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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호의 <이끼>! 강우석의 <이끼>?

CULTURE ON 2009/07/11 00:09 Posted by 파란다이스


80회만으로도 대장정이라 부를 만한 역작이 그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포털사이트 다음을 통해 연재된 윤태호의 만화 <이끼>가 지난 7월 2일 최종화를 끝으로 한국산 스릴러의 음습하고도 굳건한 축을 완성한 것. 원래 만화연재사이트 ‘만끽’에 연재되던 <이끼>는 ‘만끽’의 폐쇄에 따라 연재조차 불투명하던 우여곡절을 겪던 와중, 다음 ‘만화 속 세상’에 새로이 연재 기반을 마련하며 전화위복한 작품이다. 이 경우 높은 완성도는 물론이요 완결만으로도 감사하다는 말은 결코 허언이 아니다. 실제로 마지막화까지도 작가의 완벽주의 덕택에 게재일이 연기되는 등 잦은 지연 게재로 독자들의 애간장이란 애간장은 다 태운 작품임에도 독자들의 댓글란에는 ‘이런 작품을 그려주셔서 감사하다’라는 문구가 줄을 잇는다. 그만큼 그 짧고도 긴 기다림이 매화 즐거움과 만족감으로 충실히 치환된 <이끼>는 세로 스크롤을 기본으로 하는 웹툰 형식의 절묘한 활용, 이미지와 내러티브의 강력한 결합에 기반을 둔 만화 고유의 연출법만으로도 걸작이란 수사가 아깝지 않다.
   
<이끼>는 단연 한국만화의 새로운 성취를 상징하는 작품이지만 윤태호 화백 본인은 얼마 전까지도 자신의 본업을 기어코 개그만화라 했다. 대한민국 현대사에 이를 드러내고 공권력이라는 얄팍한 껍질을 들춰내며 진짜 분노란 무엇인지, 그리고 만화만의 고유한 영역과 그 특질은 무언지를 여실히 보여줬던 또 다른 걸작 <야후>조차도 그는 ‘외도’라 했으니. 물론 독자들이 그의 개그만화가 발하는 독창적인 웃음코드에 열광하고 감탄해마지 않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솔직히 말해 대다수의 독자들은 줄곧 그의 외도를 기다려왔다. 그렇게 시작된 윤태호의 또 다른 외도 <이끼>는 아버지의 압사를 지켜봐야 했던 전작 <야후>보다도 훨씬 텁텁한 뒷맛으로 운을 뗀 후 어느 시골마을 음습한 구석에서 폭력과 공포라는 이름의 으스스한 이끼를 재배한다.
     

사소한 정의에 목을 매다 해고된 주인공 류해국은 아내에게 이혼당한 후 마침내는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고향에 칩거하려 한다. 그러나 아버지의 죽음을 둘러싼 마을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는 결벽증적인 해국에게 또 다른 암운을 드리운다. 사실적 극화체에서 반 발짝 벗어난 화풍으로 마을 안에 도사리는 기묘한 공포감을 스멀스멀 키워나가는 <이끼>의 주요한 연출은 ‘정적’에 있다. 언중유골, 말은 되도록 아끼되 그 한마디 한마디는 매순간 범접할 수 없는 권력을 상징할 수도 또 그 권력을 겨냥하는 비수가 될 수도 있는 상황들에 물 흐르듯 얹히는 심리묘사, 그리고 스크롤을 내리면서 맞닥뜨리는 천용덕 이장의 섬뜩한 눈빛은 작품의 핵이자 백미를 이룬다. 오늘 처음 본 마을사람들이 자신을 싫어한다는 부조리한 느낌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또 다시 무모한 싸움에 뛰어들어 아버지의 죽음 뒤의 음모를 파헤치는 해국의 이야기는 마을의 절대자로 자리한 능글맞은 천용덕의 비밀스런 기저에 마을 전체를 적으로 돌린 해국의 위기가 더해지며 조용하고도 탁월한 서스펜스를 구축한다.

<이끼>가 이끈 또 하나의 성취는 ‘한국형 스릴러’라는 불분명한 조어에 보다 분명하고도 새로운 정의를 마련한 것이다. 이제까지의 ‘한국형 스릴러’가 한국이라는 배경을 토대로 한 무언가 좀 촌스럽고 어딘가 정교하지 못한 부분들을 특화한 수사였다면 <이끼>가 구축한 ‘한국형’의 토대는 공권력조차 건드리지 못한다는 토착세력을 실체화한 데에 있다. <이끼>는 한국에서 밖에 성립할 수 없는 인물, 배경, 상황에 더해 결코 촌스럽거나 조악한 구석으로 ‘한국형’의 의미를 수렴하지 않는다. 한국사회의 크고 작은 권력과 부조리를 향해 포문을 열며 작품의 열쇠를 움켜쥔 토착세력의 ‘대가리’ 천용덕 이장을 통해 이 모든 상징들을 응축하는 과정은 그야말로 한국형인 동시에 이것이야말로 ‘탁월한 한국형 스릴러’의 지표라 칭할 만하다.

천용덕 이장

한국에서 영화로 만들 법한 한국형 스릴러도 아닌 탁월한 한국형 스릴러라니. 이 정도면 당연히 명작만화 선에서 끝날 리 없다. 게다가 뛰어난 연출과 작화 덕택에 작품 그대로 영화의 콘티로 기능할 정도라면 그 누구라도 군침 흘릴 만한 원작인 것은 주지의 사실. 어쨌든 가타부타할 것도 없이 수많은 영화사의 경쟁을 뿌리치고 영광은 강우석 감독에게 돌아갔다. <공공의 적> 1편의 강우석이냐, <한반도>의 강우석이냐에 따라 영화의 향방은 확연히 갈릴 테지만 어찌됐든 팬들의 불안감과 아쉬움은 적지 않은 듯하다. 다만 류해국 역에 박해일, 해국에 의해 좌천된 검사 박민욱 역에 류준상이라는 포석만큼은 꽤 적절해 보인다. 그밖에 조연격인 마을 주민 김덕천, 전석민, 하성규 역의 유해진, 김상호, 김준배 역시 기대감을 충족시킨다. 그리고 무엇보다 귀추가 주목되던 천용덕 이장 역은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결정된 지금까지도 그림이 제대로 그려질 리 없는 정재영에게 돌아갔다.

작은 키에 대머리, 금붕어 눈을 하고 강한 경상도 사투리를 쓰며 해국을 옥죄는 구렁이 이장을 다재다능한 배우 정재영이 어떻게 소화할지, 그리고 나약한 팜므파탈 이영지 역은 누구에게 낙점될지가 앞으로의 남은 관건인 셈. 그러나 이 모든 경우의 수를 차치하더라도 강우석 감독의 지휘 하에 8월 땡볕 크랭크인 예정인 영화 <이끼>는 말 그대로 잘 만들어야 본전인 작품이다. 하지만 주지하다시피 이 본전의 가치는 실로 어마무지하다. 딱 본전치기, 이 경우에는 단연코 그것조차 최선이다. 강상준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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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만화좋아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실 까놓고 말해서 공짜 만화니깐 봤지 책으로 나오면 사서 볼 사람 몇명이나 있을까요? 뭐 우리나라 사람들 특성상 만화책을 영화나 소설보다 아래예술로 보는건 둘째치고라도 ..책이 나왔다고 하던데 이 정도 뛰어난 만화책이 왜 베스트가 안될까요? 저도 윤태호 작가의 책을 많이 봤지만 그냥 스토리 작가로 남아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윤태호 작가는 정말 작화에는 너무나 신경안쓰는 만화가로서는 어떻게보면 자격없다고 볼수 있습니다..공짜로 나오면 잠깐 휘둘러보거나 할 순 있지만 사보고 싶은 만화책은 아니라는 거죠..그리고 배경같은 것도 보면 한가지를 너무나 많은컷에 또 쓰고 또쓰고 합니다..스토리부분에서
    뛰어난지 모르겠으나 그 나머지는 만화가로서는 아주 많이 미흡하죠..

    2009/07/12 09:24
    • 흐음  수정/삭제

      작화로 윤태호를 까시다니........
      너무 메이저의 그림체에 익숙해지신건 아닌가 싶네요
      심리묘사하는 그 표현력을 보면 이게 진짜 그림이다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한번 대사를 빼놓고 그림의표현력만 봐보세요. 단순히 그림 못그린다고 할 수준이 아닙니다.

      2009/07/12 10:45
    • Favicon of http://parandice.tistory.com BlogIcon 파란다이스  수정/삭제

      훌륭한 작품이라고 항상 많이 팔리는 건 아니죠:) 그건 둘째치고 <이끼>의 출판본 역시 '만끽' 연재중단과 맞물려 제때 출간되지 못한 아픔이 있답니다. 현재 <이끼>는 12화까지의 내용을 담은 1권만이 '만끽' 산하 출판사인 아이비에스넷에서 출간된 상태며 초판은 2008년 1월 15일에 발행됐습니다. 그 이후 다음 '만화 속 세상'에 다시 연재하기까지 80화 완결이 나도록 독자들은 2권 소식조차 들을 수 없었던 거죠. 그래도 영화 크랭크인과 맞물려 2권 출간임박이라는 희소식도 들려오네요.

      윤태호의 그림체는 확실히 독창적입니다. 특히 <이끼>는 더더욱 그렇죠. 그 수많은 일본만화풍과 저멀리 떨어져 있는 건 물론이고 허영만 화백의 문하생으로 있으며 알게 모르게 습득했던 허영만체와도 완전한 결별을 고한 듯 보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이끼>의 뛰어난 점은 스토리와 그림의 절묘한 연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끼>를 소설로 만들었다면 어땠을까요. 독창적인 구도나 칸과 칸 사이의 예상치 못한 배치 등 순전히 만화에서만 가능한 고유의 기법들이 <이끼>에는 넘쳐납니다. 스토리만으로는 이 모든 효과들을 배제하고 완전히 새로운 기법으로 구축해야 할 지점들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잠깐 휘둘러 보기보다는 곱씹어 볼수록 뛰어난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2009/07/12 13:33
  2. Favicon of http://blog.jinbo.net/taiji0920/ BlogIcon 뎡야핑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국형 스릴러라는 이야기 지대 공감입니다. 근데 덧글에 이 작가를 보고 그림 못 그린다니-_-
    연출면에서 웹툰 스타일의 완성이라고도 생각하는데요, 그래서 단행본용으로는 좀 부적절하더군요. 머 그래도 소장가치는 충분함~_~

    2009/08/17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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