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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라 펭귄>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작한 첫 번째 장편영화다. 하지만 그 형식을 놓고 보자면 장편이라는 형식이 다소 무색하다. 영화는 네 편의 단편을 성글게 얽어 놓은 형식을 취한다. 예를 들어 첫 번째 에피소드의 누구 엄마는 두 번째 에피소드의 어느 직원이되고, 두 번째 에피소드의 어디 과장은 세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어느 누구의 아빠가 된다. 그렇다고 해서 캐릭터를 공유하는 각각의 이야기들이 일련의 일관성을 갖거나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이러한 구조는 비슷한 컨셉의 단편영화 프로젝트였던 <여섯 개의 시선>(2003)에 참여한 바 있는 임순례 감독이 그간 단편으로 준비해뒀던 영화들을 적당히 끼워 맞춘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날아라 펭귄>은 ‘인간의 보편적인 권리’, 즉 인권이 당연스레 무시되곤 하는 우리사회의 이런 순간, 저런 상황들을 들춰낸다. 교육열풍에 휩싸인 초등학생 승윤(안도규)의 생활은 방과 후에도 끝없는 과외학습의 연속이고, 고기도 먹지 못하고 술도 마시는 못하는 직장인 주훈(최규환)의 직장생활은 연이은 회식 덕분에 괴롭기만 하다. 그래도 이들은 좀 나은 편. <날아라 펭귄>의 주인공, 아이들의 조기유학을 위해 헌신하는 펭귄 아빠 권과장(손병호)의 몸과 마음은 외롭고 힘겨운 일상에 잠겨 익사 직전이다. 권위적인 남편 권선생(박인환)과 그 밑에 눌려 살던 부인 송여사(정혜선)의 관계 재정립을 보여주는 네 번째 이야기는 배우들의 호연과 짜임새 있는 대사 덕분에 소소한 재미는 물론 은근한 설득력까지 확보한다(마지막 네 번째 이야기는 시사회에서도 가장 반응이 좋았다).


하지만 결국 적당한 지점에서 타협하고 서로를 보듬는 내용들은 허탈하고 무상하다. 인권이라는 테마를 다루면서도 부드럽고 세련된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관객을 가르치기보다는 그저 이야기를 들려주겠다는 쿨한 자세는 자못 현명하고 겸손하게 보이지만, 사실 반대되는 의견으로부터 비난을 피하기 위한 미온한 정치적 태도이거나 한 주제를 끝까지 밀어붙일 수 없는 추진력 부재와도 같은 것이다. 관객들을 대하는 정치적인 요령이란 존재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러한 요령이 작가의 정치적 자세나 의식 전부로 대변된다면 작품의 논조나 가치는 뜨뜻미지근할 수밖에 없다. 특히나 인권을 테마로 내건 영화라면 더더욱 그렇다.

프랑소와 트뤼포는 <400번의 구타>(1959)에서 고압적인 교사와 가난한 세상을 적당히 미화하지 않았으며, 타비아니 형제는 <파드레 파드로네>(1977)에서 아들의 성공마저 가로막는 가부장의 이기심을 드러내는 데에 일말의 주저함도 없었다. 심지어 50년, 30년이 지난 영화에서도 그러할진대, 2009년 그것도 무려 국가인권위원회의 이름으로 개봉한 영화가 끝내 놓지 않는 미온한 정치적 공정함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무수히 맞닥뜨리는 크고 작은 인권침해의 현장 그 어디에도 접점을 마련하지 못한다. 어쩌면 이러한 나약함과 부드러운 자세 안에서 멋모르는 어느 청년의 넋두리마저 마녀사냥의 단초로 삼을 수 있는 오늘날 한국의 국가주의, 파시즘이 자라났는지도 모르겠다.


신자유주의적 질서가 시장은 물론 초등학생의 삶까지 파고든 오늘날, 정치적 공정함이란 초등학생 손에 들린 솜사탕(이젠 그 초등학생마저도 이거 먹고 있을 한가로운 시간이 없지만)만큼이나 한가로운 개념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인간의 보편적인 권리에 대한 영화를 만드는 데에 있어 이 정도로 대중성을 과도하게 배합하는 것은 달착지근하다 못해 느끼한 선택이다. <날아라 펭귄>은 장편영화의 진중함보다는 단편의 재기발랄함만을 택해 뼈 있는 팝콘무비와 얄팍한 인권영화 사이에 어중간하게 섰다. 유주하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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