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해서 <서브웨이 하이재킹: 펠헴 123>(이하 <펠햄 123>)은 양 손의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 만큼 훌륭한 영화는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내리고 야유를 보내겠다는 건 아니다. 토니 스콧 감독, 덴젤 워싱턴, 존 트라볼타, 존 터투로, 제임스 갠돌피니, 아무리 못해도 중간은 가는 믿음직스런 이름들이 <펠헴 123>의 열차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펠햄 123>의 원작은 존 고디의 소설 <펠햄 일이삼 납치 사건(The Taking of Pelham One Two Three)>(1973). 1974년, 조셉 사전트 감독에 의해 이미 한 차례 영화화된 적이 있다(영화의 원제는 소설 제목과 같으나 국내에는 ‘분노의 열차’ 또는 ‘지하의 하이잭킹’이란 제목으로 소개됐다). 이후 1998년 다시 한 번 TV영화로 제작됐다. 그러니까 이번이 원작 소설의 세 번째 영화화인 셈이다.
1974년 작
1998년 작
이전의 두 영화가 원작의 설정을 그대로 가져갔던 것과 달리 <펠햄 123>은 몇 가지 변화를 꾀하고 있다. 뉴욕의 지하철 ‘펠햄 123’호가 납치되고 납치범들이 지하철 승객들을 인질로 뉴욕시에 거액의 돈을 요구한다는 줄거리는 물론 변함이 없다. 그러나 승객들의 목숨을 두고 위태로운 협상을 벌이는 두 인물, 가버(덴젤 워싱턴)와 라이더(존 트라볼타)의 정체가 달라졌다. 가버는 더 이상 경찰이 아니다. 협상의 ‘협’ 자도 모르는 지하철 배차원일 뿐이다. 경찰 대신 가버를 협상의 상대로 정한 이는 납치단의 두목 라이더. 전작들에서 라이더 뒤의 누군가가 ‘펠햄 123’ 열차의 납치를 지시한 것과 달리 이번에는 라이더가 직접 일을 꾸민다. 승객들의 몸값은 원작의 1백만 달러에서 1천만 달러로 뛰었다. 2009년의 지능범 라이더가 노리는 돈은 어쩌면 그보다 더 될는지 모른다.
납치범과 경찰의 대결은 <펠햄 123>에서 납치범과 우연히 이 일에 말려든 평범한 지하철 배차원 사이의 줄다리기로 탈바꿈했다. 특히 가버가 납치범과 상대해 본 적 없는 평범한 인물이라는 점은 <펠햄 123>이 가장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다. 영화는 원작에 나오는 지하철 승객들에 대한 이야기를 대폭 줄이면서까지 가버와 라이더, 두 인물의 대결 구도에 집중한다.
사실 어제까지만 해도 가버는 뉴욕 지하철의 중역이었다. 그랬던 것이 일본 지하철 제작 회사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 때문에 배차원으로 강등됐다. 하필이면 배차원으로 일하는 첫날 지하철 납치 사건에 휘말린다. 가버는 억세게 ‘운’ 없는 사람이다. 라이더도 납치범 치고는 특이한 구석이 많다. 협상을 하는 중에 갑자기 열심히 일해 봤자 결국 죽는 건 다 똑같다느니, 어차피 우리 모두 지옥에서 만날 거라느니, 이 모든 게 ‘운명’이라느니 자신의 생각을 말하느라 열을 올린다. 스스로 자신에 대한 정보를 흘리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렇듯 가버와 라이더는 완벽한 협상가, 완벽한 납치범이 아니다. 거기에 <펠햄 123>의 핵이 있다. 가버와 라이더를 비롯해 영화에 등장하는 협상전문가 카모네티(존 터투로)와 시장(제임스 갠돌피니) 또한 모두 흠 있는 인물들이다. 카모네티는 라이더와 협상을 시작하자마자 인질 한 명의 목숨을 잃게 만들고 다시 가버에게 마이크를 내준다. 시장은 첫 등장부터 닳고 닳은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가버는 불륜 스캔들에 휘말린 시장을 협상 마이크 앞으로 불러내 비웃는다. 라이더가 가버에게 동질감을 느끼는 것 역시 가버가 뇌물 수수 혐의를 받은, 완전무결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데 그 이유가 있다.
가버, 라이더, 카모네티, 시장은 하나같이 넉넉한 뱃살을 자랑하는 뉴욕의 중년 남성들이다. 지하철을 납치한 쪽이건 그들과 협상을 하는 쪽이건 모두 흠이 있는 건 마찬가지다. <펠햄 123>은 흠 있는 사람들끼리 속고 속이고 달래고 으르고 쫓고 쫓기는 수라장이야말로 뉴욕이라는 도시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영화는 지하철 납치 사건을 통해 뉴욕이라는 대도시의 복잡한 인생살이, 그 속에서 수십 년을 살아 오는 동안 자기도 모르는 사이 흠투성이가 되어 버린 중년 사내들의 인생에 대해 이야기한다.
편을 나누기 이전에 그들은 서로가 서로의 동지들이다. 그들 각자가 지닌 인생의 무게를 알기에 영화는 그들을 섣불리 판단하지 않는다. 하나부터 열까지 가버가 선하다고도 하지 않으며, 라이더를 죽어 마땅한 악당으로 그리지도 않는다. 마찬가지로 카모네티와 시장에 대해서도 복합적인 시선을 취한다. 그 시선에서 녹록치 않은 할리우드에서 사십 년을 보낸 토니 스콧 감독의 농익은 혜안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것은 스릴러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부작용을 낳는다. 조셉 사전트 감독의 1974년 영화는 돈을 손에 넣은 납치범들이 펠햄 123호에서 빠져나와 경찰의 포위를 뚫고 빠져나가는 과정을 긴장감 넘치게 그렸다. 그에 비해 <펠햄 123>은 납치범들의 탈출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리지 못한다. 지하철 선로에서 다리로 이어지는 가버와 라이더의 추격전에서도 스릴러다운 긴장감을 느끼기 힘들다. 그보다 영화는 가버와 라이더가 목소리를 통해 서로를 탐색하는 심리전에 더 공을 들인다.
토니 스콧
분명 <펠햄 123>을 토니 스콧, 덴젤 워싱턴, 존 트라볼타, 존 터투로, 제임스 갠돌피니의 최고작이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할리우드 중년 실력파들의 기본기는 변함없이 빛난다. <탑 건>(1986)과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1998)의 토니 스콧이 장르의 문법에서 보기에는 다소 엉성하지만 대도시에서 나이 듦에 대해 이야기하는 스릴러 영화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짠해지기도 한다.
아무래도 덴젤 워싱턴은 나이 든 토니 스콧의 페르소나가 된 모양이다. 두 사람은 <맨 온 파이어>(2004), <데자뷰>(2006)에 이어 이 영화에서 세 번째로 다시 만났다. 두 사람은 <언스타퍼블(UnStoppable)>(2011)에서 다시 한 번 찰떡궁합을 자랑할 예정. 할리우드의 멋진 중년 사내들이 이번에는 어떤 액션 스릴러 드라마를 만들어낼지 궁금하다. 장성란 기자 (FILMON)
결론부터 이야기를 하자면 영화가 지루해서 잠이 든 것이 아니었다. 그냥 저냥 어떻게 하다 보니 몸이 많이 피곤했고, 아름다운마녀 깨서 "오늘 너무 피곤해 보인다."는 말을 했을 정도였으니까. 한마디로 여친이 쓴 처음 남친이 졸은 영화에 대한 보답을 펠햄 123에서 조금 해주고 싶어서 이렇게 키보드를 누르게 되었다. 엄청난 기대를 가지고 본 펠햄123 사실 엄청난 기대를 가지고 보았다. 다코타패닝(사실 팬이다) ,덴젤 워싱턴, 이 나왔던 맨 온 파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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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기사 잘 보고 있습니다. '(흠투성이) 대도시 중년 사내들의 이야기'라는 해석에 공감이 가네요.
2009/06/17 16:48다음 글도 기대할게요.^^
감사합니다.^-^*
2009/06/18 03:34이름이 멋지세요. 저도 <그리스인 조르바>를 무척 감명 깊게 읽었답니다. 좋은 책을 읽는 분이 제 글을 보신다니 앞으로는 더 생각하면서 끄적여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