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보이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근래에 들어서 한국이 비보잉계의 강국이란 사실은 이제 낯선 이야기가 아닙니다. 하지만 비단 7년 전만해도 몸을 던지듯 춤을 추는 그들은 그저 괴상한 춤을 추는 불량한(근거도 없이 말이죠) 아이들에 불과했지요. 그러한 시선이 달라진 것은 순식간이었습니다. 그 발화점은 아마도 비보잉 세계 대회 ‘배틀 오브 더 이어’였을 겁니다. 2002년 ‘배틀 오브 더 이어’에서 한국의 비보이팀 ‘익스프레션’이 우승을 차지하자, 비보이들을 보는 눈도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의 격한 움직임이 ‘세계최고’라는 소식에 모든 매체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덕분에 그간 ‘공부는 하지 않고 춤이나 추는 불량아’ 대우를 받던 비보이들이 하루아침에 ‘새로운 시대의 예술인’ 그리고 ‘뛰어난 전문인’으로 인정받게 됐지요. 사람들은 공부하지 않는 젊은이, 춤만 추는 아이들은 불편했지만 세계최고라 불리는 것에 대해서는 기꺼운 마음으로 박수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비보잉을 컨텐츠로 끼워 넣은 유료공연들이 우후죽순처럼 기획되기 시작했고, 갖가지 행사들은 앞을 다퉈 그들을 불러 들였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비보잉, 비보이들은 다소 낯선 존재들입니다. 그들의 동작은 인간의 육체가 도달할 수 있는 어떤 극한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아무리 배우고 싶어도 일정 수준의 운동 능력, 반사 신경이 없다면 어림도 없을 듯 한 느낌입니다. 비보이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요? 중력을 무시하는 것도 같고, 중력을 이용하는 것도 같은 그런 동작들은 어디서 배우고 어떻게 연습해야 하는 걸까요? 그들의 움직임을 보고 있자면 도무지 이 비보이란 사람들은 보통의 범상한 사람들과는 너무나도 다를 것만 같습니다.
<플래닛 비보이>는 바로 “비보이들이란 어떤 사람들인가?”라는 질문을 품은 다큐멘터리영화입니다. 카메라는 표면적으로 2005년 배틀 오브 더 이어에 출전하는 4개국 5개 팀을 따라갑니다. 이 대회에 참가하려는 미국, 프랑스, 일본, 한국의 비보이 팀들을 탐문한 벤슨 리 감독은 그들의 연습과정과 대회 경기장면, 그리고 그들의 개인사에까지 접근합니다. 영화는 일단 도입부에서 비보잉의 기원과 역사를 간단하게 간추립니다. 빠른 편집과 풍부한 자료화면을 더해서 <플래시 댄스>의 브레이크 댄스가 오늘 날 비보잉의 기원이었음을 밝혀내기도 하죠(이 생각이 어느 정도 검증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물론 흔히 예측할 수 있듯 비보이들의 경기, 연습장면은 그 자체만으로 훌륭한 볼거리입니다. 그들이 배틀 오브 더 이어에 출전해 격렬한 춤을 선보이는 모습은 관객의 열광적인 반응이 더해져 보는 이의 아드레날린 수치를 극도로 높여주지요. 하지만 <플래닛 비보이>의 진면목은 다른 곳에서 드러납니다.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비보이들의 개인사는 그 자체만으로도 감동적인 이야기입니다. 특히 전통적인 문화 환경 속에서 자란 일본이나 한국의 비보이들을 주목해보세요. 그들의 사연은 정말이지 드라마나 마찬가지입니다.
벤슨 리 감독이 비보이와 부모를 나란히 앉혀둔 채 인터뷰를 진행시킨 것은 매우 뛰어난 선택이었습니다. 그들은 이런 저런 생각에서 차이를 보이기도 하고 다투기도 합니다. 아버지의 일장연설(인생에 대한 내용으로 시작해 애국에 대한 내용에 까지 다다릅니다)을 지겹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아들이 있는가 하면, 어머니의 인종차별적인 발언에 짜증을 부리는 아들도 있지요. 물론 훈훈한 장면도 있습니다. 어떤 어머니는 열심히 춤을 추는 아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해 그간 맘고생이 심했던 아들을 그만 울리고 맙니다. 이런 모든 장면들은 다큐멘터리 특유의 우연성 덕분에 더욱 강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플래닛 비보이>는 단순히 춤에 대한 영화가 아닙니다. <플래닛 비보이>에는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품게 되는 기쁨과 슬픔, 그리고 열정과 고뇌와 같은 보편적인 감정이 가감 없이 담겨 있습니다. 비보이들의 현란한 몸짓, 그리고 우승의 영광을 추적하려던 벤슨 리 감독이 도달한 장소에는 그렇게 평범하고 익숙한 모습이 있었던 겁니다. 유주하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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