 가담하게 된 불쌍한 소년이 죄값을 치르고 다시 태어난 것을 가엽게 여기도록 유도하다가, 그럼에도 살인자라는 낙인은 가릴 수 있을지언정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다는 안타까운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사리분별 못하는 10살 소년의 범죄에 대해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피해자와 ‘정의로운’ 시민들의 분노는 사라지지 않았고,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일지라도 그가 살인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외면할 수밖에 없는 게 평범한 인간의 모습이다. 때문에 자신의 가정을 내팽개치면서까지 잭의 재활에 집착하는 보호감찰사 테리의 행동은 오히려 안쓰럽게 다가온다.

잭은 ‘보이 A’를 모르는 곳으로 가서 다시 새 삶을 시작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주눅 든 마음이 완전히 풀어질 수 있을 지, 그의 죄를 이해하고 포용해줄 사람이 과연 나타날 지는 미지수다. <보이 A>는 살인에 대한 속죄는 과연 가능한지, 살인자의 인권을 용납해야 하는지에 대해 쓸쓸한 물음을 던지는 영화다. 정미래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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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살인자'라는 이름으로 살아간다는 것 - [보이 A]

    Tracked from 컬쳐몬닷컴  삭제

    사진출처 : Daum 영화정보 보이 A [Boy A] 감독 존 크로울리 출연 앤드류 가필드, 피터 뮬란, 알피 오웬, 케이티 라이온스 등 2007. 영국 @ 씨네큐브 (스포일러 있습니다.) 얼마전 범죄자 DNA를 수집해서 데이터베이스화 하는 법제정을 법무부에서 추진중이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이는 한 번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기본적으로 다른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의 발상이다. 물론, 한국 (대부분의 나라가 그러하겠지만) 교도행정이라는..

    2009/05/24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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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초사이언  수정/삭제  댓글쓰기

    추가범죄예방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잘보고갑니다.ㅎㅎ

    2009/05/21 13:35
  2. 흠...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단 중범죄자의 신상공개는 그 공개를 위한 적정선이 법적으로 어느정도 적정선이
    있고, 붙잡힌 범죄자등에 대해서 단순히 윤리적 정의감의 이유만으로 공개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봅니다.
    그리고 범죄자에게도 인권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는 물어볼 필요도 없지요.
    당연히 있기 때문입니다. 속죄라는 뜻 역시 이 죄가 용서받을 수 있겠는가의 여부인데,
    속죄를 다분히 종교적으로 바라볼 때는, 의심의 여지없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속죄는 뉘우침과 회개인 바, 어떤 의미로든 작은 행위하나부터 그 회개의 목적에 부합할
    수 있으니까요. 윤리의 세계란 그렇게 냉엄하면서도 한없이 포괄적인 거라고 봅니다 다만,

    문제의 제기를 이 기자분의 물음처럼 그런 식으로 하기 보다는,
    일정선을 넘은 극악한 범죄를 행한 자가, 과연 인간으로 남아있을 수 있는 것인가?
    '인간'이라는 개념과 존재에 대한 우리의 사회적 합의는 어디까지인가?
    그리고 사회는 그의 정체를 알면서도 받아들일 수 있는가?
    사람에 대한 신뢰란 그의 과거로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행위의 총체에 달려있는가?
    등등에 대한 물음에 대해 열린 해석을 맡기는 그런 영화라고 보여집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낮은 자에 대한 최소한의 인간적 애정조차 없었더라면 이 영화는
    아예 만들어지지도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드는군요. 좋은 영화소개 잘 보았습니다.

    2009/05/21 14:32
  3. mm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7년에 방송됐던 김현주씨 주연에 드라마랑 주인공이 여자인것만 빼고 비슷한 상황이네요. 둘 다 살인범으로 잡혀들어갔다가 출소해서, 누구 도와주다가 유명해지고 그 사실로 다시 파묻히고...
    한국드라마가 늦게 나왔다면 이 영화 베꼈다고 난리 났을텐데ㅋ.ㅋ 확실히 한국드라마 많이 발전했음. 어쩌면 저 감독이 드라마 봤을지도 모르겠네요. 요즘은 여지거기 한국드라마들이 많이 방영되서 의심해도 되는 상황. 근데 이 영화는 안보고 말하는것임.

    2009/05/21 19:13
  4. Favicon of http://culturemon.tistory.com/ BlogIcon 몬스터  수정/삭제  댓글쓰기

    리뷰 잘 읽고 갑니다.
    영화 보면서 설령 '인권'이 보장된다고 해도
    그 사실을 알았을 때, 그게 나의 친구나 지인이라면 내가 아무렇지 않게 대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선뜻 확신이 들지 않아 마음이 복잡해졌습니다.

    2009/05/24 10:43
  5. Favicon of http://paramalay.tistory.com BlogIcon parama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번 영화를 보고 싶네요. 잘 보고 갑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2009/05/25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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