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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만화 그리는 소년만화 <바쿠만>

CULTURE ON 2009/06/16 20:56 Posted by 파란다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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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로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건 0.1%. 아니, 0.1이면 천 명에 1명이니까 0.001%. 십만 명에 1명꼴이야. 심지어 너랑 내가 손을 잡으면 0.0005%가 되지. 고료가 반으로 쪼개지니까.” - <바쿠만>1권 중 마시로 모리타카의 말


만화계의 할리우드라고 할 수 있는 일본에서도 평생 만화를 그리며 살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인세만으로도 매년 소득순위 상위권에 랭크될 만큼 너르고 너른 시장이지만 그만큼의, 아니 그 이상의 재능과 노력이 필요한 것 또한 당연지사. 폭발의 ‘폭(暴)’, 도박의 ‘박(博)’, 꿈을 먹는 상상의 동물 ‘맥(貘)’을 일본어로 ‘바쿠’라고 읽는 것에서 제목을 착안한 만화 <바쿠만>은 바로 이 달콤하지만은 않은, 오히려 무시무시하다고 해야 옳을 상업예술 세계로의 입문기다. 꿈에 잡아먹히느냐, “밋밋하고 재미없는 회사원”이 되어 사회에 잡아먹히느냐. 이 이지선다형 문제에서 일찌감치 0.0005%의 꿈을 선택한 소년들의 이야기는 소년만화의 가장 커다란 테마인 ‘꿈’을 이번에는 판타지 세계가 아닌 일본만화계라는 실제 현실에서 구현한다.

사신의 노트에 이름을 적는 것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괴이한 설정을 밀어붙이며 전대미문의 ‘판타지 추리극’ <데스노트>를 일군 오바 츠구미(스토리 담당), 오바타 타케시(작화 담당) 콤비. 이들의 신작 <바쿠만>은 소년만화를 만드는 소년들의 이야기를 온전히 소년만화의 세계에 안착시키는 작품이다. 만화에 있어 블록버스터라고 할 수 있는 소년만화, 그 중심인 주간 <점프> 연재를 위해 의기투합하는 모리타카와 아키토의 이야기는 <점프>라는 실명 그대로의 공간을 무대 삼는 것과 마찬가지로 일본만화의 실제적인 움직임을 묘사하는 데 주력한다. 동시에 강력한 라이벌, 좋아하는 여자아이와의 순애보, 그리고 전투력(<드래곤볼>)이나 영력(<샤먼킹>), 현상금(<원피스>) 등으로 캐릭터의 능력을 수치화하는 소년만화 특유의 장치들 또한 예외 없이 적용된다. <점프> 연재만화라는 원천의 족쇄 때문에 애써 과장된 순애보를 토대에 두는 등 스스로 소년만화지용 만화를 자처할 수밖에 없는 바탕은 무척 아쉽지만, 그럼에도 독자 앙케트 순위에 의해 매주 목숨 줄이 왔다 갔다 하는 이 치열한 세계는 스카우터의 수치화보다도 잔혹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소년만화를 중심에 둔 소년만화 <바쿠만>의 이중 고리가 현실감을 품는 까닭이다.        

물론 만화가의 이야기를 그린 만화는 지금까지도 꾸준히 있어왔다. 쓰디쓴 청춘들의 이야기를 극단까지 묘사하는 하라 히데노리의 색깔이 만화가라는 직업과 합치된 <언제나 꿈을>이나, <코믹마스터 J>나 <호에로 펜>처럼 만화가의 세계를 과장되게 희화화한 작품들도 인기를 얻은 바 있다. 그러나 ‘배틀’을 우선시하는 소년만화의 왕도(王道)와 마이너리티 취향에 부응하려는 ‘사도(邪道)’라는 분명한 구획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 모리타카와 아키토의 이야기는 그 어떤 만화보다도 구체적이며 그래서 현실적이다. 또한 만화식 작화에 대해 고민하는 주인공 모리타카의 갈등을 스스로 실현해 보이는 오바타 타케시의 작화 능력 역시 극화체와 만화체 사이의 유려한 줄타기를 증명하며 작품의 격을 한층 드높인다.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거친 후 마침내 두 콤비가 ‘왕도’를 결심하는 2권에 이르기까지, 소년만화 그리는 소년들의 소년만화 <바쿠만>은 충분히 뜨겁다. 물론 이 열기는 분명 소년만화라는 장르의 줄기를 타고 성공이라는 결말로 향할 것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언제고 그 열기뿐이었으니 0.0005%를 향한 소년들의 꿈을 뒤쫓을 이유 역시 충분하다.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 그리고, 보라, 소년들의 야망을. 강상준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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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바쿠만 - 만화가의 눈으로 바라본 만화가의 세계는?

    Tracked from 페니웨이™의 In This Film  삭제

    필자가 어렸을 때만 하더라도 만화가가 되고 싶다는 친구들을 주변에서 보는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림 솜씨가 지독하게 없는 나조차도 습작으로 몇몇 조악한 단편을 만들어 볼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요즘은 만화학과를 전공하거나 문하생 생활을 마친 지망생들도 만화가 아닌 게임계 쪽으로 진출하길 선호한다고 하니 국내 만화계의 열악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드래곤볼]의 상륙이래 국내 만화시장을 점령한 일본만화의 독주는 어지간해서..

    2009/09/09 10:08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Favicon of http://lobo.egloos.com/ BlogIcon 오후네시  수정/삭제  댓글쓰기

    누군가의 꿈을 엿본다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 그것이 비록 누군가의 상상에 의해 각색된 것일지라도, 어차피 그 각색은 내 안에서 다시 짜집기될 것이니. '바쿠만'은 이 즐거움을 제대로 느끼게 해줄까 하는 기대감이 든다능.

    2009/06/18 23:59
  2. Favicon of http://www.unny.com BlogIcon montreal flower delivery  수정/삭제  댓글쓰기

    만화가도 쉽지 않군여

    2009/09/29 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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