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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 - 서바이벌 백전백패 스릴러의 본보기

REVIEW ON 2009/08/03 04:18 Posted by 파란다이스

*영화의 결말과 관련한 작은 힌트가 있습니다.


세상은 온통 TV로 흐르고, 요새 TV는 ‘리얼리티 쇼’로 대변된다. 탈락자에게 진짜 살인을 선사하는 서바이벌 리얼리티 쇼라는 소재가 그다지 새로울 건 없지만 그렇다고 나쁘지도 않은 까닭은 순전히 이 때문이다. 그만큼 ‘대세’를 따른 <10억>의 시작은 관객의 구미를 당기기 충분했고 정말로 <10억>은 미스터리 스릴러로서의 기본기에만 충실했어도 꽤 괜찮은 ‘트렌디 스릴러’가 됐을 법하다. 하지만 영화는 이러한 기대치와는 달리 오히려 보기 드문 ‘희귀함’만을 자랑한다. 우선 관객과의 게임을 주도해야 할 주도면밀함은 온데간데없이 기본적인 아귀조차 맞지 않는 허술함으로 실소를 터뜨리는 데 주력하는 듯한 면모부터가 그러하다. 요 근래 이만큼 멍청한 스릴러가 있었을까 싶을 만큼 그 어설픔의 정도는, 정말로 희귀하기 그지없다.
 

우승자에게 10억의 상금을 수여하기로 약속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어느새 참가에 응한 8명의 도전자와 프로그램의 주최자인 장PD(박희순) 사이의 게임으로 압축된다. 광활한 호주 그 이국적인 풍광 위에 펼쳐지는 미스터리 스릴러는 이내 장PD가 참가자를 한 명씩 죽임으로써 프로그램의 진짜 목적을 곧바로 시행해나가는 것이다. 최후의 1인이 가져가게 될 10억이란 거금만을 꿈꾸던 참가자들은 돌연 눈앞에서 벌어지는 살인을 목격하고 당황한다. 달콤한 꿈에 젖어있던 그들은 이제 10억을 받느냐 받지 못하느냐는 게임이 아니라 정말로 죽느냐 사느냐의 게임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이 생존게임의 규칙과 실상은 무척 단순하거니와 과정 역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으로 넘쳐난다.

우선 장PD가 주선하는 게임의 무대는 마치 호주 전역이라도 되는 양 참가자들이 장PD를 피해 숲속 어느 깊은 곳을 헤매더라도 반드시 카메라가 이들의 움직임을 주시하곤 한다. 또한 장PD를 피해 사막으로 숲으로 생존을 모색하던 이들은 마땅히 목마름과 배고픔을 호소해야 하건만 일주일 동안 계속되는 이 진짜 생존게임 속에서도 이는 특별히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들이 참가하게 된 이유 역시 의심스럽다. 10억이 달콤한 미끼인 건 사실이지만 정녕 이 듣도 보도 못한 한낱 인터넷 방송에 장PD가 일부러 선별한 8명의 인원 중 7명이 지원했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가? 그러나 아무런 공통점도 없어 보이는 참가자들 모두가 지원해야 했을 만큼 대단한 이유는 끝내 밝혀지는 바 없다. 그저 10억이라면 4천만 대한민국 모두가 인터넷에 손을 들고 뽑히길 고대했어야 마땅했나보다. 굳이 면밀한 시각으로 살피지 않더라도 영화는 정밀한 세공에는 완전히 실패한 게 분명하다.


영화의 뼈대와 관련한 문제는 더 심각하다. 참가자 8명 가운데 이 서바이벌 게임에 지원조차 하지 않았음에도 참가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분명 영화가 주선해야 할 게임의 가장 중요한 단서다. 이는 참가자 선별이 결코 무작위가 아니며 이들 8명은 어떤 공통점,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모종의 관계에 엮여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접한 참가자들은 곧 이 수상한 게임에 응모한 자신과 서로에게 의문을 던지지만 이 문제는 이들이 눈앞에 맞닥뜨린 생존 문제에 매달림으로써 어느새 흐지부지 희석된다. 그리고 영화는 이 중요한 단서를 완전히 매장한 채 규칙도 목적도 없는 게임의 끝을 향해 그저 계속해서 나아갈 뿐이다.

도통 갈피를 잡지 못하며 곳곳에서 낯익은 단서를 엉뚱한 곳으로 던지길 되풀이하는 영화의 줏대 없는 야심 또한 안타깝다. 영화는 어느 순간 마지막 생존자로 우뚝 서기 위해 참가자들이 서로를 살해하는 <배틀 로얄>이 되기도 하고, 또 <킬 위드 미>처럼 인터넷으로 중계되는 이들의 진짜 생존게임에 희희낙락하는 네티즌들에게 냉소를 터뜨리기도 한다. <시리즈7>처럼 그럴 듯한 진짜 살인 게임을 모색하며 파국을 예고하지만, 결코 승리할 수 없는 <퍼니 게임> 식의 규칙 속에서도 그저 부자연스럽게 움직이기 일쑤다. 장PD의 목적, 살인의 진짜 의미, 참가자들의 공통점 그 기저를 이루는 영화의 핵심 역시 <소년탐정 김전일>의 가장 유명한 에피소드 중 하나인 ‘비련호 전설 사건’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꽤 그럴 듯하게 무차별 복수의 이유를 담보한 ‘비련호 전설 사건’에 비해 장PD의 무차별 살인은 그를 비련의 주인공으로 만들 만한 합리성이 현격히 부족하다. 이는 참가자들이 아무런 공통점이 없어 보이지만 실은 이러한 공통의 경험이 있었다며 끝끝내 ‘반칙 정답’을 내세우는 것에 불과하다. <오로라 공주>를 굳이 반복해야 했던 이유는 영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10억>은 지명도와 연기력을 보장하는 개성 있는 배우들이 잔뜩 출연해 생존게임을 펼친다는 설정만으로도 10억 이상의 매력적인 호객행위를 펼칠 만했다. 그러나 사막을 횡단하며 목마름에 지친 이들이 엉금엉금 사구를 기어오르는 모습을 도저히 볼 수 없을 만큼 연극적으로 표현하고 말 만큼 영화의 완성도는 철저히 기대 이하다. 세세한 부분은 물론 전체적인 뼈대 하나하나에 이르기까지 제대로 맞아 돌아가는 톱니바퀴 하나 발견하기 힘들다. 2시간에 이르는 게임이 고작 ‘이 부분이 말이 돼?’라는 것을 누가누가 많이 찾느냐는 게임으로 전락해서는 곤란하다. 누구보다 예민하게 맞서야 할 관객과의 두뇌싸움이 고작 관객들간의 이런 두뇌싸움이 돼서는 정말로 곤란하다. 강상준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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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좀 다른 생각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화 10억을 단순히 리얼리티 에드벤처 게임에만 주안점을 두어선 재미없을 지 모릅니다. 장피디의 의중이 이런 게임을 통해 발설하기 위함이라고 봐야죠. 사실 이영화의 핵심은 마지막 10분에 있지 않나요? 서호주에서 돌아다닌 장면은 부록같은 것이라고 한다면 충분히 이해가 갈겁니다. 단지 부록이 좀 부실하거나 길었을 뿐이고요. 충분히 재미있었습니다.

    2009/08/04 00:34
  2. 아우  수정/삭제  댓글쓰기

    부록 너무 길다. 영화는 2시간이던데요. 글고 영화의 핵심이라고 하기에도 그 10분이 그럴듯하기나 하던가요?ㅋ

    2009/08/04 02:00
  3. Favicon of http://www.sagwacinema.com/ BlogIcon 애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름 기대한 영화에요.. 그래서 더욱 리뷰를 기다렸거든요.
    아, 잘 읽었구요. ^^
    TV에서 해줄때까지 기다릴라구요~

    2009/08/04 10:17
  4. 도덕성을기린흥미로운소재의영화  수정/삭제  댓글쓰기

    보는내내 긴장감과 끝나고 생각을하게하는영화였습니다.
    아주 좋았어요^^

    2009/08/07 01:37
  5. 조르바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역시 뭐, 이렇게 어설픈 영화가 다 있나 싶을 정도로 안타깝고 안쓰럽게 봤습니다.
    관람 전 가졌던 기대감을 완전히 배반하는, 그 자체로 하나의 '반전'이었던 영화였지요.

    2009/08/09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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