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름지기 할리우드 사기영화란 세련의 극치를 달리는 장르다. 말끔한 외모, 그보다 더 말쑥한 말재주를 가진 주인공들이 자유자재로 남의 마음을 뺏는 과정을 그리다보니 장르 자체도 어디 한 군데 촌스런 구석이 없다. 일단 때깔 좋은 화면에서 시작해 이야기까지 군살 없이 매끈하게 잘 빠져야 정통 할리우드 사기영화라 할 수 있다. 영화 전체가 익살과 재치로 뒤범벅되어 있음은 두말 하면 잔소리다.
사기영화의 고전 <스팅>(1973)이나 최근작 <오션스> 시리즈(2001~2007)를 떠올려 보라. 이들 영화에서 당대 최고의 ‘세련남’들은 세계적 명소를 배경으로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놀이를 하며 논다. 게다가 그 놀이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 어떤 위기의 순간에도 농담을 뱉을 수 있는 여유와 그 어떤 강력한 의심도 구워삶을 수 있는 명민한 머리를 가진 자들의 놀이, 그것이 바로 사기다.
여기 또 하나의 할리우드 사기영화가 나왔다. <블룸 형제 사기단>은 <스팅>의 헨리(폴 뉴먼)와 조니(로버트 레드포드), <오션스> 시리즈의 오션(조지 클루니) 패거리에 이어 또 하나의 전설적인 사기단을 소개한다.
형 스티븐(마크 러팔로)이 각본을 쓰면 동생 블룸(애드리언 브로디)은 그대로 움직인다. 두 사람을 합쳐 ‘블룸 형제’라고 부른다. 스티븐은 가히 천부적인 사기꾼이다. 모든 일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가 쓴 각본대로 흘러간다. 그 각본의 결말에 가면 모든 사람이 각자 원하던 것을 얻게 된다. 그러나 단 한 명, 스티븐이 쓴 각본의 결말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블룸은 스티븐이 만들어 낸 가짜 인생을 살아가는 게 지긋지긋하다. 마침내 블룸은 ‘미리 쓰이지 않은 삶’을 찾아 형의 곁을 떠난다.
그로부터 3개월 뒤, 스티븐은 블룸을 찾아내 또 다른 사기극을 제안한다. 대저택에서 혼자 살고 있는 석유 재벌의 딸 페넬로페(레이첼 와이즈)가 이번 사기극의 공략 대상이다. 첫눈에 페넬로페에게 반한 블룸은 마지막이라는 조건 하에 스티븐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형의 각본대로 페넬로페에게 접근하는 블룸은 시간이 지날수록 페넬로페의 엉뚱하고 순수한 매력에 점점 더 마음을 빼앗긴다. 그러나 점차 일이 꼬이고 계속해서 각본이 수정되면서 블룸은 이것이 처음에 계획했던 대로 단순히 페넬로페에게서 돈을 뜯어내기 위해 벌이는 사기극인지, 스티븐이 자신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꾸민 일인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블룸 형제 사기단> 속에는 할리우드 사기영화의 요소들이 충분히 녹아 있다. 멋진 차림새의 주인공들, 매끈한 영상, 감미로운 재즈 음악, 맛깔스러운 대사, 감각적인 편집 등등 영화는 장르 특유의 익살과 재치를 선보인다.
그러나 <블룸 형제 사기단>을 ‘정통’ 할리우드 사기영화와 연결시키기는 힘들다. ‘정통’ 할리우드 사기영화의 진정한 묘미는 주인공들이 상대를 어떻게 속이는가, 그 감쪽같은 과정을 그리는 데 있지 않다. 거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관객들을 놀라게 하는 것이 장르의 최종 목표다. 그런 점에서 <블룸 형제 사기단>은 뒤로 갈수록 예상 가능한 결말의 가짓수를 늘어놓기만 할 뿐, 정작 관객의 예상을 뒤엎는 반전을 선보이지 못한다.
더욱이 <블룸 형제 사기단>의 결말은 정통 할리우드 사기영화의 세계관을 뒤집는다. 할리우드 사기영화의 결말에서 보통 주인공들의 사기극은 성공을 거둔다. 마지막 순간 사기극이 발각될 위기가 찾아오지만 그것 역시 처음부터 주인공들의 계획 속에 들어있던 이야기다. 무사히 위기를 넘기고 마침내 연극을 마무리한 주인공들은 휘파람을 불며 옷에 묻은 먼지를 털고 일어나 유유히 거금을 챙겨 떠난다. 서로 속고 속이는 복잡한 세상, 그 모든 변수 속에서도 주인공들은 마침내 행운을 거머쥔다. 그 엄청난 희극성이야말로 할리우드 사기영화가 지닌 세계관의 본질이다.
하지만 <블룸 형제 사기단>의 결말은 인생의 희극성이 아닌 인생의 비극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블룸 형제 사기단>을 보고 나서 기존의 할리우드 사기영화에서 느꼈던 통쾌한 기분을 느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것은 이 영화의 목적이 애초부터 ‘정통’ 할리우드 상업영화를 향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블룸 형제 사기단>은 할리우드 사기영화로서는 드물게 ‘가짜’와 ‘진짜’에 대한 철학적인 물음을 던진다. 하지만 영화가 끝까지 그 고민에 진지하게 매달리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라이언 존슨 감독의 의도는 다른 데 있다. 존슨 감독은 <블룸 형제 사기단>을 통해 할리우드 사기영화 장르에 색다른 스타일을 섞는다. <블룸 형제 사기단>은 기존 할리우드 사기영화에 비해 훨씬 나른하고 몽상적이다. 주인공들은 최신식 양복 대신 복고풍 정장을 고수하고 페넬로페와 뱅뱅(기쿠치 린코) 역시 만화적인 의상을 입고 등장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인 뱅뱅, 비밀스런 큐레이터(로비 콜트레인), 무시무시한 분위기의 다이아몬드 독(맥시밀리안 쉘)과 같은 인물은 다분히 동화적으로 묘사되고 블룸과 페넬로페의 사랑은 몽환적으로 그려진다.
라이언 존슨 감독
전체적으로 볼 때 라이언 존슨의 실험이 대성공을 거뒀다고 말할 순 없을 것 같다. 새로운 스타일을 위해 장르의 문법을 파괴했지만 그 시도도 그렇게 파격적인 수준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영화의 결말이 장르의 문법과 새로운 스타일 사이에서 어중간하게 타협한 것 같은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오히려 좀 더 과감하게 새로운 스타일을 강조하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블룸 형제 사기단>을 통해 <브릭>(2005)으로 선댄스의 총애를 한 몸에 받았던 라이언 존슨 감독의 재능을 기억해내기는 어렵지 않다. 사랑스런 매력으로 빛나는 배우들의 호연도 충분히 인상적이다. 장성란 기자(FILMON)
'블룸 형제 사기단' 이 영화, 주목할만 하다. '블룸 형제 사기단' 이 영화를 보고 왔다. 영화가 끝난 순간 난 멍해졌다. 도대체 어쩌라는 거야? 이 영화? 이런 영화의 주요 포인트는 바로 '반전'인데... 원래 사기 영화의 포인트는 막판 반전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어떤 반전을 찾으라는 거야? 혹시나마 자막이 다 올라가면, 캐리비안의 해적처럼 조그만 에피소드가 붙어 있을 줄 알고, 영화 자막이 다 올라갈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다. 하지만 그냥 그..
사기꾼(들)의 한탕 파티한 소년이 아이들의 한가운데에 마주선다. 머리 위에 물음표(?) 말풍선을 달고 있는 아이들 앞에서 소년은 신기한 걸 보여 주겠다고 한다. 돈을 주면 뭔가 재미있는 걸 보여 주겠다는데 가릴 것이 있겠나. 너나할 것 없이 이 소년에게 코묻은 돈을 내놓기 시작한다. 약속대로 그 아이들을 동굴로 데려간 소년. 순간, 동굴 속에서 알 수 없는 하나의 빛이 스며든다. 저건 영락없는 도깨비불이야! 라고 생각한 아이들, 자기 몸에 더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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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보러가야 겠어요~
2009/06/23 11:10전형적인 사기극 생각하고 가신 분들은 많이 아쉽게 보시는 영화 같아요.
2009/06/23 19:07뭐 저는 재미있게 봤습니다만, 좀 더 쿨했으면 좋겠어....싶은 아쉬움이 조금 남긴 했지요.
잘 읽었습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