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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 - 상처를 치유하는 두 번째 운명

REVIEW ON 2009/09/28 22:32 Posted by 파란다이스


몸에 난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아물지만, 가슴 깊숙이 남은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 전도유망한 축구선수였던 호세(에두아도 베라스테구이)는 뉴욕에 위치한 형 매니(매니 페레즈)의 레스토랑에서 주방장으로 일하며 제2의 인생을 보내고 있다. 축구에 대한 열정을 잃어버려서라는 가벼운 이유를 들며 하루아침에 축구를 포기했지만 사실 진짜 이유는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딸의 주검을 부여안고 울부짖는 어느 어미의 절규가 비수처럼 박혀 있기 때문이다. 10년 전 프로 입단 당일, 호세는 어린아이를 차로 치는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고 일생일대의 전환기를 맞았던 것. 사건은 과실치사 처리되고 그에겐 여전히 축구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었지만 그는 자신의 천업을 저버린 채 스스로를 식당 주방에 가둔다. 열정이라는 말로 가리려했지만 그 이면에는 10년이 지나도 상쇄되지 않는 무거운 죄책감이 결코 그를 놓아주지 않았던 것이다.


어쩌면 <벨라>는 차고 넘치는 치유의 이야기를 또 한 번 건네는데 불과한 영화인지 모른다. 강압적으로 직원을 다루는 형 매니 밑에서 묵묵히 일하던 호세가 웨이트리스 니나(타미 블랜차드)의 해고를 목도하고 함께 식당을 빠져나와 뉴욕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광경은 말하자면 치유를 향한 또 하나의 운명 같은 만남을 알리는 것이다. 각자의 그리고 서로의 쓰라린 상처를 보듬는 둘의 만남은 그들이 첫 번째 맞이한 가혹한 운명보다 더 운명적인 것 또한 당연하다. 그러나 영화는 낙태를 결심한 미혼모 니나에게 자신의 죄책감을 털어놓는 호세의 이야기를 직조하며 생명과 사랑이라는 진부한 단어에 다시 한 번 뭉클한 힘을 더하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결코 치유할 수 없을 것 같은 상처를 치유했던 수많은 영화들이 말해왔던 것처럼 <벨라> 또한 사랑과 용서, 만남과 인간의 가치를 되새기는 것만으로 묵은 상처를 말끔히 봉합해낸다.

진부함이라는 함정에 쉽게 빠지지 않는 치유의 영화 <벨라>의 중심에는 진중한 가족애가 큰 자리를 차지한다. 그러나 <벨라>가 내세우는 가족애란 단순히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끈끈한 혈연 안에 서로를 가두는 데 머물지 않는다. 실제로 혈연과 무관히 맺어진 두 형제가 영화 내내 빚어왔던 크고 작은 갈등을 뒤로 하고 서로의 어깨를 툭 치는 싱거운 화해를 벌이는 장면은 영화의 담백하고 따뜻한 시선을 통해 그 어떤 작위적 풍경보다도 진실한 가족애를 한껏 드러낸다. 이렇듯 싸우고 화해하며 서로를 쓸어안을 공간을 꾸리는 호세 가족의 일상적인 풍경은 니나가 출산을 결심하기까지의 자연스런 지침이 된다. 그리고 이는 또한 행복과 불행이 동시에 성만한 우리네 인생에 대한 영화의 담담한 태도이자 동시에 이들의 목소리에 다시 한 번 귀기울일만한 이유이기도 하다.


작은 영화 <벨라>가 2006년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하며 일으킨 잔잔한 파문은 2007년 북미에서의 6개월간 장기상영을 통해 충분히 증명됐다. 물론 그 파문의 중심에서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영화가 선사하고자 하는 가치와 메시지가 여전히 유효하듯이 막이 내리기 직전 영화의 제목인 ‘벨라’가 누군가에게 처음으로 호명되는 광경만큼은 충분히 아름답고 또 되새겨볼만하다. 영화 내내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얼굴을 한 니나가 자신이 선택한 행복을 맞닥뜨리고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은 그야말로 행복감에 충만하다. 가슴 깊이 묻어둔 쓰라린 상처를 담담하게 풀어낸 <벨라>에는 치밀어 오르는 절절한 감동은 없다. 하지만 고통을 감내한 후 비로소 맛볼 수 있는 행복감만큼은 분명 차고 넘친다. 강상준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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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youngbee.tistory.com/ BlogIcon 오후네시  수정/삭제  댓글쓰기

    트랙백실수...아무튼 간만에 잔잔하지만 좋은 영화를 본 듯.

    2009/10/02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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