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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스릴러들이 반전에 대한 강박을 어느 정도 벗어던진 데에 반해 국내 마케팅은 여전히 <식스 센스>와의 비교우위를 장담하는 안일한 호객행위에 집착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전율의 대반전, 상상할 수 없는 충격적 결말!, 반전의 공식을 뒤집는다!’는 <오펀: 천사의 비밀>(이하 <오펀>) 역시 마찬가지다. 홍보문구만 보면 <오펀>은 마치 반전이 영화 전체를 몽땅 짊어진 듯 보이기 십상이지만, 이는 명백한 오해다. 일본의 국민작가 다카하시 루미코의 유명 만화 또한 <오펀>의 반전과 비슷한 소재를 사용하고 있는 등 <오펀>은 반전이 유독 새롭거나 특별한 영화도 아니며 더불어 반전에 모든 걸 기댄 영화는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반전보다는 두 얼굴의 소녀 에스터(이사벨 펄먼)가 발하는 잔혹한 심리적 압박감이 더욱 매혹적인 영화는 이를테면 정찬을 즐긴 후 반전이라는 이름의 디저트를 별다른 이질감 없이 연이어 맛볼 수 있는 영화일 뿐이다. <오펀>은 반전이 아닌 서스펜스와 미스터리라는 두 축을 통해 서늘한 기운을 물씬 풍겨내는 것만으로도 스릴러로서의 미덕을 충분히 증명해낸다.


유산으로 세 번째 아이를 잃고 슬픔에 잠긴 케이트(베라 파미가)와 존(피터 사스가드) 부부는 입양으로 그 공백을 메우기로 결심하고 고아원을 찾는다. 부부는 영민한 에스터에게 이끌려 그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에스터는 큰아들 대니얼(지미 베넷)과 막내딸 맥스(아리아나 엔지니어) 사이에서 이들 부부의 새로운 기쁨으로 자리 잡는다. 그러나 이 소녀가 수상하다. 입양아이자 ‘불청객’인 에스터는 치렁치렁한 구식 드레스를 즐겨 입고 목과 손목에는 항상 리본을 하고 있는 등 신경 쓰이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닌 것. 또 그림에 재능 있는 줄만 알았던 이 소녀는 알고 보니 피아노로 차이코프스키 정도는 가뿐히 연주할 줄 알고 수화도 금세 익히는 등 참으로 비상한 두뇌를 지녔다. 이윽고 이 불청객은 자신의 명민한 두뇌를 이용해 세상 누구보다도 행복해 보이는 이들 부부의 오랜 앙금을 날카롭게 들쑤시며 가족들을 하나둘 파국으로 몰고 간다.


<오펀>은 에스터의 정체를 대단원에 배치한 채 그녀가 가족들을 차례로 요리하면서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마침내는 살인도 불사해가는 과정을 점층적으로 그린다. 에스터는 아이답지 않은 성숙함으로 인해 또래들에게 배척당하는 소녀이자 동시에 적과 아군을 가르고 협박과 회유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는 잔학하고 교활한 범죄자다. 고독을 머금고 건조하게 새 환경에 적응해 가는 여린 소녀를 뒤쫓다가도 어느 순간 말 못하는 어린 동생과 장난꾸러기 대니얼을 궁지로 몰아넣는 잔인함에 이르면 그 배신감과 혐오감은 꽤 저릿한 기분으로 다가온다. 양엄마 케이트에게 “그래서 절 때리실 건가요?”하며 당당한 눈빛으로 맞서는 소녀 에스터는 이렇듯 근래 보기 드문 간악함으로 음지를 장악해가며 가족들을 옥죄는 공포의 주체로서 서스펜스의 핵을 이룬다. 


에스터의 정체가 밝혀지는 후반부 그가 완벽한 살인마로 변모했을 때의 속도감 역시 나쁘진 않지만 발목부터 서서히 차오르는 전반부의 그 특별한 공포감에 비한다면 안일한 선택으로 비칠 수 있을 듯하다. 그만큼 영화는 에스터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 급격히 일반적인 장치들로 최후의 파국을 묘사한다. 꽤 특별한 요리사였던 에스터의 정찬 코스에 홀딱 마음을 빼앗겼다면 못내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는 대목. 그만큼 저돌적인 살인마보다는 간교한 모사꾼에 의존한 영화의 전반부는 ‘천사의 비밀’보다 더욱 매력적이다. 강상준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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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식스센스' 이후 최고의 반전! '오펀 : 천사의 비밀'

    Tracked from pa.ra.ma  삭제

    영화가 관객에게 승부수를 거는 방식은 두 가지로 나뉘어진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내용 자체의 흥미진진함이며 둘째는 충격적인 결말이다. 전자의 경우는 관객이 결말을 알던 모르던 간에 그 자체로 즐길 수 있을만한 영화다. '트랜스포머'같은 영화를 생각해보자. 결국에는 선이 이기고 악이 질 것이다. 뻔하지 않은가? 이번 '다크 나이트'편이 아닌 기존의 배트맨 시리즈를 생각해보라. 무슨 특별한 철학을 바랄 없도 없다. 얼마나 극적으로 그리고 화려하게 재밌게..

    2009/08/20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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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8/20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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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www.zinsayascope.com BlogIcon 진사야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카하시 루미코의 유명 만화..... 혹시 '란마 1/2' 얘기인가요? 지금 생각해 보니 비슷한 접점도 어느 정도 보이고.. 항간에는 모 미드의 내용과도 겹쳐지는 점이 있어서 반전을 추론하기 한결 쉽겠다 하시는 분들도 계시더라구요. 아무튼 반전치고는 좀 많이 평범한 게 보이죠. 식스 센스에 맞먹는 반전인가도 잘 모르겠더랍니다. 앞부분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얼추 어떻게 나오겠구나 짐작은 할 수 있거든요. 사람에 따라선.

    오늘 세 번째로 봤습니다만, 목을 콱 잡아채는 영화라는 사실은 맞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말씀하신 대로 후반부의 직관적인 모습들이 상대적으로 아쉬움이 될 수도 있겠죠. 저는 맨 마지막 케이트의 발차기를 보며 모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좀 많이 괴로웠습니다. 영화가 안 좋아서가 아니라, 특히 극중 케이트의 시선에 내내 감정이입을 하고 있자니 참... 심경이 마구 복잡해지더라고요 아하하.

    이야기가 좀 더 정돈되었다면 더 재미있게 봤겠지만 지금 결과도 불만족스럽진 않아요.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맥스가 보청기를 빼고 나서 주변 잡음악이 죄다 꺼지고 배경으로 음악 하나만 깔리면서 수화 장면 나오는 것. 한 두번인가 나오는데 보는 맛이 있어서 좋았습니다.

    2009/08/20 22:27
    • Favicon of http://parandice.tistory.com BlogIcon 파란다이스  수정/삭제

      제가 떠올렸던 건 <란마1/2>는 아니고 다카하시 루미코가 비정기적으로 연재했던 어느 시리즈였습니다:) 요 시리즈의 한 에피소드가 이 영화와 꽤 엇비슷한 소재를 다루고 있었던지라 개인적으로는 영화 중반부터 에스터의 정체를 쉽게 짐작할 수 있었죠. 어쨌든 반전의 소재가 아주 새롭다고 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 쉽게 짐작할 수 있는 건 사실인 듯 하네요.

      영화 같이 본 Y기자 역시 부모들이 너무 멍청해서 답답했다고 하더군요.

      2009/08/21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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