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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꿈’이란 단지 ‘허황된 목표’를 지칭하는 단어가 되어버린 것 같다. 이는 단순히 꿈의 본디 뜻 중 하나인 ‘잠자는 동안 생시와 마찬가지로 여러 사물을 보는 일’ 때문은 아닌 듯하고 말이다. 실제로 젊은이들이 꿈을 꾸며 나아갈 수 있는 터전은 점점 더 좁아져만 간다. 또 세상은 우리들에게 사회라는 거대한 기계의 알맞은 부품이 되기 위한 끝없는 줄서기만을 권장한지 오래다. 일찌감치 꿈에서 깬 머리 굵은 어른들은 꿈꾸는 자를 비아냥대며 욕하고, 사회는 획일화된 목표를 향해 오로지 전진 또 전진하는 것만이 ‘꿈’의 뜻인 양 정의 내리며 어느 누군가의 진짜 꿈들을 거세해왔다. ‘꿈을 꾼다’는 의미는 그렇게 전락 중이다.

하지만 현실의 높은 벽 앞에서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비상을 꿈꾼다. 꿈은 오로지 꿈꾸는 자만이 달성할 수 있는 것이기에 자신의 재능을 시험하기 위해 높디높은 벽을 기어오르는 사람들은 설령 그것이 이룰 수 없는 목표, 실패와 좌절이 예견된 무모한 도전일지라도 결코 상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페임>의 무대가 되는 예술학교는 여느 사회가 권장하는 그런 꿈이 아니라 학생들의 진짜 꿈을 이뤄주기 위한 아주 특별한 곳이다. 내로라하는 톱스타들을 배출한 뉴욕의 라구아디아 스쿨을 모델삼아 아티스트를 꿈꾸는 아이들을 양성하는 영화 속 예술고는 그야말로 꿈의 경연장. 노래, 춤, 연기, 연출 등 자신의 재능을 꽃피우기 위해 입학한 학생들은 자신의 꿈 때문에 웃고 또 꿈 때문에 좌절한다. 결코 그들의 꿈을 비아냥대거나 욕하지 않는 이곳에서도 “노력과 실력은 별개”라는 한마디는 여전히 날카롭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알란 파커 감독의 1980년작 <페임>에서 시작해 브로드웨이 인기 뮤지컬과 TV시리즈로까지 뻗어나간 <페임>의 이야기는 오늘날 우리네 현실 속에서도 변함없이 유효하다. 무대연출가와 안무가, 그리고 뮤직비디오로 커리어를 쌓은 신예 케빈 탄차로엔 감독의 MTV식 연출이 더해져 신세기의 새로운 옷을 입고 말고를 고려할 것도 없이 2009년판 <페임>은 ‘딴따라’를 꿈꾸는 아이들이 맞이하게 될 꿈의 가혹한 대가를 꿈을 좌절케 하는 잔혹한 현실 속에 그대로 녹여낼 뿐이다.

수만 명이 지원한 입학 오디션에서 시작해 이들의 졸업식 공연까지를 순차적으로 그려나가는 영화는 각기 다른 재능을 가진, 그러나 ‘명성(fame)’이라는 같은 목표를 쟁취하려는 아이들이 꿈을 펼쳐나가는 과정보다는 오히려 꿈에 잠식되는 과정에 집중한다. 실제로 영화가 선사하는 춤과 노래는 입학 직후 신입생들이 벌이는 식당 즉석공연을 제외하고는 모두 학생들의 진짜 공연이나 공연을 위한 연습에 한정되며 단 한 순간도 서사를 해치지 않는다. 일상적인 대화나 행동마저 노래와 춤으로 치환해내며 꿈과 낭만을 선사해왔던 고전 뮤지컬 영화의 환상성과 맞닿은 부분은 오로지 멋모르는 신입생 시절의 한때로 한정되는 것. 그 이후 아이들이 타인의 재능을 시기하고 자신의 재능과 싸워나가며 꿈꾸는 자를 향한 세상의 조롱에 오로지 주어진 재능으로 맞서는 과정들은 모두 무척이나 잔인한 현실 위에 그 뿌리를 둔다.


자신의 꿈을 인정하지 않는 엄마와 싸워야 하는 말릭(콜린스 페니)과 클래식 피아니스트만을 강요하는 부모를 피해 노래를 부르려는 드니스(나투리 노튼)의 이야기는 꿈을 이루려는 아이들을 향한 세상의 시선을 고스란히 대변한다. 열정과 노력으로 발레리노를 꿈꿨지만 결국 꿈을 접으라는 조언을 들을 수밖에 없는 케빈(폴 맥길), 연인의 재능마저 시기하게 되는 제니(케이 파나베이커), 그리고 나름 천재소리 들으며 음반제작까지 착수했지만 역시나 제작사로부터는 좋은 결과를 얻어내지 못하는 빅터(월터 페레즈)의 에피소드는 잔인한 현실을 모사한다. 또 캐스팅 기회를 위해 선배를 찾아 성희롱을 감수해야 하는 제니나 단편영화 제작비를 사기당하는 네일(폴 이아코노)의 이야기는 누군가의 꿈을 갉아먹는 현실 속 먹이사슬을 가감 없이 펼쳐 보인다.


자신의 재능을 무조건적으로 신봉하던 아이들은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새로운 도전과 그에 따른 좌절감을 거듭 맛본다. 재미있는 건 여기에 대처하는 영화의 태도다. <페임>은 졸업도 하기 전 꿈꾸던 프로 댄서의 꿈을 멋지게 달성하고 학교를 떠나는 앨리스(케링턴 페인)는 의도적으로 영화 변방에 배치하며 꿈의 높은 벽을 형상화하는 데 이용할 뿐이며, 이에 반해 좌절하거나 이를 딛고 다시금 새로운 도전을 결심해야 하는 아이들은 전면에 내세우며 영화를 꾸린다. 물론 이들이 벌이는 춤과 노래는 분명 아름답다. 하지만 이는 이들의 진짜 공연이나 축제의 순간을 위한 무대로 한정됨으로써 다른 뮤지컬 영화가 선사해오던 것, 즉 일상적 풍경 속에 녹아드는 춤과 노래, 그 판타지적 순간과는 전혀 다른 의미를 쌓아가는 것이다.


<페임>을 보면서 뮤지컬 영화가 꿈과 낭만이란 단어와 동일시되던 시대는 아주 오래전 끝났음을 새삼 실감했다. 그렇게 <페임>은 꿈꾼 자들의 가혹한 결과에 집중하면서 그 옛날 꿈과 낭만을 상징하던 뮤지컬 영화의 반대노선에 선 채 춤과 노래가 즐겁지 않을 수도 있는 현실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이것은 어쩌면 꿈을 용납하지 못하는 우리네 현실의 일상적인 풍경에 대한 영화적 방증일지 모른다. 결코 깨뜨릴 수 없는 단단한 현실 속에서 뮤지컬 영화 또한 현실의 단단한 옷을 입고 리얼리티를 한껏 담보하기에 이르렀으니 영화가 얼마만큼 현실적이냐는 문제와는 별개로 그 자체만으로 현실의 벽을 실감하기에는 하등 모자람이 없다.

예상할 수 있는 바대로 마지막 졸업공연 전에 결정되는 학생들의 진로는 제각각이고 여기서 각 캐릭터의 좌절과 실패, 그리고 꿈의 현재진행형이라는 미완의 결과 또한 쉽게 구분된다. <페임>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일상성과는 전혀 별개일 것 같은 흥겨운 춤과 노래를 현실의 가파른 벽과 끈끈하게 연결 지음으로써 혹독한 꿈의 대가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재미있게도 이 혹독한 대가야말로 꿈꿔야 할 진짜 이유임을 역설한다. 영화는 젊은이라면 당연히 자신의 꿈을 위해 나아가야 되는 이유를 이렇듯 좌절의 모자이크를 통해 완성한다. 때문에 꿈과 낭만은 사라졌지만 꿈꿔야 할 이유는 여전히 남아있다. 설령 상처뿐인 미래 밖에 없을지라도 꿈은 분명 젊은이를 성장시킨다는 사실 말이다. 실패담 속에서 또 다시 꿈을 이야기하는 <페임>은 꿈꾸는 사회를 그리며 이렇게 말한다. 두려워하지 말라고, 두려워 할 필요 없다고. 영화는 그렇게 잊혀만 가는 꿈의 의미를 또 한 번 부추긴다. 강상준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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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페임 [Fame]

    Tracked from 컬쳐몬닷컴  삭제

    ⓒ (주) 누리 픽쳐스 페임 [Fame] 감독 케빈 탄차로엔 출연 애셔 북, 케이 파나베이커, 케링턴 페인, 폴 맥길, 나투리 노튼, 윌터 페레즈, 폴 이아코노, 콜린스 페니 등 2009. 미국. @ CGV 입학하기만 하면 ‘fame'을 얻는 성공가도를 달릴 것 같은 뉴욕의 한 예술고등학교. 수백, 수천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예술고등학교에 들어오는 이는 극히 제한되어 있다. 그리고 C학점이 안되면 바로 학교에서 퇴학당하는 엄격한 이 고등학교는, 입..

    2009/10/08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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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culturemon.tistory.com/ BlogIcon 몬스터  수정/삭제  댓글쓰기

    뮤지컬영화보다는 음악과 춤이 담긴 성장영화에 가까운 듯 보였습니다.
    리뷰 잘 읽고 갑니다.

    2009/10/08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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