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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 더>(야마카와 나오토 | 세미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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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없는 자판기 커피 한 잔 뽑아놓고 노닥거리는 커피 브레이크 타임, 이 순간 커피는 있어도 대수로울 건 없지만 없으면 이상하게 입과 손이 심심하다. 커피 한 잔을 마셔도 설탕과 우유 등을 과도하게 섞어 먹는 탓에 주위 사람들한테 “애들 입맛”이라는 평을 들으면서도 쓴맛에 좀처럼 익숙해지지 못하는 내게 커피란 그런 종류의 기호식품이다. 오히려 밤을 샐 때 반드시 4~5잔을 복용해야 하는 ‘약’에 더 가까운 음료라고나 할까.

하지만 이런 내게도 커피는 때때로 제법 매력적으로 다가오곤 한다. 가끔씩 밤새워 고생하는 오라버니를 위해 커피 한 잔 내려주는 동생님의 커피는 도저히 친해질 수 없을 것 같은 커피의 쓴맛이나 그런 커피를 그저 ‘약발’로 한정짓는 저속한 혀마저 감싸 안는 온기가 풀풀 피어나곤 했으니까. 커피의 풍미까지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지만 그 그윽한 향기는 찬 새벽공기까지 기분 좋게 느낄 만큼 또 무척이나 감미로웠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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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카와 나오토의 <커피 한 잔 더>는 ‘천상의 맛’에 기댄 만화도 아니고, 또 신의 커피콩을 찾는 이야기도 아니다. 조금 복잡하고 어렵고 고상하고, 또 어딘지 모르게 아날로그에 가까운 인간의 고풍스런 취미 정도의 거리감 드는 음료를 소재삼고 있지만, 작가가 조명하고자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커피 잔 위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온기일 뿐이다. 따뜻하고 감미롭지만 때때로 쓸쓸하거나 우습기도 한 인생의 어느 한 자락, 그 따뜻한 기운에 잠시 젖어 새벽공기를 그리워하기도 하는 그런 종류의 보편적인 커피 이야기. 아니, 동화 같은 필치로 인생의 한 토막 한 토막을 담아낸 에피소드 여러 잔이 담긴 그런 종류의 커피다.  

밥 딜런의 63년작 앨범 <Desire>의 수록곡 ‘One more cup of coffee’에서 제목을 가져온 이 작품은 곳곳에 밥 딜런으로 상징되는 과거의 향수와 소중한 추억의 복합체로 구성되어 있다. 헌책방에 대한 애착, 프라모델과 낡은 책과 LP판이 즐비했던 친척아저씨의 방을 그리워하는 만화가, 넬 드립 방식으로 공들여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 또 그런 카페를 멀리서 찾는 손님들이 바로 <커피 한 잔 더>를 채운 성분들이다. “기쁠 때, 슬플 때, 또 아무렇지도 않을 때···, 언제나 커피를 마셔왔습니다”라는 작가의 무심한 말은 곧 낡은 책과 오래된 음반, 흑백영화와 같은 누구나의 추억에 대한 이야기로써 평범한 시간 속에 무심히 놓아두고 즐기는 <커피 한 잔 더> 속 커피의 의미를 더욱 분명히 압축하는 말과 다름 아니다.

목판화 같은 질감으로 완성된 만화는 나무결까지 꼼꼼히 묘사하는 동화적 필체 속에서 현실의 편린을 건져 올리기도 하고, 또 판타지를 넘나들며 아련한 상상의 세계로 초대하기도 한다. 눈 떠보면 그저 커피향만 솔솔 남은 빈 잔처럼 <커피 한 잔 더>는 ‘그 쓴맛이 인생을 가르쳐주고, 그 단맛이 인생을 위로해준다’는 애호가들의 말을 훌륭히 뽑아내는 늙은 바리스타의 능숙한 커피와 같다. 이 낡고 통속적인 이야기에 불어넣은 새로운 힘은 결코 낡지도 결코 통속적이지도 않은 잔향을 발산하며 매순간 작은 행복의 페이지를 전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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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북적이는 지하철을 빠져나와 지상으로 올라온 순간 곧바로 테이크아웃 커피 잔을 손에 드는 사람들이 있다. 밥보다는 아니지만 밥만큼이나 비싼 커피를 들고 회사로 향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여전히 이해 못할 표정을 짓곤 하는 내게 커피는 늘 그랬다. 그러나 담배연기를 지독히 싫어하면서도 어쩌다 ‘THIS’를 피는 사람을 보면 담배를 소재 삼아 누군가의 삶을 한 개비씩 뽑아 물던 문흥미의 <THIS>를 떠올리며 흐뭇하게 미소지을 수 있던 것처럼, 그 아침 커피향만큼은 괜시리 달콤하게 다가온다. 결코 강렬하지 않은 나른한 결말만으로 진한 향기를 피우는 <커피 한 잔 더>는 바로 그런 종류의 만화다. 여러 번 읽을수록 이 낡고 익숙한 느낌은 꽤나 오래오래 묻어난다. 강상준 기자 (FILMON) 


*상기 이미지는 출판사 세미콜론 측으로부터 제공 받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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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다이스 2008/05/26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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