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리그> 1992 | 감독 페니 마샬 | 주연 지나 데이비스, 마돈나
2차 세계대전은 미국사회 여성의 역할을 크게 변화시켰다. 당시 자그마치 1600만 명의 남성이 전쟁에 참전한 미국으로서는 그 빈자리를 메울 여성인력이 무엇보다 시급해진 때문이었다. 프로야구도 마찬가지. 전장으로 떠난 남자선수들을 대신해 여자선수들이 나서야 했다. <그들만의 리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터로 떠난 남자 선수들을 대신해 프로리그에 나섰던 여자야구선수들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는 선수들 각각의 개성과 남다른 이력을 코미디로 활용하는 한편, 진정한 스포츠 정신에 불타오르는 그녀들의 열정에 주목한다. 구단주들은 리그의 흥행을 위해 선수들의 실력보다는 성적인 매력에 주목하는바 선수들은 살을 드러내는 짧은 치마와 반팔차림을 강요당하고 긴 머리를 유지할 것을 요구받는다. 하지만 그녀들이 원하는 것은 거울 속에 비친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라 뛰어난 경기, 그리고 감동적인 승리다. 영화는 짧은 스커트에도 불구하고 시원한 슬라이딩을 서슴지 않는 여자선수들의 모습을 따뜻한 눈길로 담아냈다. 유주하 기자
<돌려차기> 2003 | 감독 남상국 | 주연 김동완, 현빈, 조안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할 수 없다는 규칙만으로도 태권도는 가장 이질적인 격투기로 인식되기 충분하다. 특히 세계대회를 통해 각인된 태권도의 예의 그 소극적인 자태는 종주국인 국내에서조차 격투기 정신을 제고하자는 기폭제로 작용했다. 마찬가지로 <돌려차기>의 불량학생들에게도 태권도는 ‘권(拳)’보다는 ‘도(道)’에 가까운 무엇. 이야기는 익히 예상할 수 있는 바대로 그들이 태권도를 ‘도’로 각인하는 순간을 향하며 그곳에는 당연하다는 듯 이들 루저를 위한 최초의 승리가 놓여 있다. 그러나 태권도의 특질을 추출해 그럴듯하게 펼쳐낸 성과와는 별개로 청춘스포츠물(특히 일본 스포츠만화)의 클리셰에 의존한 영화의 전체적 구성은 무척 아쉽다. 이를테면 부상의 격통도 무릅쓰고 출전한 불량소년 용객(김동완)의 마지막 경기는 “(농구를) 좋아합니다!”라 외치며 코트에 들어서던 <슬램덩크> 강백호의 아우라 그대로이니. 별다른 가공 없이 태권도라는 생경한 소재만으로 쌓아올린 <돌려차기>는 우리가 4년에 단 한 번 한국선수들의 압도적인 기량에 환호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껍질을 핥는데 그친다. 강상준 기자
<말아톤> 2005 | 감독 정윤철 | 주연 조승우, 이미숙
마라톤은 외로운 스포츠다. 승리 소식을 안고 있었으나, 전쟁의 폐허가 된 조국을 바라보며 달린 그리스 병사의 심정은 어땠을까. 또 험난한 여정을 완주한 선수 중 3등 안에 든 메달리스트만을 기억에 남는다. 작렬하는 태양 아래 숱한 연습을 하고, 42.195km를 내달려온 숱한 청춘들은 쉽게 잊힌다. 그런 의미에서 마라톤은 세상의 무관심 속에 살아가는 장애인의 삶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데 적확한 스포츠이다. 저 길 끝에 인간다운 삶이 존재할까? 완주를 했는데도 환호받지 못하면 얼마나 허망할까. 정윤철 감독은 초원이(조승우)가 달리는 과정 자체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외부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진다. 초원에게 달리는 것 자체가 행복의 순간이며, 그 길은 치유의 공간이다. 짙은 녹음 사이로 들어오는 눈부신 햇빛을 마주보며 달리는 초원의 표정은 그 자체로 명장면이다. 안효원 기자
<블레이즈 오브 글로리> 2007 | 감독 조쉬 고든, 윌 스펙 | 주연 윌 페럴, 존 헤더
김연아가 있기 전까지 피겨 스케이팅은 남의 나라 얘기였다. 그래도 ‘트리플 러츠’가 익숙해졌을지언정 남자나 남녀 혼성 피겨는 여전히 딴 세상 스포츠다. 예술성이 가미된 피겨 스케이팅은 여타 스포츠와 달리 낭만적인 데가 있어 종종 로맨스물의 소재가 된다. 하지만 그 역시 여자 피겨 스케이팅에 국한됐을 뿐이다. <블레이즈 오브 글로리>는 사랑스런 ‘은반 위의 요정’을 전복한 진상 루저물이다. 같잖은 경거망동으로 솔로 출전 기회를 박탈당한 두 라이벌이 세계 최초로 ‘남남 혼성’ 피겨팀을 꾸려 재기를 노린다는 황당무계한 설정은 고광택 쫄쫄이 의상에 민망한 자세가 결합된 찬란한 슬랩스틱 코미디로 이어진다.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무장한 돌+아이와 고상한 아이스 프린스의 얼치기 페어 스케이팅 한판에 웃지 않고 버틸 재간이 없다. 피겨를 마음껏 희화하면서도 바보들의 무모한 도전으로 ‘스포츠 정신’을 일깨우는 별난 스포츠 영화다. 정미래 기자
<슈팅 라이크 베컴> 2002 | 감독 거린더 차다 | 주연 파민더 K. 나그라
데이비드 베컴 같은 축구 선수가 되고 싶은 10대, 선머슴 같은 여자, 인도계 영국인. 제스(파민더 K. 나그라)는 이런 사람이다. 하지만 이 중 어떤 것도 가정과 사회로부터 환대받지 못한다. 환대는 둘째 치고, 있는 그대로의 제스를 인정해 주기만 해도 좋으련만 제스의 부모는 천방지축인 제스에게 얌전한 처녀로 자라 좋은 집에 시집가야 한다고 타이르기 바쁘다. 결국 부모 몰래 들어간 여자축구팀에 들어가는 제스. 코치 조(조나단 리스 마이어스)에 대한 마음이 점차 남달라지는데다 부모에게 축구팀에 들어간 사실을 들키면서 제스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과 ‘자신에게 강요되는 것’ 사이에서 고민한다. 끝내 제스는 가정과 사회의 강요를 이기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다.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변화와 성장을 거듭하는 제스. 마침내 제스는 베컴의 멋진 프리킥처럼 유연하게 가정 혹은 사회와 소통하는 법을 배운다. 이 영화에서 여자축구는 제스의 정체성과 성장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소재로 쓰인다. 스포츠영화로서 축구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나 경기 장면이 돋보이는 영화는 아니지만 축구에 대한 열정을 통해 사회와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재치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장성란 기자
<스틱 잇> 2006 | 감독 제시카 벤딘거 | 주연 미시 피르그램, 제프 브리지스
체조만한 ‘올림픽용 스포츠’도 없다. 하계 올림픽 때가 아니면 구경조차 힘들고 덕분에 스크린에서 만나기도 요원하다. 그런 점에서 <스틱 잇>은 작품성 여부를 떠나 일단 귀한 영화다. 실력 있는 반항아가 괴팍하지만 사려 깊은 멘토를 만나 인재로 거듭난다는 전형적인 성장영화의 구조를 띠고 있지만, ‘비인기’를 넘어 ‘올림픽용’에 그친 낯선 스포츠의 매력을 적극적으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색다른 가치를 지닌다. 영화는 선수들의 피땀 어린 연습 장면이나 우여곡절 끝에 메달을 거머쥐는 스포츠물의 룰에서 벗어나 체조 본연의 미학을 펼쳐내는데 열중한다. 절도와 유연성이 조화를 이룬 선수들의 기계적 움직임을 현란한 그래픽 영상처럼 묘사함으로써 시각적 쾌감을 극대화했으며, 스타 캐스팅으로 ‘흉내’에만 그친 게 아니라 체조선수로서의 사실성을 갖춘 배우들을 내세워 스포츠 영화만의 전문성과 에너지를 살려냈다. 놀라운 균형감각과 스피드로 나비처럼 비상해 완벽한 착지(Stick it)를 이뤄내는 그들의 신체가 그저 경이로울 뿐이다. 정미래 기자
<워터보이즈> 2002 | 감독 야구치 시노부 | 주연 타케나카 나오토, 츠마부키 사토시
스포츠의 역사는 성차별의 역사이기도 하다. 그리스 시대, 여성은 올림픽경기장에 입장조차 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차별 받는 쪽이 항상 여성이라는 것은 아니다. 스포츠가 발전을 거듭하고 세상이 변하면서 몇몇 종목들은 도리어 남성을 차별하고 있다. 수중발레가 그렇고, 리듬체조가 그렇다. <워터보이즈>는 금남의 스포츠, 수중발레에 도전하는 남자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다. 여자들만 하는 운동을 할 수 없다며 손사래를 치던 어린 남학생들이 어색한 동작으로 수중발레를 받아들이는 과정은 그 자체로 웃음의 요소가 되는 한편, 스포츠 영화로서의 볼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자신의 동작과 동료의 동작을 일치시켜야 하는 단체 스포츠인 수중발레는 그 수련 과정에 있어서 자신의 삶을 성찰하게 하고 동료를 이해하도록 돕는 성장호르몬 역할을 담당한다. 이런 훈훈한 성장담에 발맞춘 꽃미남들의 삼삼한 몸매는 이 영화의 진정한 무기. 적당히 가녀리면서도 젊음의 에너지가 충만한 어린 남학생들의 육체가 다수 여성관객들과 소수 남성관객들의 망막을 강타한다. 유주하 기자
<천하장사 마돈나> 2006 | 감독 이해영 이해준 | 주연 류덕환 백윤식
<슈팅 라이크 베컴>과 마찬가지로 <천하장사 마돈나>에서도 주인공이 스포츠를 통해 정체성을 확인한다. 여자가 되고 싶은 17세 소년 동구(류덕환). 그에게 마돈나처럼 화려하게 춤추고 노래하는 여자가 되고 싶다는 꿈은 태어났을 때부터 간직해 온 자연스러운 소망이다. 그와 함께 동구는 씨름에 대한 재능 역시 타고 났다. 동구의 학교 씨름부 감독(백윤식)이 예사롭지 않은 동구의 허벅지와 장딴지를 알아본 것. 그러나 동구는 그 재능이 부끄럽다. 이만기, 강호동이 천하장사 타이틀을 놓고 격돌하던 시대도 아니고 마돈나처럼 늘씬한 여자가 되고 싶은 동구에게 77사이즈도 모자란 살집이 반가울리 없는 것.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성전환수술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씨름을 시작한 동구는 씨름대회를 준비하며 아버지(김윤석) 앞에서 여자가 되고 싶다 외치고, 뚱뚱해도 마돈나처럼 무대 위에서 멋지게 빛나는 여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렇게 동구는 모래판 위에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고 세상 앞에 자신을 떳떳하게 드러내는 법을 배운다. 그것이야말로 동구가 영화의 끝에 거머쥔 진정한 챔피언 타이틀이다. 씨름 팬티만 입은 덩치 큰 남자들의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몸부림이 영화의 유쾌한 분위기에 여운을 더한다. 장성란 기자
<피구의 제왕> 2004 | 감독 로슨 마샬 터버 | 주연 벤 스틸러, 빈스 본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 쯤 해봤을 운동 피구. 하지만 우리가 유년의 기억을 잊듯, 피구는 어른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다. 하지만 피구처럼 격한 스포츠도 없다. 밀폐된 공간에서 상대방의 몸을 직접 공격하는 구기 종목은 피구 말고 없다. <피구의 제왕>은 피구의 공격성과 자본의 무자비함이 절묘하게 결합한 작품이다. ‘루저’들의 행복 공간 애버리지 조 체육관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한다. 그들은 체육관을 살리기 위해 5만 달러가 걸린 피구 대회에 참가한다. 하지만 그들의 맞상대는 돈을 ‘발라’ 막강한 전력을 구축한 길 건너 글로보 피트니스 센터 팀이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고 했던가. 과도한 욕심을 화를 부르고, 이들은 루저들에게 무릎을 꿇는다. 영화의 마지막, 뚱뚱보가 돼 버린 화이트 굿맨(벤 스틸러)은 욕망을 주체 못한 물질만능주의의 비극적 최후를 보여준다. 안효원 기자
<핑퐁> 2002 | 감독 소리 후미히코 | 주연 쿠보즈카 요스케, 아라타
지상에서 가장 가벼운 공을 가지고 하는 경기, 탁구. 하지만 녹색 테이블을 두고 겨루는 이 스포츠 역시 지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스포츠만큼이나 치열한 격전지를 이룬다. 천재작가 마츠모토 타이요의 동명만화를 원작으로 한 <핑퐁>은 페코, 스마일, 아쿠마, 차이나, 드래곤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다섯 선수를 중심으로 더욱 더 강해지기 위해 경쟁하는 열정의 세계를 묘사한다. 부단한 노력이 과연 천재를 이길 수 있는지를 대전제로 두고 다섯 명 각자의 독특한 경기 스타일, 페코(쿠보즈카 요스케)와 스마일(아라타)의 라이벌 구도, 천재의 슬럼프와 재기를 더하는 <핑퐁>은 최강을 목표로 피땀 쏟는 스포츠 보편의 이야기로 응축된다. 재능 있는 각본가 쿠도 칸쿠로가 완성한 시나리오는 원작의 섬세하고 진중한 전개보다는 코믹한 요소를 택했으며 결과적으로 영화는 더욱 밝고 싱그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강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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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러닝이 빠졌네요.
2009/07/16 13:51경기 이름도 이상한 봅슬레이..
대단한 사람들
이글을 보고 천하장사 마돈나를 보기로 했네요. 줄거리를 재밌게 잘 쓰셨습니다. ^^ 돌려차기, 워터보이즈, 스틱잇, 핑퐁 빼고 다 봤는데 이정도면 좀 본건가요? ^^;
2009/07/17 08:01좋은 영화를 추천해드리게 되다니 기분 좋은 걸요.^-^* 영화가 마음에 드실 거라 믿습니다.
2009/07/17 16:55여기 나와 있는 영화 많이 보신 걸 보니 스포츠 영화를 많이 챙겨보시는 분이신가 봐요.
김동완씨 부분을 저희 팬페이지로 출처를 밝히고 퍼갈게요. 혹 문제되시면 말씀해주세요.
2009/07/18 15:41FILMON의 기사는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에 한해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현재 시스템상 퍼가기를 금지해놓은 상태라 어디로 어떻게 발췌해서 퍼가셨는지 궁금하네요. 여러 가지 제반사항 때문에 퍼가기보다는 다이렉트 링크를 추천합니다.
2009/07/18 17:35안녕하세요?^.^
2011/08/30 16:40저희는 SKT 대학생 자원봉사단 Sunny입니다~!
Sunny의 에디터그룹이 운영하는 써니블로그와 오픈캐스트에서는
(blog.besunny.com)(opencast.naver.com/SK031)
써니의 활동이야기와 함께 새로운 대학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한 여러 글들을 쓰고 있습니다.
이번 오픈캐스트의 주제인 '야구와 여자'와 관련된 글들을 검색하다 저희 주제와 잘 맞는 글 인것 같아
함께 넣어보았습니다^^ 저희 써니 오픈캐스트에도 한 번 놀러오세요~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