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백야행>, 소설과 드라마와 영화의 3色行

FEATURE ON 2009/11/19 07:47 Posted by 파란다이스

요 몇 년 사이 국내 서점가에 불어 닥친 일본장르문학의 대대적 공세, 그 최선단에는 여전히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름이 굳건히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수십 개의 국내 출판사들이 출간을 다툴 만큼 드높아진 그의 위상은 이제는 비단 일본뿐 아니라 국내시장에서도 장르문학계의 제왕이라 일컫기 충분한 경지에 이른 듯하다. 이쯤 되고 나면 일본장르소설은 물론 장르문학 자체의 인기마저 선도했던 제왕의 활약이 출판계 너머로 파급력을 행사하게 된 것도 당연한 귀착쯤으로 다가오기 마련.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1985년 <방과 후>로 데뷔한 이래 줄곧 그의 작품들은 브라운관과 스크린에 안착해 나갔으며, 영상화된 작품들 또한 원작 이상의 성공을 거두며 그 무궁한 대중성을 재차 증명했다.  

그중에서도 11월 19일 개봉을 앞둔 국내영화 <백야행: 하얀 어둠 속을 걷다>의 원작 <백야행>은 2006년에 이미 한 차례 일본 TBS에서 드라마화 됐을 만큼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작 중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1999년 <주간문춘>에서 선정한 걸작 미스터리 1위에 걸맞는 독특한 미학의 미스터리와 이를 근간에 둔 두 소년소녀의 건조하고도 음울한 성장기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골수팬들이 여전히 이 작품을 그의 대표작이자 최고작으로 꼽는 이유를 능히 짐작케 한다.


소설 <백야행>, 건조하고 불온한 성장기 
 

소설 <백야행>은 자잘한 트릭에서 재미를 추출하는 여타의 미스터리물과는 달리 여느 사회파 소설에 뒤지지 않는 굵직한 면모를 핵심 삼아 살인보다는 살의에 집중했던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행보를 전면에 내세우는 작품이다. 때문에 가공할 미스터리나 그 미스터리의 해답을 유추해나가는 과정보다는 그저 다양한 범죄를 거듭 행하며 비뚤어진 삶을 살아가는 두 남녀의 불온한 흑막이 이야기의 중심이 된다. 여기에 오래 전 이미 숨죽은 미스터리로 변칙수를 행사함으로써 <백야행>은 흡사 미스터리라는 이름의 서사시 같은 그 특별한 면모를 과시한다.

료지와 유키호가 각각 10세 시절에 겪었던 불행한 사건을 시작점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부모를 잃은 아이들의 일그러진 삶 정도로 내용을 압축할 수 있을 만큼 단순명쾌한 구조를 가진다. 하지만 끊임없이 이들과 엮이는 수많은 제3자들이 료지와 유키호 각각의 삶을 수상하게 바라보는 방식은 매순간 바스러질 듯 메마른 분위기 속에서 이들이 벌이는 범죄와 그에 대한 심증을 끊임없이 증폭시킨다. 료지는 주부와 고교생들간의 매춘 사업을 벌이고, 이윽고 은행의 전산화 이양단계의 빈틈을 노려 위조카드로 카드 인출기의 현금을 노리고, 히트작인 <슈퍼 마리오>의 복제판 게임을 유통시키려 하는 등의 범죄를 벌이며 매화 시대상을 반영한 범죄로 음지에서의 삶에 적응해 나간다. 또 유키호는 자신에게 방해가 되는 인물들을 끊임없이 강간 사건에 연루시키며 돈을 노린 결혼과 이혼을 통해 성공에의 길을 차근차근 밟아나간다. 한쪽은 양지에서 다른 한쪽은 음지에 움터 살아가는 교활한 범죄자라는 사실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분명한 그림이 되어간다. 살인사건으로 아버지를 잃은 소년 료지와 어머니를 잃은 소녀 유키호의 이야기가 이후 19년간 이어지는 이 장대한 이야기의 뜻 모를 서막을 장식하고 있는 까닭조차 쉽게 잊힐 만큼 그네들의 음산하고 불온한 범죄일지는 그렇게 그들의 진실을 철저히 유예시킨다.

결말부 한 장면을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교차하지 않는 료지와 유키호가 자신들에게 방해되는 인물들을 차례차례 제거하며 협력하는 과정은 언제나 독자로 하여금 어렴풋이 그 실체를 짐작하게만 이끌 뿐 절대로 분명하게 묘사되지 않는다. 오로지 이미 시효가 지난 사건임에도 이들을 뒤쫓으며 부모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된 이들의 어리석은 생환기에 종지부를 찍고 그림을 완성하는 사사가키 형사나 그들의 수많은 주변 인물들만이 가면 뒤에 감춰진 이들의 추악한 얼굴을 조금씩 맞춰나갈 뿐이다. <백야행>은 무미하게 이어지는 각각의 범죄 이야기가 나열되는 가운데 각 에피소드마다 마치 조연격으로 등장하는 듯한 료지와 유키호의 이야기가 전부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미스터리의 진상을 향해 가는 사이 펼쳐지는 이들의 건조하고도 불온한 삶의 방식과 살을 에는 냉혹함은 분명 결말부 ‘해답편’에 비할 수 없을 만큼 강렬한 핵심 그 자체를 이룬다.   


드라마 <백야행>, 멜로드라마로의 재구성


2006년 TBS에서 11부작으로 방영된 드라마 <백야행>은 높은 시청률뿐만 아니라 일본 TV 드라마 아카데미상에서 최우수작품상과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및 남우조연상 등 주요상을 휩쓸며 그해 최고의 드라마로 등극했다. 드라마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커플 야마다 타카유키와 아야세 하루카가 각각 료지와 유키호가 되어 그리는 <백야행>의 시작은 꽤 특별하다. 우선 드라마는 이들이 유년시절 겪었던 사건의 진상을 낱낱이 보여주는 데서 시작한다. 그리고 소설 가장 마지막에 위치해야 할 미스터리의 진실을 초반에 모두 공개함으로써 구멍 난 그 빈자리에는 소설에서는 단 한 번도 조우하지 않으며 공생관계를 유지하던 두 사람의 범죄 공모 과정이 빼곡하게 채워진다.

드라마 <백야행>은 불명확한 그림을 그리며 위험한 분위기만을 계속해서 증대시켜 나가던 소설 속 두 사람의 관계를 불안한 연인관계로 분명히 묘사하는 등 소설이 일부러 내비친 매력적인 빈틈들을 꼼꼼히 메우는 ‘해설편’의 역할을 자처한다. 그리고 이 해설편의 밑바탕을 멜로드라마로 구축하며 같은 이야기를 전혀 다른 관점으로 재구성한다. 드라마는 노형사 사사가키가 어린 유키호에게 “거짓말을 한 사람은 계속해서 그 위에 거짓말을 쌓아갈 수밖에 없어. 그런 인생에 미래는 없다”라는 말에 강력한 발판을 두며 이들의 여정을 비극적 운명으로 채색해 나간다. 료지와 유키호 또한 시청자들의 감정을 충분히 이입할 수 있도록 냉혹한 범죄자가 아닌 나약한 연민의 대상으로 분한 것은 물론이다. 또한 이들을 뒤쫓는 사사가키 형사는 원작에서 진상을 캐는 와중 살해당하는 사립탐정 이마에다의 에피소드마저 모조리 흡수하는 등 관찰자로서 더 많은 부분을 짊어지며 이들 커플에 개입한다. 자연히 드라마는 범죄 자체의 음울한 기운이나 결과보다는 이들이 범죄를 행할 수밖에 없는 감정적 측면에 더욱 깊게 관계하며 이를 슬픈 사랑과 슬픈 운명으로 치환한다. 그리고 원작에서는 어렴풋한 짐작만으로 윤곽을 유추하는 데에 만족했던 사건들마저 가해자인 두 주인공의 시점을 기반으로 낱낱이 공개되면서 료지와 유키호의 불가피했던 심정적 상황은 드라마의 새로운 줄기를 이룬다.

원작과 마찬가지로 비극은 비극이되 료지와 유키호가 매회 눈물바다를 이루며 신파로 탈바꿈한 드라마의 생김새는 꽤 특별한 각색으로 기억될 만하다. 주인공의 시점을 배제한 소설과는 달리 료지의 내레이션으로 감정을 극대화하며 완전한 주인공 시점으로 멜로 라인을 다잡고 또 여기에 사건마다 분명한 해석을 더하며 비극적 운명에 힘을 더하는 구조는 원작의 팬이라면 더더욱 흥미롭게 느낄 부분들로 가득하다. 소설의 큰 줄기를 그대로 따르되 소설의 결말을 이루는 장면을 극초반에 제시함으로써 자연히 몇몇 굵직한 에피소드를 비롯한 이들의 범죄행각 모두를 비극적 운명으로 합일시키는 과정 또한 충분히 즐길 만하다. 결과적으로 드라마 <백야행>은 원작을 접한 팬이나 접하지 못한 일반적인 드라마 시청자들 모두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효과적인 각색으로 평가할 만하다. 비록 신파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만큼 원작의 무미건조한 기운을 모조리 걷어내고 그 자리를 눈물과 순애보로 꾹꾹 채워 넣고 있지만 특별한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원작의 흥미로운 해석만큼은 제법 매력적이다.  


영화 <백야행: 하얀 어둠 속을 걷다>, 비극성을 가장한 지루한 미스터리 


훌륭한 원작을 바탕 삼은 모든 영화가 그러하듯 영화 <백야행: 하얀 어둠 속을 걷다> 역시 안정적인 소스 확보와 각색에 대한 부담감을 함께 안을 수밖에 없는 숙명이었을 게 분명하다. 결과적으로 영화는 135분이라는 비교적 긴 시간을 원작소설에 가까운 미스터리물로서의 외양을 바탕에 두고 드라마 <백야행>의 장점을 부분 차용하는 방향으로 갈피를 잡은 듯하다. 그리고 이들을 추적하는 형사 동수(한석규, 소설에서의 사사가키 형사)의 시선에 더욱 밀착하면서 마침내 스크린에 안착할 <백야행>의 모습을 다잡는다.

영화는 소설과 드라마가 장구히 펼쳐내던 각종 범죄들을 효과적으로 걸러 축약하고 있는 점에서만큼은 어느 정도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보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외에는 장점보다는 단점이 훨씬 눈에 띈다. 일단 전면에 내세우는 미스터리물로서의 위상과는 달리 그다지 치밀하게 비밀을 포장하지도 못하며 서스펜스를 유지시키는 데에도 큰 힘을 기울이지 않는 등 전체적으로 느슨한 구조를 취한다. 요한(고수, 소설에서의 료지)과 미호(손예진, 소설에서의 유키호)가 15년 전 살인사건의 시효만료 시점을 새롭게 자신들의 새출발의 디데이로 설정한 것처럼 이들의 성장기 모두를 차근차근 목도하기보다는 단숨에 사건사고들을 몇몇 동시간대에 몰아넣고자 한 과감한 선택에 비해 진행은 느리고 또 지지부진하다.


순애보를 한껏 부각시키며 동시에 비극적 운명을 탈피하기 위한 이들 두 남녀의 욕망의 드라마는 안타깝게도 곧 영화 전체의 직접적 패착원인과 맞닿는다. 우선 비극의 드라마를 애써 꾸리는 사이 펼쳐지는 대사들은 원하는 바와는 달리 비극을 묘사하기보다는 그저 시적 용어들의 남발에 그칠 뿐이다. 한석규 같이 좋은 배우만이 이 낯간지러운 대사들을 약 3할 정도의 고타율로 선방하고 있을 뿐 처절함을 가장한 비극을 표현하기 위해 펼쳐지는 대사에는 공감 못할 신파성만이 덕지덕지 묻어나와 아쉬움을 남긴다(특히나 이 과정에서 특정 조연배우는 극의 흐름을 해칠 만한 모습마저 보여준다). 아무리 이들의 이야기를 ‘백조의 호수’의 아련한 선율로 계속해서 치장한다 할지라도 마치 이들의 드라마가 효과적으로 이입되지 않도록 애쓴 듯 성글고도 매력 없이 부각된 비극성은 결과적으로 비극을 ‘가장’하는 선에 머물 따름이다. 더군다나 형사 동수에게 14년 이상 이들을 뒤쫓아야 할 이유를 마련하기 위해 굳이 아들의 어이없는 사고를 더해야 했는지도 의문으로 남는다. 

덕분에 영화 <백야행: 하얀 어둠 속을 걷다>는 드라마 <백야행>이 미스터리를 완전히 포기한 가운데 노리고자 했던 바가 무엇인지를 더욱 분명하게 보여준다. 영화는 때때로 큰 비중을 두지 않아도 될 사건들에 오랜 시간 치중하면서 관객을 이끌어나갈 힘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한다. 또한 유효적절한 대사보다는 무의미한 시적 대사로 비극성을 포장하는 데 만족하며, 죽음에 대한 속죄나 지고지순한 순애보 같은 단순명쾌한 감정만으로 비극성을 형상화할 뿐 이를 구체화하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영화 속 비극의 파노라마에는 이유가 없다. 자연히 영화는 실패한 각색물, 지루한 미스터리물로서의 인상만을 진하게 남길 뿐이다. 드라마와는 달리 영화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팬은 물론 소설 <백야행>을 접하지 않은 관객에게도 유효타를 날리기는 힘들어 보인다. 소설에서 시작해 드라마를 거쳐 영화에 이른 작품이 그야말로 하얀 어둠 속을 걷는 듯하다. 강상준 기자(FILMON)   


연관기사
웰컴 투 히가시노 월드② 영화·드라마로 만나는 히가시노 게이고
웰컴 투 히가시노 월드① 히가시노 게이고, 이제는 TV·스크린의 블루칩!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TRACKBACK :: http://film-on.kr/trackback/712 관련글 쓰기

  1. 백야행 - 올드보이와 동급의 멜로 스릴러

    Tracked from 세상을 지배하다  삭제

    Movie Info '백야행 - 하얀 어둠 속을 걷다'는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시나리오 작가의 원작 '백야행'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용의자 X의 헌신'의 원작자이기도 하다.) 보통 리메이크 작품이 원작보다 좋은 영화로 평가 받는 일은 '아주 적다'와 '거의 없다'의 중간정도가 될 것 같은데, 이 영화는 그 중간 영역밖에 있는 작품이 될 것 같다. 필자는 아야세 하루카의 팬이지만 '백야행'이라는 일본 드라마를 아직 보지 못했다...

    2009/11/22 18:14
  2. 백야행 - 하얀 어둠 속을 걷다.

    Tracked from 세상을 향한 곁눈질...™  삭제

    ⓒ시네마서비스, All Right Reserved 감독 : 박신우 출연 : 한석규(형사, 한동수 역), 손예진(유미호 역), 고수(요한 역), 이민정(시영 역), 박성웅(승조 역) 요약정보 : 드라마 | 한국 | 135 분 | 개봉 2009-11-19 | 일본을 대표하는 추리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동명의 소설 '백야행'을 원작으로 한 영화. 한국 영화 르네상스의 시작을 알렸던 배우 한석규의 출연. 오랜만에 등장한 고수. 그리고 손예진... '백야..

    2009/11/23 19:44

댓글을 달아 주세요

◀ Prev 1  ... 248 249 250 251 252 253 254 255 256  ... 740  Next ▶

카테고리

FILMON (740)
REVIEW ON (343)
FEATURE ON (121)
PEOPLE ON (86)
CULTURE ON (68)
ESSAY ON (59)
TALK ON (15)
FOCUS ON (39)
NOTICE ON (8)
CONTACT US (1)

영화웹진 FILMON

'미래's Blog is powered by Tattertools / Supported by Tatter & Media
Copyright by '미래 [ http://www.ringblog.com ]. All rights reserved.

Tattertools Tatter & Media DesignMyself!
Copyrightⓒ FILM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