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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온 크리스천 베일

PEOPLE ON 2009/09/17 02:36 Posted by 파란다이스
모르고 있던 사람에게는 깜짝 놀랄만한 사실 하나. 크리스천 베일은 1974년생으로 우리 나이로 겨우 서른여섯 살의 비교적 젊은 배우라는 것. 채 마흔도 되지 않은 이 젊은 배우가 중년을 넘어 환갑을 향하는 초특급 할리우드 동안 스타들의 대열에서 쉽게 재단당하고 있었다는 건 오로지 실제나이보다 진중했던 영화 속 그의 캐릭터 때문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일찍이 스필버그의 <태양의 제국> 아역으로 자신을 알리기 시작해 ‘사이코’를 거쳐 ‘히어로’에 이른 그의 이력은 이제 그를 ‘베일신’이라 호칭하는 것조차 어색하지 않을 정도. 그의 크고 작은 대표작 18편을 반추하며 앞으로 더욱 그럴 듯한 필모그래피를 쌓아갈 그의 장밋빛 미래를 가늠해본다.

<태양의 제국> Empire Of The Sun, 1987

2차 대전 당시 중국에 있었던 일본군 외국인 포로수용소를 영국인 소년의 눈으로 바라보는 영화다. 촬영 당시 12세였던 크리스천 베일은 4000:1의 경쟁률을 뚫고 주인공 짐 역에 캐스팅됐다. 일본군의 폭압과 굶주림이 만연한 수용소에서 살아가는 짐은 서서히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캐릭터. 크리스천 베일의 순수하면서도 고집스런 얼굴은 다사다난한 짐의 변화과정을 흡입력 있게 표현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영화의 메인테마 ‘수오 강(Suo Gan)’ 을 부르는 그의 모습은 영화의 모든 것을 함축하는 명장면이었다. 이 영국 웨일스 지방의 자장가를 실제로 부른 것은 현재까지 작곡가로 활동하고 있는 제임스 레인버드. 크리스천 베일은 발군의 립싱크를 선보였던 것이다. 아카데미에 야망을 품었던 스필버그는 결국 빈손으로 돌아가며 고개를 떨어뜨렸지만 크리스천 베일의 이력은 <태양의 제국>을 시작으로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유주하 기자

<작은 아씨들> Little Women, 1994

루이자 메이 올컷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동명원작 소설을 영화로 옮긴 작품이다. 이미 대스타였던 수잔 서랜든뿐 아니라 위노나 라이더, 클레어 데인즈, 커스틴 던스트 등 차세대 할리우드 유망주들이 총출동하는 영화였다. 크리스천 베일은 순수하면서도 정열적이고, 따뜻하면서도 남성적인 부잣집 도련님(그야말로 엄친아!) 로리역을 맡아 때로는 네 자매의 형제가 되고 때로는 연인이 된다. <태양의 제국> 이후 이렇다 할 특색 없는 배역들로 사춘기를 보냈던 그가 어른이 되어 가는 소년의 매력과 혼란스런 내면을 무리 없이 소화해냈다. 숙맥 같은 표정을 짓다가 돌연 개구쟁이처럼 웃어버리는 얼굴에서 아직 앳된 소년의 모습이 지워지지 않았다. 그래도 영화 후반부에 언뜻 내비치는 어두운 표정 속에서 미래의 ‘다크 나이트’다운 면모를 살필 수 있으니 역시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나는 법이다. 유주하 기자

<여인의 초상> The Portrait Of A Lady, 1996

19세기 후반 영국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은 미모의 여성, 이자벨(니콜 키드먼)이 겪는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여성의 삶과 독립성을 반추하는 영화다. 제임스 조이스, 마르셀 프루스트와 더불어 대표적인 심리주의 소설가로 평가받는 헨리 제임스의 소설을 떠오르는 여류 감독 제인 캠피온이 영화로 옮겼다. 니콜 키드먼, 존 말코비치는 물론 바바라 허쉬, 마틴 도노반이 열연하는 작품인 덕분에 당시 일천한 경력의 크리스천 베일은 상대적으로 작아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자벨의 양녀 팬지(발렌티나 세르비)를 사랑하는 청년, 로지에역을 맡아  우유빛깔 피부에 시종일관 홍조를 띈 모습으로 열의에 찬 눈빛을 보여준다. 작품의 뛰어남과는 별개로 크리스천 베일의 시대극 역사의 마지막을 장식한 작품. 이후 그는 <비밀 요원> <메트로랜드> 같은 현대물로 그 방향을 돌리게 된다. 유주하 기자

<벨벳 골드마인> Velvet Goldmine, 1998

70년대 글램록에 대한 헌사이자, 데이빗 보위(단지 추정일 뿐이다)에 대한 마니아적인 고발을 미스터리와 성장담의 기묘한 결합으로 펼쳐내는 영화다. 어지간한 뮤지션 뺨치는 이완 맥그리거의 ‘똘끼’(심지어 바지도 내린다) 넘치는 무대 퍼포먼스, 중성적인 매력이 철철 넘치는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도 인상적이었지만 열렬한 팬의 눈빛과 고발자의 시선을 교차하는 크리스천 베일의 치밀한 연기력이 전에 없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는 토드 헤인즈 감독 특유의 난해한 서사와 복잡한 스타일 구성 속에서 복합적인 감정의 캐릭터를 풍부하고 성숙하게 표현하는데 성공한다. 성인배우로서의 입지가 취약했던 그에게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준 영화이기도 하다. 크리스천 베일의 70년대 글램록 패션스타일은 덤이다(물론 썩 어울리는 편은 아니다). 유주하 기자

<아메리칸 사이코> American Psycho, 2000

미국 레이거노믹스를 배경으로 물질문명의 지옥도를 그린 작품이다. 크리스천 베일은 능숙한 미국식 발음을 구사하며(그는 영국 출신이다) 월스트리트의 여피족이자 2중 인격 살인마, 패트릭 베이트먼 역을 맡아 과감하면서도 치밀한 연기력을 만방에 알렸다. 인간미끼(Baitman)가 되기 위한 그의 철두철미한 노력은 그의 완벽한 몸매에서부터 드러난다. 머리털 하나 흐트러짐 없는 단정한 차림새와 근육질의 몸매, 광기와 냉정을 넘나드는 눈빛까지 이후 몸에 대한 그의 뛰어난 통제력은 이 <아메리칸 사이코>부터 시작된 것이다. 이 영화에서 선보였던 그의 나쁜 남자 아니 미친 남자의 완벽한 재구성은 그를 뛰어난 남자배우의 대열로 급상승시켰다. 깎아지듯 떨어지는 수트나 구릿빛으로 그을린 피부를 보는 즐거움은 크지만 필 콜린스에 대해 떠들어대며 살인을 준비하는 그를 보는 것은 정말이지 끔찍하다. 유주하 기자

<코렐리의 만돌린> Captain Corelli's Mandolin, 2001

루이 디 베르니에르의 동명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2차 대전 시절, 전쟁에도 불구하고 평화롭기만 한 지중해 연안의 작은 섬 세팔로니아를 둘러싼 허무하면서도 낭만적인 이야기를 유장하게 펼쳐낸다. 크리스천 베일은 한때 순수했으나 전쟁을 통해 음험한 남자로 성장하는 만드라스 역을 맡아 니콜라스 케이지, 페넬로페 크루즈와 삼각관계를 이룬다. <아메리칸 사이코>가 크리스천 베일에게 모종의 어두운 이미지를 부여했다면 <코렐리의 만돌린>은 그에게 고집스런 이미지를 덧붙인 작품이다. 어쩌면 그의 얼굴이 미리 그렇게 정해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가는 입술과 짙은 눈썹, 깊은 눈을 가진 크리스천 베일의 어둡고, 고집스런 모습이 담겨있는 영화다. 그리스식으로 들리라는 어색한 영어발음은 아니함만 못했다. 유주하 기자

<레인 오브 파이어> Reign Of Fire, 2002

수백만 마리 용들이 지구를 잿더미로 만든 가까운 미래. 살아남은 소수의 인류는 고성을 방공호 삼아 오랜 칩거에 들어간다. 세기말 ‘드래곤 슬레이어’의 이야기 <레인 오브 파이어>에서 크리스천 베일은 남은 사람들의 목숨을 담보한 도박 같은 모험보다는 안전을 우선시 하는 리더 퀸으로 분해 히어로 연대기의 서막을 올린다. 문제는 이 영화가 인류를 고사 직전까지 몰고 가는 전설 속 용의 말살방법으로 한 마리의 수컷 용만 제거하면 된다는 안일한 설정을 내세운다는 것. 실제로 영화는 핵무기로도 처치할 수 없었던 용의 위용을 잔뜩 펼쳐놓은 후 폭탄 한 개로 인류를 구원하는 결말을 선사함으로써 매순간 암울한 세기말 풍경에 힘을 더하는 크리스천 베일보다는 격정의 전사 밴젠(매튜 매커너히)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돌린다. 그러나 이후 베일이 다잡는 히어로들이 상념에 잠기며 영화의 모든 고민을 짊어졌듯 그는 반짝반짝 빛나는 캐릭터보다는 스스로 영화의 굳건한 축을 이룰 때 더욱 빛난다. 강상준 기자    

<이퀼리브리엄> Equilibrium, 2002

액션배우로서의 크리스천 베일의 면모를 세간에 알린 작품. 국내에서는 ‘<매트릭스>는 잊어라’라는 문구를 앞세우며 북미 개봉보다 1년 늦은 2003년에 개봉했다.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와 조지 오웰의 <1984>에 빚지고 있는 이 작품은 ‘프로지움’이라는 약물로 감정을 통제하는 미래사회와 그에 대한 전복을 그린다. 온갖 SF 창작물의 클리셰로 잔뜩 치장한 영화지만 크리스천 베일이 분한 주인공 존 프레스턴의 무술 ‘건카터’만큼은 (좋던 나쁘던) 독보적인 경지라 칭할 만하다. 원거리 무기인 권총을 무술도구로 활용해 혼자서 수십 혹은 수백 명을 상대하는 것이 건카터의 본질인 동시에 <이퀼리브리엄>의 거의 전부. 그리고 ‘아메리칸 사이코’가 안무에 가까운 무술을 구사하며 ‘네오’로 변신하는 광경은 영화의 진정한 백미다. 강상준 기자     

<머시니스트> El Maquinista, 2004

<머시니스트>는 주인공 트레버의 비밀보다도 크리스천 베일의 영화 뒷이야기가 더 잔인한 영화다. 185cm의 크리스천 베일을 무려 55kg가 되길 종용했던 영화는 1년 동안이나 불면증에 시달리며 온갖 신경쇠약과 피해의식을 온몸으로 실현해보여야 하는 트레버를 피골이 상접한 육체로 표현해낸다. 크리스천 베일은 이 역할을 위해 다이어트 역사에나 남을 수치인 약30kg을 감량하기에 이르고 이 지옥의 감량 결과 <머시니스트>에 등장하는 베일은 그야말로 해골과 다름없는 모습으로 거듭났다. 베일의 각고의 노력 덕분에 <머시니스트>는 불면의 시작을 알린 트레버의 비밀과 함께 그의 피폐해진 현재를 신경증적으로 들쑤시며 온갖 상찬을 이끌어냈다. 물론 이 상찬의 절반 이상은 온전히 베일의 몫. 현재 베일은 2010년 개봉예정작인 <더 파이터>의 권투선수 역을 위해 다시 한 번 감량중이라 하니 영화를 위해 한 몸 단단히 던지는 그야말로 진정 프로란 말이 손색없는 배우다. 강상준 기자

<배트맨 비긴즈> Batman Begins, 2005

팀 버튼이 메가폰을 놓으면서 <배트맨> 시리즈는 산으로 갔다. 암울한 분위기의 고담시는 그저 그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공간으로 변모했고, 배트맨은 가벼워졌다. 배트맨은 환골탈태가 필요했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크리스천 베일을 선택했다. 굳게 다문 입, 중저음의 목소리, 고뇌의 흔적이 묻어나는 표정까지, 그는 배트맨의 새로운 시대를 알렸다. 영화 기술이 발전만큼 액션은 한층 업그레이드 됐는데, 그는 튼실한 몸으로 강도 높은 액션장면을 충실히 소화했다. 이 작품이 없었다면 <슈퍼맨 리턴즈> <엑스맨 탄생: 울버린> 등은 빛을 볼 수 있었을까? <배트맨 비긴즈>는 프리퀼 영화의 서막을 알렸고, 크리스천 베일은 그 중심에 있었다. 안효원 기자

<하쉬 타임> Harsh Times, 2005

멀끔하게 수트를 차려입고 고급차를 타고 등장하는 크리스천 베일. 하지만 영화 내내 이런 차림새로 다니는 짐의 모습은 그 자신을 포함해 주변사람들에게조차 낯선 모습과 다름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맥주를 마시면서 운전하는 건 예사요, 동네 양아치와 시비가 붙으면 총을 겨누고 돈을 뺏는 뒷골목 인생이 그의 일상이니 LA경찰이 되고 싶어 하는 그의 바람은 매순간 좌절되는 것이 오히려 합당해 보인다. 멕시코에 사는 연인과 결혼해 그녀를 미국으로 데려오고 싶어 하지만 이 역시도 여의치 않고, 하루하루를 방탕하게 소진하는 짐이 구직활동을 핑계로 단짝 마이크(프레디 로드리게즈)와 함께 LA를 헤집고 다니는 과정은 매순간 위태위태하기 그지없다. <하쉬 타임>은 시스템에 의해 망가진 어느 청년의 삶이 전쟁의 트라우마와 우울증, 약물과 환각으로 범벅되었을지라도 그의 조국은 명예제대 후 전쟁터에서 돌아온 짐에게 다시금 ‘학살전문가’가 되기를 강요하는 끔찍한 역사에 대해 말하는 영화다. 베일은 퇴역군인과 양아치, 사랑스런 연인과 괴물을 오가는 짐 역을 맡기 위해 제작에도 참여했으며, 결과적으로 사회와 제도권에 의해 도구화되고 파멸해가는 시한폭탄 같은 청년을 위태롭게 보여줌으로써 미국의 허상을 명징하게 구축해낸다. 강상준 기자   


<레스큐 돈> Rescue Dawn, 2006

베트남전 당시 포로가 됐다가 극적으로 탈출에 성공한 미 해군 파일럿 디에터 뎅글러의 실화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전쟁의 스펙터클, 전율이 담긴 감동 등을 일체 배제하고 오직 포로들의 불타는 삶의 의지에 집중한다. 극한의 광기를 표현한 대작 <아귀레, 신의 분노>(1972)로 널리 알려진 베르노 헤어조크 감독을 만난 크리스천 베일은 무려 25kg을 감량하며 디에터 뎅글러의 역할에 몰입한다. 열악한 환경과 생명의 위협에 둘러싸인 그의 몸은 영화의 시간에 발맞춰 여위고 황폐해져 간다. 영화적으로 별다른 효과나 감정을 더하지 않는 <레스큐 돈>은 메마르고 척박하지만, 강렬한 삶의 의지가 번뜩이는 크리스천 베일이 있어 풍성할 수 있었다. 노장감독의 원숙한 연출력과 야심찬 배우의 헌신적인 만남이라 할만하다. 유주하 기자


<프레스티지> The Prestige, 2006

19세기 말 영국 마술사의 세계를 다룬 <프레스티지>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손에 의해 마술이 지닌 환상성보다는 보다 완벽한 마술을 구사하기 위해 복수와 집착으로 치닫는 두 남자의 서글픈 판타지로 향한다. 마술사 앤지어(휴 잭맨)가 순간이동 마술을 결국 ‘마법’으로 완성하며 끊임없는 자기 파괴로 치닫듯, 그의 라이벌 보든(크리스천 베일)은 자신의 인생 전부를 저당 잡히면서까지 완벽한 트릭에 매진한다. 선의의 경쟁자에서 시작해 서로를 파괴하는 복수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두 마술사가 결국 자신의 인생마저 갉아먹게 되는 이 아집의 이야기는 얼핏 종국에 과연 누가 승리할 것인가에 초점을 드리운 듯 보인다. 그러나 앤지어가 보든을 넘어서기 위해 보다 완벽한 마술을 찾는 데에 반해 보든은 영화 뒤켠에서 마술이라는 속임수에 인생 모두를 걸며 섬뜩한 반전을 동반한 ‘실패한 승리’를 완성한다. 결국 새장 속의 새가 사라지는 마술을 선보이기 위해선 새의 죽음은 필요 불가결했던 것. 보든으로 분한 크리스천 베일은 마술의 승패야 어찌됐든 결국 패배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영화의 본질을 보다 힘껏 압축한다. 강상준 기자 

<3:10 투 유마> 3:10 to Yuma, 2007

<3:10 투 유마>에서 ‘카리스마’ 역할을 담당한 것은 벤을 연기한 러셀 크로우다. 그는 서부 일대를 두려움에 떨게 할 만큼 악명 높았으며, 댄(크리스천 베일)의 아들이 반할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이에 반해 크리스천 베일은 지극히 평범한 가장이다. 목숨을 건 호송작전에 나설 정도로 먹고 살기조차 힘들다. 벤과 댄, 얼핏 보면 힘의 균형이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작품은 끝까지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한다. 이는 크리스천 베일이 러셀 크로우가 내뿜는 카리스마를 온전히 받아주었기 때문. 그는 쓰러질 듯하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집념을 보여준다. 초췌한 모습으로 먼지 가득한 서부에 섰으나, 크리스찬 베일의 눈빛은 여전히 빛났다. 안효원 기자

<아임 낫 데어> I'm Not There, 2007

7명의 인격으로 조각난 밥 딜런의 총천연색 초상화(개중에는 흑백도 있다). 이런 밥 딜런, 저런 밥 딜런을 연기하기 위해 당대 최고의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인 슈퍼 프로젝트이기도 했다. <벨벳 골드마인>에 이어 다시 한 번 토드 헤인즈 감독을 만난 크리스천 베일은 기독교에 귀화한 밥 딜런의 인격을 맡아 징그럽도록 진지한 ‘전도’ 활동을 벌인다.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밥 딜런을 연기했던 케이트 블란쳇의 압도적인 위용이 모두를 압도했기에 크리스천 베일 역시 상대적으로 빛이 바랬다. 하지만 그가 아니었다면 과연 누가 해낼 수 있었을까. 기독교에 귀환한 밥 딜런 같은 괴상한 배역은 아무나 해낼 수 있는 역할이 아니다. 유주하 기자


<다크 나이트> The Dark Knight, 2008

아쉽게도 <다크 나이트>는 조커의, 히스 레저의 영화로 각인됐다. 누가 뭐래도 전무후무 불가해한 카오스 덩어리 캐릭터를 극한까지 몰아붙인 후 고인이 된 히스 레저가 <다크 나이트>를 지탱하고 상징하게 된 건 이미 바꿀 수 없는 역사가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그러나 코믹스 히어로 영화의 돌풍 속에서 작품성과 흥행성 모두 정점을 찍은 이 작품은 분명 배트맨의 영화다. 크리스천 베일은 박쥐 가면을 쓰고선 그르렁거리는 목소리로 범죄자를 위협하고, 브루스 웨인이라는 가면을 쓴 후에는 상처투성이 몸을 가린 샤프한 재벌청년이 되어 범죄자 발본색원이라는 허황된 꿈을 실제 현실에 안착시킨다. 배트맨 영화에서 가면을 쓴 배트맨이 오히려 이상해보일 만큼 극단적으로 현실화된 <다크 나이트>는 이렇듯 베일이라는 배우가 내뿜는 리얼리티를 십분 활용한다. 두 개의 가면을 쓴 불완전한 영웅, 결코 코스모스가 아닌 영웅이 카오스를 만났을 때 <다크 나이트>의 약동하는 에너지는 분명 고담시의 고민을 전부 끌어안아도 모자람이 없는 크리스천 베일로부터 뿜어져 나온다. 강상준 기자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 Terminator Salvation: The Future Begins, 2009

완전히 종결된 줄만 알았던 <터미네이터> 시리즈가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은 군사방위 네트워크 ‘스카이넷’이 핵공격을 감행한 ‘심판의 날’ 이후 기계군과 인간 저항군의 전쟁을 무대로 삼으며 과거시점에서의 게릴라전이 아닌 미래의 전면전을 다루기로 한 것. 총 제작비 2억 달러의 압도적인 시각효과를 무기로 다시금 등장한 이 작품은 이미 <배트맨> 시리즈의 부활을 책임진 바 있던 크리스천 베일에게 작품의 핵심인물인 존 코너 역의 막중한 임무를 부과한다. 베일은 영화의 키를 쥐고 있는 마커스(샘 워싱턴)를 뒷받침하며 기계와 전쟁을 치루는 인류의 든든한 구심점 역할을 해냄으로써 존 코너의 이미지를 스스로 갱신해낸다. 영화의 흥행성적은 북미에서는 기대 이하였지만 전세계적으로는 만족할 만한 수치를 기록했다. 이를 시리즈의 완전한 부활이라 칭하긴 힘들지만 새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인류의 지도자로서 우뚝 선 2018년의 존 코너, 크리스천 베일이야말로 이 새로운 시리즈의 일등 히어로임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강상준 기자

<퍼블릭 에너미> Public Enemies, 2009

자신의 남성세계를 이번엔 대공황 시대에 꾸려낸 마이클 만의 <퍼블릭 에너미>는 역시나 매력적인 두 남자가 지탱하고 있다. 하나는 기름기 뚝뚝 떨어지는 느끼한 매력을 흘리며 구시대적 범죄와 결별할 줄 모르는 공공의 적 1호 존 딜린저(조니 뎁)요, 또 하나는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공격적으로 목표를 달성하려는 수사관 멜빈 퍼비스(크리스찬 베일)다. 존이 변화하는 세상과 합일점을 찾지 못하고 오로지 자신의 길을 고집하는 고집쟁이이듯 멜빈은 그보다 더한 고집으로 오로지 존을 잡겠다는 일념 하에 스스로를 가둔다. 한 명은 범죄자 그리고 또 한 명은 수사관이지만 자신의 방법과 신념만을 고수하며 변화하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점에서 둘은 다를 바 없다. 특히 수사관 멜빈은 존을 잡지 못했다는 초조함과 동료를 잃은 패배감에 휩싸이면서 존 딜린저 체포에 삶 전부를 투사한 그 피폐한 결과를 별다른 언어 없이 자인해간다. 무엇보다 조니 뎁이 빛난 영화지만 이번에도 베일은 영화의 핵심을 그대로 관통한다. 이 영화가 빛났다면 그 이유는 분명 외로운 추격자 멜빈에게서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강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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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culturemon.tistory.com/ BlogIcon 몬스터  수정/삭제  댓글쓰기

    개인적으로 조니뎁 이후로 남자배우로서 매력을 느끼게 하는 거의 유일한 배우입니다.
    글 잘 보고 갑니다.

    2009/09/17 12:07
  2. 뗏짱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아하는 배우네요. 점점 연기력도 쩌는것 같습니다. 태양의 제국의 꼬꼬마였던건 정말 충격이군요. 한층 더 좋아하게 된 듯...아. 권총은 근거리무기랍니다.

    2009/09/17 14:09
  3. BlogIcon 이미진해  수정/삭제  댓글쓰기

    태양의 제국과 작은 아씨들의 사진.. 정말 신선하네요..^^

    2009/09/17 18:35
  4. feynman  수정/삭제  댓글쓰기

    베일이 서른 여섯밖에 안된 분이었다니 그점이 더 놀랍습니다.

    2009/09/19 13:50
  5. 베일신 ㄷㄷㄷ  수정/삭제  댓글쓰기

    진짜 배우다운 배우죠. 외적인 조건도 훌륭하지만 매번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는듯 새로운 경지를 탐험해가는 모험가같다고 할까요? 이런 배우가 우리나라에서도 나왔으면 좋겠군요!

    2009/09/21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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