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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자격>, 그 남자들의 상생기

CULTURE ON 2009/12/06 22:25 Posted by 파란다이스


단순히 방송가의 제작비 절감 차원에서 시작한 예능프로그램 ‘난립’이 문자 그대로 황금기를 구가하게 된 이유를 절절히 실감하는 요즘이다. 드라마의 뻔한 공식이 ‘막장’이라는 오명 아닌 벼슬 속에 껄끄러운 승리를 이어가는 동안, 예능프로그램은 드라마가 잊고 있던 즐거움과 감동을 가뿐히 쓸어안으며 바야흐로 오랜 예능 전성시대의 기반을 스스로 다져가고 있는 것이다. 꼭 챙겨보는 예능프로그램의 숫자가 드라마보다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이는 매체의 특성상 ‘미니시리즈’가 될 수밖에 없는 드라마에 비할 바가 아니란 생각이 드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그야말로 예능 전성시대다.

‘1박 2일’의 선전 속에 꿋꿋이 2등을 감내하는 <해피 선데이>의 ‘남자의 자격: 죽기 전에 해야 할 101가지’(이하 <남자의 자격>)는 그런 의미에 작년과는 또 다른 2009년 예능의 성장을 보여준 프로그램이라 칭할 만하다. 물론 <남자의 자격> 속 남자들은 빛보다 빠른 속도로 성쇠를 반복하는 무서운 TV 안 무서운 경쟁의 틀 안에 여전히 놓여 있다. 그러나 이전투구를 바라보며 느껴야 했던 여느 예능프로그램의 일차원적 쾌감 그 씁쓸한 뒷맛은 사라진지 오래다. 보이는 혹은 보이지 않는 경쟁의 틈바구니 속에서 이를 활용하고 또 때때로 허물며 매회 다양한 방식으로 변모해가는 그들의 이야기는 이제 몇 회 안 봐도 끝이 보이고 조금만 인기를 얻어도 분량 늘리기로 연명하는 드라마에 비할 수 없을 대단한 드라마를 선사하기도 한다. 대세인 ‘리얼’ 속에서 평범한 그들의 리얼한 진짜 실상을 목도하는 것은 오로지 TV만이 건넬 수 있는 오락적 재미요 예능만의 덤이자 <남자의 자격>만의 매력이다.


초창기 <남자의 자격> 출범 때만 하더라도 제목에서 풍기는 마초적인 냄새 때문에 꺼려졌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굳이 이런 정치적 잣대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상큼한 소녀들과는 완전히 반대노선에 서있는 이들 ‘아저씨’들의 갖가지 도전기가 이만큼 각광받을 수 있었던 것은 분명 예상 밖의 성과다. 여기엔 이들 아저씨들의 능청맞은 캐릭터의 몫이 크다. 어떠한 소재를 가져다 놓더라도 경쟁이라는 줄 세우기로는 절대로 조율할 수 없는 이들의 움직임은 매번 타채널 경쟁상대의 조작 논란과는 정반대노선을 향한다. 이들은 전투기 탑승 자격을 얻는 일생일대의 기회 앞에서도 그저 꾀병을 부릴 사람은 부리며 애써 피하고, 타고 싶은 사람은 혼자 달떠 열심히 시험에 응할 뿐이다. 누군가는 영어구술에서 유창한 회화실력을 자랑하는가하면 또 다른 누군가는 영문과 출신이라는 몹쓸 과거에 몸 둘 바를 모르며 괜한 자괴감에 데굴데굴 구르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 어디에도 꼴등을 위한 엽기적인 벌칙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들은 1일 대학생이 되어 대학수업을 ‘체험’하기도 하고 ‘참관’하기도 하며 또 누군가는 ‘주체’가 되기도 한다. 어느 누구에게도 주어진 과업이나 책임감일랑 없다. 1등을 강요하지 않는 <남자의 자격>은 예능의 정석이 되다시피 한 ‘게임’의 룰을 완전히 벗어던진 것이나 다름없다.

12월 6일 방영된 ‘남자 달리다’ 하프마라톤 미션이 출연진 사이의 경쟁보다는 오히려 완주에 대한 각자의 목표에 충실한 개개인의 분투기로 마무리되었던 것도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하프마라톤 도전기가 그간 ‘리얼’이나 ‘도전’이라는 컨셉을 내세웠던 예능프로그램들이 사골 우려내듯 써먹던 소재를 재활용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다지 예능프로그램임을 의식하지 않는 듯, 때때로 누군가는 너무 의식하는 듯 각기 움직이는 이들 <남자의 자격>의 기묘한 상생기는 이 역시도 뜻밖의 결과를 이끌어내며 프로그램의 독특한 성취를 과시했다. 이번 하프마라톤 미션 역시 마라톤이라는 외로운 스포츠를 통해 도전과 성취에 대한 드라마를 그리려 했던 것만큼은 분명 예상 가능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김태원을 제외한 모든 출연진의 완주, 즉 50세 이경규와 ‘국민약골’ 이윤석의 최장시간 완주까지 이어진 뜻밖의 결과야말로 <남자의 자격>만이 가진 미덕을 대변한다.


매번 경쟁의 틀을 마련해놓지만 이들에게 1등은 물론 꼴등도 부질없다. 막내 윤형빈은 자신이 이들 멤버 중 7등이라며 언제나 자신의 미력한 존재감을 내세우기 위해 애쓰지만, 그에 반해 이정진은 웃기지 못하는 자신의 캐릭터를 스스럼없이 자조한다. 태생적으로 다른 프로그램과 경쟁노선에 있을 수밖에 없는 <남자의 자격> 역시 타 프로그램과의 경쟁은 물론이요 당연히 출연진 사이에서의 경쟁도 불사해야 했을지 모른다. 그래서 정말로 누군가는 출연진 사이에서 더 웃기고 더 두드러지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모습 또한 역력히 내비친다. 반면에 애초에 그런 것 따위 관심 없다는 듯 매번 주어진 미션에만 충실한 사람도 있다. 살아남기 위해 누군가를 밟고 올라서야 하는 방송가의 논리가 여기라고 예외는 아닐 게다. 그럼에도 이들은 정말로 미션에 급급해 보인다. 그래서 이들은 때때로 두려운 미션을 피하기 위해 연대하고 또 모자란 누군가를 진심으로 보조하고 격려한다.

때문에 그 가운데 가장 존재감이 없다고 느껴지는 누군가 역시도 그저 이 가운데 유일무이한 캐릭터로 남는다. 매번 악역을 자처하는 못된 선배가 있는가 하면, 특유의 허세와 성실함으로 왕년 최고의 자리를 수복하려는 개그맨도 있다. 엉뚱한 유머와 절정의 무식함과 최악의 육체를 가진 록커가 있는가 하면, 명색이 박사인데 쓰러지고 토하고 기절하고 선배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약골도 있다. 또 한시도 입을 가만두지 못하는 수다스런 연기자도 있으며 ‘비주얼덩어리’라는 별명처럼 그저 보기에만 좋은 떡도 있는데다가 그간 각인시켜왔던 ‘왕비호’라는 캐릭터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분투하는 막내 개그맨도 있다. 재밌는 건 그들 중 누구도 꼴등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단지 그는 그로 남을 뿐이다.

<남자의 자격>은 이들의 연대와 상생을 언제고 자연스럽게 담아낸다. 그 누군가가 통편집의 아픔을 감내하며 여전히 웃겨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든 그렇지 못하든 간에 상관없이 <남자의 자격>은 이들의 가감 없는 생활상을 고스란히 보여주며 이들의 캐릭터 모두를 긍정한다. ‘패밀리가 떴다’의 완전한 대항마로 등장해 주말마다 저녁식사 준비를 반복하는 자그마한 패턴 하나 없이 일궈낸 이 재미는 어쩌면 가장 ‘리얼’에 가까운 모습을 선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잘 나가는 초특급 스타의 그 진솔하다는 모습보다는 ‘찌질’하더라도 열심히 부딪치는 모습으로 여느 생활인들의 평범한 삶에 자연스레 밀착한다. 이는 순전히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데 여념 없었던 남자들과 이들 모두에게 의미 부여하는 것을 잊지 않았던 제작진의 명철한 시선 때문이다. 남자들이 가정집에서 평범한 하루를 보내든 전투기를 타든 그래서 즐겁다. <남자의 자격>은 분명 2009년 예능프로그램의 현재를, 그것도 가장 본받아야 할 현재를 그려내는 데 성공한 프로그램임에 틀림없다. 강상준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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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쩜 구구절절 공감가는 말씀만 하시니...ㅋ

    2009/12/07 10:35
  2. Favicon of http://blog.nalbam.com BlogIcon 날밤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그래서 시청 패턴을 패떳 -> 1박2일 에서
    해피 선데이틑 쭉~ 보는것으로 바꿨습니다.
    남자의 자격 -> 1박2일 이지요. ^-^

    2009/12/07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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