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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침, 스탠리(존 쿠삭)의 집에 정복 입은 군인 두 명이 찾아온다. 스탠리는 이들의 방문이 유쾌하지 않다. 이라크로 파병 간 아내 그레이스, 그리고 날마다 들려오는 안 좋은 상황. 아니나 다를까. 그들은 아내 그레이스가 ‘죽었다’는 소식을 전한다. 샤워를 하고 있던 스탠리는 아내의 죽음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 아니, 언제라도 그는 아내의 죽음을 맞을 준비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두 딸 헤이디(셀란 오키프)와 돈(그레시 베드나직)에게 엄마의 죽음을 알려야 한다. 다음 날 스탠리는 아이들 등굣길에 놀이공원에 가자며 차를 돌린다. 마냥 기쁘기만 한 두 딸, 스탠리의 마음은 더욱 무거워진다.

<굿바이 그레이스>의 중심 화두는 ‘부재(不在)’다. 이라크로 떠났던 아내는 아예 세상을 떠났다. 군인들은 ‘나라를 위해 위대한 희생을 했다’고 위로하지만, 스탠리에게 그 말은 그들이 입은 정복처럼 딱딱하게 들린다. 순식간에 위로를 받고 동시에 딸들을 위로해야할 처지에 놓은 스탠리는 극도의 혼란 상태에 빠진다. 또 눈이 나빠 제대를 한 자신 대신에 아내가 이라크로 갔다는 죄책감에 슬픔은 더 크다. 어느 한 군데 마음을 둘 데 없어 여행을 떠나지만, 그 여행에서조차 목적지는 없다.

스탠리는 이쯤 돼서 모든 게 멈췄으면 좋겠다. 상실의 아픔도 다잡았으면 좋겠고, 여행의 끝도 찾고 싶다. 하지만 그가 확인한 것은 (아이들과의) 관계의 부재이다. 아빠는 딸들을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여행이 길어지면서 스탠리는 헤이디와 돈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는 걸 깨닫는다. 딸들이 엄마를 씩씩하게 기다려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단지 바람일 뿐이다. 그는 아이들과 대화가 엇나가면서, 더 이상 할 말이 없어 침묵하면서 아내의 부재를 더욱 크게 느낀다.

아내의 죽음, 홀로 남은 아버지, 엄마의 죽음을 받아들이기엔 너무 어린 두 딸. 이 정도면 희망을 찾아주고 싶은 마음도 생길 거다. 하지만 제임스 C. 스트로즈 감독은 냉정하다. 아버지와 딸들은 가까워질 것 같으면서도 불쑥 튀어나오는 감정들로 인해 관계는 다시 제자리다. 이런 감독의 시선은 야속하지만 타당하다. 한 번의 여행으로 아내, 엄마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그 동안 벌어진 틈을 모두 메울 수는 없다. 그들을 치유할 수 없는 것은 시간밖에 없다. 감독은 기승전결의 이야기 전개로 관객의 감정을 뒤흔드는 대신, 인물들이 함께하는 시공간을 만들어 치유의 가능성을 힘겹게 모색한다.

작품은 전쟁, 죽음이라는 큰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전개 방식은 무척 소소하다. 지극히 제한된 인물들(세 가족)이 펼치는 이야기는 우리의 일상과 닮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배우들의 연기는 그만큼 중요한데, 존 쿠삭, 셀란 오키프, 그레시 베드나직는 호연을 펼친다. 잠자리 안경을 쓰고 어정쩡한 걸음을 걷는 존 쿠삭은 스탠리의 혼란을 잘 표현한다. 또 셀랑 오키프와 그레시 베드나직은 사춘기 소녀 헤이디와 밝고 건강한 돈을 연기, 절묘한 대조를 이루면서 작품에 힘을 싣는다.

어둔 밤 운전 중이던 스탠리는 헤이디에게 ‘이라크 전쟁이 나쁜 거냐’는 질문을 받는다. 스탠리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지만, 헤이디는 ‘TV에서 사람들이 그렇게 말한다’고 되묻는다. 그때 스탠리는 ‘우리는 그렇지 않다고 믿어야 해’란 말을 한다. 아내의, 엄마의 죽음을 ‘개죽음’으로 만들 수 없으니까. 지금 한국사회는 아프가니스탄 파병에 대해 갑론을박하고 있다. <굿바이 그레이스>를 보면 그 누구도 무엇 하나 쉽게 말할 수 없을 거다. 안효원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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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minjine.kr/story BlogIcon 뽀글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보고가요..

    2009/10/27 10:58
  2. kafka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런 댓글은 조금 뭐하지만 지금의 아프간 파병은 미친 짓이라고 해주고 싶네요.
    대통령부터 군 미필자니 저런 식으로 나오는 거 같습니다.

    2009/11/06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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