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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노무현 내 마음의 대통령>, 대청, 2002

당신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요. 이 땅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일들, 당신을 그리며 눈물짓는 이들을 보며 당신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요. 당신의 진심을 알아주는 이들의 눈물을 보면서 미소 지을 수도 있습니다. 자신으로 인해 눈물짓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곱절을 울 수도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당신은 이 땅의 대통령이었습니다. 당신의 영정사진 앞에서 오열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숨 쉬고 있는 대통령입니다.

저는 당신을 좋아했습니다. 다른 이의 아픔에 울어주던 따뜻한 마음이 좋았고, 격 없이 툭툭 던지는 농담이 좋았습니다. 그런 당신을 미워하기도 했습니다. 당신 이름 뒤에 대통령이란 말이 따라붙을 무렵, 고통 받는 이들의 울분을 들었으니까요. 그런데 당신이 생의 끈을 놓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알 수 없는 공허감이 밀려왔습니다. 애정과 애증. 말 한 번 해본 적 없는 당신의 죽음이 왜 서글펐을까요. 그 이유를 찾고자, 당신을 쉽게 잊지 않고자 <노무현 내 마음의 대통령>을 들었습니다.

같이 아파함

당신은 제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일을 했습니다. 부림(釜林) 사건의 변호를 맡으면서 성공의 포장도로를 뒤로 하고 약하고 상처 받은 이들의 편에 섰습니다. 1987년 부산 2·7 집회 때는 시민을 보호하고자 군중과 군중 사이에서 연좌시위도 벌였습니다. 그리고 “박종철군의 죽음은 대공요원 한두 사람의 죄가 아니라 불의를 허용한 우리 모두의 죄”이며, “민주 정치 쟁취하자”고 외쳤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당신은 경찰에 붙잡혀 갔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기죽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당신의 천성인가요. 아니면 굳은 의지였던가요.

사람들은 당신이 어렸을 때부터 남달랐다고 합니다. 중학교 1학년이었던 1960년 2월, 학교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우리 이승만 대통령’을 주제로 작문을 시켰습니다. 이때 당신은 “아무것도 쓰지 말자”며 ‘백지동맹’을 주동했다지요. 그리고 작문지에 ‘택도 없다’는 취지에서 ‘이승만 택통령’이라는 제목과 이름만 썼다가 교무실에서 벌을 서고, 끝내 정학을 받았습니다. 훗날 당신이 “어렸지만 부정한 일로 봤다”고 회고한 일입니다.

사진 출처- 함께사는 세상 봉하마을


뜨거운 2002년의 기억

이 책은 당신이 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로 당선된 2002년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습니다. 노사모를 중심으로 온/오프라인상에서 불었던 노란 바람, 그리고 극적인 경선후보 당선, 하지만 곧 찾아오는 당 안팎에서의 ‘노무현 흔들기’. 이 때 상황은 당시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당신을 지지하고 나설 때 썼던 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가 칼럼니스트로서의 활동을 접는 것은 칼럼니스트가 중립을 지켜야 하느냐, 마느냐는 문제를 가지고 갑론을박하며 시간을 보내기에는 지금 정치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난장판이 너무나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노무현 후보의 사퇴를 둘러싼 민주당 내부의 정치적 공방은 민주주의라는 게임의 룰 그 자체를 송두리째 파괴하고 있어서 칼럼니스트이기 이전에 민주 공화국의 시민으로서 더는 묵과할 수 없다는 것이 저의 판단입니다.”(p 200, 유시민, ‘시사카페를 닫으며’)

노사모 회원들과 네티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당신은 행복한 사람이다 생각도 했습니다. 당신의 경선 당선을 위해 평생 할 인사를 하루에 다 한 대학 교수, 광주에서 경선을 지켜보면서 눈물범벅이 된 노사모 회원들, 당신이 있기에 세상이 변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투표를 기다리는 이들까지. 그들의 이야기에는 눈물이 있습니다. 당신도 마찬가지였겠죠. 광주 공항에서 나오는 길가에 매달린 리본과 풍선을 보면서 당신은 ‘가슴이 찡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당신은 많은 이들과 함께했습니다. 당신의 열정에 사람들은 희망으로 화답했습니다. ‘노무현’이기 때문에 NO가 YES가 됐습니다.

You have a dream

당신은 꿈꾸었습니다.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에서 당신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국민 여러분! 당원 동지 여러분! 우리 함께 꿈을 현실로 만들어 봅시다. 정직하고 성실하게 사는 사람, 정정당당하게 승부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그런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봅시다. 불신과 분열의 시대를 끝내고 개혁의 시대, 통합의 시대로 갑시다. 우리 아이들에게 정의가 승리하는 역사를 물려줍시다.”(p 228 '불신과 분열을 넘어 개혁과 통합의 시대로') ‘정의가 승리하는 역사’. 이것은 당신의 꿈이자 많은 이들의 꿈이었습니다.

아쉽고 슬픈 것은 이 책의 시계는 2002년에, 그리고 당신의 시계는 2009년 5월 23일에 멈췄다는 것입니다. 전 당신에게 궁금한 게 아직 많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당신이 이라크 파병을, 한미FTA를 추진한 진짜 이유를 알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제가 숨이 붙어 있는 한 그 이유를 들을 수는 없겠지요. 한 네티즌의 바람이 들려옵니다. 더 이상 바랄 수 없는 슬픈 바람.

“끝까지 지켜보겠습니다. 절박한 심정으로 부디 최선을 다해주십시오. 당신의 행보에 우리 서민들의 미래가 걸려있습니다 하나 밖에 모르는 바보이지만 우직한 뚝심과 줏대가 자리 잡고 있기에 영원한 바보가 아닌, 그래서 아름다운 바보로 불리는 노무현 씨에게 가슴 속 한 표 던집니다. 부디 이 표가 5천 만의 기적으로 이어지기를…….”(p 33.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일주일 그리고...

당신이 이 땅은 뜬지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오늘은 당신의 영결식이 열리는 날입니다. 지난 한 주간 당신을 생각했지만, 당신의 삶을 다 추억하지는 못했습니다. 당신이 갖고 있는 경륜도, 용기도 갖지 못한 제가 어찌 그 짧은 시간에 당신을 다 추억할 수 있겠습니까. 대신 오래 기억하겠습니다. 당신이 누린 영광뿐 아니라 그곳까지 가기 위해 견딘 힘겨운 시간들까지. 당신이 바랐던 모두가 행복한 삶도 잊지 않겠습니다. 당신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서. 이것이 당신을 고이 보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부디 그곳에서 평안하시길... 안효원 기자(FILMON)

*반디앤루니스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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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더 이상 울지 않으려 했지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무래도... 그건 도저히 그러질 못하겠네요!
    아마도... 어떤 분 말씀처럼 피붙이보다도 더 슬픔을 맛보게 만든 분이시고, 서거라...
    도저히 눈물샘 자극 신경을 차단치 못하겠습니다!!!

    이러다, 눈물많은 시시껄렁한 남자로 낙인 찍히게 되는 건 아닐지... ㅠ.ㅠ

    2009/05/30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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