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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7일부터 7월 9일까지 경희궁 앞뜰에서 프라다 트랜스포머 영화제가 있었다. 얼핏 변신 로봇이 연상되는 이 영화제는 패션브랜드 프라다가 건축가 렘 쿨하스, 건축사무소OMA(Office for Metropolitan Architecture), OMA의 기획연구소인 AMO(Architecture for Metropolitan Office)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복합문화행사 ‘프라다 트랜스포머 프로젝트’의 두 번째 프로그램이다. 3월에 시작한 프로젝트는 경희궁 앞뜰에 육각형, 십자형, 직사각형, 원형의 4면을 이어 만든 입체구조물을 설치하고 그 안에서 미술, 영화, 패션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각각의 행사가 있을 때마다 구조물을 넘어뜨리거나 뒤집어서 변화를 시도하는 신기하면서도 ‘간지’나는 문화행사다. 패션 전시회 ‘웨이스트다운(WAIST DOWN)’이 열리는 동안(4월 25일~ 5월 24일) 육각형 쪽 면을 바닥으로 삼았던 구조물은 건물 전체가 크레인으로 들려 직사각형 면이 바닥으로 향하게 옮겨진 후 14일간 14편의 영화를 상영하는 프라다 트랜스포머 영화제의 극장으로 ‘트랜스폼’했다.

고가의 패션브랜드 프라다를 등에 업은 영화제는 그 이미지를 위해서인지 행사 자체가 고급스럽게 또는 우아하게 보이기를 원했던 모양이다. 고요하면서도 정갈한 경희궁의 앞뜰에 위치한 기하학적인 구조물은 그 미래적인 형태, 그리고 개념어들로 치장한 홈페이지와 팸플릿들로 말미암아 매우 지적이면서도 ‘부티’나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다만 유감스러운 점이 있다면 그 ‘고급스러움’과 ‘부티’가 관객의 편이와는 무관했다는 점이다. 떡하니 영어로 표기된 홈페이지(http://prada-transformer.com, 설정을 통해 한국어로 열람이 가능하지만 우측상단에 깨알 크기로 표시된 언어선택 토글을 클릭해야 한다)는 물론, 영화화면에 직접 영사되는 영어 자막과는 달리 화면 아래 50cm정도는 떨어진 별도의 화면에 떠오르는 한국어 자막은 이 영화제의 도도한 자태를 실감할 수 있는 진풍경이었다.

프로그램에 관여한 큐레이터 자리 역시 고급스런 이름들로 채워졌다. 프라다 트랜스포머 영화제는 <아모레스 페로스> <21그램> <바벨>의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을 전면에 세우고(영화제 팸플릿에는 그가 미국으로 이주한 것을 일종의 사건으로 유난히 강조하는 부분이 있다. 혹시 멕시코 출신 감독이라고 사람들이 무시할까 걱정스러웠던 것일까?) 뉴욕타임즈 영화평론가 출신의 엘비스 미첼을 공동 큐레이터로 삼아 영화들을 선정했다. 이들은 올해 칸영화제에서 평생 공로상을 수상한 알랭 레네의 1961년작<지난해, 마리앵바드에서>를 비롯해, 칼 테오도르 드레이어의 <오데트>, 베르너 헤어조크의 <아귀레, 신의 분노>와 같은 고전 명작들과 멕시코의 떠오르는 신예 카를로스 레이가다스의 <침묵의 빛> 같은 신선한 작품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 기라성 같은 큐레이터와 영화사를 수놓은 위대한 작품들...... 어찌 보면 이 수준 높은 영화제의 눈에는 관객이란 작고 보잘 것 없는 존재일 수밖에 없었던 것도 같다.

<오데트>

<아귀레, 신의 분노>


다시 생각해보면 토익 900점 정도는 맞아줘야 어디 가서 트림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이 요즘의 한국일진데 영어 자막도 못 알아보다니 당치도 않은 소리였겠지. 50cm쯤 떨어진 한글 자막을 확인하는 불편쯤이야 당연하고 또 당연한 것. 하지만 눈이 아플 정도의 기술적 문제는 좀 과하지 않았나 싶다. 1982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던 세리프 괴렌, 일마즈 귀니 감독의 작품 <욜>의 7월 7일 마지막회 상영은 지극히 불량한 화면으로 관객의 눈을 극도의 피로에 빠지게 만들었다. 아마도 그날 상영된 <욜>은 여느 영화처럼 1초에 24프레임이 영사되는 것이 아니라 1초에 10프레임이 영사되었던 모양이다. 그나마 유튜브에서도 보기 힘든 굵은 입자의 저화질 화면이었으니 정말로 굳은 심지를 요구하는 관람이었다.

영화제라는 것이 결국 관객과 영화가 만나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구조물이 자아낸 근사한 분위기에 취한 까닭이었는지, 아니면 개념어 충만한 예술 프로젝트에 고양된 영혼 탓이었는지, 프라다 트랜스포머 영화제는 관객들을 뒷전으로 미뤄두고 말았다. 혹시라도 이 위대한 영화들을 그리고 관객들을 프라다, LG, 현대 따위의 브랜드들을 그럴싸하게 보이기 위한 장식품 정도로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심히 우려되는 부분이다. 유주하 기자(FILMON) | 사진제공 에델만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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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구라구라  수정/삭제  댓글쓰기

    <Silent Light>을 관람했습니다.
    간지에 치중하는(?) 부분에 대한 기사의 지적은 일견 수긍이 가는 점이 있기도 합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본 기사가 문제제기하고 싶어하는 '관객을 별로 고려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겠죠.
    자막영사 부분은 더 정확히 확인해 봐야겠습니다만 들어온 프린트가 영어자막본이어서 외국 영화제처럼 아래에 별도의 시스템을 갖춰 놓은 것이 아닐까요? 그걸 한국관객을 무시하는 것으로 해석하기에는 좀 무리스럽다고 보여지는군요.

    2009/07/15 16:31
    • 쥬하  수정/삭제

      관심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영화제가 관객을 별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일견 수긍하신다고요? 이걸 관계자들이 봐야하는데 말이죠^^ 네 맞습니다. 이 영화제가 그랬어요. 말씀하신 '무시'에 관련된 부분이라면 '한국관객'보다는 '영어가 불편한 관객'이 더 정확하겠습니다. 그렇다면 확실히 그랬지요(홈페이지의 기본언어도 영어로 설정되어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어떤 영화제라도(물론 외국과 국내를 막론하고 말이죠) 가독성이 떨어지는 자막시스템을 준비했다면 비난을 면하기 어려운 법입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그 자막이라는 것이 화면과는 50cm가량의 거리를 두고 있었다는 겁니다. 영화제가 한국관객을 무시한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 건가요? 질문이 답이 되는 것 같군요.

      2009/07/15 18:43
  2. 구라구라  수정/삭제  댓글쓰기

    "본 기사가 문제제기하고 싶어하는"이란 표현은 일종의 반어법이랍니다.^^ 그걸 "이 영화제가 관객을 별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일견 수긍하신다고요"라고 독해하시면 제 의도를 정확히 반대로 이해하신 셈이 되는 것이지요.
    아무튼 그렇습니다~

    2009/07/16 09:27
  3. 자막볼까나 화면 볼까나  수정/삭제  댓글쓰기

    프라다는 명품 ... 나는 짝퉁
    짝퉁이 보기엔 너무 먼 영어...
    영어 공부하자.

    2009/07/21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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