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츠모토 히토시가 자신의 두 번째 작품 <심볼>을 들고 다시 부산을 찾았다. 2007년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에 데뷔작 <대일본인>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유명 코미디언 이상으로 끌어올렸던 마츠모토 히토시는 <심볼>로 다시 한 번 영화감독 굳히기에 들어간다. 이번에도 역시 그는 황당무계한 상상력을 공고히 다져나가며 인류를 관통하는 철학으로 코미디에의 길을 내려 한다. 정체 모를 하얀 방에 갇혀 벽 안에 불규칙적으로 배치된 남성 성기 모양의 버튼을 누르며 탈출을 도모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는 명쾌한 웃음과 질긴 미스터리의 절묘한 합일을 이룬다.
남자가 버튼을 누를 때마다 하얀 방 어디에선가 물건이 튀어나온다. 항아리가 나오는가 하면 분재가 떨어지고 카트가 밀려나오며 젓가락이 쏟아진다. 누군가가 장난을 치는 것일까? 계속해서 그 누군가를 향해 외쳐보지만 그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일 뿐. 남자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젓가락이 나오는 버튼을 쉴 새 없이 눌러보지만 젓가락은 무한대로 끝도 없이 쏟아져 나온다.
단발머리에 노란 잠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탈출을 하기 위해 행하는 이 단순한 작업들은 실로 무심하고 느린 슬랩스틱 코미디의 연속이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대사도 모조리 감탄사로 대체되는 이 코미디의 파괴력이 실로 놀랍다. 초밥을 한참이나 우적우적 먹는 남자를 조명하던 영화가 뒤늦게 그에게 간장을 제공하며 허를 찌르는 날카로운 유머들이 그러하다. 문이 열리고 그 문으로 탈출하기까지 갖가지 방안을 고민하면서 미국 코믹스 배경을 두고 아이디어 전구를 번뜩이는 주연이자 감독인 마츠모토 히토시의 연기와 연출은 단연 발군. 이 남자가 ‘수행’과 ‘실천’의 단계를 거치는 사이 멕시코 어느 언저리에서 시합중인 프로레슬러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영화의 정체는 실로 모호하다. 하지만 이 둔한 일본인 남자와는 전혀 상관도 없을 것 같은 레슬러 에스카르고맨의 묘한 상관관계가 밝혀지는 후반부까지 <심볼>의 코미디는 시종일관 생뚱맞은 방향에서 치고 나오는 엉뚱한 코드로 웃음보를 자극한다.
이 놀랍도록 느린 템포로 완성되는 코미디는 압축적이고 또 폭발적이다. 또한 마츠모토 히토시의 작가적 야심을 대변하는 전인류의 ‘미래’를 마주한 남자의 결말 역시 묵직한 여운을 남기기 충분하다. <심볼>은 분명 올 부산이 건진 가장 수려한 코미디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강상준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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