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14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가 폐막했습니다. 장편경쟁부문 ‘뉴커런츠’에선 소상민 감독의 <나는 곤경에 처했다>(한국) 와 샤우컷 아민 코르키 감독의 <킥 오프>(이라크)가 수상의 영광을 차지했습니다. 심사위원단(심사위원장은 <디바>의 장 자크 베넥스)은 “소상민 감독은 활동적인 삶에 진입하길 주저하는 젊은 시인의 방황을 그린 세밀하고 재기발랄하며 깊이 있는 코미디를 우리에게 선사했다”며 <나는 곤경에 처했다>를 호평했습니다. <킥 오프>에 대해선 “심사위원단은 만장일치로 <킥 오프>를 선정하였다. 이는 축구장에 난민촌을 이루고 사는 이라크 쿠르드족의 불확실하고 고된 삶을 묘사하는 이 영화의 현실적이고 예상 외로 시적이며, 거의 초현실주의적이기까지 한 시각에 대한 보상이다”라고 밝혔습니다. 한국작품 한 편과 이라크작품 한 편, 코믹한 작품 한 편과 비극적인 작품 한편. 적절한 안배가 보이는 수상입니다.
관객 투표로 선정하는 ‘KNN관객상’은 장웬리 감독의 <안녕 할아버지>에게 돌아갔습니다. <안녕 할아버지>는 중국 문화혁명 시기 할아버지와 단 둘이 살아가는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입니다. 많은 관심을 모았던 <파주>는 아시아 영화진흥기구상인 ‘넷팩상’을 수상했습니다. 이선균과 서우 등 나름 스타캐스팅으로 무장한 준작이었는데, 뉴커런츠 부문과 관객상에서 모두 제외된 것은 다소 뜻밖입니다. 미국 대중문화전문지 할리우드리포트는 <파주>에 대해 굉장한 호감을 보이더군요. 에디터, 엘리자베스 커는 “<파주>는 여성 심리에 대한 사려 깊고 솔직한 고찰”이라며 “모순된 여성 인물을 묘사해내는 배우 서우의 연기는 여태껏 한국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것 중 최고 수준”이라고 평했습니다. 다소 격정적인 표현이지만 대체로 공감합니다. 어쨌든 <파주>는 10월 29일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영화제는 성공적이었습니다. 물론 부분적인 아쉬움이 있었겠지요. 스포츠조선에서는 “제 14회 부산국제영화제가 남긴 아쉬움 3가지”라는 제목으로 영화제에 대한 섭섭함을 피력했습니다. 섭섭함이란 표현을 사용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이 기사의 작성자가 영화제에 대해 나름 섭섭한 감정이 있었으리란 저의 예상 때문입니다. 첫 번째로 언급하고 있는 것이 언론의 취재가 수차례 봉쇄됐다는 내용입니다. 안타깝네요. 기자의 애환의 느껴져요. 그래도 어쩔 수가 없는 거죠. 취재라는 것이 어디 무소불위의 권력이라도 되는 건가요? 세상일이 내 뜻과 같을 수가 없는 법이죠. 거기다가 기자는 은근슬쩍 ID카드가 제대로 지급 되지 않았다는 사족을 붙이고 있습니다. 저도 이 부분에선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부분이 있어요. 저 역시 취재 ID카드 신청이 누락돼서 신청마감 당일 부랴부랴 서둘렀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 기자단의 취재에 차질이 빚어진 것도 아닌 바에야 이걸 부산영화제의 아쉬움으로 등재한다는 것은 다소 무리라는 생각입니다.
12일 날에는 야외 상영장 근처에서 소란이 있었나 봅니다. 이것에 대해서도 스포츠조선은 영화제 측에 유감이라더군요. 이 사건은 야외 상영장 근처 임시가설상가 임대와 관련해 불만을 가진 임대인들이 부산국제영화제의 행사를 방해하는 방법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고자 한 것이지요. 하지만 세상을 보는 창, 영화의 축제가 벌어진 가운데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를 묵살하려고 한다면 도무지 앞뒤가 맞지를 않습니다. 그럼 어디 그들의 입을 미연에 틀어막기라도 했어야 한다는 말인가요? 물론 영화 관람이 쾌적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렇다고해서 영화 관람을 위해 세상을 침묵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은 지나쳐도 한참이나 지나칩니다. 그리고 이런 돌발상황까지 통제하는 영화제가 어디 있기라도 한가요?
마지막으로 지적하는 점은 더욱 인상적이었습니다. 요약하자면 부산영화제가 스타들의 놀이터가 됐다는 지적이죠. 사실 이 문제는 칸, 베니스, 베를린 등 수많은, 전 세계, 모든 영화제들의 공통된 고민입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점유율이 날이 갈수록 높아가는 요즘, 좀 더 영향력 있는 영화제가 되기 위해선 나름대로 방법을 강구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영화제의 내실도 중요하겠지만 대중의 관심이야말로 영화제의 성패를 좌우하는 변수이니까요. 사실 부산영화제는 14회를 맞아 모종의 변화를 꾀했습니다. 개막작으로 장진 감독의 <굿모닝 프레지던트>를 선정한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영화제측은 장동건과 장진의 대중성으로 하여금 영화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환기하려 했던 겁니다.
조쉬 하트넷, 틸다 스윈튼, 기무라 타쿠야 같은 해외스타 배우들을 불러들이는 일 역시 이런 방향성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해선 의견을 달리할 수 있을 겁니다. 부산영화제가 스타보다는 영화예술만의 화기애애한 축제가 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지나친 엄숙주의는 지나친 천박함만큼이나 흉물스럽습니다. 스포츠조선의 기사 내용 중엔 다소 악의적인 곡해도 있습니다. 개막식 때 있었던 장진 감독의 농담을 기사 방향에 맞추기 위해 왜곡한 것이지요.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장진 감독 역시 8일 진행된 개막식에서 ‘소감을 짧게 말할 테니 조쉬 하트넷의 얼굴은 안 비춰줬으면 좋겠다’고 말해, 스타 중심의 영화제에 대한 불편함을 돌려서 표현하기도 했다” 이건 명백한 곡해입니다. 장진 감독의 이 발언은 분명 농담이었습니다. 흔히 행사가 방송되는 중에 객석의 유명인을 잠시 간 비추는 식의 카메라워킹을 알고 있는 장진 감독이 자신의 소감 발표에 앞서 분위기를 띄우려고 가볍게 우스개를 한 것이었지요. 설마 장진 감독 정도의 사람이 그런 공적인 자리에서 조쉬 하트넷이란 배우를 직접 언급하면서(그런 실례를 벌인다면 국제적인 망신일겁니다) 그렇게나 속 좁은 언사를 벌였겠습니까? 조쉬 하트넷이나 기무라 타쿠야의 취재가 어려웠다고 해서 또는 ID카드 발급에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고 해서 이런 식으로 왜곡된 기사를 작성하는 것은 아무래도 좋아보이지가 않습니다.
부산영화제가 흠집하나 없는 완벽한 영화제라는 소리가 아닙니다. 그저 문제를 지적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 최소한의 논리 정도는 갖춰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어쨌든 부산영화제는 여러 가지 어려움, 변화 속에서도 17만 6516명(2008년 19만)의 관객을 불러 모으며 8일 간의 대장정을 마감했습니다. 마스터클래스를 위해 부산을 찾은 거장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은“정말 많은 영화제를 돌아다녔지만, 부산영화제처럼 젊은 사람이 많은 영화제는 없다”며 놀라워했습니다. 급격히 노화하고 있는 서구의 영화제들에 비해 부산의 힘은 아직 충분히 기대할만한 것이지요. 그건 엔딩크레딧이 끝날 때까지 조용히 객석을 지키고, 박수로서 영화와 옆에 앉은 관객에게 예의를 표했던 17만 6516명이 공유하는 생각일 것입니다. 2010년 15회 부산영화제를 기다립니다. 유주하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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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려주신 글 잘 읽고 갑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2009/10/17 21:58그 기자의 곡해는 이해하세요.. 그 회사의 주요 장기중에 하나지요.. ㅎㅎㅎ
ㅍㅎㅎㅎ... 지나가다님의 마지막 멘트.. 한참 웃었습니다.
2009/10/17 23:47우선 기자에 대한 취재제한조치로 기자분들이 무척 힘들어했다라는 말 들었습니다.
하지만 역으로 piff측에서는 기자라는 이유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시는
몇몇 개념없는 기자분들을 위해 "기자라고 특별하지 않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기자와 관객 모든에게
평등하다"라고 말하고 싶었을 것 같네요. 전 piff의 조치 100% 동감합니다.
간혹 특종에만 열을 올리는 기자분들이 무례를 범함에도 용서되던 관행에 어느 정도 제동을 건
조치라고 생각되고 전적으로 piff의 조치가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나가다님의 말씀.. 촌철살인과 같은 댓글이었습니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