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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글리 트루스>


친애하는 버틀러 씨께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에 사는 당신의 팬이에요.

얼마 전 한국에서 <어글리 트루스>가 개봉을 했답니다. 물론 한달음에 달려가 봤죠. <P.S 아이 러브 유>(2007) 이후 당신의 두 번째 로맨틱코미디가 나오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솔직히 말해서 영화는 그저 그랬어요. (전 당신을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신에게 눈이 먼 바보는 아니에요.) 호탕한 당신은 여전히 멋졌고 서글서글한 매력의 케서린 헤이글은 눈부셨어요. 둘이 제법 잘 어울리는 것 같았고요. 하지만 영화는 서로 맞지 않은 레고 블록을 억지로 끼워 놓은 것처럼 어딘가 어긋난 느낌이었어요. 그건 아무래도 <어글리 트루스>가 ‘섹시한 로맨틱코미디’를 내세우며 섹스 상담원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끌어들인 만큼 장면 장면을 통해 ‘19금 웃음’을 주는 데 너무 많은 힘을 쏟았기 때문인 거 같아요. 예를 들어 에비(캐서린 헤이글)가 쓸데없이 ‘진동 팬티’를 입고 외출했다가 저녁 식사 자리에서 곤경을 겪는 장면 같은 건 너무 억지스러웠어요. 그런 장면을 앞세우느라 정작 마이크(제라드 버틀러)와 에비의 사랑이 무르익는 과정을 깊이 있게 그리지 못한 것 같아 너무 아쉬워요.

하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괜찮아요. 여전히 매력적인 당신의 모습을 본 것만으로도 만족해요. 이러니저러니 해도 전 로맨틱코미디에 나오는 당신의 모습을 제일 좋아하거든요. 물론 당신이 지금처럼 할리우드에서 바쁘게 활동하게 되기까지 판타지 액션 <300>(2006)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거 잘 알고 있어요. <300>이 없었다면 <P.S 아이 러브 유>도 <어글리 트루스>도 없었겠죠.

<어글리 트루스>


저도 <300>을 좋아해요. 그 영화를 통해 비로소 당신의 이름을 똑똑히 기억하게 되었으니까요. 레오니다스 왕으로 분한 당신의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갑자기, <300>을 보고 온 남동생이 침을 튀기며 당신의 근육질 몸매—정확히 말하자면 방패보다 더 단단해 보이는 복근, 우람한 가슴, 힘줄로 가득 찬 팔뚝, 통나무 같은 허벅지—를 찬양했던 기억이 나네요. 아닌 게 아니라 저도 영화를 보면서 넋을 놓고 당신의 몸매를 훑어봤답니다. (기분 나쁘게 해드렸다면 용서하세요. 될 수 있는 한 솔직하게 제 마음을 전하고 싶을 뿐이에요. 그만큼 당신의 모습이 매력적이었단 뜻이랍니다.)

하지만 단지 조각같이 멋진 몸매뿐이었다면 전 결코 당신의 이름을 기억하지 않았을 거예요. 사실 전 때리고 부수는 액션 영화는 질색이거든요. 아무리 멋진 남자가 많이 나오는 영화라고 해도 다들 무슨 살인 기계처럼 죽고 죽이기만 한다면 차라리 눈을 감고 말겠어요. 그런데 당신은 조금 달랐어요. 전쟁터에서 당신은 성난 사자처럼 무섭게 적군의 목을 벴죠. 하지만 여왕(레나 헤디) 앞에서 그 사자는 무서운 발톱을 내리고 더 없이 믿음직스러운 연인이 되어 변함없는 사랑을 속삭였어요. 그 단단한 팔로 여왕을 안아 부드럽게 침대에 누이는 장면에서는 순간 숨이 멎기까지 했다니까요.

<P.S 아이 러브 유>


그 장면을 잊지 못하고 있다가 <P.S 아이 러브 유>를 봤어요. 첫 장면에서 어찌나 놀랐는지 몰라요. 왜 게리(제라드 버틀러)가 화가 난 홀리(힐러리 스웽크)를 달래면서 집으로 들어오잖아요. 그 장면에서 검은 색 양복을 날씬하게 차려 입은 당신이 얼마나 말쑥해 보였는지 알아요? 당신의 말끔한 얼굴을 제대로 본 건 그 때가 처음이었어요. <오페라의 유령>(2004)에서는 가면과 특수 분장을, <300>에서는 수염과 투구를 써서 당신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거든요. 말 그대로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세련된 차림이 어찌나 멋지던지! 거기다 그렇게 장난기 어린 눈을 하고 홀리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는데 제 가슴이 어떻게 두근거리지 않을 수 있겠어요. 뾰로통한 홀리의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 사각팬티 차림으로 춤출 때는 거의 정신을 잃을 뻔 했어요. 클럽에서 노래하다 홀리를 보고 무대에서 뛰어 내려와 뜨겁게 입을 맞추는 장면에서는 저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니까요. 어디 그뿐인가요? 투박하지만 소탈한 영국 남자의 매력도 한껏 보여줬잖아요. 어디, 스코틀랜드 출신인 당신이 말해 봐요. 지금 당장 영국으로 날아가면 영화 속 홀리처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당신 같은 남자를 만날 수 있는 건가요?

제가 너무 흥분했죠? 미안해요. 그래요. 이쯤에서 인정할게요. 전 당신의 무모함에 반했어요. 앞뒤 가리지 않고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을 향해 돌진하는 무모함. 그 순수하고 강렬한 열정 말이에요.

<300>


당신은 마음이 넓은 남자니까 볼멘소리를 좀 해도 될까요? 요즘 남자들은 하나같이 너무 몸을 사려요. 너무 머리를 쓴다고요. 이게 나한테 이득이 될까, 손해를 끼칠까, 이게 나을까, 저게 나을까, 끊임없이 재고 따져요. 요새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초식남만 해도 그래요. 연애에 쏟는 돈과 시간이 아까워 연애를 하느니 차라리 혼자 즐기는 취미 생활에 몰두한다잖아요. 물론 재고 따지는 데 있어서 여자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는 건 저도 알아요. 하지만 겉으로는 하나부터 열까지 여우처럼 재고 따지는 것 같아 보여도 사실 여자들도 속으로는 이래야 좋을지 저래야 좋을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럴 때 당신 같은 남자가 떡하니 나타나서 “나만 믿고 따라와. 내 사랑은 변치 않아. 내가 이 든든한 팔로 널 지켜줄게.”라고 자신 있게 말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여자들은 기대해요. 그건 세월이 아무리 변해도 결코 변하지 않을 여자들의 환상이죠. 사랑에 무모한 남자. 나를 향해 뜨겁게 그러나 부드럽게 돌진해 오는 남자. 우린 전쟁터에서 잘 싸우는 남자보다 그런 남자를 더 좋아해요. 피에 젖은 굵은 팔보다는 그 팔로 가만히 팔베개를 해줄 것 같은 남자를요. 내게 당신은 딱 그런 남자에요. <오페라의 유령>의 유령도 <300>의 레오니다스 왕도 <P.S 아이 러브 유>의 게리도 그랬어요. 오직 한 여자뿐이었죠. <어글리 트루스>의 마이크도 처음엔 섹스만 즐기면 그만이라는 식의 '작업남'으로 나오지만 결국엔 일편단심인 속내를 들키잖아요.

<오페라의 유령>

생각해 보면 ‘액션 영화에 나오는 근육질의 강한 남자’로는 당신을 대신할 사람이 꽤 있어요. <트랜스포터> 시리즈의 제이슨 스테이섬도 있고 <씬 시티>(2005) <거침없이 쏴라! 슛 뎀 업>(2007)의 클라이브 오웬도 있으니까요. 두 사람 모두 영국 남자들이라는 점도 당신과 같네요. 하지만 제이슨 스테이섬도 클라이브 오웬도 당신만큼 무모하지는 않아요. 일단 스테이섬이 무모한 사랑을 연기하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고요.(스테이섬에겐 미안하게 생각해요.) 오웬은 <클로저>(2004) 같은 아름다운 멜로영화에서 더 없이 섬세한 감정 연기를 펼쳤지만 결코 무모한 남자는 아니었어요. 그의 사랑은 훨씬 어지럽고 복잡했죠. 얌체 같은 여자들이 보기에는 마음을 내주기 위험한 남자라고 할까? 아무리 둘러봐도 당신 같은 남자는 없는 거 같아요. 그래서 제가 당신을 좋아하나 봐요. 하하하.

할리우드에서 가장 바쁜 배우가 되니 기분이 어때요? 영국에서 밴드를 할 때와는 많이 다른가요? 당신 영화가 쏟아지고 있으니 저는 너무 좋기만 한데. SF 액션 스릴러 <게이머>에서는 다시 한 번 남성적 매력을 발산하겠죠? 제이미 폭스와 공연한 <모범 시민>도 기대하겠어요.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전 당신의 세 번째 로맨틱코미디 <바운티>를 학수고대하고 있을 거예요. 영화 촬영하면서 제니퍼 애니스톤과 스캔들이 난 건 뜬소문이라고 믿겠어요. 당신 같이 무모한 남자가 스캔들 같이 가벼운 사랑을 하진 않는다고 믿으니까요.

지금까지 제 ‘솔직한 진실’을 읽어줘서 고마워요. 당신에게 무모한 축복을 보낼게요.

2009. 09. 26
당신의 무모한 팬으로부터

추신  (말을 할까 말까 고민하다 그냥 무모하게 말해 버리기로 했어요.) 당신을 사랑해요!

장성란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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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진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뭐랄까! 재밌게 읽엇어요! ㅋㅋㅋㅋ 그렇죠, 여자들은 재고 있지만 실은 나만 믿고 따라와, 라고 진심으로(진심이 포인트) 믿음직하게 돌진하는 남자한테는... 꽤 귀여운 글이라는!

    2009/09/26 16:15
  2. guracat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행하다 우연히 (그것도 두번이나!)제라드버틀러를 만났는데 완전 멋지더군요.ㅠㅠ 덩치크면 좀 멍청해보이는데 제라드버틀러는 웬지 모르게 지적여 보였어요.ㅋㅋ 수많은 사람들 틈에서도 한번에 알아볼 만큼 후광이.ㄷㄷ

    2010/06/08 23:04
  3. 하암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저랑 취향이 같은것 같아요!!저도 300에서 스파르타의 왕인 제라드 버클러보다 피에스 아이러브유의 제라드 버클러가 좋아요!! 300에서 그냥 몸 좋네라고 생각했던 제라드 버클러가 피에스 아이러브유에서 완전 제대로 반했다니깐요!!!! 근데 테클은 아니지만 말을 고친다면 피에스 아이러브유의 제라드 버클러는 아일랜드 사람이였어요;;영국 사람이 아니라;;;;

    2010/07/07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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