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최고의 문제작이자 화제작이었던 <마터스: 천국을 보는 눈>(이하 <마터스>)이 8월 6일 국내 극장가에도 정식으로 선보이게 됐다. “이해하기 힘든 영화가 아니라 받아들이기 힘든 영화”라는 감독 파스칼 로지에의 말마따나 <마터스>는 극한으로 치닫는 폭력성을 가감 없이 펼쳐놓음으로써 ‘프랑스 호러영화’라는 생경함을 대변한 것에 더해 감히 호러 장르로서의 색다른 성취와 나아갈 방향까지 제시했다 칭할만한 작품이다. 당연히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혐오스런 고어 장면들이 <마터스>의 전부는 아니다. 호러 장르의 전형화에 거칠게 이를 드러내며 처음부터 장르적 클리셰에 매몰되지 않으려 한 이 결과물은 곧 스스로를 오락성 안에 가두는 오늘날 호러물에 대한 묵직한 일갈 또한 대신한다. <마터스>는 호러의 토대 위에서 호러를 해체하고 다시금 호러라는 원천의 의미를 머릿돌부터 쌓아올린 영화다. 그 파괴적인 작업은 때때로 지극히 혐오스럽고 또 참을 수 없을 만큼 불쾌하고 불편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진짜 공포의 의미, 진짜 공포영화의 원천이었을지 모른다는 느낌을 새삼 일깨우는 것만으로도 논란의 중심을 자처할 만하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진짜 호러, 진짜 공포일지 모른다는 이 신랄한 폭력과 공포의 정체는 정말로, 정말로 무섭다.
정체모를 사람들에게 감금 학대당하던 소녀 루시(밀레느 잠파노이)의 탈출로 시작되는 영화는 곧 감금생활의 트라우마를 이기지 못하는 소녀의 실상을 정체 모를 괴물로 투사해낸다. 그리고 이 괴물은 소름이 돋을 만큼의 실재감을 가지고 예리하게 영화의 구석구석을 효과적으로 점거해나간다. 온몸에 상처 가득한 이 불가사의한 존재는 공포에 떠는 루시의 주위를 빠른 속도로 스쳐가며 오로지 루시가 있는 곳에서만 나타나 그녀의 몸에 이빨을 들이대고 할퀴고 면도날을 그어대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어릴 적 피해의식이 만들어낸 환상일 게 분명한 이 괴물에 저항하며 성장한 루시가 우연히 어린 시절 자신을 감금했던 사람들의 거취를 알아내 샷건을 들고 찾아간다. 휴일 아침 다 같이 식사를 즐기는 화목한 네 가족을 찾아가 모두를 끔찍하게 사살하는 루시. 그럼으로써 루시는 괴물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 마침내 평화를 얻었다 생각하지만 괴물은 또 다시 샷건을 든 그녀에게 다가가 상처를 입히기 시작한다. 불쾌한 이물감을 잔뜩 품은 채 흉측한 신체를 내비치며 다가오는 괴물의 정체는 무엇일까? 과연 이 평화로운 가족이 정말로 루시를 감금하고 학대했던 것일까? 바로 이것들이 영화의 1막 이야기이며 제1막의 미스터리를 이룬다.
굳이 각각의 단락을 명확히 구획지은 것은 아니지만 영화는 확연히 다른 세 개의 막을 연이어가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각각의 챕터는 관객들이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익숙한 공포영화의 익숙한 소재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관객이 예상할 수 있다고 느끼는 순간 길을 잃어버리도록 만들고자 했다”는 파스칼 로지에 감독의 목표는 영화 내내 유효적절하게 작동한다. 고작 한 발짝 앞에 던져둔 미스터리를 향해 나아가는 듯한 이야기는 그 미스터리의 명확한 형태를 어렵사리 확인하는 순간 전혀 다른 미스터리를 던지며 단숨에 관객을 옥죈다. 물론 이 새로운 미스터리 역시 그저 한 발짝 앞에 떨어져 있을 뿐. 하지만 여기에 다가서기 위해 내딛어야 할 그 무게와 각오는 점점 더 무거워진다.
선악을 판별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오로지 자신의 기억과 판단만을 믿고 살인을 집행하는 루시의 바스러질 듯 파리한 정신력, 그리고 이런 루시를 위협하는 괴물의 정체가 사건의 결말과 함께 뚜렷이 드리워지는 즉시 영화는 곧바로 또 다른 끔찍한 이야기를 향한다. 정체모를 괴물과 함께 무차별 살인을 거행하던 영화는 감금과 학대의 기억을 현재로 소급함으로써 끊임없이 이어지는 폭력의 원천을 관객의 마음 깊숙한 곳까지 전이시킨다. 그리고 정말로 녹초가 될 지경에 몰아넣은 후에야 또 다시 ‘제2막’의 미스터리를 밝힌다. 한 발짝 앞에 떨어진 정답을 추스르기 위해 내딛은 그토록 무거운 발걸음 앞에는 황망한 결과와 함께 또 다른 미스터리가 뭉텅 떨어지고, 이 모든 폭력의 근원을 향해가는 듯한 힘겨운 순간들은 <올드 보이>와 <호스텔>을 거쳐 마침내는 (국내에서는 ‘천국을 보는 눈’이라는 부제까지 덧붙이며 암시하고 있듯)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타나토노트>를 향하는 엄청난 비약마저 합리화해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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