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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푸아드(알렉산더 시디그)라는 이름의 남자가 있다. 기억을 잃어버린 그는 폭력적이다. 더구나 강박적인 성욕구도 엿보인다. 처음 보는 여자의 다리 사이로 손을 밀어 넣는 그의 멍한 표정과 거침없는 행동은 극의 초반부터 푸아드라는 인물을 명확하게 설명한다. 한편, 여인의 뒤를 쫓아 화장실까지 따라온 푸아드를 바라보는 화면의 구석 어딘가에서 또 한 명의 남자가 등장한다. 남몰래 푸아드와 여인을 지켜보는 남자, 번쩍거리는 눈빛을 한 사진기자 토마스(멜빌 푸포)는 이내 푸아드에게 동행을 제안한다. 그리고 영화는 줄곧 섹스, 여행, 기억 등을 이미지로 나열한다.

<로스트 맨>은 감독, 다니엘 아르비드의 자아 찾기에 대한 영화다. 그녀는 조국 레바논을 떠나 20여 년간 프랑스에서 살아왔다. 사진기자로 생활하던 그녀는 자신의 근원에 위치한 어떤 공허감에 대한 해답을 찾던 중 결심하게 된다.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배처럼 서서히 잃어가고 있는 레바논에 대한 기억을 필름으로 남기겠다.”고. 감독은 기억을 잃은 인물 푸아드와 그를 뒤쫓는 사진기자 토마스에게 각각 모국 레바논의 기억을 잃어가는 자신과 감독으로서의 자신을 투영한다. 토마스는 푸아드의 기억을 일깨우려 하고, 그의 인생에 동참하려 한다. 푸아드와 토마스는 감독의 분열된 자아인 셈이다.

푸아드와 토마스의 만남 이후, 영화의 진행은 간단하다. 토마스는 푸아드와 함께 여자를 만나고,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섹스를 한다. 그리고 사진을 찍는다. 푸아드는 토마스를 뒤따르지만 금세 변덕을 부린다. 하지만 머지않아 그는 돌아오고 그가 돌아오면 여행은 계속된다. 그럴싸한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초점을 흐려 근사한 이지러짐이 화면을 가득 메우는가 하면, 화려한 색감과 깊은 어둠이 섹스보다 육감적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그뿐이다. 모든 사건은 서로 파편처럼 흩어져 있고 낱장으로 떨어진 화면들은 이야기로 연결되지 못한 채 관객으로부터 멀어진다. 감독의 목표가 혼란스런 내면의 전시에 있었다면 그 의도만은 정확히 이룬 셈이다.

기억을 잃은 남자를 통해 자신의 근원에 닿으려 하는 영화라니 얼마나 근사한가. 더구나 그 대단하시다는 사진작가 그룹 매그넘 포토스의 멤버(앙투완 다카타)가 참여한 화면은 또 얼마나 기대할만한가. 사실 설정만 두고 봤을 때 <로스트 맨>은 훌륭한 작품의 요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하지만 역시 영화란 만들어 봐야 아는 법. 훌륭한 재료에도 불구하고 <로스트 맨>은 혼란스런 자신만의 이야기 속에서 길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자신의 기억과 이야기로 예술적 승부를 걸었던 감독에게 심심한 위로와 격려를 보내고 싶다. 위로라면 <타임 투 리브>와 <브로큰 잉글리쉬>의 멜빌 푸포를 사랑했던 팬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유주하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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