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약탈자들> - 뒷담화로 버무린 장르 비빔밥

REVIEW ON 2009/06/29 21:50 Posted by 파란다이스


이것은 뒷담화다. 원래 뒷담화라는 것이 그러하듯 방향은 두서없고 목적일랑 부질없다. 진상을 확인할 수 없는 수많은 정보들이 당사자의 등 뒤에서 오가며 실상은 더욱 오묘해지기 마련. 없는 얘기, 있는 얘기, 믿지 못할 얘기들마저도 모두 진실로 통용되는 곳이 바로 뒷담화의 장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장례식장에서 이뤄지는 상태(김태훈)에 대한 뒷담화 역시 마찬가지다. 방향은 두서없고 진상을 확인할 수 없는 말들조차 진실인양 여겨진다. 관객들은 여기 모인 상태의 동창생들 입에서 툭툭 튀어나오는 정보들에 의존해야 한다, 조각들이 모이고 모이면서 더욱 증식해 가는 상태라는 존재를 조금씩 어렴풋이 완성해가야 한다.

<약탈자들>은 이 어렴풋한 짐작, 진실이 통용되지 않는 뒷담화의 특성을 무작위로 직조한 영화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공상과 판타지까지 자유로이 오가며 살인마 택시기사와 ‘뫄한머루’ 전수자라는 선악의 양 날개까지 추스르는 영화의 자태는 자연히 불균질하다. 이 불균질함, 명확한 줄기를 두지 않은 채 오로지 가지로 잎으로 기둥을 엮는 서사양식은 곧 뒷담화의 질감과 그대로 맞닿는다. 진실은 유예되고 어느새 판타지마저 슬그머니 개입함으로써 이야기는 계속해서 파편화된다. 퍼즐을 맞춰가지만 엉뚱한 퍼즐 조각이 섞여 있는 것도 당연하다. 일상적인 뒷담화 양식에 의존한 <약탈자들>의 모습은 이렇듯 무척이나 이질적이다.      


뒷담화의 메인 타깃이 되고 있는 상태는 대학교에서 역사학을 강의하는 학자로 얼마 전 성추행 혐의로 퇴직 당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 말고도 보다 분명한 범죄에 연루된 모양인데 모두들 그 정보는 이미 공유하고 있다는 듯 처음부터 ‘그럴 줄 알았다’는 선에서 그를 자근자근 재단해 나갈 뿐이다. 전후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명확히 알 수 없지만, 그로 인해 그는 원래부터 여자를 무진장 밝혔거나 혹은 오해를 사 여자를 밝히는 남자가 돼가고 있다. 게다가 상태는 그동안 민간인 학살 현장인 금정굴을 연구하며 형이상학적 가치를 논하는 고까운 지식인 행세를 하곤 했나보다. 또 얼마 전에는 할아버지가 창씨개명을 했다는 이유를 들며 역사학을 포기하고 고유 무술인 ‘뫄한머루’의 전수자로서 사범직을 이행하겠다는 황당한 포부를 밝히기도 했나보다. 어디까지나 ‘했나보다’이다. 이런 식으로 자기 밭에 물대는 대화들이 거듭됨으로써 상태는 그저 씹기 좋은 안주거리가 되고, 상태가 “악마 같은 놈”이라고 일컫는 병태의 존재는 베일에 가린 채 이 조각 난 이야기들 속에 잠식되어 간다. 물론 그 어떤 것이 진실인지 끝끝내 정확히 가늠하긴 힘든 단계를 줄곧 유지하며 말이다.

영화의 관점이나 중심 역시 철저히 분산되어 있다. 상태는 병태를 왜 그렇게 꺼리는지, 그 병태라는 놈은 도대체 누구인지, 은영(염지윤)과 상태는 어떤 관계였는지, 상태는 도대체 무슨 사건에 휘말렸기에 이렇게 뒷담화의 대상이 된 건지 등이 뚜렷한 관심사는 될지언정 쉽사리 밝혀지진 않는다. 그저 계속해서 새로운 의제들이 뭉텅 떨어지며 해답 대신 의문으로 영화 곳곳을 채울 뿐이다. 이마저도 의문과 관심사는 충분한데 영화는 여기에 여자 승객을 납치해 살인하는 연쇄살인마(정인기)의 이야기와, 상태가 인생의 변혁점이라 일컫는 뫄한머루 계승자(윤동환)와의 황당한 만남까지 더한다(이윽고 영화 말미에서는 이 연쇄살인마와 뫄한머루 계승자와의 뜬금없는 접전이 펼쳐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렇듯 명확한 줄기를 대지 않고 자유롭게 회상과 공상 사이를 마음대로 오가는 사이 상태와 병태의 관계가 드러나고, 상태와 은영의 만남 역시 드러나며, 그렇게 궁금증만을 자아내던 병태의 충격적인 존재마저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 슬그머니 고개를 든다.


수다와 뒷담화가 회상이 되고 이 파편적인 회상들이 모이고 모여 부러 감추고 있던 수수께끼를 하나둘 풀어놓는 <약탈자들>의 형식은 무척이나 특별하다. 영화의 전반부는 홍상수 영화의 김태우 캐릭터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상태(실제로 상태 역의 김태훈은 김태우의 친동생이다)의 넋두리와 술주정, 그리고 이에 대한 에피소드들로 채워지며 다분히 홍상수 영화의 면면을 떠올릴 만하다. 그러나 영화는 이를 넘어 판타지적이며 스릴러적인 면면을 가미하는 동시에 완전한 블랙코미디를 지향한다. 때때로 과잉, 이따금씩 불필요한 조각들에 의해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이 역시 뒷담화 특유의 종잡을 수 없는 매력에 가깝다. 제작비 6천5백만 원으로 일군 <약탈자들>은 그만큼 좋고도 나쁜 아이디어가 넘실대며 홍수를 이룬다. 그러나 아이디어 가뭄의 시대, 홍수도 새롭고 반갑다. 강상준 기자(FILMON)  


연관기사
[서울독립영화제]관객심사단 리뷰② <약탈자들> 우리는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는 걸까?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TRACKBACK :: http://film-on.kr/trackback/502 관련글 쓰기

  1. 약탈자들

    Tracked from 컬쳐몬닷컴  삭제

    사진출처 : Daum 영화정보 (아래 동일) 약탈자들 감독 손영성 출연 김태훈, 박병은, 이희준, 이화룡, 조영규, 염현희, 윤동환 등 2008. 한국. @ CGV 기억은 재구성되기 마련이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경험을 하더라도 사람에 따라 그 진실에 대한 기억은 사람에 따라 서로 다른 경험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기억의 재구성은 개인에게 있어서는 지나간 어두운 기억에 대한 ‘변태작용’을 일으켜 ‘위안의 도구’가 되기도 하고, 사회적으로는 지난..

    2009/07/10 09:36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냐하  수정/삭제  댓글쓰기

    뫄한머루 관련자료를 찾다가 여기까지 흘러왔습니다^^;
    뫄한머루의 위상이 이렇게 추락했군요;
    어릴때 재미있게 배웠던 무술이라
    좋은 인상을 갖고 있었는데
    아쉽네요
    요새 갑자기 생각나서 다시한번 배워보고 싶은 마음에 자료를 찾고있는데 잘 없네요

    2009/10/17 00:49
  2. 냐하  수정/삭제  댓글쓰기

    퍼가면 안될까요;;?

    출처를 밝히고 퍼가고 싶은네 안되네요..

    2009/10/17 00:50
    • Favicon of http://film-on.kr/ BlogIcon FILMON  수정/삭제

      안녕하세요. FILMON입니다.
      FILMON의 기사는 복사를 할 수 없습니다.
      링크만 복사해 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드립니다.

      2009/10/17 14:37

◀ Prev 1  ... 394 395 396 397 398 399 400 401 402  ... 740  Next ▶

카테고리

FILMON (740)
REVIEW ON (343)
FEATURE ON (121)
PEOPLE ON (86)
CULTURE ON (68)
ESSAY ON (59)
TALK ON (15)
FOCUS ON (39)
NOTICE ON (8)
CONTACT US (1)

영화웹진 FILMON

'미래's Blog is powered by Tattertools / Supported by Tatter & Media
Copyright by '미래 [ http://www.ringblog.com ]. All rights reserved.

Tattertools Tatter & Media DesignMyself!
Copyrightⓒ FILM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