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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문> - 하이틴 로맨스의 재림

FEATURE ON 2009/12/01 00:37 Posted by 쥬하


북미 개봉 첫날 흥행수익 역대 1위 작품은 무엇일까요? 놀라지 마세요. <뉴 문>입니다. 이 뱀파이어하이틴로맨스 영화가 개봉 첫날 벌어들인 금액이 자그마치 7270만불입니다. 손익분기점쯤이야(5000만불) 가뿐하게 넘겼죠. 개봉 2주차를 맞이한 오늘(북미 시간 11월 29일)까지 북미수입만도 2억불입니다. 해외수익도 상당해서 총 수익은 4억 7천만불에 육박하고 있지요. 가히 엄청난 기세 아닌가요?

전작 <트와일라잇>(2008)은 제작비 3700만불로 전 세계에서 3억 8500만불을 벌어들이며 새로운 프랜차이즈의 가능성을 만방에 알렸습니다. 덕분에 중소 제작사에 불과했던 서밋 엔터테인먼트는 돈방석에 앉게 되었지요. 따지고 보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닙니다. 1700만부 이상을 팔아치운 원작소설은 확실히 든든한 버팀목이었고, 로버트 패틴슨을 비롯한 싱싱하고 아리따운 배우들이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말이 쉬워서 그렇지 베스트셀러 원작소설과 스타캐스팅의 결합이라는 그럴싸한 공조체제가 항상 좋은 결과만을 낳았던 것은 아닙니다. <뉴 문>을 연출한 크리스 웨이츠의 전작 <황금 나침반>(2007)이 그 대표적인 예일 겁니다. 전세계 38개국 언어로 번역, 출판되어 1500만부가 넘게 팔린 동명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긴 <황금 나침반>은 니콜 키드먼과 다니엘 크레이그의 이름값에도 불구, 북미수익 7천만불에 그치며, 순수제작비 1억 8천만불을 들인 제작사 뉴라인 시네마에게 심대한 정신적 타격을 입혔습니다(정신적 타격에 국한되었던 것은 해외 수익이 3억 달러에 달했던 바, 그래도 충분한 수익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새삼 단돈 3700만불, 그리고 5000만불로 이룬 <트와일라잇> <뉴 문> 시리즈의 저력이 감탄스런 부분입니다.

<트와일라잇> 프랜차이즈의 위력은 2010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써밋 엔터테인먼트는 3편에 해당하는 <이클립스>의 공개시점을 2010년 6월 30일로 발표했어요. 7개월 만에 후속편을 선보이겠다는 결심에는 영화의 주요 수요층인 열광적인 10대 팬들의 성향과 작품에 대한 나름의 자신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시리즈의 흥행에 발맞춘 속도감 있는 움직임에 <이클립스>의 흥행조차 이미 보장받는 듯한 느낌이지요.


다소 경험이 부족한 젊은 감독들과 TV물, 아동용 영화에 출연하던 어린 배우들을 끌어 모은 결과가 이렇게 큰일을 벌일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역시나 훌륭한 대중영화의 운명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입니다. 아무리 자료와 통계 등이 널린 요즘이라지만  그 원인과 이유를 추적할 수 없는 관객의 취향이란 신비로운 생명체의 움직임 같습니다.

절대 로맨스, <뉴 문>의 힘

<뉴 문>의 언론시사가 있던 11월 24일, 시사회장은 10분마다 비웃음 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그도 그럴 만 했지요. 주인공 벨라(크리스틴 스튜어트)가 넘어져 피를 흘리자, 진짜 짐승남 제이콥(테일러 로트너, 그는 늑대인간이지요)이 티셔츠를 벗어 그녀의 이마를 닦습니다. 으잉? 왠 상의탈의? 하지만 어찌 여부가 있겠습니까. 벨라를 위해서라는데 바지를 내리지 않은 것이 다행입니다. 벨라는 이 우주의 목표입니다. 그것이 바로 <뉴 문>의 세계관이지요. 이토록 지독하게 한 방향만을 향하는 이야기는 수없이 많은 가지를 벌여놓은 이야기만큼이나 그 감정에 동조하기가 어렵습니다. <뉴 문>의 연애관은 깃털보다 가볍고 솜사탕보다 달콤합니다. 연애의 뒤안길을 수차례 왕복한 위인들에게 있어 깃털이야 간지러울 따름이요. 솜사탕은 끈적거릴 뿐입니다.

그렇다면 어찌하여 그렇게도 많은 팬들이 이 시리즈에 열광하는 것일까요? <트와일라잇>시리즈의 의도는 확연합니다.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왕따 소녀 벨라(크리스틴 스튜어트)를 등장시켜 10대 여성관객(내지는 소수 남성관객)의 감정이입을 유도한 후, 조각미남 에드워드(로버트 패틴슨) 그리고 짐승남 제이콥(테일러 로트너)등을 등장시켜 낭창낭창, 달콤새콤한 연애감정을 퍼붓는 것입니다.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릴 촉촉한 눈길로 벨라를 바라보는 에드워드를 생각해 보세요. 그는 사상 초유의 미남이자 영생불사의 몸을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평범녀 벨라의 환심을 사느라 노심초사, 안절부절 호들갑을 떱니다. 쫄깃쫄깃한 삼두근을 장착한 채로 수줍은 고백을 남발하는 제이콥은 또 어떻습니까. 우주가 나를 중심으로 회전하는 듯한 <뉴 문>의 세계야 말로 10대 소녀들의 꿈이 이뤄지는 공간입니다.


더구나 이 시리즈는 장구한 연애의 역사가 증명하는 기막힌 장치 하나를 잊지 않았습니다. 이름하야 ‘사랑의 장애물’입니다. 영화는 시작부터 셰익스피어의 고전 <로미오와 줄리엣>을 인용합니다. 가장 널리 알려진 장애물 연애 달리기 선수들을 언급한 영화는 이후 닥치는 대로 사랑의 어려움을 조작해 냅니다. 에드워드는 무슨 이유에선지 사랑하면서도 사랑하면 안 된다고 심한 앙탈에 열중합니다. 무려 109살을 집어먹은 이 멀쩡한 청년은 “벨라, 나를 가까이 하면 다쳐”같은 진부한 대사로 벨라의 속을 태우지요. 그의 부재를 틈타 스며들어온 제이콥 역시, 다를 것이 없어요. “벨라, 너를 사귀기엔 내가 너무 나빠” 여하튼 그들의 마음은 이전보다 더욱더 활활 불타오르고 연애는 점점 더 어려워져만 갑니다. 일상의 나른함이 끼어들 수 없는 이 긴박하고 절절한 사랑, 힘이 넘치는 10대 소녀들에게 이보다 더한 기쁨이 어디 있겠습니까.

에드워드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던 시리즈는 <뉴 문>을 맞아 부쩍 성장한 제이콥을 업데이트했습니다. <트와일라잇>시절에 비해 무려 15kg의 근육을 증강한 테일러 로트너의 존재감은 시리즈에 새로운 생동감을 부여합니다. 특히 에드워드와 제이콥의 대조는 벨라와 혼연일치한 관객의 미감을 한 층 더 풍부하게 돋웁니다. 차가운 피를 가진 뱀파이어 에드워드는 냉철한 성격과 알 수 없는 표정, 세련됐지만 우울한 분위기로 벨라에게 다가섭니다. 반면 뜨거운 늑대인간 제이콥은 다정하면서도 진심어린 눈빛과 강렬한 근육 그리고 저돌적인 구애로 벨라의 마음을 공략하지요. 이런 매력, 저런 매력의 남자들이 오직 나 하나만을 두고 다투고 있는 상황. 정말 어찌해야 된단 말입니까. 둘의 긴장관계는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몽환적인 전반부를 강렬한 에너지로 지탱합니다.


관객들의 품격을 위하여

<트와일라잇> <뉴 문>은 연령제한의 한계가 엿보일지언정 정말이지 훌륭하고 말끔하게 완성된 세계입니다. 기실 연애물이란 완벽한 현실의 재현일 수가 없습니다. 연애담의 목적이란 어차피 윤리적이거나 생산적인 것이 아니기에 그 구성과 조건들은 적절한 윤색과 조정을 통하는 것이 오히려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고로 <뉴 문>의 조건과 구성을 들어 미성숙과 비현실성을 탓하는 것은 불필요할뿐더러 전적으로 부당합니다. <뉴 문>은 만들어낸 상황과 인물들을 통해 소녀적인 멜로드라마를 충족시키려는 섬세한 소품입니다. <뉴 문>을 보면서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같은 저작이나 연애의 유물론적 재구성을 상기할 바에야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보는 편이 자신과 인류의 공존을 위하는 길입니다.

프루스트는 “사랑하는 사람의 특징을 소설의 주인공에게 부여하지 않고서는 소설을 읽을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연애를 다루는 소설, 영화, 미술, 음악 등이 결국 진정으로 작용하고 말고는 전적으로 그것을 향유하는 사람의 감정에 달려 있을 터. 비록 무척이나 과장된, 그리고 한편으론 제한된 세계를 그리는 <뉴 문>이지만 이는 달콤한 감정에 빠지고픈 수많은 예비관객들에게 부족하지 않은 에피타이저요, 정식이며, 디저트로서의 행복감을 선사할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프루스트의 진실한 통찰은 <트와일라잇>시리즈를 고대하고 있는, 또한 그러한 이유로 다소간 자신의 미적 취향에 자신감을 잃은 관객들에게(특히 30대 이상이라면 더욱더) 편안하고도 풍요로운 품격을 부여할 것입니다. 단 잊지 말아야 하지요. 여러분이 에드워드와 제이콥에게 빠져들 수 없다면 2시간 10분에 달하는 상영시간은 지루하고 난처한 기억으로만 남을 것입니다. 유주하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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