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에서 끄집어내주는 것이 본디부터 예술의 몫이었던 데에 반해 가끔은 예술 자체에 절망할 때도 있다. 이를테면 비즈니스 논리에 완전히 잠식당한 국내 대중음악의 경우가 그러하다. 그 위상은 계속해서 절망으로만 치닫는 듯했고, 때문에 우리는 어느새 수많은 절망을 헤집고서야 어렵사리 발견하는 희망에 익숙해진 것만 같다. 실제로 ‘인디’와 ‘홍대’라는 단어가 한국대중음악의 대안으로 부상해 여전히 대안으로 머물길 벌써 몇 년째. 그러나 근 수십 년째 대안으로만 머물 때에도, 또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단어인 ‘언더그라운드’의 경계만을 줄곧 맴돌 때에도 그 안팎을 넘나드는 음악은 언제고 있어왔다.
‘인디’와 ‘홍대’가 오늘날 사어(死語)로 남지 않은 것을 그 작은 증거라 할 수 있다면, ‘홍대마녀’에서 시작해 ‘인디신의 여왕’이라는 수식어에 이른 싱어송라이터 오지은의 존재는 그 자체로 한국대중음악의 다양성을 증명하는 의미 있는 등장이며 성장으로 이르기 충분하다. 1집 앨범 <지은>을 통해 자본과 독립한 100% 인디펜던트의 산물로 자신을 성공리에 각인시켰던 오지은. 그의 2집 앨범인 또 다른 <지은>은 분명 ‘인디’와 ‘홍대’를 감싸 안고 ‘언더’ 너머로 나아간 멋들어진 도약이라 일컬을 만하다. 20대의 감수성을 딛고, 인디를 뛰어넘어, 언더그라운드라는 이름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의 음악, 그 원천의 경계에서 또 하나의 희망을 발견한다.
오지은 2집 앨범 <지은>
지은. 흔한 이름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자신의 이름이면서 1집 앨범의 제목이며 또 다시 2집의 제목이 된다. 마치 음악이란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철저히 가져가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듯 2집은 다시 한 번 그 흔한 이름 ‘지은’을 ‘노래하는 지은’으로 수렴하며 흔함 그 이상이라는 역설을 대신한다. “어쩌면 제 노래의 가사들도 다 흔한 얘기일 수 있어요. 다 사랑 얘기고.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일반적인 가요에서 잘 쓰이지 않는 단어, 이를테면 2집 타이틀곡 ‘날 사랑하는 게 아니고’의 가사가 ‘우주를’로 시작해서 그 다음에는 ‘블랙홀’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것도 신기해해요. 근데 이게 어떤 사람에게는 흔할 수도 있고 흔하지 않을 수도 있죠.” 그러니 흔함 속에 감춰진 비범함, 혹은 비범함을 가장한 평범 역시 온전히 그 자신의 솔직한 산물일 따름.
하나의 줄기를 근간으로 여러 색깔의 가지와 다양한 시도들이 공존하는 2집 앨범 역시 마찬가지다. “평론가들이 침을 줄줄 흘릴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면 몇 곡을 빼고 다른 트랙을 넣었어야 했겠죠. 근데 그러면 내가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앨범의 완성도를 추구하기 위해 내가 앨범을 만드는 과정, 즉 ‘여정’을 왜곡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5번 트랙인 ‘인생론’이 좀 튄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역시 노래하는 지은을 향하는 왜곡되지 않은 여정일 뿐.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착한사람이 되고 싶’고 ‘대인배가 되고 싶’다는 ‘인생론’의 찰랑거리는 밝은 음색에 큰 위로를 받고 있으니 그의 선택은 분명 틀리지 않았다.
자조적인 음성과 록의 요소가 풍성히 어우러진 타이틀곡 ‘날 사랑하는 게 아니고’는 사랑의 포화상태에서 느끼는 두려움에 대해 말한다. 멜로딕한 느낌과 강한 음색이 싱그러이 조화를 이룬 ‘웨딩송’은 오로지 미사여구로만 포장되어오던 혼약을 소소하고 솔직한 생활의 영역에서 구체화한다. 이밖에도 ‘요즘 가끔 머릿속에 드는 생각인데 말야’는 이별을 앞에 둔 상호모순의 심경을, ‘두려워’는 이별 후의 헛헛한 감정을 극한까지 밀어붙이고 있으며, ‘익숙한 새벽 3시’와 ‘차가운 여름밤’은 20대의 공감대를 무기로 특유의 서정적인 분위기를 차분하게 이어간다.
그렇지만 자신의 아이덴티티에 의존하는 것만이 음악의 전부는 아니다. “유머러스한 단상들을 폄하한다거나 노래로 만들면 안 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또 나를 이런 이야기를 쓰는 사람으로 묶어두고 싶지도 않고요.”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오로지 “솔직함”만은 가져가려 한다는 그는 “‘지은’이라는 것에 내 자신이 함몰되지 않기”를 바라는 아티스트 본연의 변화하고픈 욕망에도 오롯이 기댄다. “1집 때부터 제 음악을 들으셨던 분들은 2집 듣고 좀 놀래셨을 수도 있어요. 실제로 ‘밴드음악이 되면 이래?’ 이런 반응이 많은데, 앞으로 몇 번은 더 놀라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는 노래하는 순간이 너무 기뻐서, 앨범이 나오면 너무나 뿌듯해서,라는 일차원적인 무언가에 자신의 음악을 가두지 않는다. 하고 싶은 일 혹은 직업, 그러니까 그에게는 그것이 음악인 것에 대하여 그는 말한다. “이런 모든 일이 다 그런 것 같아요. 즐겁지는 않지만 분명 어느 곳에 기쁨의 영역이 존재해요. 앨범 만들 때 너무 힘들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막 오열하고 그러는데 그래도 계속 하는 건 단순히 이 일이 기쁘다거나 뿌듯하다거나 그런 게 아닌 거죠. 여기엔 절대 그만둘 수 없는 무언가가 있어요” 다시는 이런 거 하나봐라 하지만 여봐란 듯이 다시 하게 되는 것. 이것이 “음악이란 관둘 수 없는 것, 그만둘 수 없는 것”이라는 뻔한 숙명론마저 정직한 의미를 품을 수 있는 이유다.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로 홀로 카메라 앞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던 유튜브 속 오지은의 모습은 어느 순간 TV로 대체됐다. 그러나 뎁, 요조, 한희정 등 홍대의 떠오르는 싱어송라이터 들과 대열을 유지하다 유독 TV를 횡행하게 된 그에게도 TV 무대는 여전히 “낯설고 신기한 곳”이며 동시에 “익숙해지는 것을 경계”하는 곳일 뿐이다. 뮤직비즈니스에 잠식당하지 않기 위해 모금 방식으로 1집을 만든 후 다시금 2집 <지은>을 통해 자신을 지키고 음악을 지키며 동시에 계속해서 변화를 갈구할 그의 이후 여정이 궁금한 것 역시 바로 이 때문이다. 분명 그곳에는 또 다른 희망이 뭉텅 떨어질 것을 알기에 스물아홉 그의 서른 살 앨범은 벌써부터 또 하나의 희망을 품게 한다. 강상준 기자(FILMON) | 사진제공 해피로봇
흔히들 여름엔 댄스곡, 가을엔 발라드라고 하죠? 날씨가 추우면 느릿느릿, 비트가 빠르지 않고 부드럽게 속삭이는 듯한 음악이 그리워요. 이동 중이거나 누군가를 기다릴 때, 그러니까 흘러가는 시간을 눈으로 좇고 있을 때 말랑말랑한 음악을 듣고 싶어져요. 많이 알려져 있는 노래가 아닌, 일부러도 아닌데 꽁꽁 숨어있던 노래를 어쩌다 발견하기라도 하는 날에는 '사소한 것에 기뻐하는' 나를 보고 또 웃어요. 전형적인 발라드가 아니에요. 말랑말랑해질 수 있는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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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과 다른 인디음악을 찾아 인디음악을 듣다보면, 인디음악 나름의 천편일률성(?)을 느끼게 되기도 하는 요즘. 조용하지만 누구말마따나 지독한 가사를 읊조리다보면 잠이 확 깬다능.
2009/06/15 00: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