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억을 관리하던 자산관리사가 실종됐다. 단순 사고인지, 납치사건인지, 아니면 보험금을 노린 살인사건인지, 그것도 아니면 당사자의 금융횡령인지 이런 저런 추측만 난무하는 가운데 69시간이 흘러간다. <정승필 실종사건>은 하루아침에 증발한 자산관리사 정승필(이범수)의 묘연한 행방을 스릴러가 아닌 순수 코미디로 꾸린 영화다. 경찰과 그의 주변인들이 납치와 살인, 횡령을 운운하는 것과는 달리 건물주의 단순부주의로 화장실에 갇힌 정승필은 탈출을 도모하며 고군분투하고, 그 사이 바깥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그의 행방을 뒤쫓으며 좌충우돌한다.
영화는 화장실 안과 밖, 즉 화장실에 갇힌 정승필과 그의 행방을 뒤쫓는 주변인들이 우왕좌왕하는 상황을 교차시키며 ‘<과속 스캔들>과 <7급 공무원>의 뒤를 이을 코미디’를 꿈꾼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승필 실종사건>이 <과속 스캔들>과 <7급 공무원>의 영광을 이어가기는 요원해 보인다. 우선 영화는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더러운 화장실에 비견할만한 화장실에 정승필을 가두고 그의 탈출을 종용하며 하나의 코미디를 구축한다. 비오는 창밖으로 양말을 걸어놓은 후 그 물을 짜 마시고 쥐똥이 그득한 환풍구를 기어가며 생존과 탈출을 꿈꾸는 것이 바로 화장실 안쪽의 풍경. 화장실에서 악전고투하는 정승필의 이야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그야말로 ‘화장실 코미디’라면 화장실 밖의 풍경은 도무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 캐릭터들이 벌이는 난장 시트콤이다. 사건을 담당하는 형사는 매스컴에 자신의 얼굴을 알리기 위해 뚜렷한 증거도 없이 감으로 이 사건을 강력범죄인 납치라 주장하고 이를 꽃뱀에게 당한 후 여자만 보면 범인이라고 주장하는 동료형사가 보조한다. 가장 정상인처럼 보이는 약혼녀도 알고 보면 정상이라 하기 힘들고 목격자나 용의자로 속속 호출되는 그 어떤 캐릭터도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매번 정상의 범주를 훌쩍 벗어난다.
단순하게 밀어붙이는 정승필의 화장실 코미디는 둘째 치고 이 바깥 풍경은 에피소드가 축적되면 될수록 납득할 수 없는 웃음만을 쌓아가며 영화의 최대 패착원인으로 작용한다. “어떻게 죄다 또라이야. 정상이 없어”라며 영화에서도 직접 언급되고 있는 것처럼 한껏 과장된 캐릭터들이 부딪치며 만드는 수십 개의 에피소드들은 처음부터 화장실 안쪽의 상황과는 전혀 상관없이 안팎의 코미디를 철저히 분리시키고 와해할 뿐이다. 때문에 500억 계약을 성사하기 위해서라도 탈출을 해야 하는 정승필의 사명감과는 무관하게 돌아가는 이들의 바깥 세계는 오로지 각 캐릭터들의 개인기 경연장과 다름 아니다. 한꺼풀 껍질을 벗겨내면 모두가 바보요 변태요 정신병자인 이 상황극의 목표는 실로 단순명쾌하지만 누가 더 황당한 유머를 구사하는지를 겨루는 캐릭터들의 에피소드들이 반복될수록 콩트는 힘겹고 영화는 헐거워지며 관객은 지친다.
홍보문구로 대동한 것과는 달리 <정승필 살인사건>은 <과속 스캔들>과 <7급 공무원>으로 이어진 최근 한국 코미디영화의 성공전략을 전혀 계승하지 못했다. 특히 두 가지 상황을 면밀히 결합시키며 에피소드 단위 이상의 웃음을 선사했던 <7급 공무원>에 비한다면 그 얄팍한 실체는 더욱 뚜렷해진다. 바퀴벌레가 춤추고 나훈아가 위로하는 정승필의 화장실 이야기는 시간이 흐를수록 산으로 가는 데 여념이 없고, 화장실 밖 정승필의 주변인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진부한 유머코드에 의존해 막무가내 웃음만을 강요한다. 이한위가 분한 주정뱅이 캐릭터가 영화 내내 “어쩔 거야, 어쩔 거냐구~”를 되뇌는 것이 어느 순간에 이르면 결코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강상준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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