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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더위를 식혀줄 스릴과 신경세포를 자극할 두뇌게임을 기대했다면 많이 당황하게 될 것이다. 잘 자라줘서 고마운 ‘국민 남동생’ 유승호를 앞세우고 ‘리얼타임 학원 추리극’이라는 장르를 표방한 <4교시 추리영역>은 리얼타임의 긴박감도, 추리극의 명석함도 밥 말아 먹은 듯한 전대미문의 허술함으로 미칠듯한 웃음을 폭발시킨다. 진정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를 끊임없이 의심하게 만드는 괴작 <4교시 추리영역>. 그 요상한 실체에 접근해봤다.


[미래] <4교시 추리영역>이 12일에 개봉했는데요. 전 개인적으로 처음 맛보는 ‘괴작’이었습니다.

[성란] 이야, '괴작'이라는 표현이 가슴에 팍팍 와 닿는데요!
[미래] 정말 괴작이란 말 밖엔 나오지 않더군요. 이게 올 여름 한국 공포영화들의 대열에 슬쩍 끼인 작품이긴 한데요.
[성란] 정확히 말해서는 공포보다 스릴러, 스릴러보다 추리 장르를 표방한 영화죠.
[미래] 더 정확히는 리얼타임 학원 추리극이라는...
[성란] 소재 자체는 확실한 학원 추리극이에요.
[미래] 대낮에 교실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의 범인을 알아내는 추리물이죠.
[성란] 네. 근데 소재를 풀어가는 방식이 추리극이라기보다 B무비의 유머를 띠고 있다는 게 특이하죠.
[미래] 자고로 추리물이란 고도의 두뇌게임이어야 하는데, 이 영화는 상당히 유아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죠.
[성란] 네. 추리극이라는 게 가장 지능적인 전개를 선보여야 하는 장르잖아요. 근데 <4교시 추리영역>이 살인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은 정말 황당할 정도로 단순하고 개연성이 없어요. 그게 엄청난 웃음을 유발한다는 데 이 영화의 괴력이 숨어있는 거 같아요.
[미래] 네. 정말 예상치 못한 웃음을 주죠.
[성란] 두말 할 것 없이 기자 시사회 때 반응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어째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기자 시사회 하면 분위기 딱딱하기로 유명하지 않습니까. 웃겨도 잘 안 웃고 놀래켜도 잘 안 놀래고 슬퍼도 잘 안 울고. 근데 <4교시 추리영역> 시사회장에서는 기자들이 감정을 바로바로 드러냈어요.
[미래] 처음엔 여기저기서 한숨이 나왔죠. 저도 물론이었고요. 끝까지 봐야한다는 게 괴로웠어요.
[성란] 처음부터 말도 안 되는 상황과 어설픈 이야기가 거듭되잖아요. 처음엔 황당해서 웃었는데 그게 계속되니까 나중에는 그 어설픔을 즐기는 단계까지 나갔어요. 끝에 가서는 대사 한 마디 한 마디, 배우들 행동 하나 하나에 기자들이 전부 다 뻥뻥 터졌잖아요.
[미래] 뚝심이 느껴졌죠. 미숙함과 의도적임이 구분되지 않은 그 애매한 순간이라니! 이거 일부러 그런 건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어이없음을 동반한 맹랑한 웃음이 터져 나오더군요. 심지어 유승호 군의 어색한 연기마저 의도적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성란] 요 근래 이렇게 분위기 좋은 언론 시사는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미래] 없었죠.
[성란] 영화 끝나고 박수까지 나왔잖아요.
[미래] 엔딩 신을 보면 박수를 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더군요. 환호성도 나왔어요. 이거 정말 물건이다! 이 정도 뚝심이면 인정할만하죠. 언론 시사회에서 박수 받기란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운 일인데 말이죠.


의도된 코미디인가, 얻어 걸린 웃음인가

[성란] 근데 궁금한 건 이 영화의 허술한 매력이 과연 처음부터 의도된 것이냐, 아니면 웰메이드 학원 추리극을 만들고자 했으나 결과가 그에 미치지 못했던 것이냐 하는 거예요. 
[미래] 고것이 참 모호하단 말이죠.
[성란] 만약 이 영화의 허술함이 처음부터 의도된 거라면 굉장한 전략 아닐까요?ㅋ
[미래] 그런데 의도된 허술함 치고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완성도가 낮아서 다시 한 번 ‘설마…’라는 의심과 함께 영화의 정체를 궁금하게 만들죠. 그것의 중심엔 정말 수준 낮은 대사들이 있죠. 고민한 흔적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그 엄한 대사들도 의도한 것이었을까요 과연? ‘범죄는 원하는 바를 얻으려 결백을 도살하고 결백은 범죄에 맞서 온 힘을 다해 싸운다’는 프랑스 정치가 로베스피에르의 말을 몇 번이나 심각하게 인용하는 건 또 어떻구요.
[성란] 제가 생각하기에도 처음부터 이 영화를 B무비적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진 않았을 것 같아요.
[미래] 네 아마도 처음엔 웰메이드로 만들고 싶어했을 거 같아요.
[성란] 여름방학 끝자락에 개봉하는 만큼 청소년 관객 다수의 호응을 얻는 장르 영화로 만들려는 욕심이 있었겠죠. 유승호라는 기대주를 캐스팅하기도 했고요. 앞에서도 말했지만 소재 자체는 나쁘지 않아요. 근데 시나리오부터가 소재를 던져놓기만 할 뿐 그걸 풀어가는 데서 정밀한 추리나 지적 재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요. 그러니 사건의 얼개 자체가 허술할 수밖에요. 또 전체적으로 '청소년 관객들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쉬운' 연출이 눈에 띄어요. 처녀귀신처럼 앞머리를 내리고 다니는 왕따 캐릭터라든지, 잘 생긴 주인공 옆에 꼭 한 명 씩 붙어 나오는 촐랑거리는 조연 캐릭터라든지 인물부터 너무 뻔하고요. 주인공이 불량 학생과 싸움을 하고, 장학사가 학교에 오는 등의 사건도 전혀 새로울 게 없어요.
[미래] 한심하죠. 이렇게 쉽게 영화 만들어도 되는 건가 싶은 생각까지 듭니다. 주인공이 살인범을 추리하는 과정에서 갑자기 마스크 쓴 용의자 재연 배우가 등장하잖아요. 전 이걸 보면서 국민학교 때 유행하던 추리입문서 같은 책이 떠올랐습니다. 이 영화의 수준이 딱 그 추리입문서 1장 1절 같았거든요.
[성란] 그것도 진짜 웃겼어요. 까만 쫄쫄이 의상에 하얀 마스크를 쓴 사람이 범인이랍시고 등장하는데 특수효과 처리 하나 없이 주인공들 옆에서 그저 멀뚱히 돌아다니잖아요. <스펀지>(TV, KBS) 같은 데서 무표정한 얼굴의 '시범맨'들이 황당한 실험하면서 웃길 때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ㅋ 설마 이런 걸 '청소년 관객들의 눈높이'에 맞는 '쉬운' 연출이라고 생각했던 건 아니겠죠? '쉬운' 연출이 뻔한 인물, 어설픈 상황, 허술한 이야기를 뜻하는 건 아니잖아요.
[미래] 우리 청소년들 무시하나요?ㅋ

[성란] 무시하다간 큰코 다치죠! 만화 <명탐정 코난> <소년 탐정 김전일>을 읽고 자라는  세대잖아요. 근데 <4교시 추리영역>은 청소년 관객을 '고려'한 '쉬운' 이야기와 연출을 강조하다 보니 나중에는 추리극의 장르성을 전부 파괴시키고 오히려 B급 코미디 영화의 매력을 가지게 됐어요.
[미래] 그야말로 ‘의도하지 않은 호응’을 얻어낸 것일 수도 있겠네요.
[성란] 마치 '학원 추리극'의 뻔한 설정과 공식을 풍자하는, <개그 콘서트>(TV, KBS)의 한 코너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어, 전국 1등을 할 만큼 똑똑한 주인공이 왜 살해 흉기에 손을 대서 지문을 묻히지?
[미래] 맞아요! 살해 현장에 놓여진 칼을 손에 쥐어 지문을 마구 묻힌 후 새하얀 교복 상의에 피해자의 피를 벅벅 닦아버리는 시추에이션이라니! 전국 1등이 벌인 이 바보 같은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겁니까. 몇 달 전에 <개그 콘서트>에서 순정만화의 온갖 클리셰를 가져다 풍자하는 코너를 했었잖아요. 그거 재미있었는데. <4교시 추리영역>이 딱 그거네요.
[성란] 전 살아 생전 전국 1등은 못해봤지만 살인 사건 현장을 발견하고 아무리 놀랐다고 해도 흉기에는 손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은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ㅋㅋㅋ
[미래] “공부가 힘들 땐 잠시 하늘을 봐”라는 식의 곰팡내 나는 학원물 대사를 태연자약하게 하는 것 좀 보세요. 긴 머리로 얼굴에 커튼 치고 다니는 왕따 여고생이 머리를 묶는 순간 킹카로 돌변하는 신은 순정만화의 고질적인 클리셰를 재현하고 있죠.
[성란] 네. 근데 재밌는 건 영화가 그런 유치한 대사와 장면을 나름대로 심각하고 진지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거예요.
[미래] 결국 주인공을 전교 1등도 아닌 전국 1등으로 설정한 것은 학원물의 풍자인 거 같긴 하네요.
[성란] 전교 1등의 판타지를 전국 1등으로 극대화하고 싶은 게 아니었을까요? 이거 속편 나오면 '전국 1등'에서 '전 세계 1등'으로 바뀌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 ㅋㅋㅋ
[미래] 속편이 나올까 두렵군요. ㄷㄷ
[성란] 전 속편 나오면 예매하고 보러 갈래요. 근래 이렇게 웃어본 적이 없어요.
[미래] 정말 눈물 나고 배 아팠어요. 너무 웃어서.
[성란] 네. 그리고 학생 주인공들이야 어리바리하다고 쳐도 영화에 용의자로 등장하는 여러 선생님들 캐릭터까지 학생들과 구분이 가지 않을 만큼 철 없이 행동하잖아요.
[미래] 이거 정말 고도의 풍자극 아냐? ㅋ
[성란] 이젠 정말 헷갈린다니까요. 다들 진지하게 연기하는 데 대사는 손발 오그라들고 행동은 어이없고.
[미래] 연기는 정극인데 너무 웃겨.
[성란] 예를 들어, 엄숙한 얼굴을 한 교장이 "저희 학교 컴퓨터실은 아이들이 각종 음란한 영상을 보는 것을 막기 위해 학생들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습니다"란 식의 대사를 하고 장학사 앞에서 컴퓨터실 문 손잡이를 만지는데 문이 떡하니 열리잖아요. 똑같은 장면을 코미디에서 대놓고 과장되게 연기했으면 오히려 식상했을텐데 심각하고 진지하게 연기하고 연출하니까 너~무 웃겨요.
[미래] 설마...했던 게 버젓이 나오니까 빵 터지더군요 ㅋ
[성란] 결국 '이 영화, 얼마나 허술한가 보자' 하는 심리가 형성되면서 이 영화를 '평가'하겠다는 마음을 벗고 이 영화의 허술함을 '즐기겠다'는 자세가 만들어지는 거 같아요. 그런 식으로라도 관객을 자기 편으로 끌어올 수 있다는 건 엄청난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미래] 갈 데까지 가보자는 거죠. 그리고 로맨스를 무지 강조하잖아요. 결국 이 영화의 진정한 장르는 추리물의 형식을 빌린 학원 로맨스더군요. 전국 1등과 왕따의 러브 스토리. 살벌한 살해 현장과 범인 찾기의 긴장감을 무참히 와해시키는 절정의 닭살 행각에 몸 둘 바를 모르겠던데요. 영화가 끝난 후 박수를 유도한 것도 찬란한 핑크빛 로맨스 덕분이구요.
[성란] 적어도 <4교시 추리영역>에서는 그 어떤 '악의'도 느껴지지 않아요. 예를 들어 여성을 비하한다거나 폭력을 미화하는 식의 정치적으로 부적절한 유머 코드 같은 것도 없고, 어설프게 사회적 이슈를 건드리면서 '의식 있는' 영화처럼 보이려 하지도 않죠. 그렇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라도 관객에게 호감을 얻을 수 있는 거 같아요.
[미래] 귀엽죠 ㅎ 애썼다고 토닥여주고 싶은 영화라고나 할까 ㅋ
[성란] 네! 이거 점점 더 헷갈리는데요. 정말 고도의 전략 아닌가 싶어요. 아마 100퍼센트 의도하지는 않았다고 해도 무의식 중에 그걸 염두에 둔 게 아닐까요? 이거 정말 유용한 전략 아니에요? ㅋㅋ
[미래] 으흐흐


<차우>와 <4교시 추리영역>, 장르영화의 괴물들

[성란] 영화가 본래의 장르성에서 벗어나 색다른 재미를 준다는 점에서 <차우>가 생각나기도 했어요.
[미래] 그쵸. 각자 장르성을 두드러지게 하면서도 장르를 견고히 하지 않고 코미디로 풀었다는 게 아주 비슷하죠.
[성란] 네. <차우>도 겉만 보면 <괴물>(2006)의 뒤를 잇는 괴수 영화로 보였잖아요. 최첨단 컴퓨터그래픽으로 완성한 멧돼지의 현란한 움직임, 주인공들이 멧돼지에 쫓기는 과정의 긴장감. 다들 그걸 기대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토속 코미디'라 부를 수 있을 만큼 된장 냄새 나는 캐릭터 코미디였어요.
[미래] <차우> 첫 장면부터 나온 민망한 슬랩스틱에서 ‘이 영화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성란] 네~ 그 점이 오히려 신선했어요. 솔직히 <차우>에서 멧돼지의 움직임은 생각만큼 역동적이지 못했고 주인공들이 멧돼지에 쫓기는 장면도 그다지 긴장감이 넘치지 않았잖아요. 하지만 오히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부분에서 웃음을 팍팍 터뜨려 주니까 괴수 영화를 보러 왔던 관객들이 예상 밖의 코미디를 보고 재미있어 했단 말이에요.
[미래] <차우> 정말 듣도 보도 못한 웃음을 준 영화죠!
[성란] 물론 <4교시 추리영역>을 <차우>와 단순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어요. <차우>의 경우 괴수 영화로서의 한계를 일찍이 스스로 인정하고 처음부터 전략적으로 코미디로 방향을 잡은 거지만 <4교시 추리영역>의 코미디는 전략적이라고 볼 수 없으니까요. 우리 역시 그게 처음부터 의도된 건지 아닌지 여전히 헷갈리고 있잖아요.
[미래] 맞아요. 그것이 진정 의도한 거라면 <4교시 추리영역> 감독은 천재가 아닐지.
[성란] 짝짝짝. 그렇다면 천재 인정!
[미래] 연출 맡은 이상용 감독이 그동안 CF, 뮤직비디오만 찍던 감독이잖아요. 그런 그가 처음으로 만든 영화인데 말이죠.
[성란] 관객들이 <4교시 추리영역>을 코미디로 즐길 수 있다면 그건  <4교시 추리영역>의 허술함이 그동안 관객들이 무수히 봐 왔던 말도 안 되는 영화들의 기억을 한꺼번에 건드리고 있기 때문일 거예요. 같은 상업 영화 기획 시스템 안에서 어떤 영화는 완성도 있게 나오는데 어떤 영화는 정말 말도 안 되게 허술하고 엉성하게 나온단 말이에요. 그 자체가 일종의 코미디에요. 과정과 결과 사이에 딱히 어떤 논리적인 맥락이 없어요.
[미래] 그러게요.
[성란] 어떻게 보면 관객이나 제작자 모두 영화 산업 안에서 모험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어요. 관객은 매번 극장에 가서 어떤 영화를 볼까 고를 때 마다 엄청난 도박을 하고 있는 셈이에요. 어떤 영화가 '이 영화 그저 그렇습니다' 하고 홍보를 하겠어요. 실제로 <차우>나 <4교시 추리영역> 모두 그럴 듯한 괴수영화와 학원 추리물이라고 홍보했잖아요. 순간의 선택에 따라 재밌는 영화를 볼 수도 있는 거고 아닐 수도 있는 거죠. 그건 제작자도 마찬가지에요. 탄탄한 시나리오에 좋은 감독, 인기 있는 배우를 데려다 영화를 만들지만 결국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거죠. 어떤 건 때깔 좋은 영화가 되고, 어떤 건 욕 먹는 영화가 되고요. 거기다 흥행은 나랏님도 모르는 거잖아요. 그런 뜻에서 좀 거창하게 말하자면 <4교시 추리영역>이 주는 웃음은 어쩌면 영화 산업 자체의 허와 실, 그 엄청난 도박성에 대한 풍자일지도 몰라요. 그걸 '4교시' 안에 보여주다니 이 영화 이젠 철학적으로까지 느껴지는 군요. 짝짝짝.ㅋㅋㅋ 


[미래] 맞아요. 앞으로 점점 더 영화를 보는 게 도박처럼 느껴질 것 같네요. 예상을 빗나간 영화들이 너무 많아서. 물론 빗나가서 좋았던 것도 있고, 나빴던 것도 있지만 말이죠. 근데 전 보도자료에 쓰인 감독의 변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던데요.
[성란] 뭐라고 하셨을지 궁금한데요!
[미래] ‘<추격자>가 고등학생 버전으로 나온다면 어떨까?’ 근데 진짜 이 영화를 <추격자> 고등학생 버전으로 만든 거라고 한다면, 이거 정말 심각한 문제거든요. 한국영화가 언제부터 스릴러를 잘 만들었고 흥행했나요? <추격자>의 성공 이후 스릴러 영화에 목매는 충무로의 행태가 <4교시 추리영역> 같은 괴물을 낳은 게 아닐까요. 전 이 영화의 웃음이 의도적인 게 아니라고 느껴지는 지점이 바로 이거거든요. 분명 <추격자>의 고딩 버전을 만들고 싶었을 거에요 감독은.
[성란] 스릴러라는 장르가 참 어려운 장르잖아요. 진짜 잘~만들어야 겨우 때깔이 나고, 중간에 뭐 하나만 엉성해도 금방 삐끗하는 장르란 말이에요. 스릴러가 많이 만들어지는 건 좋은데 그만큼 공부를 많이 하고 신경 써서 만들어야 한단 말이죠.
[미래] 결국 저는 의도치 않은 코미디라는 쪽에 생각이 미치네요. 스릴러를 얕봐서 생긴 결과가 아닐지.
[성란] 청소년 관객들의 수준도 얕보면 안 돼요.
[미래] 그래서 떠오른 건데, 우리 같은 영화기자들은 무의식적으로 영화의 만듦새를 어떤 기준점 위에 놓고 보게되기 마련이잖아요. 저는 진짜 중고등학생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볼 지가 무지 궁금해요. 그게 바로 <4교시 추리영역>의 성패를 결정짓는 요소가 아닐지.
[성란] 네. 저도 극장에 가서 설문 조사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에요.
[미래] 정말 조사하고 싶네요!
[성란] 동네 영화관에 같이 한 번 뜰까요? ㅋㅋㅋ
[미래] 어쨌든 이 영화의 타깃은 우리 같은 사람들이 아닌 거 같네요 ㅋ
[성란] 네. 그러고 보니 어쩌면 우리도 진짜 청소년 관객들의 마음은 모른 채 우리끼리 '그들은 이럴 거야' 생각에 사로잡혀 탁상공론한 게 아닐지 마구 반성이 되는데요!-_-a
[미래] ㅎㅎ
[성란] 역시 누군가의 마음을 헤아린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근데 청소년 관객들이라고 이 영화에 대한 평가가 다 같진 않을 거예요.  영화에 대한 평가는 결국 주관적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아 어렵다, 어려워!


컬트가 될까?

[미래] 결국 전 이런 생각을 하게됐어요. 이거 애 어른 할 거 없이 사람들 호응 제대로 이끌어내면 컬트영화 한 편 탄생하게 되겠구나.
[성란] 맞아요. 컬트의 전설은 원래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데서 시작되는 거 아닌가요.
[미래] 그쵸. 의도치 않게 반향을 일으키는 거죠. 컬트영화라는 말 요즘엔 거의 안 쓰잖아요. 예전엔 컬트영화가 하나의 문화였는데. 요즘엔 너도나도 웰메이드를 추구하니.
[성란] 오! 중요한 지적이라고 생각해요. 웰메이드 상업영화가 많이 나오는 것도 좋지만 좀 더 다양한 색깔의 영화를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미래] <4교시 추리영역>을 진정 즐기게 되는 순간 한국에도 컬트영화가 나오는 건가요? ㅋ
[성란] 어쩌면 <차우>나 <4교시 추리영역>이 색다르게 느껴진 건 웰메이드 상업영화의 틈에서 신선함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겠네요.  

[미래] 그야말로 스크린에 팝콘 던지면서 비웃고 환호하는 영화가 될 수 있을 거 같네요.
[성란] 그럼 정말 역동적인 극장 문화가 형성되겠는 걸요. 레슬링 경기를 관람하는 심정으로 극장을 찾을 수 있을 거 같아요.
[미래] 너무 각 잡거나 너무 몰입해서 보지 말고, 조금 객관적인 입장에서 영화의 황당함 자체를 즐기면서 볼 수 있게.
[성란] 웰메이드 상업영화도 물론 매력적이에요. 하지만 그런 영화들을 자주 보다 보면 그 매끈함에 질릴 때가 있어요. 그 세련됨 속에 다수의 관객을 만족시켜 흥행해야겠다는 욕심이 보인다고 할까? 반대로 <차우>와 <4교시 추리영역>을 보면서는 오랜만에 영화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풀고 마음껏 영화에 동화될 수 있었어요.
[미래] ^-^ 저도.
[성란] 옛날에 삼촌 손 잡고 극장에 <영구와 땡칠이> 보러 갔을 때의 그 기분!
[미래] ㅋㅋㅋ 그 때 우린 스토리의 개연성이 어떠니 대사가 어쩌니 따지지 않았잖아요.
[성란] 네, 그러고 보면 한국영화도, 관객도 그동안 '수준 높아지느라' 많이 피곤했던 거 같아요. 그렇다고 앞으로 허술한 영화가 무더기로 나오면 안될 일이겠지만 이렇게 우연히, 의도하지 않은 '허술한 재미'를 주는 영화가 나와도 괜찮을 거 같은데요.ㅋ
[미래] 그쵸 더 이상의 <4교시 추리영역>은 원하지 않습니다만, 웰메이드의 강박에서는 벗어났으면 좋겠네요.
[성란] 맞아요. 식인 멧돼지로 괴수영화가 아닌 코미디를 하고, 학교 안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 가지고 학원 추리극 말고 코미디를 하는 영화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미래] 코미디를 사랑하는 관객으로서 대환영입니다~
[성란] 네! 저도요. 물론 잘 만든 멧돼지 괴수영화와 제대로 된 학원 추리물도 환영이에요.
[미래] ㅋㅋ 제발 보고 싶네요.
[성란] 이 모든 영화가 다 함께 하는 세상이면 좋겠어요. 이거 너무 '위 아 더 월드' 식의 결론인가요? ㅋ 그래도 다양성은 좋은 거니까! 히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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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asd.111 BlogIcon da  수정/삭제  댓글쓰기

    ㅠㅠ승호야!!

    2009/08/14 15:02
  2. zzzz  수정/삭제  댓글쓰기

    갑자기 급 보고싶어진다는,,ㅋㅋㅋ

    울 나라에도 이런 황당한 컬트가 나올때도 됐지,,

    데드 얼라이브를 공포 영화로 잔뜩 긴장하고 보다가 터져나오는 그 웃음이라니,,

    혻이,,이 영화도 그런거 아닌가? ㅋㅋ

    2009/08/15 04:42
    • Favicon of http://parandice.tistory.com BlogIcon 파란다이스  수정/삭제

      <데드 얼라이브>'급'도 아닐 뿐더러 <데드 얼라이브>처럼 애초부터 웃음을 의도한 영화는 더더욱 아닙니다. <4교시 추리영역>은 언론시사 이후 그 황당한 완성도 때문에 마케팅 방향마저 '웃음'으로 선회한 듯하더군요. 마치 이 모든 것이 의도적이었다는 듯 말이죠! 허나 영화를 보면 아시겠지만 그 웃음은 그저 너무나 저열한 완성도 때문에 삐져나오는 웃음일 뿐. <영구와 땡칠이>와 비교한 것조차 너무 잘 써주신 거라 생각합니다.-3-

      2009/08/15 12:52
  3. Favicon of http://blog.jinbo.net/taiji0920/ BlogIcon 뎡야핑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고생 시집 가긴가, 그 영화를 케이블에서 잠깐 스쳐봤었는데 편집이 완전 컬트였어요. 사실 너무 못 만든다고 다 컬트적이진 않구, 못만든 나름의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 땡기네요 ㅎㅎ

    2009/08/18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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