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입문자를 위함이다. 매년 이맘쯤이면 어김없이 록페스티벌들이 줄지어 열리고 사람들이 모여든다. 아는 사람들은 다 알고, 가는 사람들은 또 가는 그런 행사들이다. 하지만 어제 록페스티벌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아버린 사람은 어쩌란 말인가. 나이 서른에 또는 마흔에 록페스티벌의 존재를 처음 깨달은 사람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음악의 매력, 특히 야외음악축제의 매력에 걷잡을 수 없는 끌림을 느끼면서도 덧없이 들어버린 나이 때문에, 또는 시간이 부족해서, 아니면 주변에 함께 갈 친구들이 없어서, 심지어 그곳에서 어찌해야 할지 모를 자신이 불안한 나머지 행사 홈페이지 언저리만을 맴돌고 있을 소심한 영혼들을 생각하니 알 수 없는 사명감에 불타올랐다. 입문자들은 두렵다. 값비싼 티켓도 그렇지만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비가 오면 어떻게 할지, 끼니는 어디서 해결하는지, 도시락이라도 싸가야 하는 건 아닌지 궁금한 것이다. 그래서 감히 써보려는 것이다. ‘록페스티벌 입문자를 위한 가이드북’을. 유주하 기자(FILMON) | 사진제공 옐로우나인, 아이예스컴
1. 여름 록페스티벌들
■펜타포트 록페스티벌(7/24~26)
1999년 첫 개최됐지만 단발에 그쳤던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의 후신이다. 2006년 ‘펜타포트’라는 이름으로 재개돼 국내 최대 규모의 록 페스티벌로 자리 잡았다. 펜타포트의 힘은 비로부터 비롯됐다. 1999년 갑작스런 집중호우로 인해 파행 운영됐던 경험을 거울삼아 비에도 문제없는 음향시스템 및 제반사항을 마련했다. 재개된 이후에도 매년 비가 내렸지만 공연은 무리 없이 진행됐다. 이제는 비가 오지 않으면 아쉬울 정도. 장화와 비옷이 필수 준비물이다. 라인업에 있어서는 일본의 대표적인 록 페스티벌인 후지 록 페스티벌과 연계해, 이전에는 구경조차 힘들었던 네임드급 밴드들을 국내로 불러들이는 중이다. 올해는 부활, 노브레인, 넥스트, 서울전자음악단 등 국내밴드들의 메인무대 비중이 높아졌다. 헤드라이너는 폭발적인 하드코어 밴드 데프톤스(Deftones)다. 비교적 수도권에서 가까운 인천 송도에서 열리지만 도로상황이 여유로운 편이 아니다. 될 수 있으면 대중교통, 그 중에서도 지하철 이용을 권하고 싶다.
■지산밸리 록페스티벌(7/24~26)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을 공동 주관하던 공연기획사 옐로우나인이 떨어져 나와 올해 최초로 개최하는 록 페스티벌이다.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지산리조트를 중심으로 휴양형 록 페스티벌을 표방하고 있다. 3일간의 일정을 모두 즐기기 위해선 숙박이 필수. 공연장 근처에는 팬션, 민박 등 다양한 숙박시설이 있으며, 현장에선 텐트렌탈(1인당 10000원의 캠핑권+텐트렌탈 30000원 가량)이 가능한 캠핑존 역시 운영하고 있다. 첫 개최를 알린 페스티벌인 만큼 라인업에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자칭 비틀즈에 견줄만한 밴드라는 영국의 오아시스(Oasis)를 필두로 속칭 펑크의 대모라 불리는 패티 스미스(Patti Smith), 그 외에도 위저(Weezer), 베이스먼트 작스(Basement Jaxx) 등을 불러들였다. 수려한 자연풍광과 열띤 록 사운드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 그야말로 휴가와 공연이 혼연일치한 록페스티벌이다.
■부산국제 록페스티벌(8/7~9)
1999년 광안리해수욕장에서 처음으로 개최된 이른바 ‘해양 록페스티벌’이다. 2002년부터는 다대포해수욕장으로 자리를 옮겨 올해 10회를 맞는다. 바다를 끼고 열리는 덕분에 시원스런 광경과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라인업은 주로 국내 밴드들이 중심이 되는데, 올해는 예능프로그램으로 제 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백두산을 비롯해 김창완 밴드, YB와 같은 연륜 있는 그룹들이 페스티벌을 이끌 예정이다. 2박 3일 동안의 일정에도 불구하고 매일 밤 11시 정도면 공연이 종료되는 점이 아쉽다. 바다를 앞에 두고 야간 공연까지 열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안전사고의 위험도 있고 소음의 문제도 있을 테니 어쩔 수야 없지만 못내 아쉬운 부분이다.
■동두천 록페스티벌(8/14~16)
경기도 소요산 국민관광지에서 열린다. 규모 및 시설은 조촐한 편이다. 특이한 부분이 있다면 밴드 콘테스트가 병행된다는 점. 3개 부문(고교, 대학, 일반)별 예선이 진행되고 페스티벌 첫날인 14일에 본선이 벌어진다. 아마추어 밴드인 만큼 설익은 연주력이나 낯선 무대매너가 대부분이지만 간혹 이 나라, 록의 미래를 짊어질 재능이 엿보이기도 한다. 물론 아주 가끔 말이다. 올해 메인 무대 라인업은 이현우, 문희준이 눈에 띈다. 혹자는 코웃음을 치겠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뮤지션들이다. 특히 그간 록음악과는 거리를 두던 이현우의 무대가 궁금하다.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같은 리메이크를 포함한 그의 몇 앨범들은 국내 록음악의 중대한 이정표였다. 지난 이력으로 평가절하당한 문희준의 공연도 기대된다.
■ETP FEST(8/15)
서태지가 기획하고 국내·외 유명 뮤지션들이 출연하는 록페스티벌이다. ETP는 ‘기괴한 태지 사람들의 축제(Eerie Taiji People Festival)라는 의미인 만큼, 서태지의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록페스티벌이다. 하지만 서태지 이외에도 출연 뮤지션들의 이름이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한다. 가령, 2008년의 경우 마릴린 맨슨(Marilyn Manson)이 관객들을 지옥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비가 억수같이 쏟아짐에도 불구하고 1시간 정도를 추가로 공연, 관객들을 좀비로 만들어버렸다). 올해는 나인인치네일스(NIN), 림프 비즈킷(Limp Bizkit), 킨(Keane)이 한 자리에 모일 예정이다. 단 하루 공연에 이 정도 밴드들이 모이는 것은 ETP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서태지가 공연에 들이는 돈의 규모는 확실히 남다르다. 그만큼 표 값도 비싸다). 서태지의 본 공연을 앞둔 준비 시간이 다소 길다는 점이 거슬리지만 그에 상응하는 뛰어난 무대를 볼 수 있다.
2. 록 페스티벌 유의사항
■체력을 비축하라
노는 데에 체력이 필수라는 것은 놀아본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어떤 일이라도 체력은 기본이지만 노는 데에는 일하는 것보다도 많은 체력이 필요하다. 2, 3 시간 정도에 불과한 공연이라면 서있는 시간도 소리를 지르는 시간도 그 정도를 넘지 못한다. 하지만 2박 3일에 달하는 뮤직페스티벌에선 그야말로 스케일이 달라진다. 모두들 즐겁게 노는 곳에서 앉을 곳을 찾아 헤매는 처지를 상상해 보자. 그런 당신을 측은한 눈길로 바라보는 팔팔한 사람들을 생각해보자. 그런 일이 있어선 안 된다. 당장이라도 조깅에 나서야 한다. 줄넘기라도. 이도저도 힘든 상황이라면 잠이라도 푹 자둬야 한다.
■미친 사람처럼 입어라
록페스티벌에 간다면 절대적으로 그래야한다. 록페스티벌은 공연도 공연이지만 관객의 행동도 공연이 되는 곳이다. 최대한의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다스베이더가 될 수도 있고 스타트루퍼가 될 수도 있다. 마녀 분장을 할 수도 있고, ‘미친놈입네’ 하고 환자복을 입을 수도 있다. 용기가 있다면 벗고 다닐 수도 있겠다(혹시나 싶어 말하는데 농담이다). 할로윈 파티라고 생각하고 최대한 느낌 충만한 분장을 시도하자. 견광봉, 깃발, 인형(펜타포트록페스티벌에 3년 동안 빠지지 않은 토끼인형은 꽤 유명하다) 등의 아이템들을 활용할 수도 있다. 가장 쉬운 건 아무래도 가면분장이다. <스크림>에 나왔던 가면은 언제나 정겨운 분장이다. 로즈웰 사건의 외계인 가면도 인기품목 중 하나. 일단 얼굴을 가리게 되면 미친 척하는 것도 한결 수월해진다.
■공부해 가라
이거 끔찍한 소리인줄 안다. 아니 놀러가면서 공부라니. 그래서 강요는 안한다. 하지만 공부해서 손해 본 사람 없다. 고시 붙어서 죽을 것 같다는 사람 있나. 회계사 되서 후회한다는 사람 있나. 무서운 일이지만 공부해 가면 공연이 즐거워진다. 그 공부라는 게 어려운 건 아니다. 공연할 곡들을 반복 또 반복해서 듣는 것이다. 공연장에선 흔한 일인데, 흔히들 ‘떼창’이라고 하는 게 있다. 노래를 떼 지어 합창한다고 ‘떼창’이다. 모두들 따라 부르는 데 참새새끼마냥 입만 뻥긋거릴 수야 없지 않은가(공연장 가보면 의외로 가사 외운 사람 엄청 많다). 외워라. 직접 써서 벽에다 붙여놓고, 받아쓰기 해가면서 외워라. 정말 어렵다면 국내그룹 위주로 연습해 가면 된다(대규모 록페스티벌은 3개 정도의 무대를 동시에 운영한다. 놀기 적당한 무대를 찾아 돌아다니는 것이 좋다). 즐거움이 배가 된다.
■도시락은 짐이다
도시락을 준비한다면 돈을 아낄 수는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체력이 낭비될 것이다. 도시락도 짐이다. 2박 3일 정도 진행되는 뮤직 페스티벌들은 자체적으로 음식코너를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펜타포트, 지산밸리 페스티벌의 경우, 간이음식점이 넘쳐난다. 메뉴도 다양하고 가격도 적당하다). 그래도 음식을 준비해 간다면 최대한 부피는 작으면서도, 부패가 되지 않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 더운 날씨와 습기 때문에 놀러갔다가 환자 되는 수가 생긴다. 지친 몸을 짧은 시간 내에 회복시킬 수 있는 단당류 제품도 좋다. 물론 당뇨병은 책임 못 진다.
■비는 축복이다
야외에서 열리는 록페스티벌에 비가 내린다면 십중팔구 지옥 같은 광경이 펼쳐진다. 바닥은 질퍽거리고 옷과 신발은 축축하게 젖는다. 하지만 땀에 젖을 바에야 비가 낫다. 그리고 분위기 띄운답시고 물대포도 사용하는 마당에 비를 불평하다니 좀 이상하지 않은가. 예를 들어 펜타포트록페스티벌은 비가 내리지 않은 적이 없었다. 덕분에 분위기는 더 좋았다. 물론 준비해야 할 것들이 몇 가지 있다. 비옷 그리고 장화. 모두 현장에서 판다. 미리 준비해 갈 수도 있겠지만 역시 짐이다. 아무래도 먼저 준비해야 직성이 풀린다면(펜타포트, 지산밸리가 아니라면 준비할 것을 추천한다) 비옷의 경우 가볍고 단조로운 것을, 장화의 경우 독특한 색상의 것을 추천한다. 비옷이 너무 완벽할 경우 오히려 더워지는 문제가 생긴다. 차라리 비를 조금 더 맞더라도 단순하고 가벼운 형식의 비옷이 좋다. 장화는 파란색, 빨간색, 흰색이 보통인데, 빨간색이나 흰색을 추천한다. 파란색은 좀 많이 촌스럽다. 대인배라면 이참에 패션아이템이 될 만한 근사한 장화를 구입할 수도 있겠다(물론 방수되는 걸로다가).
■욕심을 버려라
지나치면 아니함만 못하다. 가령 멋있어 보이고 싶은 맘에 하이힐 신고 오는 언니들 계시다. 이거 잘못하면 너 죽고 나 죽는다. 모두들 흥분해서 뛰다보면 본의 아닌 충돌이나 접촉이 자주 발생한다. 이런 밀집대형에서 위험한 물건들은 될 수 있는 한 착용하거나 휴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흡연자들도 그렇다. 음악에 취해 한 개비 피어 올리는 마음이야 모르는 바 아니지만 적당히 뒤로 빠지는 정도는 기본이다(무대에서 멀어질수록 인구밀도가 낮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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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포트와 지산, 앞으로도 계속 저렇게 갈라져서 열릴까요 =_= 좀 안타깝기도 합니다.
2009/07/25 12:36지산락페를 꼭 한 번 가 보고 싶어요. 휴양 컨셉과 합쳐진 록 페스티벌이라...
한번쯤 가보고 싶은대
2009/07/25 16:09무슨 일상이 제게 시간을 허락 안하는지 ...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모든분들 즐겁고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