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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마>

<어떤 방문>은 3편의 영화를 모은 옴니버스 영화입니다. 말이 옴니버스라서 그렇지 3편은 각각 완전히 다른 주제, 형식, 질감을 시도한 작품이에요. 이렇게 상이한 작품들을 한데 묶은 것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3편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의 영화들이지요. 다양한 영화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건 나름 흥미로운 경험입니다. 하지만 동떨어진 이야기들을 연달아 접하다보면 간혹 뜨악한 기분이 들기도 하죠. 이 영화들은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첫 작품 <코마>는 가와세 나오미의 작품입니다. 가와세 나오미는 1997년 첫 장편영화 <수자쿠>로 칸영화제 황금촬영상을 수상했어요. 영화제사상 최연소였죠(1969년생). 그녀의 작품은 작가의 개인사를 가늠케 하는 고통, 그리고 그 치유의 과정이 조용하고 느긋한 촬영 속에 일관되게 드러나요. 유럽이 소구하는 오리엔탈리즘을 감안하더라도 그녀의 명성은 헛된 것이 아니죠. 2007년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너를 보내는 숲>도 그렇지요. 인간이 고통을 받아들이고 내면화하는 과정을 침착하고 끈질기게 바라봐요. <코마>는 할아버지의 유언을 전하려는 한 남자(기타무라 가즈키)의 여행기를 따라나섭니다. 그는 ‘코마’라는 마을을 방문해 할아버지의 유품을 전하고 대화를 나눠요. 그러다 그 집의 딸(나카무라 유코)과 ‘어떤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기대가 되시죠? 가와세 나오미가 늘 하던 이야기지만 이런 이야기는 항상 유효하지요. 직접 확인해 보세요.

<첩첩산중>

두 번째 작품은 홍상수 감독의 <첩첩산중>입니다. 사실 <어떤 방문>을 보고나면 이 작품 외에는 기억이 나질 않아요. 그만큼 임팩트가 강하죠. 시작은 늘 그렇듯 여행입니다. 문학도 미숙(정유미)이 전주에 가요. 친구 진영(김진경)이 살고 옛 애인이자 스승이었던 상옥(문성근)이 살고 있는 곳이죠. 처음에는 진영을 만나려던 것이 엉뚱하게 꼬이기 시작해요. 진영은 ‘엄마랑 싸우느라’(정말 홍상수 감독다운 상황이지요) 친구를 맞이할 상황이 아니었던 겁니다. 먼 길을 달려왔다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된 미숙은 상옥을 만나요. 그런데 상옥을 만난 그녀는 곧 불편한 감정에 빠지죠. 채 끝맺지 못한 불륜의 감정도 그렇고 문학도로서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는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진 겁니다. 그러다가 이내 깨닫게 되요. 친구 진영이 상옥과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사실을요.

자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여기에 명우(이선균)가 등장해요. 그는 미숙과 진영의 동문이자 상옥의 제자, 그리고 미숙의 또 다른 애인이었죠. 이후에 벌어지는 일들은 그야말로 상상초월, 기상천외합니다. 하지만 솔직하신 분들은 인정할 수밖에 없을 걸요. 이 별난 에피소드가 우리의 일상과 너무나 유사하단 사실을 말이죠. 클라이막스라 여겨지는 마지막 아침식사는 시쳇말로 ‘빵’하고 터집니다. 과연 홍상수의 힘인 거죠.

<나비들에겐 기억이 없다>

마지막 작품은 라브 디아즈의 <나비들에겐 기억이 없다>입니다. 영화는 캐나다의 금광회사가 철수한 후, 빈곤의 늪에 빠진 필리핀의 한 마을을 배경으로 합니다. 동인도회사 방식으로 수탈이 이루어졌을 이 마을의 운명은 우리가 예측할 수 있는 바로 그 지점에 있어요. 모두들 가난하고 절망에 빠져있지만 살아남기 위해 절박한 상태죠. 이곳에 캐나다로 이민했던 필리핀 여성이 방문합니다. 고향에 여행을 온 거예요. 그리고 무서운 일이 벌어지려고 하죠.

카메라의 초점도 맞질 않고, 음향도 좋지 않아서 영화가 비추는 필리핀의 상황은 생각보다 더 나빠 보입니다. 이러한 허술함이 의도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아요. 조명기사(조명이 아예 없는 느낌이지만 말이죠)도 연기를 하고 제작자도 연기를 하기 때문이죠. 한 장면에서는 옆에서 울어 젖히는 닭의 울음소리가 영화의 사운드를 완전히 먹어버려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닭의 울음소리만 들리죠. 영화의 클라이막스를 경험하기 전까진 과연 이게 무슨 영화인가 싶었습니다. 종류를 묻는 게 아니었어요. 이게 영화일 수 있는가를 생각하게 될 정도로 만듦새가 엉망이었단 말입니다. 하지만 폭발적인 클라이막스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나비들에겐 기억이 없다>의 가치는 영화적인 면보다 현실고발에 있습니다. 그 현실의 자장 안에서라면 이 영화의 형식적인 면(지루함) 역시 유의미할 것입니다.

다소 거친 결합이지만 3편의 영화는 분명 일정 수준, 재미, 가치를 넘어서는 작품입니다. 한 편의 장편영화에 해당하는 시간 동안 다양한 경험도 가능하지요. 은근하게 추천합니다. 유주하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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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영화) 하나의 주제로 뭉친 거장들의 방문 '어떤 방문'

    Tracked from 금석문:金石文  삭제

    배급 : KT&G 상상마당 영화 '어떤 방문'은 뭐랄까? 개인적으로 보기에는 참으로 어려운 영화입니다. '어떤 방문'은 가와세 나오미 감독의 '코마', 홍상수 감독의 '첩첩산중' 그리고 라브 디아즈 감독의 '나비들에게는 기억이 없다' 이렇게 3편의 영화로 만들어진 옴니버스 형식의 영화입니다. 영화 소개에서는 3명의 거장 감독이 선사하는 최고의 명작이라고 설명을 하고 있는데, 부끄러운 일인지는 몰라도 저는 홍상수 감독 이외에는 잘 모르는 감독들이네요...

    2009/11/18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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