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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노운 우먼> - 나의 과거는 지지 않았다

REVIEW ON 2009/07/09 03:30 Posted by 파란다이스


가면을 쓴 나신의 여인들이 정체모를 누군가에게 자신을 ‘전시’하고 있다. 이 여인들 중 ‘조지아’라 불리는 여인이 벽 뒤에 있는 누군가에게 선택 받는 <언노운 우먼>의 도입부는 영화를 보는 내내 의문으로 자리 잡을 만큼 꽤 기묘한 광경이다. 평범한 이민자의 모습으로 분해 보석상 아다처가(家)의 가정부로 취직한 주인공 이레나(크세니야 라포포트)가 바로 그 ‘전시장’에서 누군가에게 선택받길 기다리던 여인이었던 것, 그리고 둘 사이의 크나큰 괴리감. 그만큼 이 연결고리는 희미하며 영화는 이 희미한 연결고리 속에서 이레나의 두려움에 찬 눈을 발판 삼아 궁금증과 서스펜스를 증폭시켜 나간다.

전라의 모습으로 자신을 전시하던 금발의 여인과 성실한 가정부 사이의 괴리감만큼이나 이레나의 정체는 온통 의문으로 가득 차 있다. 그녀는 도대체 누구인지, 그가 아다처 부부에게 접근한 이유는 무엇인지, 그를 여기까지 파견한 배후는 과연 무엇인지……. 매 순간 불안한 눈빛을 드리우며 초조함을 숨기지 못하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미숙련된 초짜 스파이처럼 보이기도 하며, 그에 반해 아다처가의 가정부로 들어가기 위해 망설임 없이 현 가정부를 ‘제거’하는 모습은 또 무척이나 살풍경해 꽤나 극단의 대조를 이룬다. 잘 조련된 첩보원처럼 민첩하게 목적지에 잠입해 가정부로서 너무도 완벽한 기술과 성실함으로 아다처 부부와 그들의 딸 떼아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레나의 꿍꿍이는 무엇일까? 의문은 또 다른 의문을 쌓아가고 그녀는 점점 의문투성이 ‘언노운 우먼’이 되어 간다. 


명백히 첩보영화의 공작원을 연상시키는 이레나의 품새는 스릴러 장르를 표방하는 영화의 목적과도 분명히 연계된다. 그녀의 정체와 목적을 꽁꽁 숨기고 단순히 평범한 가정부는 아닐 것이라는 가정과 의도적으로 ‘조직’이나 ‘공작원’ 정도를 연상시키며 첩보영화의 장르적 면면을 활용한 미스터리는 상당히 효과적으로 영화를 장악해 나간다. 정체는 불명확하지만 그 목표만큼은 뚜렷해 보이는 이레나의 일련의 움직임들에 성적 학대를 당한 듯한 회상을 이미지화해 배치하며 그녀의 과거에 대한 자그마한 힌트를 대신하는 식의 영화 언어 또한 더할 나위 없이 유효하다. 이는 과거 이레나가 속해 있던 ‘조직’의 존재, 또 그녀가 아다처가에 잠입하고 또 아다처 부부의 딸 떼아에게 필요 이상으로 집착하며 매달리는 이유, 아다처 부부의 금고를 열기 위해 벌이는 작전 모두가 끈질긴 미스터리가 되어 선명한 고리를 이룰 때 더더욱 명징해진다.

마침내 영화는 이레나의 진짜 목적, 숨겨진 그의 정체를 현재가 되어도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자신을 옥죄는 아픈 과거 그 무시무시한 영속성으로 수렴시킨다. ‘핏줄’과 ‘원죄’에 기반을 둔 이 가슴 아픈 과거의 상처는 조직의 복수에 비할 수 없을 만큼 끈질기게 이레나를 속박해왔던 것이다. <언노운 우먼>은 이러한 이레나와 그 배후에 도사리는 메커니즘의 정체를 꽁꽁 숨기고 풀어놓는 데서 미스터리의 시작과 끝을 결정짓는다. 또한 영화의 예상치 못한 반전과 결말은 명민한 미스터리를 이끌 뿐만 아니라 만연한 사회문제와도 절묘히 합치되며 가슴 한 곳을 짓누르는 먹먹함과도 이어진다. 무엇보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이 끈질긴 상투구에 굳이 ‘피’가 아니어도 끈끈할 수 있다는 집요한 모성이 개입하는 어느 순간은 분명 <언노운 우먼>이 가진 스릴러 장르물 이상의 성취를 대변하기 충분하다.


<언노운 우먼>은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시네마 천국> <말레나>)이 스릴러 장르에서도 뛰어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음을 공히 증명한 작품이다. 엔니오 모리코네라는 영화음악 거장의 힘을 더해 더욱 섬세히 세공된 영화는 두 거장의 여덟 번째 만남에 대한 기대감 또한 충분히 만족시킨다. 분명 이레나의 정체와 결말에 대한 정보를 모르면 모를수록 영화의 서스펜스와 미스터리는 더욱 깊고 쓴 맛을 낼 것이다. 그러나 안다 할지라도 영화의 깊고도 쓴 참맛은 결코 감쇠하지 않을 것이다. 강상준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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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7/10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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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7/20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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