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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 중 미국에서 일명 ‘개떼들(바스터즈, The Bastards)’이라 불리는 특수 부대가 조직된다. 이들의 목적은 단 하나, 최대한 많은 독일군을 죽이는 것! 자비? 수없이 많은 유대인들이 가스실에서 알몸으로 죽어나간 터라 나치에게 줄 자비는 남아있지 않단다. 리더인 알도 레인(브래드 피트)은 유대인의 피가 흐르는 병사들 앞에서 ‘개인당 나치 머리 가죽 100개를 벗겨오라’고 명한다. 여기에 야구 방망이로 나치의 머리를 사정없이 구겨버리는 공포의 ‘곰 유대인’ 도니 도노위츠(일라이 로스), 많은 나치 장교를 죽인 전 독일군 휴고 스티글리츠(틸 슈바이거) 등이 가세해 나치를 말살하는 환상의 팀을 이루며 순식간에 이들은 나치군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떠오른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을 자신의 고유의 색 그대로 무자비한 폭력으로 치장해 나간다. 사람의 머리가 바람 빠진 축구공처럼 구겨질 때까지 야구방망이로 내려치고, 나치 병사의 이마에 시원스레 구멍을 뚫어주는 건 예사다. 또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총을 뽑는 건 물론이고 어느 누구도 사람을 죽이는 데에 거리낌이 없다. 타란티노 감독은 피와 비명이 난무하는 장면을 과감하게 전시함으로써 인간의 폭력성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마치 ‘누가 누가 더 잔인한가’를 겨루는 듯하다.

물론 작품 속에서 눈앞에 펼쳐지는 폭력을 보면 우리의 ‘바스터즈’가 한 수 위다. 그들은 독이 바짝 오른 뱀마냥 쉼 없이 죽이고,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나치를 죽일 수 있을까 골몰한다. 하지만 전쟁을 치르면서 나치가 자행한, 특히 유대인을 상대로 벌인 폭력을 상상해보면 우열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그곳에는 살기 위해 죽인다는 정당성도, 더 많이 죽인 이의 쾌감도 찰나다. 억울하게 죽어간 이와 ‘승자’라는 착각 속에서 살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이들밖에 없다. 유머러스한 타란티노의 세계에서도 전쟁의 본질은 그렇게 흐르고 또 흐른다.

이러한 실재했던 전쟁의 비극은 극의 긴장감을 높이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한다. 비밀이 밝혀지거나, 힘의 균형이 무너지면 맨 정신으로는 결코 감당할 수 없는 참상이 벌어질 것을 알기 때문에 인물들이 갈등하고 대치하는 과정에는 매순간 강한 긴장감이 짙게 배어 나온다.

특히 챕터1으로 명시되는 첫 번째 에피소드는 비밀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어떻게 긴장감이 형성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평화로운 프랑스 시골의 한 농가, 나치 장교 한스 란다(크리스토프 왈츠) 일행이 한 사내의 집을 찾는다. 한스는 다정다감한 말투로 사내에게 ‘유대인이 어딨냐’고 묻는다. 한스는 젠틀하면서도 일견 어수룩해 보이지만 쉽게 포기할 것 같지 않다. 이 과정은 무척 느리고 고요하게 진행된다. 결국 강해보이기만 한 사내의 인상이 조금씩 일그러지면서 긴장감은 점점 고조된다. 왜? 피할 곳이 없다. 사내가 무슨 말을 하든지 누군가는 죽는다. 한스의 얼굴에 여유가 비칠수록 몸이 굳는 건 그 사내뿐이 아니다.

또 작품의 절정 부분에서는 힘의 균형이 아슬아슬 유지되면서 긴장감이 더욱 고조된다. 나치는 군의 사기 진작을 위해 쇼산나(멜라니 로랑)의 극장에서 군 홍보영화의 시사회를 갖는다. 물론 히틀러 총통을 비롯해 나치 수뇌부가 모두 모인다는데 바스터즈가 그냥 넘어갈 리 없다. 그들은 독일의 유명 여배우이자 스파이인 브리짓(다이앤 크루거)을 통해 극장에 잠입해 한 바구니에 모인 썩은 계란을 단번에 ‘쓸어버릴’ 계획을 세운다. 한편 쇼산나 또한 복수를 하기 위해 작전을 짜는데, 그녀의 모습은 무척 비장하고 또 비장한 만큼 타란티노의 영화광식 테러는 더더욱 스타일리시하게 펼쳐진다. 나치를 불살라버리려고 하는 개떼들과 쇼산나, 그리고 이들을 맞상대하는 나치 장교 한스의 힘의 균형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이 과정 속에서 이들 모두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극적 긴장감은 정점에 오른다. 

이외에 작품에서 꼭 언급해야할 게 있다면 한스를 연기한 크리스토프 왈츠와 악동 타란티노 감독도 어쩔 수 없는 전쟁의 무게다. 크리스토프 왈츠는 강하고 빠르게 연기하지 않는다. 대신 그는 프랑스어의 다정함과 영어의 유머러스함을 100% 활용하며 먹이를 가지고 논다. 툭툭 던지는 한 마디, 자애로운 표정, 하지만 이미 다 알고 있다는 음흉함과 치밀함은 상대뿐 아니라 그를 바라보는 모든 이의 숨통을 조인다(크리스토프 왈츠는 이 작품으로 제62회 칸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또 인간의 감정에 더없이 ‘쿨’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도 전쟁 앞에서 사뭇 진지해진다. 물론 정색을 하고 진지해지는 건 아니다. 나치는 유대인을, 개떼들은 나치를 한 명이라도 더 많이 죽여야 하기 때문에 오래 정색할 시간은 없다. 하지만 스쳐가는 카메라 속에서 죽음 곁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의 비애가 비친다. 홀로 남겨진 외로움, 죽여도 죽여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 생(生)을 포기해버린 임무 수행자들의 비극적 운명. 그들을 거친 녀석들로 만든 것도, 유쾌하지만 유쾌할 수만도 없는 것도 모두 전쟁의 비극이다. 스타일리시하고도 살풍경한 타란티노의 카메라 아래서는 복수와 분노도 그렇게 웃음을 머금은 채 비극으로 흐르고 또 흐른다. 안효원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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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정말 흥미진진했어요. 타란티노 감독의 역작이 될 듯~

    2009/11/03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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