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꿈꾼다. 공부, 일, 사랑, 섹스……. 결국 따지고 보면 인간이 벌이는 모든 행위의 목적은 행복해지는 데 있다. 행복해지기 위해 사람들은 하루 24시간, 일 년 365일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보낸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과연 사람들은 그 많은 수고를 들인 만큼 진짜 행복해졌을까?
누군가 어느 책에서 말했다. 오늘날 행복은 광고 속에만 존재한다고. 아파트 광고 속에서 서로를 끌어안으며 더 없이 행복하게 웃고 있는 어느 가족의 모습. 광고는 이 아파트에 살면 당신도 이들처럼 행복해질 거라고 귀띔한다. 이 자동차를 타면, 이 옷을 입으면, 이 음료수를 마시면……. 현대사회에서 행복해지려면 필요한 게 많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많은 것들을 마련하기 위해 하기 싫은 공부를 하고 하기 싫은 일을 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하기 싫은 걸 하는 것은 결국 행복에서 멀어지는 길이다. 매일 같이 하기 싫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스스로도 그들의 삶이 결코 행복하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 일을 쉽게 그만두지 못한다. 이제 사람들은 행복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불행해지지 않기 위해 그 많은 일을 하며 살아간다.
이 아파트가 없으면, 이 자동차가 없으면, 이 옷이 없으면, 이 음료수가 없으면 얼마나 불행해질지 겁이 나기 때문이다. 아무 것도 가지지 않은 빈털터리라…….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렇게 불행해지는 것보다는 차라리 더 많은 것을 갖기 위해, 또는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을 하며 사는 쪽이 낫다고 생각한다. 하기 싫은 일을 하며 바쁘게 지내다 보면 행복이 뭔지, 불행이 뭔지 머리 아픈 생각을 할 겨를조차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게 스스로의 눈을 가린다고 해서 어느 날 문득 ‘나는 과연 행복한가? 무엇 때문에 나는 이렇게 바쁘게 하기 싫은 일을 하며 사는 걸까?’ 하는 고민이 밀려드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그런 순간에도 이런 고민에 부딪친 사람이 자신만이 아니라는 사실에, 다른 사람들의 삶도 자신의 삶과 별반 다를 것 없다는 사실에 적잖은 위로를 받을 수 있다. 사람들은 그것을 ‘현실’이라고 부른다.
프랭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파리로 떠날 결심을 뒤엎은 것 역시 그런 이유에서다. 아무 것도 가지지 않은 미지의 자유 대신 ‘현실’에서 더 많은 것을 가질 기회를 잡기로 한다. 그것이 더 안전하고 확실하며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프랭크는 스스로를 위로한다. 프랭크 주변의 사람들 역시 그 선택이 옳다며 프랭크 편에 선다.
그러나 단 한 사람, 진정한 행복을 향해 용기를 냈던 프랭크의 아내, 에이프릴(케이트 윈슬렛)은 실망을 금치 못한다. 파리로 떠날 날만 기다리며 잠시나마 참된 행복을 꿈꿨던 에이프릴에게 ‘현실’로 돌아가는 일은 마지막 남은 희망의 불씨를 짓밟고 영원한 불행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 사실이 에이프릴로 하여금 한 순간도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만든다.
샘 멘데스
아메리칸 뷰티
샘 멘데스 감독은 <아메리칸 뷰티>(1999)에 이어 이번에도 미국 중산층 가정의 그럴 듯한 외형 안에 잠들어 있는 불안과 갈등을 기막히게 포착해 낸다. 하지만 두 영화의 스타일은 완전히 다르다. 현대 미국의 가정의 문제를 블랙 코미디로 풀어낸 <아메리칸 뷰티>와 달리 195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섬세한 드라마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의 현실과 행복에 대해 이야기한다.
파 프롬 헤븐
에이프릴과 프랭크의 집과 그들의 옷차림은 정갈하기 그지없다. 겉에서 보기에는 광고 속 가족처럼 아름답기만 하다. 그러나 영화는 차분한 시선으로 잡지 사진 같은 그들의 모습에서 반짝이는 광택을 지운 채 그 본질을 들여다본다. 영화의 눈길을 따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사진 속의 집은 텅 비었다. 에이프릴의 공허한 눈동자와 그것을 바라보는 프랭크의 불안한 표정만이 빈 집을 지키고 있을 뿐이다. 그런 점에서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토드 헤인즈의 <파 프롬 헤븐>(2002)을 떠올리게 만드는 구석이 많다.
일상 속에 숨은 수만 가지 의미를 들춰내는 리처드 예이츠의 원작 소설도 훌륭하거니와 그것을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한 영상 언어로 탈바꿈시킨 저스틴 헤이시의 각색 그리고 맨데스의 연출력 역시 놀랍기만 하다. 케이트 윈슬렛,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마이클 섀넌, 데이빗 하버, 캐서린 한 등 배우들 모두 섬세한 눈빛과 표정으로 수면 아래 흐르는 불안과 공허를 아름답게 연기하고 있다. DVD에 수록된 삭제 장면에서도 훌륭한 각본, 놀라운 연출력, 아름다운 연기, 감각적인 영상이 얼마나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 일일이 확인할 수 있다. 장성란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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