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8일 오후 6시 30분 박재범은 시애틀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의 한국비하 논란이 시작된 지 4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언젠가 돌아올 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아직도 인터넷의 바다에선 그를 향한 분노와 동정이 거세게 맞부딪히고 있는 중이다. 어쨌든 그는 떠났다. 돌아오긴 힘든 출국. 어쩌면 이것은 추방과 다름 아니다.
문제의 발단은 지금으로부터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의 마이스페이스(미국의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에 남아있던 개인적인 넋두리들은 흘러간 시간이 무색하게도 토씨 하나 틀림없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었다. 그는 한국이 싫었고, 한국 사람들이 이상했다. 영어로 속어와 은어를 쏟아내던 중엔 소수자를 차별하는 단어도 거침없이 튀어나왔다. 4년 전의 기록을 추적하던 어떤 네티즌에게 이건 그야말로 눈이 튀어나올만한 ‘대발견’이었다. 박재범의 글은 충분히 자극적이었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환기할만한 어떤 ‘꺼리’가 철철 넘쳐났다.
곧 여러 커뮤니티에서 박재범에 대한 집중사격이 시작됐다. 기사의 클릭 횟수에 돈벌이가 달린 인터넷언론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사건의 개요만을 급히 전하는 단신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모종의 노림수가 느껴지는 제목들은 서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그들의 키워드는 한마디로 ‘역겹다’였다. 동아일보는 5일 ‘2PM’ 재범 “한국 역겨워…美 가고싶다”를, 조선일보는 5일 "한국 정말 역겹다"…2PM 재범 '한국비하논란' 곤욕을 제목으로 내걸고 클릭에 굶주려 있는 네티즌들을 끌어 모았다.
곧이어 박재범의 공식사과문이 배포됐지만 사태는 눈덩이마냥 불어나기만 했다. 오히려 반성문의 내용이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형국. 민족주의와 파시즘을 언급하며 상황의 괴이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이미 분노의 발산, 파괴의 쾌감에 빠진 사람들을 멈추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프레시안이 8일 2PM 재범 탈퇴, 나는 공포를 느낀다. 우리는 진정 ‘애국주의 아이돌’을 원하는가?라는 한예종의 이동연 교수의 기고글을 내보냈고 오마이뉴스는 9일 ‘우리 안의 파시즘’이 22세 청년을 쫓아냈다는 기사를 발표했지만 상황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민족주의나 파시즘을 거론하는 이런 지적들이 “너무 거창하다”며 논의자체를 거부하는 의견들이 튀어나왔다. 한국사람 흉을 본 한국사람(내지는 미국사람)은 인생이 망가져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두뇌들치고는 퍽이나 영리한 상황판단이었다. 여하튼 그들의 논리는 아웃복싱을 구사했고 박재범은 완전히 나가떨어질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아니, 그야말로 나가떨어졌다.
이른바 박재범에 대한 이 ‘괘씸죄’ 사건은 황금만능주의 사회의 어떤 상징으로 기록될 만하다. 그의 인격과 정체성은 철저히 돈으로 환산됐으며,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인격과 정체성까지 구매한 ‘고객’으로서 자신의 권리를 행사했으니 말이다. ‘고객’들이 박재범의 자유나 과거를 용납하지 않은 그 순간 ‘상품’ 박재범은 시장, 한국에서 퇴출되고 말았다. 이미 거기에 인간 박재범은 없었다. 상품 박재범이 있었을 뿐이다. 헌법에 명시된 개인의 자유, 표현의 자유 따위야 아무렴 어떠랴. 상품을 사주시는 고객은 왕이라고 하지 않는가. 왕 앞에 법은 무용한 것이니 세상은 그렇게 박재범을 짓밟았나보다.
어쩌면 이 세상은 지금 그저 분노의 대상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갈 곳 잃은 분노는 어쨌거나 희생자를 필요로 하고 그 대상은 아무래도 가장 눈에 띄는 존재가 되기 십상이다. 절대 다른 사람의 눈에 띄어선 안 된다. 과거의 모든 기록은 철저하게 감추거나 지워야 한다. 이미 인터넷의 바다에선 이번 문제를 촉발시켰던(박재범의 마이스페이스를 발견하고 그 내용을 해석하고 퍼트렸던) 네티즌을 제2의 희생자로 지목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박재범은 미국에라도 갈 수 있었지만 그 네티즌은 어디로 갈 수 있을까. 모두들 주위를 살펴야 할 것이다. 거대한 분노가 다음 희생자를 물색 중이다. 유주하 기자(FILMON)
:: 지난 8일 오후 6시반 비행기로 시애틀로 홀연히 날아가버린 2PM의 리더 박재범. 한국비하글의 논란을 일으켜 쫒겨나다시피 도망치듯 출국 할 수 밖에 없었던 그를보며 안타까운 한숨과 동시에 왠지 모를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자살해버려라' '딴나라로 가라' 등등의 강력한 네티즌들의 힘(?)때문에 나이어린 댄스가수가 받았을 상처가 얼마나 컸을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네요. (악플때문에 연예인들이 자살을 하고, 힘들어했던것은 비단 이번 뿐만이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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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태를 보면서 이 나라는 어린 사내의 치기 어린 실수를 받아줄 수 없을만큼 좁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잘잘못을 떠나서,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도, 용서를 할 수도 있었을 텐데요..
2009/09/10 11:38씁쓸합니다.
뻔뻔한네티즌들..지금와서 개념인이척 글쓰는데 자기들이 한 행동에 양심의 가책도 안느끼나봐요?
2009/09/10 15:13사과문유포한자에게 비난하는 팬들보고는 니들하는짓이 마녀사냥이라고 하시는데 당신들은 비난할 자격없습니다.
당당하게 행동하지마세요 역겨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