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미 아담스는 보기드문 미인임이 확실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불안해 보인다. 무언가를 유심히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이 가늘게 떨리는 것처럼 보여서일까? 아니면 거의 투명해 보일 정도로 옅은 푸른 눈의 색 때문일까? 더구나 그렇게도 순진해 보이는 그녀의 눈 주위엔 약간의 잔주름까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 흔한 보톡스도 사용하지 않았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녀의 얼굴은 아름답지만 알 수 없는 불안과 세월의 상흔이 오묘한 방식으로 숨어있다.
그녀는 군인이었던 아버지의 근무지 이탈리아 비첸자에서 태어난 후 미국 콜로라도 캐슬 록으로 이주해 6명의 형제, 자매들과 함께 자랐다. 에이미 아담스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연예계를 꿈꿨다. 처음부터 배우가 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말 그대로 연예계를 목표로 했고 막연히 춤, 노래를 할 수 있는 일을 상상했다. 시골출신의 가난한 아가씨가 연예인이 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에이미 아담스는 오디션을 전전하는 동시에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서빙을 생업으로 삼았다. 그것도 ‘후터스(여 종업원들이 조그마한 탱크톱과 핫팬츠를 입고 서빙을 하는 것으로 유명한 술집 겸 식당 체인)’에서. 하지만 그녀의 외모는 확실히 비범한 구석이 있었다. 곧 어느 영화 제작자가 그녀에게 접근했고, 그녀는 연기 세계에 첫발을 들여놓게 된다.
시작은 조촐했다. 이런저런 TV프로그램의 단역 및 조연이 고작이었다. 가까스로 주연을 맡은 시리즈물 <맨체스터 프렙>(1999,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의 TV드라마 버전)은 파일럿 한 편을 찍고 난 뒤 방영이 취소됐다(<맨체스터 프렙>은 이후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 2>라는 제목을 달고 DVD 시장으로 직행). 본격적인 배우경력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캐치 미 이프 유 캔>(2002) 이후부터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연출하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출연하는 대작이었기에 그녀의 매력은 한층 쉽고도 널리 알려질 수 있었다. 순진하다 못해 바보스럽기까지 여자, 브렌다 역을 맡은 그녀는 자신의 여린 목소리와 투명한 눈빛을 맘껏 활용했다.
이후 그녀의 행보는 성실했다. 천진난만한 임산부를 연기한 <준벅>(2005)을 통해선 오스카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TV출연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녀는 <킹 오브 더 힐>과 <오피스>에서 몇 차례 얼굴을 비추기도 했다. 그녀의 연약하면서도 순진한 캐릭터는 코미디에도 적합한 소재였다. 에이미 아담스는 <터네이셔스D>(2006) <탤러데가 나이트: 릭키 바비의 발라드>(2006)에서 자신의 백치미를 코미디의 소재로 맘껏 활용한다. 발전한다기보다 기존의 이미지를 소비하고 있던 그녀에게 새로운 발판이 되는 영화가 찾아온 때는 2007년이었다.
동화 속의 공주가 현대 뉴욕 한복판에 떨어진다는 설정의 영화 <마법에 걸린 사랑>(2007)의 제작자들은 원래 스타캐스팅을 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케빈 리마 감독은 동화 속에서 막 빠져나온 순수한 주인공이 익숙한 스타의 얼굴을 갖고 있어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 300명이 넘는 배우들이 오디션을 거쳤고, 그 중에는 에이미 아담스도 있었다. 그녀는 뮤지컬 이력을 갖출 만큼 훌륭한 가수이기도 했다.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많았던 지젤(<마법에 걸린 사랑>의 주인공)역에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었다. 꿈꾸듯 순진한 웃음을 짓다가도 돌연 현대도시의 삭막함에 어두워지는 그녀의 표정은 그 자체로도 남다른 구경거리가 된다. 그녀는 지젤의 순수함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연기자였고, 그녀의 그런 자세 덕분에 <마법에 걸린 사랑>은 단순한 공주이야기, 그 이상의 감정을 품은 작품이 될 수 있었다.
<마법에 걸린 사랑>이 상당한 상업적 성공을 이룬 덕분에(개봉 첫 주 수입만도 5천만 달러에 육박했다) 에이미 아담스의 위상은 급상승했고 좋은 배역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역시 늘어났다. <미스 페티그루의 어느 특별한 하루>(2008)는 기존 그녀의 이미지에 또 다른 매력이 첨가된 작품. 그녀가 연기한 라포스는 철없는 클럽가수이면서 남자 없이는 살지 못하는 바람둥이 같은 여성이다. 에이미 아담스는 농염한 라포스의 매력을 자신의 묘한 순수함 속에서 재현해내는 영리한 연기를 보여준다. 영화의 절정부에서 흘러나오는 그녀의 노래 ‘If I didn't care’를 놓쳐선 안 된다. 섬세한 발성과 그보다 더 섬세한 연기력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의 능력을 노래실력과 연기력의 총합으로 측정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다우트>(2008)는 뛰어난 노래실력에 다소 손해를 보고 있었던 그녀의 연기력이 온전한 모습을 드러내는 작품이다. 1964년 미국 성 니콜라스 교구 학교에서 벌어지는 어떤 사건을 다룬 <다우트>(2008)는 메릴 스트립,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 같은 명배우들이 출연하는 영화. 에이미 아담스는 대립하는 두 인물, 교장 수녀 알로이시스(메릴 스트립)와 플린 신부(필립 세이무어 호프먼) 사이에서 끝없이 흔들리는 젊은 수녀 제임스역을 맡아 그녀의 얼굴만이 해낼 수 있는 대단한 것들을 이뤄낸다. 확신과 광신에 대한 교묘한 질문이자, 사랑과 욕망에 대한 논쟁적 성찰이었던 <다우트>가 완성된 지점은 연약하고 투명한 눈길로 떨고 있던 제임스 수녀의 눈빛 속이었다. 신실한 믿음과 뒤틀어진 정의 사이를 열연했던 메릴 스트립이나 종교적인 사랑과 육체적인 욕망을 내면으로 가늠했던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이 돋보일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었다.
다소 특별한 캐릭터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그녀의 이력을 생각한다면 그녀가 9월 3일 개봉한 <선샤인 클리닝>의 주연을 맡은 것은 다소 이례적인 일이다. <선샤인 클리닝>은 얼핏 유쾌한 코미디와 매끈한 가족드라마의 결합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선샤인 클리닝>의 주인공 로즈는 고등학교 시절 치어리더였지만 가난한 싱글맘으로 힘겹게 살아가는 여인이다. 영화의 대부분은 그녀의 지루하고 평범한 현실을 통해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이 공유하는 두려움과 위기감을 끄집어낸다. 사실 자잘한 모욕과 자존심을 지키려는 아슬아슬한 거짓말들은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에서 얼마나 익숙한 것들인가. 에이미 아담스의 흔들리는 눈빛과 겁먹은 목소리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슴 속에 숨기고 마는 연약함이 오롯이 드러난다. 그녀의 얼굴에선 불안에 시달리는 우리의 애처로운 표정을 살필 수 있다. 그것은 각성일수도 위로일수도 있는 바로 에이미 아담스의 매력이고 가치다. 유주하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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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전에 줄리&줄리아라는 영화에서 에이미 애덤즈를 알게됬는데, 유익한 정보 얻고가네요.
2010/05/30 1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