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다란 굴뚝을 타고 포드득포드득 수만 개의 풍선이 피어오른다. 순식간에 파란 하늘이 색색의 풍선으로 뒤덮인다.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흔들흔들 춤추는 풍선들. 그 때다. 하늘에서 펼쳐지는 평화로운 율동이 땅을 들썩인 것은. 후드득, 땅에서 집 바닥이 뜯기더니 곧 집 전체가 하늘로 둥실둥실 떠오르기 시작한다. 이 때 칼이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고는 소리친다. “잘 있어라, 밥맛들아!”
<업>은 애니메이션 전문 제작사 픽사 스튜디오의 10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살아 움직이는 장난감(<토이 스토리>(1995) <토이 스토리 2>(1999)), 말썽쟁이 개미 발명가(<벅스 라이프>(1998)), 벽장 속 괴물의 세상(<몬스터 주식회사>(2001)), 부모 잃은 물고기(<니모를 찾아서>(2003)), 은퇴한 슈퍼히어로 가족(<인크레더블>(2004)), 느림의 미학을 깨닫는 자동차(<카>(2006)), 요리사를 꿈꾸는 생쥐(<라따뚜이>(2007)), 홀로 지구를 지키는 청소 로봇(<월-E>(2008))에 이어 <업>에서는 ‘수만 개의 풍선을 타고 하늘을 나는 집’을 스크린 위에 그려 보인다.
<업>을 보고 있으면 과연 ‘픽사답다’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업>이 그저 기발한 상상력에만 그치는 애니메이션이었다면 ‘픽사답다’는 감탄을 들을 수 없었을 것이다. 픽사는 1995년 첫 번째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를 발표한 이후 지금까지 누구나 한번쯤 상상해봤을 법한 소재, 뻔하지 않은 이야기, 현대인의 각박한 생활을 꼬집는 풍자와 유머로 매번 전 세계 남녀노소에게 환영받는 작품을 발표해왔다. 그로 인해 픽사는 그 이름만으로 사람들의 기대를 부풀리는 최고의 애니메이션 상표가 됐다.
<업>의 시작은 ‘수만 개의 풍선을 타고 하늘을 나는 집’이지만 그것은 작은 실마리에 지나지 않는다. <업>의 이야기는 어디로 날아갈지 모르는 풍선처럼 자유롭게 바람을 타고 흘러간다. 그 바람을 따라 <업>의 굴뚝 위로 심술궂은 할아버지의 어릴 적 꿈이, 먼저 하늘로 떠난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마음이, 늘 바쁜 아빠의 얼굴을 보고 싶은 소년의 소망이, 대자연의 신비를 찾아 떠나는 모험의 흥분이, 정체불명의 새, 정신없는 강아지와 금방 친구가 되는 동심이, 명예에 눈이 먼 탐험가의 위험한 욕심이, 목숨을 다해 새끼를 지키려는 어미 새의 모정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추격전의 긴장감이, 할아버지와 소년의 나이를 뛰어넘은 우정이 피어오른다. 형형색색의 풍선을 따라가는 모험은 그래서 한 순간도 지루할 틈이 없다.
특히 <업>은 픽사의 애니메이션이 단순히 아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을 넘어 아이, 어른 모두에게 환영받는 이유를 명확히 보여준다. 처음부터 픽사의 애니메이션은 잘 알려진 동화를 바탕으로 했던 기존의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철학적인 주제를 자랑하는 재패니메이션의 사이의 틈새를 메우며 나타났다.
<라따뚜이>
<인크레더블>
일단 누구나 한번쯤 상상해봤을 법한 소재가 눈길을 끌었다. 그중 대부분은 자신이 장난감이 아니라고 믿는 장난감(<토이 스토리> 시리즈), 어린애 하나에 쩔쩔매는 벽장 괴물(몬스터 주식회사), 은퇴 후 15년이 지나 배불뚝이 소시민이 된 슈퍼히어로(인크레더블), 느리게 달리기의 즐거움을 깨달은 경주용 자동차(<카>), 요리사를 꿈꾸는 부엌의 불청객 생쥐(<라따뚜이>) 등 고정관념을 뒤엎는 것들이었다. 이처럼 픽사의 애니메이션은 상식을 뒤엎는 상상력으로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만들어나갔다. 결말까지 익히 알고 있는 동화에 뿌리를 둔 기존 디즈니의 애니메이션과는 확연히 달랐다.
현대 사회의 상식을 뒤집은 이야기는 자연스레 웃음과 꿈이 메마른 현대인의 생활을 통찰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물론 그 주제가 재패니메이션처럼 심오한 수준에 미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재패니메이션이 심도 깊은 주제로 막강한 마니아 군단을 얻었다면 픽사의 애니메이션은 오히려 모두가 공감할 만한 어렵지 않은 주제로 남녀노소를 막론한 많은 관객들의 공감을 샀다.
<업>은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봤을 법한 소재,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 현대인의 메마른 생활을 뒤돌아보게 만드는 주제까지 픽사 애니메이션의 삼박자가 잘 어우러진 작품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풍선을 타고 하늘을 나는 상상을 해봤을 터. 칼의 집이 수만 개의 풍선을 타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순간, 관객들은 자신들의 상상이 스크린 위에서 그대로 실현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더욱이 <업>은 3D 디지털 영화. 특수 안경을 쓰면 그 같은 장면이 바로 눈앞에서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펼쳐진다.
<업>의 재미는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사실 풍선은 백발의 칼과 보이스카우트 대원 러셀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태우고 날아오를 수도 있었다. 꼬마 탐험가 칼과 엘리가 그 주인공이 될 수도 있었고, 노부부가 된 칼과 엘리가 그 주인공이 될 수도 있었다. <업>은 한 가지 이야기에 매달리지 않고 계속해서 이야기에 새로운 이야기를 덧붙인다. 그래서 <업>의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 치 앞도 예상할 수가 없다. 그만큼 흥미진진하다.
그 이야기 속에는 쳇바퀴 도는 듯한 생활 속에 꿈을 잊고 사는 현대인의 모습이 서려 있다. 아내 엘리를 잃고 혼자가 돼서야 하늘로 날아오를 용기를 낸 칼은 엉겁결에 탐험을 함께 하게 된 러셀을 보며 자신의 어린 날을 떠올린다. 러셀이 보이스카우트 활동에 매달리는 이유는 배지 수여식에서나 바쁜 아빠 얼굴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갖은 모험을 통해 칼과 러셀은 서로 엘리와 아빠의 빈자리를 대신하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남녀노소를 한데 어우르는 픽사 애니메이션의 특징이 <업>에 이르러 칼과 러셀의 관계를 통해 보다 직접적으로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픽사 애니메이션은 현대인에 가슴 속에 잠들어 있는 동심을 깨우는 데 성공했다. 일단 가슴 속의 동심이 살아 움직이는 걸 느낀 관객은 또 다시 그 황홀한 경험을 하기 위해 기꺼이 픽사의 애니메이션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업>은 그 기다림이 헛되지 않음을 또 한 번 입증하는 동시에 2010년에 개봉하는 <토이 스토리 3>를 다시금 기다릴 이유를 만들어주는 작품이다. 장성란 기자(FILMON)
지난해 여름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는 꿈의 공장 픽사스튜디오의 20주년 기념전이 있었습니다. 작년에 처음 '픽사'를 알았을때 '픽사'라는 제작사는 무척 생소한 곳이었습니다. '월트디즈니'의 토이스토리, 니모를 찾아서, 라따뚜이 등 흥미로운 3D애니메이션이 완전한 디즈니의 것이 아니었음도 알게 되었죠. 또한 6개월 동안 킴은 '픽사'를 최전선에서 국내에 홍보하는 업무를 담당함으로써 나름 특별한 인연을 맺었다고 생각합니다.^^v <네이버 컬처플..
지난 토요일 오랜만의 블로거 영화 모임을 갖으며 일련의 블로거들과 극장을 찾았다. 이번에 모인 다섯명의 블로거가 몰려가 본 영화는 디즈니•픽사의 업(UP). 업 감독 : 피트 닥터, 밥 피터슨 출연 : 이순재, 에드워드 애스너 더보기 한방울 눈물과 한바탕 웃음! 2009년 가장 아름다운 영화 <업> 애니메이션 사상 최초 칸 개막작 선정 .. 더보기 매년 놀라운 기술력과 맛깔스런 스토리텔링이 곁들여진 멋진 애니메이션으로 눈길을 사로잡고 있는 그들이 만..
오랜만에 찾아온 픽사 애니메이션이 되는군요. 토이스토리, 몬스터 주식회사 등을 비롯한 픽사의 대작들을 바라볼때면 영화를 보는 팬 스스로도 동심으로 되돌아가는 느낌을 들게 만들어버립니다. 특히 이번 "업"의 경우는 올 6월달에 개봉된 트랜스포머(2009)보다 먼저 개봉 날짜를 궁금해 할 정도로 무척이나 애걸복걸 했던 작품이었던 터라 애니메이션의 결정판을 기대했던 것은 필연이 아니었을까요? 애니메이션 사상 최초로 칸 개막작으로 선정되어 이미 많은 영화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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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등이다. ^^
2009/07/28 22:03저도 픽사 정말 좋아합니다.
제가 왜 픽사를 유독 좋아하는지 님의 글을 보고 확인할수가 있었네요.
좋은글 계속 부탁드릴께요.
해외에 살아서 벌써 두번씩이나 이 영화를 보게됐네요
2009/07/29 06:23진짜 돈 한푼도 안아까웠던 만화였어요
두번봤는데도 사람을 울렸던 영화 ..
정말 강추입니다
픽사는 지나치게 유아적인 것과 지나치게 성인풍의 진지함 사이의 딱 중간 정도에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픽사의 유쾌함은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겠죠.ㅎㅎ 잘 읽고 갑니다. (--)(__)
2009/07/29 2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