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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은 더 이상 새롭지 않다. 외계인이 나오는 공상과학영화가 어디 한둘인가. <이티>(1982)가 있었는가 하면 <에이리언> 시리즈(1979~1997)도 있었다. 어디 그뿐이랴. <인디펜던스 데이>(1996) <화성침공>(1996) <맨 인 블랙> 시리즈(1997~2002) <트랜스포머>(2007~) 시리즈가 줄기차게 그 뒤를 이었다. 요즘 들어 좀비에게 밀린 감이 없지 않지만 외계인은 여전히 공상과학영화의 안방마님. 우리에겐 이미 지구인만큼이나 익숙한 존재다.

피터 잭슨이라는 이름에 열광하는 건 더 이상 스플래터영화의 마니아들만이 아니다. <미트 더 피블즈>(1989) <데드 얼라이브>(1992) <천상의 피조물>(1994) 등의 작품에서 스크린 가득 피와 살점을 흩뿌리는 솜씨를 발휘하며 스플래터영화 마니아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모으던 시절은 벌써 옛일이 됐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통해 잭슨은 영화계 전체의 드넓은 영토를 다스리는 제왕의 자리에 올랐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는 세계적으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고—<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마지막 편인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2003)은 2004년 오스카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11개 부문을 싹쓸이하며 역대 최다관왕 수상의 영예를 안은 것은 물론, 세계 극장가에서 역대 최고의 흥행 성적을 올렸다—그의 이름은 전 세계 관객들의 머릿속에 똑똑히 박혔다.  

<디스트릭트 9>은 별로 새로울 것 없는, 외계인이 나오는 공상과학영화다. 하지만 <디스트릭트 9>은 앞에 피터 잭슨의 이름이 붙은, 외계인이 나오는 공상과학영화다. 이 영화의 제작자가 바로 잭슨이다. <디스트릭트 9>이 새로워지는 건 이제부터다.

피터 잭슨과 닐 블롬캠프, 환상의 짝꿍

피터 잭슨

다시 말하지만 피터 잭슨은 이 영화의 제작자다. 감독은 따로 있다. 누군가 하니 닐 블롬캠프. 어디서 봤던 이름이더라, 기억을 더듬을 필요 없다. 그렇다. 블롬캠프는 당신이 생전 처음 듣는 이름일 확률이 크다. 그의 나이 올해로 서른, <디스트릭트 9>이 장편 데뷔작이다. 

그렇다면 과연 잭슨은 뭘 보고 이 애송이 감독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 걸까? 한마디로 말하자면 잭슨이 한눈에 블롬캠프를 알아본 거고, 블롬캠프는 땡잡은 거다. 거기에는 두 사람의 취향이 같다는 게 단단히 한 몫 했다. 잭슨은 원래 스플래터영화의 장인. 각종 특수효과 기법을 동원해 흉측한 괴물을 만들고 사방에 피와 살점을 뿌리며 그 괴물을 터뜨리고 죽이는 영화를 만들면서 기쁨을 느끼는 사람이란 말이다.

특수효과에 일가견이 있기는 블롬캠프도 마찬가지. 블롬캠프는 일찍이 시각효과 분야에서 경

닐 블롬캠프

력을 쌓았다. 2001년 제임스 카메론이 제작하고 제시카 알바를 스타로 만든 TV 시리즈 <다크 엔젤>의 파일럿 편의 시각효과에 참여해 에미상 TV 시리즈 시각효과 부문에 후보로 오른 적이 있을 정도. 이후 블롬캠프는 뮤직비디오와 TV 광고를 감독하며 점차 이름을 알렸다. 나이키, 시트로엥, 게토레이, 파나소닉 등 세계적인 기업의 대형 광고를 도맡아 2005년에는 시트로엥 광고로 미국시각효과협회시상식에서 광고부문 시각효과상을 수상했다. 단편영화도 꾸준히 연출했는데 역시 컴퓨터그래픽과 실사 화면을 섞어 독특한 유머 감각을 뽐내는 작품을 주로 만들었다.

시각효과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새로운 영상을 선보이는 젊은 인재가, 이제는 거물급 영화 제작자가 된 잭슨의 눈에 띄지 않았을 리 없다. 처음에 잭슨은 블롬캠프를 불러다 블롬캠프가 광고를 찍은 비디오게임 <헤일로>의 영화화를 맡겼다. 그러나 중간에 제작이 중단되자 잭슨은 블롬캠프에게 다시 이렇게 제안했다. “3천만 달러를 줄게. 네가 만들고 싶은 게 있으면 뭐든 만들어 봐.” 잭슨도 참, 통 큰 게 킹콩 급이다. 잭슨이 블롬캠프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예뻐하는 건 알겠는데 블롬캠프는 도대체 전생에 무슨 덕을 쌓았기에 이런 복을 누리는 걸까?

만들고 싶은 게 있으면 뭐든 만들어 보란 말에 블롬캠프는 자신이 2005년에 만든 단편 <얼라이브 인 요하네스버그 Alive in Joberg>를 떠올렸다. <얼라이브 인 요하네스버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의 빈민촌을 배경으로 한 저예산 모큐멘터리. 요하네스버그에 외계인이 나타나는 상황을 다큐멘터리처럼 꾸민 작품이다.

블롬캠프가 <얼라이브 인 요하네스버그>의 설정을 확대해서 장편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뜻을 밝히자 잭슨은 두 손을 번쩍 들고 좋아했다. 특수효과로 외계인을 만들 생각을 하면서 두 사람이 얼마나 신나했을지 안 봐도 비디오다. 이번에도 잭슨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 <킹콩>(2005)에서 함께 작업한 웨타 워크숍에 특수효과를 맡겼다.


블롬캠프는 웨타 워크숍에 귀여운 구석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볼 수 없이 무섭고, 벌레 같이 생긴, 전사처럼 보이는 외계인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 그 결과 가느다란 벌레의 골격에 갑각류의 딱딱한 껍질을 가진 외계인이 탄생했다. 역겨운 느낌을 내는 게 핵심이었다. 장담하건대 <디스트릭트 9>의 외계인은 이티와는 전혀 다른 행성에서 온 외계인임이 틀림없다.

뉴욕도 워싱턴도 아닌 요하네스버그

단지 벌레 같이 생긴 외계인을 만든 것뿐이라면 <디스트릭트 9>을 새로운 외계인 공상과학영화라고 부를 수 없을 것이다. 여기서 더욱 새로운 건 <디스트릭트 9>의 외계인이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뉴욕도 아니고 워싱턴도 아니다. 어느 날 문득 아프리카의 하늘에 거대한 우주선이 나타난다. 당연히 <디스트릭트 9>에는 미국 대통령이 외계인과 맞서 싸우다 장렬히 전사하는 장면 같은 건 없다.


블롬캠프가 <얼라이브 인 요하네스버그>에서부터 요하네스버그를 배경으로 택한 건 그가 요하네스버그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블롬캠프는 요하네스버그에서 태어나 18세 때 캐나다로 이주하기 전까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살았다. 블롬캠프는 요하네스버그를 아프리카에서 가장 역동적인 도시라고 소개한다. 요하네스버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가장 큰 도시이자 아프리카 대륙을 대표하는 상공업 도시다. 그러니 여러 나라에서 여러 인종의 사람들이 모여드는 건 당연한 이치다.

블롬캠프는 <얼라이브 인 요하네스버그>에서부터 그 점을 적극 활용했다. 영화에서 블롬캠프는 시민들에게 외계인 출현에 대한 생각을 묻는다. 지극히 사실적인 인터뷰 영상은 이 영화를 진짜 다큐멘터리처럼 보이게 하는 일등공신. 사실 그건 실제 요하네스버그 시민들에게 외계인이 아닌, 불법 체류자들에 대한 생각을 물은 뒤 대답을 외계인에 맞게 교묘히 편집한 거다. <디스트릭트 9>에도 똑같은 수법이 등장한다. 뿐만 아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방송공사와 로이터 통신으로부터 제공받은 실제 뉴스 화면도 나온다. 영화는 시작과 함께 시민들의 인터뷰 영상과 뉴스 화면을 풀어놓으며 이것은 영화가 아니라 현실의 이야기라고 능청을 부린다.

우주선 고장으로 요하네스버그 하늘에 불시착한 후 28년 동안 외계인들은 요하네스버그 외곽에 마련된 외계인 수용구역 ‘디스트릭트 9’에서 빌붙어 살고 있다. 이 우주 난민들은 도대체 자기네 별로 돌아갈 생각은 하는 건지 안 하는 건지, 쓰레기를 뒤져 연명하고 툭하면 말썽을 일으킨다.


블롬캠프는 요하네스버그에서도 가장 지저분하고 더러운 곳, 소베토 외곽, 치아벨도에 있는 판자촌에서 ‘디스트릭트 9’의 모습을 발견했다. 마침 그곳은 철거 중이었다. 제작진은 철거된 판잣집을 다시 세워가며 ‘디스트릭트 9’의 야외 세트를 만들었다. 외계인이 출현한 아프리카의 낯선 풍경은 그렇게 완성됐다.

주연을 맡은 샬토 코플리 역시 요하네스버그 출신이다. 코플리는 <얼라이브 인 요하네스버그>의 제작자로 이전에는 주로 카메라 뒤에서 뮤직 비디오, TV 광고, 단편 영화를 제작하고 감독했다. 24세 때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민영방송국 etv를 공통 창립했을 만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이미 유명인사다. 촬영을 맡은 트렌트 오팔로크 역시 블롬캠프의 오랜 친구.


<디스트릭트 9>이 새로운 마지막 이유는 외계인을 바라보는 시각에 있다. 이 영화에서 외계인은 지구인의 친구도 적도 아니다. 이 영화의 외계인들은 우주 난민이자 지구의 골칫거리다. 그것은 지금까지 우리가 보아 온 외계인 공상과학영화의 흑백논리를 무심히 비켜가는 것이다. 어쩌면 블롬캠프는 새로운 외계인 공상과학영화를 통해 외계인이 아니라 우리 안의 낯선 모습을 비추고 싶었는지 모른다. 과연 이 영화가 발견한 낯선 모습이 무엇인지는 아마도 영화를 보고 난 후 우리 각자가 스스로의 가슴속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장성란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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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istrict 9, "MUST-SEE" ★★★★★x2

    Tracked from Image Generator  삭제

    * 이 리뷰에 사용된 포스터와 스틸 컷은 소니픽쳐스에서 공식 배포한 것만을 사용했으며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음. 다른 할 말은 없다. 반드시 봐라! 안 보면 후회한다. 반드시 봐라. 꼭 봐라. 당연히 봐야 한다. 이 밑으로 이어지는 리뷰는 사족이다. 그냥 닥치고 영화나 보면 된다. 다만 영화를 볼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면 아래의 리뷰를 보고 마음을 고쳐먹기 바란다. 밑으로 이어지는 글은 영화의 내용을 미리 짐작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를 요함!..

    2009/10/06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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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www.zinsayascope.com BlogIcon 진사야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미 시사회로 봤습니다만, 개봉하면 꼭 다시 보려구요. 큰 극장에서! :9

    2009/10/03 19:47
  2. aqua  수정/삭제  댓글쓰기

    기존에 봤던 SF영화와 차원이 다른 스토리라인때문에 예술성이 돋보이고..흥미롭게 봤었네요. 후속작품도 나올지 궁금해지고...

    2009/10/03 19:57
  3. 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별 생각없이 다운받아 봤다가 제작진에게 정말로 미안함을 느낀 영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준 영화였습니다.

    2009/10/03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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