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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자>는 분명한 성격의 영화입니다. 일단 인물들의 성격부터 분명합니다. 김교위(박인환)는 교도관이라기보다는 마음씨 좋은 동네 할아버지 같은 사람입니다. 그에 반해 배교도관(조재현)은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 냉정한 성격이고요. 사형수들도 극단적인 캐릭터들이 대비됩니다. 희대의 연쇄살인마 장용두(조성하)가 문자 그대로 기분 나쁜 타입이라면 수감생활 베테랑(?) 이성한(김재건)은 사형수이지만 정이 가는 사람이지요. 그리고 주인공이 있어요. 신참 교도관 오재경(윤계상)이죠. 그의 역할도 분명하다면 나름 분명합니다. 앞서 말한 네 명의 사람들 사이에서 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 갔다 하는 역할, 진부한 표현이겠지만 고민하는 주인공입니다.

감독의 의도는 분명합니다. 최진호 감독은 오재경의 상황과 감정을 통해 관객에게 사형제도에 대한 의문을 던지려고 합니다. 물론 한국에선 12년간 사형집행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급변하고 있는 정치상황이나 당황스러울 정도로 가혹한 범죄들이 창궐하는 요즘, 최진호 감독의 질문은 그 시기가 적절합니다. 또 하나 분명한 것이 있습니다. 감독은 자잘한 에피소드를 나열하는 연출 방식을 고집합니다. 섣부른 해답을 제시하거나 감독 자신의 의견을 강요하지 않고 관객 스스로 의견을 내놓게 만드는 연출, 이런 종류의 영화에선 교과서적인 접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집행자>는 좋은 영화처럼 보입니다. 무게감 있는 논제에 접근하는 공정한 태도도 그렇고 대비를 확연하게 살릴 수 있는 캐릭터들의 잠재력도 뛰어납니다. 하지만 영화는 곳곳에서 불완전한 매듭을 짓습니다. 이를 적당히 설명하기 위해서 ‘시네마틱 센스’라는 용어를 소환해야겠습니다. 정성일 평론가는 지난 722호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영화에서 보고 싶은 것은 시네마틱 센스다”라고 말했습니다. 뜻(meaning)이 아니라 감각과 의미를 동시에 지칭하는 센스(sense)말입니다. 그는 서사가 보고 싶었다면 문학에 사랑을 바쳤을 거라며, 영화가 찍을 수 있는 건 세상의 표면뿐이므로 영화의 태도와 센스, 즉 감각을 묻는 것이 영화의 서사를 묻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집행자>는 이 시네마틱 센스가 매우 부족한 작품입니다.  

아무리 진지한 이야기라도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접해야 한다면 관객은 모종의 감각적인 체험을 기대할 것입니다. 무게감 있는 논제, 가령 사형제도에 대한 좀 더 완성된 논리나 소식을 접하고자 한다면 신문이나 뉴스를 보는 편이 낫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집행자>의 치명적인 단점은 관객에게 감각적으로 호소력을 발휘할 수 있는 흡입력이 부재한다는 데에 있습니다. 적당한 선에서 물러서고, 단순화된 감정들은 사형제도라는 형벌의 극단적인 면모와 그 속에 놓인 인간의 고뇌에 접근하질 못합니다. 덕분에 여러 가지 벌려놓은 이야기들은 감각을 통해 전달되기는커녕 적당히 늘어선 신호등처럼 감정의 몰입을 시시때때로 방해합니다.


음악사용은 가히 재앙에 가깝습니다. 영화는 슬프거나 고통스런 장면이 등장할 때마다 매번 똑같은 음악, 그 중에서도 똑같은 동기를 반복합니다. 파블로프의 개가 음식을 보면 침을 흘리듯 이 음악은 조건반사처럼 튀어나옵니다. 영화를 보게 된다면 한번 시험해 보세요. “이쯤이겠군”하는 생각이 들면 어김이 없습니다. 이건 어떤 의미에선 주제에 대한 모욕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다르덴 형제를 떠올려 보세요. 가장 논쟁적인 사회문제를 다루는 그들의 영화에선 아예 음악이 나오질 않습니다. 어설픈 감정을 조장하기보다 좀 더 현실적인 상황과 분위기를 자아내는 그들의 시네마틱 센스는 성숙한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심지어 경건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결국 영화의 주제의식이 진지하면 진지할수록 깊이 있는 사고를 통한 시네마틱 센스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입니다. <집행자>의 시의적절한 질문도, 다채로운 에피소드들도 그 얕은 감정과 생각의 빈틈들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입니다. 사형제도에 관한 좋은 영화는 많습니다. <나는 살고 싶다>(1958) <살인에 관한 짧은 필름>(1988) <데드 맨 워킹>(1995) <그린 마일>(1999) <데이비드 게일>(2003)을 권하고 싶습니다. 유주하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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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kafka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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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11/06 23:16
  2. 공감합니다.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린마일은 정말 최고죠

    2009/11/07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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