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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코미디는 잘 해야 본전이다. 내러티브로는 눈이 번쩍 뜨이게 새로운 걸 뽑아내기가 쉽지 않고, 소재와 캐릭터가 참신하다 한들 뻔하거나 허무맹랑한 스토리에 묻히기 일쑤다. 그래도 별 거 없다는 걸 알면서, 예측 가능한 전개에 순간의 웃음뿐인 걸 인정하면서도 동서고금의 보편타당성을 지닌 사랑 이야기와 기분 좋은 유머는 끊임없이 로맨틱 코미디를 만들게 하고 보게 한다. 그래서 봄바람 불고 낙엽 질 때면 로맨틱 코미디는 어김없이 찾아온다. 그리고 그것의 대부분은 본고장이라 할 할리우드에서 왕성히 생산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이 합작한 <소피의 연애매뉴얼>은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를 야무지게 벤치마킹해 그럴싸하게 아시아화한 작품이다.

만화가 소피(장쯔이)는 결혼을 한 달 앞두고 약혼자 제프(소지섭)에게 차인다. 인기 배우 안나(판빙빙)와 사랑에 빠져 헌신짝처럼 자신을 버린 제프에게 복수를 결심한 소피는 안나의 옛 애인 고든(허룬동)과 손잡는다. 애인에게 버림 받은 여자가 낯선 남자의 도움을 받아 애인 주위를 맴돈다는 내용은 <프렌치 키스>(1995), <애딕티드 러브>(1997)를 비롯한 수많은 할리우드 영화에서 익히 접해왔다. (왜 차였는지 궁금할 정도로) 귀여운 여주인공이 딴 여자 품으로 간 남자를 졸졸 따라다니며 절치부심의 소동을 피우는 것도, 그 과정에서 자아를 되찾고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는 것도 로맨틱 코미디의 정석에 가까운 수순이다.


<소피의 연애매뉴얼>은 이렇듯 익숙한 로맨틱 코미디의 요소들을 얼마나 예쁘게 포장해 보여주는 가에 주력한다. 원 제목이 ‘소피의 복수’(Sophie's Revenge)인 <소피의 연애매뉴얼>은 실연으로 눈물의 나날을 보내던 소피가 배신한 애인에게 단계별 복수 작전을 수행하는 과정을 그렸다. 그런데 쿨하게 이별을 인정하는 척하고 둘만의 추억을 상기시켜 남자의 마음을 흔들어 놓다가 멋지게 변신한 외모로 다시 유혹한다는 식의, 이 세상 모든 실연한 남녀에게 바친다는 그 복수법이란 게 만화 기법을 이용한 텍스트 설명까지 곁들여 강조할 정도로 창의적이거나 흥미롭지가 않다. 대신 영화가 강조한 건 복수를 행하는 소피의 좌충우돌 실수담이다. 영화는 실연으로 정신 줄 놓은 소피의 계획과 어긋나는 여러 사건사고로 채워져 있다. 만화적 상상력으로 표현된 과장되고 우스꽝스러운 장면들이 소피의 판타지와 실제를 이리저리 넘나들며 엄청난 활력과 속도감을 발휘하는 것이다.

사치스런 때깔도 지나칠 수 없다.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의 무기 중 하나는 빼어난 비주얼이다. 그 자체로 로맨틱한 세트가 되는 뉴욕의 거리, 최신 유행을 선도하는 디자이너 의상과 욕심나게 팬시한 소품들은 잘생긴 남녀 주인공만큼이나 중요한 요소다. <소피의 연애매뉴얼>은 이곳이 중국 맞나 싶을 정도로, 아니 뉴욕 어딘가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철저히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의 외양을 취하고 있다. 만화가라는 자유로운 직업, 매 신마다 바뀌는 현란한 의상과 액세서리, 럭셔리한 인테리어, 화려한 남성 편력을 자랑하는 ‘된장녀’ 컨셉의 친구들과 가지각색 변장쇼를 펼치는 할로윈 파티. <섹스 앤 더 시티> 캐리가 울고 갈 정도로 매혹적인 도시 생활이 쉼 없이 나열된다. 이렇게 <소피의 연애매뉴얼>은 허영과 환상을 대놓고 추구하며 더도 덜도 없이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적이고 싶어 한다.


이 외에도 <소피의 연애매뉴얼>은 영원히 사극 속에만 머물 것 같던 장쯔이의 트렌디한 변신으로 이목을 집중시킨다. 배신한 애인 되찾겠다고 아등바등하는 21세기 도시 처녀 장쯔이라… 걱정부터 앞섰지만, 기우였다. 꽃다운 나이에 전통의상 입고 무술하며 어두운 사랑만 하던 장쯔이의 명랑한 변신은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을 고스란히 이으면서도 나름의 독창성을 발휘하며 건재함을 과시한다. 제작까지 참여한 장쯔이는 감각적인 뱅헤어와 알롤달록 캐주얼 패션으로 발랄함을 표출하며 런닝타임 내내 통통 튀어 다닌다. 기존의 심각한 이미지를 벗어내려고 안간힘을 쓰듯 180도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데, 전에 없이 과장된 그녀의 연기는 거부감이 생기기보다 사랑스럽다. 우아한 무예가 아닌 어수룩한 육탄전으로 몸 개그를 펼치는 장쯔이를 접하는 것만으로도 <소피의 연애매뉴얼>을 볼 이유는 충분하다.

‘소간지’ 소지섭도 장쯔이만큼이나 걱정을 불러 일으키는데, 카리스마를 벗어 던진 소지섭은 갈대와도 같은 남자의 마음을 얄밉고 찌질하게 잘 표현하며 맡은 바 임무를 완수해냈다. 전혀 의사 같지 않은 의사로 분한 그는 현실성을 애초에 집어던진 영화의 희극성에 철저히 자신의 몸을 맞춰 깃털처럼 가벼운 연기로 존재감을 불어 넣는다. 중국어 솜씨도 생각보다 덜 어색하고, 공연히 튼실한 상반신을 노출해주며 범아시아적 팬 서비스도 잊지 않았다. 정미래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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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지섭씨 출연때문에 궁금해했던 영화였는데,
    나름 괜찮나보네요?ㅋㅋ 한번 봐봐야겠어요^^

    2009/08/21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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