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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할 길 없지만) ‘세계 최초 스키점프 영화’라는 선구자적 자신감을 내세운 <국가대표>는 일단 스포츠물로서 완벽한 재료 하나만큼은 챙기고 출발했다. 자마이카 선수들의 봅슬레이에 비할 바는 아니어도, 스키점프가 뭔지도 모르는 패배자들이 훈련 시설 하나 없는 곳에서 맨 땅에 헤딩하는 모양새는 좌충우돌 연습 과정과 불굴의 도전정신이 담긴 스포츠 영화의 미덕을 드러내기에 더없이 적절하다. 불가능에 가까웠던 대한민국 최초 스키점프 팀의 실화는 각자 기구한 사연을 짊어진 청춘들의 오합지졸로 시작해 열악한 환경 속 애처로운 훈련, 메달보다 최선을 다하는 데 의의를 둔 교훈적 메시지를 남기며 더도 덜도 없이 짐작 그대로의 스포츠 영화로 가공됐다.

스키 두 짝에 모든 걸 의지한 채 드높은 상공에 몸을 날려 남 보다 멀리 활강한 후 완벽한 착지를 이뤄야 하는 스키점프는 보는 이에게 짜릿함을 선사하는 익스트림 스포츠다. <국가대표>는 스스로 강점으로 내세운 ‘최초’ 스키점프 영화로서 스키점프라는 스포츠를 영화적으로 표현해내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무릎 튀어나온 추리닝에 공사장 안전모를 쓰고 고무호스로 물 뿌려가며 처절하게 연습하는 모습부터 시간이 흐를수록 완벽한 점프력을 갖춰가는 선수들의 일취월장, 그리고 하이라이트인 나가노 동계 올림픽에서의 프로다운 경기 장면까지 땀내 가득하고 시원시원한 영상이 오감을 자극한다. 특히 올림픽 경기 장면이 주는 스릴과 상쾌함은 더위를 식혀줄 여름영화로서는 제격이다. 스키점프의 속도감과 스케일을 실감나게 잡아낸 역동적인 비주얼은 두고두고 칭찬받을 만하다.


그런데 가식적이고 조잡한 이야기가 없어도 될 썰렁함을 유발한다는 점이 안타깝다. ‘SKI’를 ‘SKY’로 쓰는 코치(성동일)나 이유 없이 객기만 부리는 흥철(김동욱), 어색하기 그지없는 바보 연기의 봉구(이재응) 등 여러 캐릭터들이 문란한 개인플레이에 몰두한 나머지 자꾸 흐름이 끊긴다. 가장 이해 안 되는 건 느닷없이 등장한 코치의 딸이다. 다단계에 빠져 아빠를 괴롭히는 그녀의 시크한 척하는 무표정함은 가뜩이나 서걱거리고 썰렁한 이야기에 찬물을 끼얹는다. ‘웃겨야 한다’는 강박은 오히려 억지스러움만을 전해준다.

<국가대표>의 강박관념은 웃겨야 한다는 것뿐만이 아니었다. 웃겼으니 울려야겠다고 작정이라도 한 듯 비인기 스포츠의 설움과 국가대표로서의 조국애, 만고불변의 가족애를 부각시켜 감동을 쥐어짜려 한다. 쇼트트랙만 싸고도는 동계 올림픽 조직위원회, 한국 선수를 대놓고 조롱하는 미국 선수의 행태나 경기를 마치고 태극기 휘날리며 눈물의 애국가를 부르는 장면, 또 입양아 밥(하정우)의 친모가 주인집 딸에게 구박 받는 모습과 마지막 공항에서의 모자 상봉 등 도를 넘은 신파적 설정들이 온 몸을 오그라들게 한다. 비인기 스포츠를 앞세운 ‘웃기다 울리기’ 전략은 앞서 개봉한 <킹콩을 들다>와 비슷한데, <국가대표>는 수위 조절에 실패한 듯 보인다.

어찌됐든 <국가대표>는 스포츠 영화다. ‘스포츠 영화의 탈을 쓴 머시기’가 아니라 그냥 스포츠 영화라는 것이다. 조악하고 뜨뜻미지근한 스토리가 감점으로 작용하긴 하지만, 스키점프가 주는 청량함과 짜릿함만큼은 한국 스포츠 영화의 국가대표감으로 손색이 없다. 정미래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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