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빨가벗고 있어도 부끄러울 것 하나 없이 편하지만 그만큼 지긋지긋한 것 또한 어쩔 수 없다. 마음으로는 서로를 끔찍이 여기지만 어째서인지는 얼굴만 보면 서로 으르렁대기 바쁘다. 무릇 엄마와 딸은 그런 사이다. 그것은 세상 많은 여성들의 이야기이자 괴로움과 즐거움이 뒤섞이게 마련인, 세상 모든 인간관계의 좋은 본보기다. 그런 뜻에서 일찍이 <마요네즈>(1999) <인어공주>(2004) 같은 영화가 엄마와 딸의 이야기에 주목했더랬다. 그리고 지금, <애자>가 다시 한 번 엄마와 딸을 이야기하려 한다.

일찍이 남편을 여의고 두 남매를 혼자 길러낸 엄마 영희(김영애). 어려서부터 글 잘 쓰기로 부산을 주름잡았지만 지금은 별 볼 일 없는 소설가 지망생인 딸 애자(최강희). 엄마는 딸에게 소설 나부랭이 쓰는 일일랑 하루빨리 때려치우고 결혼하라고 성화다. 딸은 어려서부터 뒷바라지란 뒷바라지는 오빠 민석(김재만)한테 다 해주고 자신은 늘 뒷전 취급하는 엄마가 불만이다. 그런 엄마가 어느 날 죽을병에 걸린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엄마와 딸의 눈물 어린 화해를 감상할 차례다.


뜻밖에도, <애자>는 관객의 눈물을 쥐어짤 만한 장면을 담담하게 처리한다. 슬픔을 과장해 관객에게 눈물을 강요하려 하지 않는 것. 그러나 전체적으로 볼 때 이 영화를 기름기 없는 담백한 영화라고 평하기엔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특이하게도 <애자>는 엄마의 죽음 앞에 애써 슬퍼하려 하기보다 자꾸만 명랑한 웃음을 띠려 든다.       

그것이 바로 <애자>가 누구나 공감할 만한, 그래서 너무 익숙하기까지 한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뭔가 겉도는 같은 느낌이 드는 이유다. <애자>는 엄마와 딸이 서로에게 갖는 이중적인 감정, 그러니까 좋으면서도 밉고 고마우면서도 서운한 그 오묘한 정서의 본질을 정확하게 그리지 못한다. 그토록 구질구질한 감정을 드러내기에 기본적으로 영희와 애자의 캐릭터 자체가 너무 시원스럽다.


애자의 학창 시절만 해도 그렇다. 분명 사고뭉치 딸과 그 때문에 하루가 멀다 하고 학교에 불려 다니는 엄마의 이야기지만 정작 두드러지는 건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이 아니다. 비오는 날이면 시를 쓰러 바다에 가고, 그렇게 수업을 빼먹는 데도 성적이 전교 10등 밖으로 떨어진 적이 없고, 툭하면 동네 독서실로 가출을 감행하는 애자. 그런 애자의 모습을 영화는 마치 무용담을 늘어놓듯 익살스럽게 묘사한다. 그런 딸을 혼내는 영희 역시 만만한 엄마가 아니다. 결코 한숨을 쉬면서 힘들어하지 않는다. 애자의 목덜미를 끌고 오는 영희의 모습은 더할 나위 없이 박력 있다.

이를테면 <인어공주>에서 때밀이 연순(고두심)이 계란 값 400원 때문에 목욕탕 손님과 드잡이를 하는 것 같은 장면이 <애자>에는 없다. 애자가 공항에서 영희에게 왜 오빠만 외국 유학 보내주느냐고 따지는 장면만 해도 익살스러운 느낌을 줄 뿐, 애자의 가슴에 남은 상처를 세밀히 그리지 못한다. “글 쓴 돈으로 빤스 한 장 사본 적” 없는 애자가 서울에서 혼자 얼마나 힘들게 먹고 사는지에 대해서도 영화는 설명하지 않는다.

<인어공주>


그래서 영희와 애자의 이별은 그다지 애틋하지 않다. 서로에게 지긋지긋하게 군 데 대한 미안한 마음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이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리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 눈물은 영화가 만들어낸 게 아니라 전적으로 관객들 개개인의 영화 밖 현실에 빚지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애자>가 조금이나마 그 눈물에 보탠 게 있다면 그것은 분명 김영애와 최강희의 빛나는 연기력일 것이다. 장성란 기자(FILMON)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TRACKBACK :: http://film-on.kr/trackback/627 관련글 쓰기

  1. [애자]를 본 아들과 수다를 떨다.

    Tracked from 모과 향기  삭제

    " 엄마! 애자 봤어요." " 그래 재미 있지? " 응 . 최강희 연기 끝내주게 잘 하던데" " 그래 . 나는 전도연의 뒤를 이을 배우가 될 거라고 생각해. 얼굴도 동안이고 33살이래" " 나보다 한 살 더 많은데 동안이야...

    2009/09/12 11:58
  2. 애자! 딸 있는 엄마가 처음으로 부러웠다.

    Tracked from 모과 향기  삭제

    정말 기가 막힌 영화라고 생각한다. 봉준호 감독의 [마더]를 뛰어 넘는 영화가 탄생했다. 영화가 끝나고 두 눈들이 벌개서 눈물들을 닦으며 말했다. "대박이야" 감독에게 뒷통수를 세게 맞은 것 같았다. 일단 영...

    2009/09/12 11:58
  3. 애자 - 욕심많은 신파는 괴롭다

    Tracked from 마이너 블로그  삭제

    애자 감독 정기훈 (2009 / 한국) 출연 최강희, 김영애, 배수빈, 최일화 상세보기 애자(최강희)는 고등학생 시절 성적이 전교 7등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지만 출석일수가 모자라서 대학 진학을 못할 수도 있는 왈가닥 일진이었습니다. 하지만 글 쓰는 능력만큼은 뛰어나서 백일장 대회에 나가 상도 받고 대학도 특기자 전형으로 들어갑니다. 당연히 애자의 꿈은 작가. 하지만 스물 아홉의 애자는 '소설 써서 빤스 한 장 사본 적이 없는' 그저그런 작가 지망생..

    2009/09/14 18:41
  4. 애자, 엄마의 펀드를 부탁해.

    Tracked from Value25  삭제

     최근 영화 '국가대표'를 보았습니다. 후반으로 갈수록 손이 차고 눈물샘을 자극하여 참아내느라 혼쭐이 났습니다. 점 점 기온이 차가워져서 그럴까요..극장가에는 '국가대표','애자' 처럼 감동을 주는 영화가 흥행하고 있고, 서점가에는 100만부나 팔렸다는 '엄마를 부탁해' 처럼 잔잔한 감동을 주는 책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제가 지금 쓰려는 내용은 영화 '애자'의 스토리도 신경숙 선생님의 '엄마를 부탁해'의 독서감상문도 아닙니다. 하지..

    2009/09/20 11:01
  5. 두 모녀의 만남, <애자>

    Tracked from  삭제

    안녕하세요 ^^ ! 즐거웠던 연휴 마지막 날이네요, 벌써. 너무 짧았죠? 하지만 짧아서 더욱 소중했던 가족들과의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좀 더 알차게 연휴를 보내고 싶은 마음에, 함께 가족들과 나들이도 가고 맛있는 음식도 해먹고, 더없이 행복감을 느꼈어요. :) 특히 저는 엄마와(아직도 저는 어머니가 아닌 엄마라고 부른답니다.^^;) 단 둘이 외출을 하고 싶었고 나름대로 코스를 짰는데, 그 계획의 마무리는 <함께 영화보러가기> 였어요. 추석맞..

    2009/10/05 02:41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Favicon of http://blog.daum.net/moga2641 BlogIcon 모과  수정/삭제  댓글쓰기

    현실은 생각보다 구질구질하게 시한부 인생에 대한 애착이 없습니다.
    아버지가 암으로 돌라 가시는 과정을 봤습니다.
    [애자]의 엄마는 능력있는 수의사입니다.
    유기견을 보호하는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입니다.
    죽을 때까지 딸을 배려해서 안락사 하는 모성이 공감이 됍니다.
    죽는게 확실한데 구질구질하지 않을 것 같아요.
    누구나 가는길인데 ..59세의 애자 엄마는 남보다 10년정도 조금 일찍 갔을 뿐입니다.

    2009/09/12 11:57
  2.  수정/삭제  댓글쓰기

    구질구질함에서 감동을 끌어내는건 너무 쉽잖아요?

    여러영화가 그러했듯이....

    엄마는 딸을위해 희생을 마다않고 그것도 모르는 철부지 딸은 속만 썩이다가 나중에 눈물로 뉘우치고...

    그런영화라면 오히려 보기 싫은데요

    아직 이 영화를 보진 않았지만

    시크하고 쿨한 모녀일것 같아서 더 끌리네요...

    2009/09/12 15:53
  3. 저도 좀 그랬어요  수정/삭제  댓글쓰기

    뭐 영화마다 같을 순 없고, 꼭 모녀간의 애증을 구질구질하게 묘사할 것 까진 없다고 쳐도,
    쿨한것도 정도가 있지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더군요.
    요즘 일본영화도 그렇고 저런식의 영화가 많은 것 같아요.
    깔끔하고 담담하게 묘사 하려다 실패한 작품.
    최강희씨 괜찮은 연기자로 봤는데 조금 실망... 뭐 대본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요.
    원래 어머니가 나이들어가시는 것만 느껴져도 눈물흘릴 정도로 눈물이 많은 데도 이 영화는 좀 ....

    2009/09/12 16:11
  4. 왜 구질구질해야 하죠?  수정/삭제  댓글쓰기

    삶을 구질스럽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오랫동안 사랑하던 애인과 헤어지고 난 뒤 거리에서 흘러나오는 대중가요를 들으며 그 자리에 앉아 펑펑우는 모습이든, 담배끼고 소주잔 기울이든, 직장일 열심히 하는 척하든, 다를 게 없지 않나요? 펼져진 모습보다는 마음을 읽으면 어떨까요.

    2009/09/12 22:35
  5. Favicon of http://hungryan.tistory.com BlogIcon 구름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지막 문단의 "하지만 그 눈물은.... 불과하다"는 말씀이 공감되네요.
    영화는 좀 어정쩡했죠.

    2009/09/14 18:49
  6. Favicon of http://lucell.tistory.com/478 BlogIcon 루셀리언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엄마 모시고 영화 보고 온 딸 1인입니다.ㅎㅎ 엄마와 함께 본 영화라서 좀더 감상평을 후하게 쳐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별 기대 없이 보러간 탓도 있을 거구요. 이런 소재의 영화는 어지간하면 소재 하나만으로 감정에 젖어드는데 큰 무리가 없어서인지 그럭저럭 괜찮게 보고 나오게 되더군요. 군데군데 좀더 설명이 들어갔으면 하는 부분도 있엇지만요.

    2009/10/05 02:21

◀ Prev 1  ... 311 312 313 314 315 316 317 318 319  ... 740  Next ▶

카테고리

FILMON (740)
REVIEW ON (343)
FEATURE ON (121)
PEOPLE ON (86)
CULTURE ON (68)
ESSAY ON (59)
TALK ON (15)
FOCUS ON (39)
NOTICE ON (8)
CONTACT US (1)

영화웹진 FILMON

'미래's Blog is powered by Tattertools / Supported by Tatter & Media
Copyright by '미래 [ http://www.ringblog.com ]. All rights reserved.

Tattertools Tatter & Media DesignMyself!
Copyrightⓒ FILM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