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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그곳이 농장인 줄 알았다. 사실 그곳은 유대인 강제수용소였다. 소년은 그것이 줄무늬 잠옷인 줄 알았다. 사실 그것은 죄수들의 옷이었다. 소년은 그 번호가 놀이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그 번호는 사람을 사람 이하의 존재로 만들기 위한 죄수 번호였다. 소년은 그 연기가 쓰레기를 태워서 나는 것이라고 들었다. 사실 그 연기는 유대인의 시체가 타오른 것이었다. 소년은 슈무엘을 친구로 여겼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를 적이라고 말했다. 옷을 벗으라기에 소년은 샤워를 하라는 건 줄 알았다. 그러나 옷을 벗으라고 한 건 독가스로 유대인들을 대량 학살하기 위해서였다. 

종종 역사는 인간의 순수한 마음과 대립한다. 전쟁은 사랑하는 연인을 생이별시키고 어제의 친구를 오늘의 적으로 만든다. 인간을 억압하는 거대한 역사, 전쟁. 그 슬픈 대립이 더욱 슬프게 느껴지는 것은 그 역시 인간이 빚어낸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유대인 강제수용소도, 죄수복도, 죄수 번호도, 시체 소각장도, 나치즘도, 가스실도, 그 모든 역사가 인간의 산물이다.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의 주인공 브루노(아사 버터필드)에게 그것들은 아버지(데이비드 듈리스)의 것이다. 브루노의 아버지는 나치 독일의 군인. 사람들이 경례를 붙이면 아버지가 입은 군복 어깨의 은색 견장이 반짝인다. 그 찬란한 영광만큼이나 브루노는 아버지가 모두를 위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있다고 굳게 믿는다. 적어도 유대인 친구 슈무엘(잭 매툰 오브라이언)을 만나기 전까지는 그랬다.

그러나 강제수용소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슈무엘과 친구가 되면서 브루노는 수용소를 관리하는 아버지에 대해 의심을 품기 시작한다. 이곳은 농장이 아닌 걸까? 수용소는 홍보 영화에 나온 것처럼 안락한 곳일까? 뭘 태우기에 저 연기는 이렇게 냄새가 고약할까? 정말로 슈무엘과는 친구가 아니라 적이 되어야 하는 걸까? 유대인 중에는 선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을까? 그게 아니라면, 유대인 강제수용소를 지키는 아버지는 과연 좋은 사람일까?
 

브루노의 투명한 동심은 나치즘이라는 인간 역사의 거대한 오점, 그 핵심을 꿰뚫는다. 수용소의 철조망은 드넓은 자연을 마음껏 뛰어다니고픈 모험심과 누군가와 친구가 되고 싶은 친화력을 가로막는다. 브루노의 모험심과 친화력은 인간 본연이 가진 순수한 욕망과 다르지 않다. 영화는 수용소의 철조망을 정치와 역사, 혹은 이념의 차원에서 그리는 대신 그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인간의 욕망을 어떻게 좌절시키는가를 담담히 지켜본다. 점점 파리해져가는 어머니(베라 파미가)의 얼굴, 별안간 사라져버린 파블(데이비드 헤이먼), 할머니(쉘리아 핸콕)와 아버지의 갈등, 마리아(카라 호건)의 침묵, 코틀러 중위(루퍼트 프렌드)의 짧은 작별 인사에 관해 영화는 그다지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영화는 그 뒤에 끔찍한 비극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을 똑똑히 암시한다.                      

그것은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전면에 녹아있는 문학적 감성이 이룩한 결과다. 영화는 세계적으로 30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한 동명 원작 소설의 분위기를 성공적으로 재현하고 있다. 영화는 처음부터 베를린을 그리는 데 있어 딱딱한 강제수용소와 아늑한 대저택의 모습을 함께 보인다. 이러한 대조는 점차 가정과 사회, 아이와 어른, 놀이와 전쟁, 탐험과 역사를 이야기하는 차원으로 나아간다.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은 세련된 묘사를 통해 그와 같은 생각의 뭉치들을 이야기의 적재적소에 잘 감춰두고 있다. 가정과 사회, 아이와 어른, 놀이와 전쟁, 탐험과 역사에 관한 대조가 도식적으로 느껴지는 면이 없지 않지만 결코 영화의 감동을 방해하는 수준은 아니다. <브래스드 오프>(1996) 때와 마찬가지로 조용히 마음을 울리는 영화를 만드는 마크 허만 감독의 연출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장성란 기자 (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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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브루노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영화..
    몇일 전에 보았는데
    브루노와 무슈엘의 천진난만한 모습과
    대비되는 비참한 현실에 마음이 많이 아프더군요.

    특히 마지막에 브루노와 무슈엘이 손을 꼭 잡는 장면은
    아름다우면서도 정말 슬픈 장면이었습니다.

    역사는 잊지 말아야겠지요.. 특히 아픈 역사일수록...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입니다...

    2009/06/11 18:18
  2. Favicon of http://www.zinsayascope.com BlogIcon 진사야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이 영화 이야기가 필름온에 올라오다니.... 정녕 필름온이 맞습니까. (왜이래 아마추어 같이!) 이건 뭐 읽지 않을 수가 없군요. 아아아아 ㅠㅠ

    이 작품 DVD로 직행한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정말 입에서 욕이 나왔습니다. 아니 대체 왜, 다른 2차대전 영화들은 잘만 개봉해 주더니만 왜 이 영화만 DVD로 보냈냐 하고 말이죠. 특히 원작 소설을 거의 울며 봤어요. 그래서 영화판도 나름 기대를 했습니다. (여기에 베라 파미가의 출연이 결정에 쐐기를 박았고) 그것도 이건 극장에서 봐야지! 하고 연초부터 점찍었었는데.. 수입 소식이 안 들려오더니만 갑자기 DVD로 출시된다는 전갈이 들려왔죠. 답답하더랍니다. 이런 영화를 극장에서 봐야지, 대체 왜...왜. 이미 봄에 디빅스 뜨기 시작하는 걸 애써 무시하며 꼭 극장에서 봐야지! 했던 마음이 무너지는 거 정말 한순간이더군요.

    사정상 아직 DVD를 못 지르고 있습니다만 -_ㅜ); 사정이 좀 나아지면 바로 지를 생각입니다. 그 전에 원작 소설을 한 번 더 읽어야겠어요. 지난주에 뜬 접속 무비월드를 보니 원작을 베이스로 하여 영화판에서 보여 줄 수 있는 상상력이 가미된 것이 눈에 보이더군요. 브루노 어머니의 비중이 눈에 띄게 확장됐고, 나치에 경도되는 독일인의 모습과 그에 저항하는 모습이 원작보다 훨씬 부각되는 게 눈에 확 들어와서.. 아, 이래저래 말 해서 무얼 합니까. 직접 봐야 답이 나오지.

    끄적끄적댔던 서평 하나 엮고 갑니다. 빠른 시일 내에 이 작품에 대해서 블로그에 마구마구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꽁꽁 머리에 박아 두고 있으면 정말 머리가 팽창되다 터질 것 같습니다. 이 정도로 너무 궁금한 작품이에요.

    * 한참 늦었지만.. 작년 영국 독립영화상 여우주연상 축하해요, 여왕님(베라) :-)

    2009/06/11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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