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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뚫고 하이킥>에 더 이상 <거침없이 하이킥>의 후광은 비치지 않는 것 같다. 방영 전 ‘뭘 또 지붕을 뚫으신다고’ 하며 반신반의했던 일을 사과라도 하고 싶을 만큼 <지붕 뚫고 하이킥>의 진화가 놀랍고 즐겁다.

진화의 핵심은 ‘무례함’에 있다. <거침없이 하이킥>을 비롯한 이전의 시트콤에서 진상을 떨거나 밉상인 인물은 있었어도 사악한 인간은 없었다. 기본적으로 삼대가 한 지붕 아래 사는 가족극의 형태이기 때문에 일종의 넘길 수 없는 선이 존재했다. 가부장적 권위를 휘두르려는 할아버지나 시니컬한 아들이 화목해야 할 가정에 약간의 찬물을 끼얹는 정도에 그쳤고, 문제가 생기면 가족애를 부각시키는 쪽으로 훈훈하게 봉합됐다. 그런데 <지붕 뚫고 하이킥>의 이순재 가족이 지닌 막돼먹음은 당혹스러울 정도로 강력하다.

이들은 ‘가족’이라 부르기가 무안할 정도로 개인적이고 이기적이다. 이순재 할아버지는 가장의 권위와 의무 따윈 신경 쓰지 않는 듯 연애에만 매진하면서도 사위 정보석을 심하다 싶게 폭압적으로 대한다. 터프한 딸 현경(오현경)에게선 엄마다움과 아내다움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아들 지훈(최다니엘)은 냉소적이다 못해 감정이란 게 없는 사람처럼 보인다.

결정적으로 현경의 어린 딸 해리(진지희)가 저지르는 악행은 단순히 어린애의 욕심이라고 귀엽게 보아 넘길 수 없는 모짊이 서려있다. 여기에 장인과 아내, 자식들에게 골고루 무시당하면서도 대수롭지 않아 하는 모자란 남자 정보석이 이 집안의 무례함을 더욱 빛낸다(아무리 이리 치이고 저리 당해도 정보석이 별로 불쌍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데 그 무례함이 싫지 않다. 정나미가 떨어진다기보다 오히려 가식이 없고 진실해 보이기까지 한다. 온 가족이 식탁에 둘러 앉아 밥 먹는 걸 굳이 보여주지 않아서, 마음에 안 드는 상사가 아버지의 애인이 됐다고 괜히 잘 보이려 들지 않아서 좋다. 오만하고 막돼먹었지만, 원초적이고 솔직하다.

<지붕 뚫고 하이킥>은 무례함을 끝까지 밀고 가면서 알싸한 유머를 뽑아낸다. 이것은 반전과 엇박자로 이뤄진 이 작품의 독특한 호흡법 덕분이다. 얄미운 노인네 순재가 애인 김자옥 앞에서 한 없이 부드러운 남자가 되고, 깍쟁이 황정음이 과음으로 떡실신 되고, 목석같은 지훈에게 한줄기 온정이 새어나왔다 들어가고, 순수한 시골 처녀 신세경이 지지리 궁상에 융통성 제로의 답답한 여자로 변하는 찰나가 절묘한 타이밍으로 독창적인 리듬을 만들어낸다.

예측할 수 없는 순간 엇박자로 전복되는 상황과 미묘하게 변화되는 인물이 만들어내는 순간의 보석 같은 웃음. 결코 친절하지 않은 방식으로 진부하지 않은 코미디를 선사하는 <지붕 뚫고 하이킥>의 창조적인 숨소리가 반갑다. 이 영특한 시트콤이 더욱 더 되바라지길, 그리고 좀 더 오래 많은 시청자와 호흡할 수 있게 되길. 정미래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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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blog.naver.com/bsmbsh1 BlogIcon 베레레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잘읽고 갑니다. ㅎㅎ 블로그 주소 저장해두겠습니다. ~! 다음에 더 좋은 글 부탁해요^^

    2009/11/02 12:19
  2. 하이킥매니아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글감사합니다^^

    2009/11/05 22:02
  3. Favicon of http://www.unny.com BlogIcon montreal florist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번엔 확실히 재밌더라구여

    2009/12/09 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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