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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뜸하던 차 두 편의 영화가 반전을 내세우며 또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다. <퍼펙트 겟어웨이>와 <오펀: 천사의 비밀>은 잘 빠진 스릴러 장르의 궤 안에서 반전을 영화의 핵으로 내세운 영화다. 그러나 이놈의 반전. 그 쾌감은 대단하다만 그 수많은 부작용을 감내할 만큼 여전히 영화의 핵이어야 할까? 과연 반전이 뭐기에 선전 문구는 아직까지도 <식스 센스>를 끌어들이고 관객들은 계속해서 반전을 갈구 하는 것일까. 반전을 떼고 봐도 흥미로운 영화들까지 반전에 파묻히는 오늘날 반전의 허명을 <퍼펙트 겟어웨이>와 <오펀: 천사의 비밀>의 반전의 공과를 두고 이야기를 나눴다.


[파란] 잠잠했던 반전(反轉)영화들이 최근 다시 고개를 들고 있네요. 얼마 전 개봉한 <퍼펙트 겟어웨이> <오펀: 천사의 비밀>(이하 <오펀>) 요 두 편의 스릴러는 반전에 상당한 무게중심을 둔 영화고 그중에서도 <오펀>은 반전에 노골적으로 힘을 줌으로써 국내에서도 꽤 높은 관심을 끌었던 것 같아요. 이 관심이 극장 흥행으로 이어질지는 그래도 미지수지만.

[쥬하] 글쎄요. 저는 반전을 중심으로 관람하지 않아서 그런지 두 영화를 반전영화의 계보 위에서 설명하는 것에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지만, 여하튼 영화가 중요한 비밀을 숨기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죠.
[파란] 그게 어쩌면 두 영화가 선사하고 있는 반전을 ‘우와!’ 하면서 순순히 받아들이기에는 뭔가 좀 아니다 싶어서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퍼펙트 겟어웨이>, 반전인가 반칙인가

[파란] 일단 <퍼펙트 겟어웨이>의 반전부터 살펴볼까요. 이 영화에는 범인의 보기가 달랑 세 개뿐이에요. 하와이섬에 잠입한 살인자들이 남녀 커플이라는 전제하에 신혼여행을 온 주인공 커플, 무척 수상해 보이는 히치하이커 커플, 그리고 주인공 커플과 우연히 동행하게 되는 또 다른 커플이 모든 가능성의 전부죠. 그 중 주인공들과 동행하는 커플이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족속들로 표현됨으로써 긴장감을 배가시키고 말이죠. 이를테면 산에서 염소를 잡아다 내장 긁어내면서 좋아라 하는 장면들을 배치함으로써 영화는 이들을 의심하게 만들잖아요.ㅋ
[쥬하] 전 맨 처음 얼핏 스쳐갔던 마을주민들 있잖아요. 엄마와 수상쩍은 아들. 그 사람들도 좀 이상하긴 했어요. 지갑에서 돈 꺼내는 걸 보고 음흉한 표정을 짓잖아요.
[파란] 그렇게 생각하면 또 하나의 보기가 생기는군요. 그래도 총4개. 어쨌든 그래서일까. 저는 영화가 범인을 지목하기 전까지 꽤 매력적인 스릴러를 구현하던 영화가 반전 이후 좌초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시답잖게 과거 군 경험이나 들먹이는 마초 캐릭터하며, 차 태워준다는 데도 성질내면서 내리더니 우연히 만나서는 왜 안 태워줬냐며 또 다시 성질부리는 히치하이커 커플이 주인공 부부와 맞물리면서 발산되는 서스펜스는 충분히 괜찮았거든요.
[쥬하] 네, 저도 모든 캐릭터가 긴장감을 형성하고 있는 게 맘에 들었습니다.
[파란] 그냥 만나도 무서울 것 같은데 그들이 살인마일 수도 있다는 긴장감을 주인공인 시나리오 작가 클리프(스티브 잔)와 그와 막 결혼한 그의 와이프 시드니(밀라 요보비치)는 피해자의 위치에서 꽤나 절절하게 표현하죠. 정말 글만 쓰다 오게 생긴 아저씨와 좀비는 잘 때려잡았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저 신혼에 들뜬 그녀일 뿐이니. 
[쥬하] 두 배우의 이전 이미지를 십분 활용한 셈이죠. 게다가 전 이게 예민한 관객들에겐 약간의 힌트가 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해요. 이런 스릴러 영화에서 인물들은 비밀을 갖고 있기 마련이니까 기존의 이미지가 어느 정도 가면이 되는 거죠.


[파란] 근데 말이죠. 범인의 정체는 바로 이 주인공 커플이었어요. 위험에 벌벌 떨던 그들이 범인이라니. 추리소설로 치자면 화자나 다름없는 이가 범인이었다는 이 반전은 좀 반칙이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더군요.
[쥬하] 반칙이요?! 스릴러에 반칙이 있나요?
[파란] 물론 있죠. 물론 반칙이라고 해서 퇴장을 당한다거나 그런 건 없지만 영화는 실제로 살인자인 주인공 커플이 살인마에 대해 노골적으로 두려워하는 장면들을 계속해서 보여주는데 이런 것들이 조금은 비겁한 반칙이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쥬하] 전 좀 다르게 봤어요. 결과적으로 이들은 자신들의 범죄가 드러날까 두려워했던 건 아닐까요?
[파란] 자신들이 범죄자인 걸 밝히고 싶지 않은 것이야 범인이나 또 이야기의 창작자나 마찬가지겠지만 이 영화는 그런 장치들을 해답과 맞물려서 면밀히 조율하진 않았다는 생각이 들던데요. 가령 이들 주인공 커플이 범인이라면 정체가 밝혀지고 난 후에도 앞의 내용들이 그럴 듯하게 이어져야 할 텐데 영화는 상당히 긴 플래시백으로 이들 주인공 커플의 과거를 보여주면서 영화의 전반부와 반전 이후의 후반부를 일부러 아주 명백하게 구분하려고 하잖아요.
[쥬하] 그렇죠.
[파란] 물론 마치 자기 자신이 범인인 것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듯 행동하는 걸로 비치는 이 살인마 커플에게 작은 방패막이가 있긴 하죠. 이들은 정신이상자래요, 라는 설정.ㅋ 이들이 가해자인 자신의 정체를 다른 인물들에게 숨기는 것에 더해 관객에게까지 감추며 완벽히 다른 사람으로 거듭나려 했는지는 여전히 이해하기 쉽진 않지만 어쨌든 정신이상자라는 설정을 통해 대충 아귀가 맞겠거니 생각한 것 같기도 하고 그렇네요.
[쥬하] 전 긴 플래시백 덕분에 오히려 캐릭터 설명이 확연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중에선 신혼부부로 위장하는 두 살인범들이 비디오카메라의 녹화분을 보고 신혼부부의 평소 습관이나 어투를 반복적으로 연습하는 장면들이 나오잖아요. 전 이게 이 사람들의 지독한 유희라고 생각해요. 자신들이 죽인 사람들을 따라하면서 모욕하는 거죠. 그렇게 보니까 전반부에 보인 다소 억지스런 장면들도 납득이 되더군요. 어쩌면 그마저도 지독한 농담 같은 거죠. 긴 플래시백은 이를 뒷받침하는 거고 말이죠.
[파란] 그렇게 납득할 수도 있겠군요. 그렇다 해도 결정적인 정답이 되는 비디오카메라만 해도 사실 결혼식 장면에서 정작 결혼한 부부의 모습이 나오지 않았다던가, 또 신형이라 비디오카메라를 작동하는 방법을 잘 모른다는 대사 같은 건 정신이상이라는 설정에 의존하지 않고도 꽤 면밀히 반전을 은폐할 수 있음을 보여주잖아요. 이에 비하면 핸드폰 인터넷을 통해 CCTV에 찍힌 살인자의 얼굴을 다른 커플들의 행색과 비교하며 달달 떤다든지 하는 건 마치 우리는 절대 범인이 아니라는 걸 관객에게 애써 강조하는 반칙 아닌가 싶었던 거죠.ㅋ
[쥬하] 진실을 폭발적으로 드러내는 데에는 어느 정도 세공이 필요하잖아요. 영화가 그런 면에서 좀 지나치다 싶을 만큼 장막을 치는 건 사실입니다. 그래서 플래시백이 그렇게 길었던 것 같아요. 절대 짧게 설명할 수가 없었던 거죠.


[파란] 어쨌거나 이 영화의 설정상 가장 대단한 반전을 고르기 위해서는 몇 가지 되지 않는 보기 중에서 단연 ‘주인공이 범인’이라는 걸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어요.
[쥬하] 그렇죠. 장르적으로 들여다보면 결론은 참 시시할 수밖에 없었달까요.
[파란] 근데 이 ‘주인공이 범인’이라는 게 굉장히 매력적인 선택지이긴 하지만 쉽사리 선택하기 어려운 이유는 앞서 설명한 그런 까닭 때문인 게죠. 결코 세공이 쉽지 않다는 것. 의외의 곳에서 범인이 나와야 하는 장르적 특성 때문에 종종 선택되는 방법이긴 하지만 이토록 관객과의 게임과는 무관한 반전을 선택했다는 게 상당히 특이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대단한 용기라고도 느껴졌어요.
[쥬하] ㅎㅎ 정말 용기가 대단해요. 전 데이빗 토히 감독이 그래서 좋아요.
[파란] 이쯤 이르면 일부러 주인공을 시나리오 작가라는 직업으로 내세우는 것조차 영화 작업의 고통을 직접적으로 은유하는 대목으로 느껴질 정도라니깐요.
[쥬하] 그만큼 반전을 두고 고민이 많았다는 증거겠네요.
[파란] 여기에 <식스 센스>나 <유주얼 서스펙트>를 갖다 붙이는 건 실례일지 모르겠지만 이 두 레전드 영화는 반전을 알고 봐도 영화 곳곳에서 해답을 완벽히 가리고 있는 데다가 앞뒤의 아귀 또한 명확히 맞아떨어지게 하기 위해 굉장히 정교하게 세공됐다는 걸 알 수 있잖아요. 가령 <식스 센스>의 브루스 윌리스는 총 맞은 이후 할리 조엘 오스먼트 외에는 아무하고도 대화하지 않는다던가 말이죠.
[쥬하] 그렇죠. 캐릭터 역시도 훨씬 세밀하게 만들어 내고 말이죠.
[파란] 이런 걸 전혀 의식하지 못하게 만듦으로써 반전에 대한 묘미가 더욱 배가됐던 거고.
[쥬하] 물론 모두가 공히 인정하는 반전영화와 비교한다면 이 영화가 다소 밀리는 것이 사실이에요. 하지만 데이빗 토히의 결정은 매우 현실적이었고 또 효과적이었다고 봅니다. 의심할 수 있는 지점들을 최대한 미리 차단한 후 플래시백으로 그 다채로운 설정을 한꺼번에 설명하는 거죠. 그것도 아주 길게. 특이한 구성이고 특이한 리듬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파란] 그 때문일까요. 저는 이 영화가 오히려 스릴러로서의 장르적 고민을 전면에 제기하고 있는 작품이라고도 느껴졌어요. 반전이 없으면 성립할 수 없는 설정, 즉 범인이 될 수 있는 선택지는 많아야 3개 혹은 4개잖아요. 이런 설정 아래 반전을 염두에 두고 가장 효과적인 범인을 택하려면 이 정도의 반칙이나 속임수 정도는 눈감아 주지 않으면 힘들다, 근데 이게 오히려 관객과의 새로운 게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의 발로일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서 말했지만 그래서 주인공이 시나리오 작가라는 설정도 그렇게 느껴졌고 말이죠. 하지만 역시나 다른 한편으로는 이러한 장르적 고민을 너무 안일하게 처리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또 꼭 그렇게 반전을 전제로 미스터리를 꾸려야 하나 싶기도 하고 그렇더군요.
[쥬하] 캐릭터 설명이 마지막에 모두 몰려 있기도 하고 좀 쉬운 설정이라는 생각도 드는 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요즘 관객들이 어디 웬만큼 의심이 많아야죠. 이 정도로 반전을 꼭꼭 숨기지 않으면 늘 <식스 센스>나 <유주얼 서스펙트>에 비교당하잖아요.
[파란] 그래서 반칙을 해가면서까지?ㅋ
[쥬하] 네. 전 어쨌든 그 반전이 효과적이었다는 데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어요.
[파란] 아무튼 이건 용기에요. 이런 생각 장르 스릴러를 만드는 사람 중 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고 봐요. 다만 실천에는 용기가 필요할 뿐-3-
[쥬하] 여하튼 관객들이 맞추더라도 좀 어렵게 맞추지 않았을까요?
[파란] 맞추고 말고의 문제보다도 우선 주인공 커플이 범인이 아니면 안 될 만큼 애초부터 선택지도 좁았고 더불어 노골적으로 그들이 범인이 아님을 설파하는 의도적인 장치들도 많았으니까. 마지막에 가서는 이건 좀 너무하는 거 아냐?, 싶을 수도 있다고 봐요. 속고 나서 기분 좋게 속았다는 생각이 들기보다는 그렇게 속이니 좋냐? 뭐 이런 기분 정도이랄까?ㅋ
[쥬하] ㅎㅎ
[파란] 사실 생각해보면 영화에 있어 반전이라는 건 관객을 기분 좋게 속이는 건데 말이죠.
[쥬하] 모두 상상도 못했다는 기분이 들면 정말 잘한 거죠.
[파란] 그런 면에서 애써 속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야 했다는 면에서 반전에 대한 강박과 그에 따른 고민이 어찌 보면 안타깝기도 했답니다.


<오펀: 천사의 비밀>, 반전 떼고 보기

[파란] 또 다른 반전영화 <오펀> 얘기를 해볼까요. <퍼펙트 겟어웨이>가 반전을 감추며 근사한 풍광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스릴러로 선전한 데에 반해 <오펀>은 정말 노골적으로 반전에 힘을 실어 선전했던 영화였죠. 원제는 그냥 ‘Orphan’인데 반해 부제까지 떡하니 ‘천사의 비밀’이라 하질 않나.
[쥬하] 덕분에 이 영화의 결말이 도대체 뭐길래 그러느냐는 의구심도 상당히 부풀려졌던 것 같아요.
[파란] 이 영화가 그렇게 자랑스럽게 내세우던 반전은 바로 입양아인 에스터(이사벨 펄먼)가 사실은 33살이라는 설정이었죠. 희귀병으로 인해 실제 나이는 33살이지만 외양은 12살 소녀 정도로 보인다는 것. 근데 목욕할 때 문을 꼭꼭 잠그고 한다든지 목과 손목에 리본을 항상 두르고 있는 등 에스터는 신체에 너무 많은 비밀을 품은 아이였다는 점이 어느 정도 그녀의 정체에 대한 힌트를 대신하죠.
[쥬하] 전 그 부분이 좀 아쉽더군요. 신체는 사실 속이기 쉽지 않은 거잖아요. 이 영화가 <미션 임파서블>류의 영화도 아니고 보다 현실적인 세계에서 펼쳐지는 영화라면 더더욱. 그걸 문 하나 잠그는 걸로 때우다니. 좀 불성실하다랄까요.  
[파란] 마지막에 에스터가 제이슨 같은 살인마로 변모했을 때 슬쩍 옷 갈아입는 장면을 보여주는데 흉부를 붕대로 압박하고 있는 것도 슬쩍 보여주더군요. 이런 것조차도 잘 감추고 살았던 거구나 싶던데. 아무튼 그런 비밀이 꽁꽁 감춰지면서 미스터리는 더욱 증폭되고 긴장감마저 배가되고. 장르적 효과만큼은 확실했어요. 물론 이런 설정이 새로운 건 아니어서.
[쥬하] 전 나름 새로웠는데요.
[파란] 저 같은 경우는 다카하시 루미코의 만화 인어 시리즈에 나오는 한 에피소드가 영화 중간부터 떠올라서리. 덕분에 영화 중간부터 에스터가 사실은 80먹은 노인네가 아닐까 싶었다죠.
[쥬하] ㄷㄷㄷ 많이 가셨군요.
[파란] 그 정도 연륜이라면 그녀의 다재다능함도 설명이 될 테고 -3-
[쥬하] 그건 거의 초자연물 수준.ㅋ
[파란] 인어 시리즈의 그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꼬마는 800살이었기 때문에--; 그 교활함은 정말 800년 어치를 해내기도 하고요.
[쥬하] 헐. 33살 하곤 비교도 안 되겠군요.
[파란] 그러니까 에스터도 영화에서 보여준 가닥이라면 33살로는 좀 모자라지 않나 싶었다는 거죠ㅋ
[쥬하] ㅋㅋㅋ
[파란] 에, 농담이고··· 아무튼 그녀가 꽤 매력적인 살인자였던 건 사실이에요.


[쥬하] 전 특히 아이들을 조종하는 에스터의 심리전이 전에 없던 특이한 영역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냥 괴물이 아니라 아이들을 심리를 아이의 수준에서 이용하는 그냥 못된 아이인데  그 교활함이 어른을 해칠 정도였다는 것 말이죠.
[파란] 정말 얄밉죠. 잠자리 몸을 분해하면서 즐거워하는 아이로서의 천진난만한 잔인함에 더해 나이에 어울리지 않은 노회함까지 두루 갖춘. 저 역시 이 영화의 최대 장점은 바로 그 부분이라고 봅니다. 때문에 반전이 대단하다거나 혹은 별론데?, 라는 평가로 끝나기보다는 그런 부분들이 더 특별하게 평가되어야 하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특히나 국내에서는 도대체 반전이 뭐냐!, 는 식으로 소비되고 있는 것 같아 더욱 안타깝더군요.
[쥬하] 맞아요. 전 <식스 센스> 이후 영화 마케팅에서 줄기차게 사용되는 ‘반전’이란 단어 자체에 거부감이 생길 정도예요. 영화에 비밀이 존재하고 그게 드러날라 치면 ‘반전 반전’ 하면서 호들갑을 떨잖아요. 이러면 재미있을 것도 재미가 없어지죠.
[파란] 그러게 말이에요. 고놈의 반전이란 게 양날의 검인 데다가 꽤 다루기 힘든 검이기도 하고 또 거기에 몽땅 무게중심을 둔다고 해서 괜찮은 영화가 되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아무튼 <식스 센스>나 <유주얼 서스펙트>가 남긴 궤적은 역시나 상당하다는 것만 새삼 느낍니다. 그 이후 어찌됐든 이 장르 내에서는 반전은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요소가 됐고 덕분에 의식하는 순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영화 전체가 무너져 내리는 경우도 허다했고요. 
[쥬하] 또한 그 두 영화의 선례 덕분에 반전이란 게 마케팅의 수단이 될 수 있었던 거죠. 정말로 이 경우엔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것 같아요. 전 그래서 <오펀>이 좀 다른 의미에서 반전을 갖고 있었으면 어떨까 기대했어요. 도무지 평범한 아이 같지 않던 에스터가 그냥 진짜 아이인 거죠. 그 아이가 어른들을 모조리 파멸하는 그런 ‘깨는 영화’가 되기를 바랐답니다.
[파란] 저 역시 특별히 반전을 두지 않아도 충분히 성립할 수 있고 또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는 이야기였다고 생각해요. 사실 후반부에 에스터가 칼 들고 설치는 장면이 가장 긴장감 넘쳐야 되는 영화의 클라이맥스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측면에서는 진부하게 느껴졌던 것도 그렇고.
[쥬하] 그 장면에서 에스터가 너무 자주 살아나는 것도 싫었어요. 제이슨이나 프레디의 얼굴이 겹쳐지더군요.
[파란] 뭐 그거야 장르의 특수성이니까. 아무리 꼬마애라지만 한 방에 나가떨어지는 적은 재미없겠죠.
[쥬하] 허긴 ㅎㅎ
[파란] 기어이 완전하게 파멸해야 한다는 것 때문에 이런 식으로 에스터가 제이슨화, 또 프레디화 되어야만 했던가 싶기도 하네요. 에스터가 비밀을 잘 감추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 라고 끝났으면 더 무서웠을 텐데.ㅋ
[쥬하] 그랬겠죠. 그런데 아무래도 이런 종류의 대중영화에서 입양아를 노골적인 공포의 대상으로 표현하기는 그만큼 힘들었을 겁니다. 영화적으로는 시도해 볼만한 매력적인 결말이지만 사회적인 여파를 고려한다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부정적인 내용이거든요. 입양률이 뚝 떨어지면 정말 어쩔 수도 없고.
[파란] 너무 나가신 듯ㅋ
[쥬하] ㅎㅎㅎ


반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파란] 아무튼 그놈의 반전 말인데, 사실 최근에는 반전을 오히려 의식하지 않는 것이 반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정도가 된 것 같아요. 제작자든 관객이든.

[쥬하] 맞아요. 언제부턴가 반전을 의식하면 영화의 재미가 반감되더이다.
[파란] 악수가 될 수도 있는 반전에 굳이 목 맬 필요가 없다는 걸 최근에는 제작진 스스로 증명하고 있기도 하고요. 영화 관계자들도 이 점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영화는 더 세밀하게 가공되고 있잖아요.
[쥬하] 전 에스터의 정체에 대해선 실망했지만 영화의 설정이나 진행은 정말 좋았습니다. 특히 두 부부의 과거 관계를 파고드는 에스터의 교활함은 정말 피가 거꾸로 솟죠.
[파란] 동감. 그런 의미에서 온통 반전에 건 <오펀>의 홍보 전략이 조금은 분산되어도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반전을 갖춘 봉준호 감독의 <마더>가 상대적으로 반전에 힘을 싣지 않았던 것과 비교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겠으나 <오펀>의 경우엔 정말로 그 정도쯤의 영화로 밀어붙였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네요.
[쥬하] 네. 반전이 중심을 이루기엔 이야기가 너무 좋은 영화죠.
[파란] 하지만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있겠죠. 여전히 관객들은 반전을 원하기 때문에라든지 말이죠.
[쥬하] 허긴. 그건 수치가 증명하는 것이니 만큼 무어라 말하기가 어려운 부분이네요. 어차피 대중영화는 돈의 움직임에서 자유롭기 힘드니까.
[파란] 그치만 또 이렇게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요. 관객들이 반전을 원한다는 건 그만큼 어려운 게임을 원한다는 거고 그만큼 예상할 수 없는 스토리를 만끽하고 싶은 열망이 있다는 거죠. 이건 굳이 반전으로 표출되지 않아도 되는 거고 말이죠.
[쥬하] 저는 이런 생각도 해요. 관객들이 마케팅에 길들여 진 건 아닌가 싶은 거죠. 반전을 하도 강조하니까 영화에 대단한 반전이 없으면 싱겁게 생각하는 거죠. 마케팅도 영화의 일부라고 생각해요. 그것도 꽤 중요한.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그 옛날 <싸이코> 상영 전에 영화의 반전을 숨기려고 갖은 노력을 다 했다잖아요. 마찬가지로 홍보사들이 창의적인 홍보 전략을 수립하는 것도 이제는 흥행을 떠나서 영화의 중요한 요소가 됐다고 봅니다. 
[파란] 게다가 반전이 스포일링 되는 순간 누구도 구원할 수 없는 영화라면 굳이 반전에 힘을 실을 필요가 없다는 것 역시 자명한 사실이라면 애써 반전을 강요할 필요는 더더욱 없을 것 같아요. 아, 반전이 마지막 보루인 영화도 있겠구나. -3-
[쥬하] ㅎㅎ 뫼비우스의 띠네요.
[파란] 아무튼 반전을 알고 보면 재미가 반감되는 것도 있겠지만 두 번 세 번 봐도 감탄스러운 영화가 있다는 것을 돌이켜 보면 반전만이 전부는 아닌 듯합니다. 아무튼 저 역시 이제 반전은 진부해, 이젠 재미없어, 라기보다는 아직도 마음 한 켠에서는 꽤 괜찮은 반전을 기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에요.
[쥬하] 사실 우리가 오늘 말한 영화들도 돌이켜 보면 비교적 완성도 있는 반전이 구축된 편이죠.
[파란] 그렇게 말씀하시니 기회 되면 스포일러 특집 하나 하면서 그런 반전영화들 쫙 모아 반전만 얘기해보고도 싶군요. ㅋ
[쥬하] 범인은 절름발이다. 사실 유령이었음. 뭐 이렇게요?
[파란] 네. 사실 다 머릿속에서 일어난 일. 이중인격 아니었음. 이렇게요.
[쥬하]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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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easygoing39.tistory.com BlogIcon 카타리나  수정/삭제  댓글쓰기

    스포일러 있다고 해서 그냥 내려왔어요

    반전 영화를 한번 보게되면...꼭 그런 영화만 찾게되기도 하죠
    그러면서 반전이 시시하면 영화내용과 상관없이 짜증이 나기도해요 ㅎㅎ

    2009/08/28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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