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사랑해, 파리> 얘기를 해야겠습니다. <뉴욕 아이 러브 유>는 <사랑해, 파리>를 연상시킵니다. 일단 제목부터 그래요. <사랑해, 파리>의 원제가 ‘Paris, Je T'aime’이니까 거의 똑같은 거죠. 괜히 제목이 비슷한 게 아니에요. 이 두 영화는 그 기획방향과 제작방식이 같습니다. 당연하죠. <뉴욕 아이 러브 유>의 제작자 엠마누엘 벤비히는 2006년 <사랑해, 파리>를 제작했던 사람이에요. 그는 이런 저런 감독 18명을 섭외해 파리에 대한 단편 영화를 의뢰하고 이 영화들을 옴니버스로 묶어 2006년 칸영화제에 선보였습니다. 이런 저런 감독이라고 일괄했지만 그 면면은 대단합니다. 이름만 읊어보아도 군침이 흐르죠. 구스 반 산트, 웨스 크레이븐, 알렉산더 폐인, 코언 형제(코언 형제의 단편은 국내 개봉당시 포함되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등등······. 돌이켜보면 한데 섞이기 힘든 감독들을 잘도 모았습니다.
엠마뉴엘 벤비히는 능력 있는 제작자임이 틀림없습니다. 그가 뉴욕을 배경으로 <사랑해, 파리>의 후속편 <뉴욕 아이 러브 유>를 찍겠다고 했던 것이 2007년 봄이었습니다. 거의 1년 만에 이 모든 작업을 마친 셈이죠(영화는 2008년 9월 토론토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였습니다). 그는 상당히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었어요. 촬영은 24시간 안에 마쳐야 했으며, 편집은 일주일 만에 끝내야 했죠. 이런 조건을 수긍하게 만든 것도 대단하지만 촬영이나 편집 스케줄을 조정하고 영화의 공개일정을 맞추는데 이 정도로 빠르게 움직였다는 건 그냥 문자 그대로 일을 잘하는 겁니다. 영화를 보면 더욱 놀라워요. <뉴욕 아이 러브 유>는 아주 잘 만들어진 영화거든요. 후반부로 갈수록 약간 늘어지는 감이 있지만 그건 고요한 분위기의 작품들이 뒷부분에 몰려있기 때문입니다.
11개의 에피소드는 적당히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지나가던 남자가 다음 에피소드의 주인공이고 스쳐지나간 여자가 그 다음 에피소드를 이끄는 식이죠. 덕분에 뉴욕이라는 도시가 단지 배경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어떤 정서적인 공간으로 다가옵니다. 기획이 성공한 셈이죠.
인상적인 에피소드가 많습니다. 세자르 카푸르의 작품은 지난해 타계한 안소니 밍겔라가 연출하려던 것을 세자르 카푸르가 대신하게 된 경우입니다. 시나리오 자체는 안소니 밍겔라의 것이죠. 노년의 프랑스 여가수를 연기하는 줄리 크리스티는 <어웨이 프롬 허> 때처럼 우아하고 아름답습니다. 장애자 벨보이를 연기하는 샤이아 라보프의 어두운 연기도 새롭고 말이죠. 영화음악 작곡가와 그 작곡가에게 감독의 지시를 전해주는 비서가 전화로 정분난다는 이와이 슈운지의 작품은 딱 이와이 슈운지의 감성처럼 아릿하고 포근합니다. 올란도 블룸이 이와이 슈운지의 감성에 퍽이나 잘 들어맞더군요. 앞으로 같이 작업한다면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웬은 위대하신 어둠의 제다이 헤이든 크리스텐슨을 매력적인 소매치기로 써먹었습니다. 헤이든의 실제 연인, 레이첼 빌슨을 사이에 두고 앤디 가르시아와 헤이든 크리스텐슨이 불꽃 튀는 경쟁을 벌입니다. 끈적한 분위기를 연출한 알렌 휴즈의 작품도 인상적입니다. <더 행오버>로 명실상부 스타급 배우로 발돋움한 브래들리 쿠퍼가 데이트에 대한 나름 섬세한 나레이션을 곁들입니다. 노년의 두 부부가 이런 저런 대화들을 주고받는 죠슈아 마스턴의 작품도 빼놓을 수가 없죠. 원로 배우 일라이 월러크와 클로리스 리츠먼이 원숙한 연기를 보여줍니다. 브루클린 거리를 천천히 걸어가는 둘의 대화는 만담이 따로 없어요. <뉴욕 아이 러브 유>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에피소드입니다.
<뉴욕 아이 러브 유>가 토론토 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됐을 때는 2편의 작품이 더 있었다고 합니다. 스칼렛 요한슨이 감독한 흑백영화와(무려 감독 데뷔작이었던 겁니다) 러시아 감독 안드레이 즈브야긴세프의 작품이 있었다고 하네요. 어떠한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두 작품은 제외되고 말았습니다. 박찬욱 감독도 참여를 요청받았지만 스케줄 문제 때문인지 고사하고 말았죠. 머 그렇다고 해서 아쉬움이 있지는 않을 겁니다. 워낙 스타들이 많아요. 위에 언급한 배우들 외에도 나탈리 포트만, 크리스티나 리치, 존 허트, 에단 호크, 안톤 옐친, 매기 큐 등 쟁쟁한 배우들이 총출동합니다. 연기도 일정 수준 이상인데다 눈이 호사스럽습니다. 역시나 <뉴욕 아이 러브 유>의 배경은 뉴욕이었던 겁니다. 유주하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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