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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는 유쾌한 영화다. 끔찍한 살인, 식인 멧돼지와의 사투 등 공포, 스릴러, 액션의 요소가 강하긴 하지만, 신정원 감독은 그 속에서 끊임없이 웃음을 유발한다. 영화 시작하자마자 펼쳐지는 슬랩스틱 코미디, 나사 하나 빠진 것 같은 이들이 벌이는 갖가지 해프닝, 같은 행동의 무한반복에서 오는 웃음들, 여기에 신정원 감독의 전작 <시실리 2km>를 떠올리게 하는 배경과 영화의 색감은 전작의 재미까지 환기시킨다. 특히 덕구 엄마의 “아줌마? 엄마라고 불러야지!”란 대사는 마지막까지 ‘빅재미’를 선사한다.

한바탕 웃고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발걸음은 그리 가볍지 않았다. 그 이유가 뭘까. 답은 다음날 모 시사프로그램을 보면서 찾았다. 그 프로그램은 한창 사회 이슈가 되고 있는 ‘쌍용차 사건’에 대한 보도를 하고 있었다. 그 중 한 쌍용차 노동자의 인터뷰가 가슴을 때렸다. 두 달이 훨씬 넘게 옥쇄파업을 하고 있는 노동자는 지칠 대로 지쳐있었다. 그는 “나도 두렵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내 모습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좁혀 들어오는 경찰 병력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슬펐다. 바로 그 눈빛. <차우>의 마지막, 멧돼지의 눈빛과 똑같았다.

우리의 기억 속에 멧돼지는 그리 위협적인 존재는 아니다. 멧돼지가 사람을 잡아먹었다는 얘기는 거의 못 들었다. 하지만 <차우>의 멧돼지는 다르다. 작품 속에서 멧돼지를 설명하는 여러 얘기가 나오는데 명확한 것은 그들이 살 곳과 먹을 것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화전민이 그들의 터전을 불로 태워 없앴고, 이제는 사방 길을 뚫어 그들이 마음 놓고 다닐 공간이 없다. 더욱이 이상기후가 발생하면서 더 이상 그들에게 살 곳도, 먹을 것도 남아있지 않다. 방법은 하나. 사람 먹는 괴물이 되어라. 마치 봉준호 감독의 <괴물>처럼.


여기에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을 오버랩 된다. 쌍용차는 4월 8일 경영 정상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인력의 36%, 2646명의 정리해고를 발표했다. 이에 노조는 5월 21일 총파업을 선언하고 5월 22일부터 옥쇄파업에 들어갔다. 6월 8일 회사 쪽은 976명을 정리해고 했고, 6월 26일 해고 노동자들은 도장공장으로 집결했다. 그리고 얼마 후 공권력이 그들을 압박하기 시작했고, 긴장상태와 위험한 순간은 반복적으로 일어났다. 그동안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달이 몇 번 바뀌었지만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는, 아니 악화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에 1%의 자비라도 존재할까?

상황은 점점 악화되기만 했다. 회사는 해고 노동자를 ‘정상 조업’을 막는 불순세력으로 규정하며, 옛 동지들을 앞세워 회사 진입을 시도했다. 또 안전 유지란 명목으로 경찰 병력이 투입되어 오랜 기간 대치하고 있다. 이래도 안 되겠다 싶었는지 전기와 수도를 끊고 약품 반입을 금지해 노동자들을 압박하고 있다. 똥, 오줌 냄새 가득한 폐쇄된 장소,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훈련된 경찰 특공대. 더구나 ‘귀족노조’라고 바라보는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 혹은 무관심. 막막하기만 한 살 길. 또 들려오는 지인들의 죽음까지. 어떤 강한 인간이 이러한 상황을 견뎌낼 수 있을까. 그렇게 해고 노동자들은 ‘괴물’이 되어가는 건 아닐까. <차우>의 멧돼지처럼 자본과 인간이 만들어낸 비극적 괴물.


쌍용차 사태를 지켜보면서 잊히지 않는 두 개의 강렬한 이미지가 있다. 하나는 노동자 측이 ‘평화구역’을 언급하며 대화를 제안하던 7월 28일. 그때도 어김없이 공장 상공에는 헬기가 떠다니고 있었다. 당시 노동자들은 공장 옥상에서 기자회견을 했고 경찰은 최루액으로 화답했다. 또 공장 밖 경찰 병력은 소리를 치며,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차단했다. ‘너희는 나쁜 노동자들이니 최루액을 맞고, 닥치고 있어야 해’라는 건가? “함께 살자”는 노동자들의 외침은 최루액 속에, 공권력의 소리에 그냥 막히고 말았다.

다른 하나는 5월 13일 굴뚝 고공농성을 시작한 노동자들의 모습이다. 그들은 70m 높이의 굴뚝에 올라가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했다. 70m. 말이 쉽지 정말 높은 곳이다. 강한 바람이 뜨거운 태양이 그들을 괴롭힌다. 또 ‘먹고 싸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일들도 해결하기 쉽지 않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가족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이다. 한 노동자의 아내가 아이를 데리고 아빠를 보러왔다.

아이의 시선에 70m 높이의 굴뚝은 하늘이다. 아비의 얼굴이 보일 리 없다. 그는 휴대폰으로 야윈 얼굴을 보고 울었다. 아비는 곧 내려간다고 했으나, 그는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차라리 아이는 아무 것도 모르는 게 낫겠다. 언젠가 하늘 높이 있는 아비를 꿈처럼 기억할 수 있게. 아내와 아이가 돌아가는 순간, 불안한 상상이 들었다. 삶에 지쳐, 가족이 그리워, 저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면 어떡하지? 그럼 안 된다. 낙하하는 이의 평화로운 표정은 <제8요일> 같은 영화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을 전방위로 압박하는 모습은 <차우>에서 멧돼지를 잡는 양상과도 비슷하다. 주말농장으로 돈을 벌고자 하는 사장은 멧돼지를 잡기 위해 최고의 포수를 부른다. 다국적 포수로 구성된 이들은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방아쇠를 당기고, 총은 맹렬히 불을 뿜는다. 또 인간들은 거대한 아빠 멧돼지 사냥을 위해 멧돼지의 가족들을 볼모로 삼는다. 폭력과 절실함, 그 속에서 멧돼지의 분노와 광기가 커짐은 두말할 필요 없다.

지난 주말 회사와 노조는 사활을 건 협상을 벌였으나 끝내 수포로 돌아갔다. ‘쌍용차 회생 불가’ 진단이 내려지고 있고, 노동자에 대한 삐딱한 시선은 더욱 날카로워지고 있다. 또 정부는 협상이 결렬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공권력 투입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사태를 그들의 책임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그것은 오히려 노동자들이 ‘괴물’로 변해가는 걸 부추기는 행위다. 수 개월 동안 ‘살려 달라’고 애원하는데도 외면하고, 강에서 삽질이나 하겠다는 이 정부는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에게 숨 쉴 공간이 필요하다. 그 슬픈 눈을 보아라. 안효원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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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차우 (Chaw, 2009)

    Tracked from 영화....그리고...  삭제

    차우 감독 신정원 (2009 / 한국) 출연 엄태웅, 정유미, 장항선, 윤제문 상세보기 무섭지 않다....긴장감이 없다....그렇지만...조금씩 웃긴다. ㅎㅎ 동막골의 멧돼지가 생각나게 하는 영화~!! 마지막 장면은..괴수..괴물영화의 전형으로...후속편을 예고하듯...새끼가 혼자 있는 장면이 나온다. 이영화도 후속편이 나올까?? 컴퓨터 그래픽이 다소 어색하지만, 그냥 기대감 없이 본다면 볼만하다. 이제 여러 영화에서 엄태웅을 봐서 그런지 엄태웅이..

    2009/08/31 12:17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redfox  수정/삭제  댓글쓰기

    모순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아버지들의 서러운 자화상. 애상함은 전혀 없는 오로지 생존만을 강요하는 시대. 아직 우리에게 20세기는 끝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2009/08/03 12:58
  2. 오호라  수정/삭제  댓글쓰기

    위에 선 자들은 아래에 있는 자들을 그저 하나의 구조물, 하나의 부속으로 밖에 볼수없는 걸까요? 인간이 인간에게 어찌 저럴수있는지..그리고 같은 처지의 자들이었는데 어찌 저리도 모질게 내치고 있는건지요. 인생이란 이렇게도 될수있고 저렇게도 될수있는 것인데... 아귀다툼할때마다 웃는 건 사용자들 밖에 없다는 걸 모르는 걸까요. 모든 것이 공정하게 심판받아 언젠가는 벌과 상과 꼭 돌아갈것입니다. 제발 돈에 묶여 있는 자들이여.. 우리가 '인간'임을 기억합시다. 인간은 혼자서는 살수없는 존재입니다.

    2009/08/03 14:11
  3. 열린눈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들 다음은 바로 내 차례가 될 수 있음을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기에 이런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마르틴 니묄러의 "그들이 왔다"를 저들과 함께 읽고 싶다.

    "제일 먼저 그들은 공산주의자를 잡으러 왔지만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으므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은 노동조합원을 잡으러 왔지만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으므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은 유대인을 잡으러 왔지만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으므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그들은 나를 잡으러 왔지만 나를 위해 말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2009/08/03 16:44
    • Favicon of http://ak20.tistory.com BlogIcon 농촌총각  수정/삭제

      어젯밤 저희 형과 나누던 대화가 생각나네요.
      월급쟁이로 사는데, 쌍용차 해고 노동자와 우리와 다를 게 뭔가..
      결국 다음에 우리 차례가 될 수도, 내가 괴물로 변할 수도 있다는 건데요..
      열린눈님께서 말씀하신 '그들이 왔다'를 읽고 싶어집니다.
      감사합니다.

      2009/08/03 18:39
  4. 잘읽었습니다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러면 당신께서 저 귀족노조 고용하시죠.

    2009/08/03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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