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란 공간에서 좋아하는 곳을 꼽으라면 단연 종묘(宗廟)다. 음악과 젊음 그리고 술 마실 곳이 넘치는 홍대, 서울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남산, 시원한 강바람을 만끽할 수 있는 여의도 공원도 좋지만, 그 매력은 종묘를 따라올 수 없다. 서울에서 가장 복잡한 종로 한복판에 위치한 종묘는 마법과 같은 곳이다. 문을 하나 넘으면 도시의 소음은 저 멀리 사라진다. 회색 빌딩 가득한 서울에서 섬 같이 존재하는 종묘의 처연함도 좋다. 따라오시라! 바람 넘실대는 종묘가 지금 눈앞에 펼쳐질 테니.
지난 주말 오후, ‘순결한 아이템’을 찾기 위해 종묘를 찾았다. 종묘로 가는 길은 평소처럼 어르신들로 가득했다. 담배를 피우시는 분들, 바둑을 즐기시는 분들, 막걸리 한 잔 걸치시는 분들, 그냥 부채질만 하시는 분들 등. 시간의 흔적이 가득한 곳이다. 근데 이날은 무슨 집회(?)가 열렸는지 평소보다 더 소란스러웠다. “민주당, 이 개00들이!”라며 ‘미디어법’ 직권상정을 방해(?)한 야당을 욕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노인을 위한 나라’가 없음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씁쓸함이 밀려왔다. 혹 이것이 사람들이 종묘를 덜 찾게 되는 이유는 아닐까?
그렇다고 종묘행 발걸음을 돌릴 필요는 없다. 어르신들을 스치는 시간은 길어야 10분. ‘이것도 우리나라의 모습이랴’라고 마음을 추스르면 곧 새로운 공간으로 통하는 입구가 나온다. 종묘는 4계절 각기 다른 매력을 품고 있다. 파릇한 새싹과 따뜻한 햇살이 찾는 이를 반기는 봄, 시원한 바람과 녹음 가득 그늘이 더위를 식혀주는 여름,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빛을 발하는 가을, 그리고 누구의 발자국도 없이 곱게 쌓인 눈밭이 아름다운 겨울까지. 어느덧 문 밖의 소란은 쉬이 잊히고 만다.
여름의 종묘는 시원해서 좋다. ‘빵빵한’ 에어컨도 시원하지만 나무가 만든 그늘과 ‘자연풍’ 만큼 상쾌하지 않다. 종묘에 들어서면 자연스레 발걸음이 느려진다. 뒤에서 미는 사람도, 귀를 따갑게 만드는 소음도, 역사와 자연을 외면한 채 서둘러 걸을 이유도 없다. 그냥 즐기면 된다. 시간도, 자연도…. 종묘와 창경궁은 다리로 이어져 있는데, 두 곳 모두 걸으면 빠르게는 1시간, 느리게는 무한대로 걸을 수 있다. 또 걷다가 힘들면 그냥 앉아서 쉬면 그만.
천천히 걷거나 자리에 앉으면 바람 소리가 들려온다. 담 밖에서 잠시 쉬러 온 바람들은 무성한 나뭇잎들을 간질이고, 나무들은 뭐가 그리 좋은지 ‘스~ 스~’하고 웃음소리를 낸다. 귀 기울여보면 새 울음소리와 매미 울음소리가 들린다. 새 울음소리가 상쾌한 것은 물론이요, 매미 울음소리도 아파트 단지나 도시에서 듣는 신경질 가득한 소리와는 다르다. 또 멀리서 들려오는 차 소리는 파도가 밀려오는 밤 바다소리와 비슷하다. 한 번 눈 감고 감상하시길….
도시 속에 홀로 떨어진 외딴 섬 종묘. 이곳에서는 무엇을 해도 좋다. 사랑하는 이와 손잡고 데이트를 해도 좋고,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 나들이를 해도 좋다. 혼자여도 상관없다. 한적한 공간에서 행복했던 옛 기억을 떠올려도 좋고, 커피 한 잔 마시며 책을 읽어도 좋다.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게 없는 사람이라면 그냥 있어도 괜찮다. 종묘를 찾는 이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행복한데, 그들의 표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평안해진다. 여름,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계절이다. 하지만 시간과 돈이 허락지 않는다면 일단 종묘로 떠날 것을 권한다. 이 모든 포만감을 느끼는데 단 돈 천 원이면 된다. 종묘와 함께 눈부신 여름날을 만끽하시길. 안효원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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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오후, ‘순결한 아이템’을 찾기 위해 종묘를 찾았다. 종묘로 가는 길은 평소처럼 어르신들로 가득했다. 담배를 피우시는 분들, 바둑을 즐기시는 분들, 막걸리 한 잔 걸치시는 분들, 그냥 부채질만 하시는 분들 등. 시간의 흔적이 가득한 곳이다. 근데 이날은 무슨 집회(?)가 열렸는지 평소보다 더 소란스러웠다. “민주당, 이 개00들이!”라며 ‘미디어법’ 직권상정을 방해(?)한 야당을 욕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노인을 위한 나라’가 없음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씁쓸함이 밀려왔다. 혹 이것이 사람들이 종묘를 덜 찾게 되는 이유는 아닐까?
그렇다고 종묘행 발걸음을 돌릴 필요는 없다. 어르신들을 스치는 시간은 길어야 10분. ‘이것도 우리나라의 모습이랴’라고 마음을 추스르면 곧 새로운 공간으로 통하는 입구가 나온다. 종묘는 4계절 각기 다른 매력을 품고 있다. 파릇한 새싹과 따뜻한 햇살이 찾는 이를 반기는 봄, 시원한 바람과 녹음 가득 그늘이 더위를 식혀주는 여름,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빛을 발하는 가을, 그리고 누구의 발자국도 없이 곱게 쌓인 눈밭이 아름다운 겨울까지. 어느덧 문 밖의 소란은 쉬이 잊히고 만다.
여름의 종묘는 시원해서 좋다. ‘빵빵한’ 에어컨도 시원하지만 나무가 만든 그늘과 ‘자연풍’ 만큼 상쾌하지 않다. 종묘에 들어서면 자연스레 발걸음이 느려진다. 뒤에서 미는 사람도, 귀를 따갑게 만드는 소음도, 역사와 자연을 외면한 채 서둘러 걸을 이유도 없다. 그냥 즐기면 된다. 시간도, 자연도…. 종묘와 창경궁은 다리로 이어져 있는데, 두 곳 모두 걸으면 빠르게는 1시간, 느리게는 무한대로 걸을 수 있다. 또 걷다가 힘들면 그냥 앉아서 쉬면 그만.
천천히 걷거나 자리에 앉으면 바람 소리가 들려온다. 담 밖에서 잠시 쉬러 온 바람들은 무성한 나뭇잎들을 간질이고, 나무들은 뭐가 그리 좋은지 ‘스~ 스~’하고 웃음소리를 낸다. 귀 기울여보면 새 울음소리와 매미 울음소리가 들린다. 새 울음소리가 상쾌한 것은 물론이요, 매미 울음소리도 아파트 단지나 도시에서 듣는 신경질 가득한 소리와는 다르다. 또 멀리서 들려오는 차 소리는 파도가 밀려오는 밤 바다소리와 비슷하다. 한 번 눈 감고 감상하시길….
도시 속에 홀로 떨어진 외딴 섬 종묘. 이곳에서는 무엇을 해도 좋다. 사랑하는 이와 손잡고 데이트를 해도 좋고,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 나들이를 해도 좋다. 혼자여도 상관없다. 한적한 공간에서 행복했던 옛 기억을 떠올려도 좋고, 커피 한 잔 마시며 책을 읽어도 좋다.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게 없는 사람이라면 그냥 있어도 괜찮다. 종묘를 찾는 이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행복한데, 그들의 표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평안해진다. 여름,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계절이다. 하지만 시간과 돈이 허락지 않는다면 일단 종묘로 떠날 것을 권한다. 이 모든 포만감을 느끼는데 단 돈 천 원이면 된다. 종묘와 함께 눈부신 여름날을 만끽하시길. 안효원 기자(FILMON)
종묘(宗廟): 서울 종로구 종로 3가와 4가 사이에 위치. 조선시대 역대 왕과 왕비의 신위를 모셔 제사를 지내는 국가 최고의 사당. 조선의 태조가 1395년 한양을 도읍으로 정한 뒤 종묘 건축. 하지만 임진왜란 당시 소실됐고, 1608년 재건한 것이 지금 종묘의 모습.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고, 종묘제례와 종묘제례악은 2001년 ‘인류 구전 및 무형유산걸작’으로 선정. 말 그대로 자연과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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