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개에 관한 진실> The Truth About Cats & Dogs, 1996
화성-금성, 개-고양이 따위를 예로 들어 관계를 분석하던 것이 유행처럼 번지던 시절의 영화. 도식으로 단순화시키고 첨삭으로 광을 낸 덕분인지 그럭저럭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다. 제이미 폭스로 말할 것 같으면 대략 ‘주인공 남자의 얼빠진 친구’역을 맡았는데, 미녀와 추녀를 함께 만난 자리에서는 어김없이 미녀에게 정신을 빼앗기고, 나름 심각한 고민을 하는 친구에게는 “너는 너무 생각이 많아”라고 충고를 던지는 무성의한 남성 캐릭터를 맡았다. 어쨌든 배우의 이력을 쌓아 나가기 위해선 감수할 것이 많았던 시절임이 확연하다. 연기를 보더라도 지금의 그와 비교하자면 한마디로 ‘얼어’ 있다. 유주하 기자
만년 후보 신세를 면치 못하던 중 천재일우의 기회를 맞아 스타성을 발휘하는 쿼터백 윌리 비멘(제이미 폭스)은 미식축구를 인생의 1인치에 비교하는 다마토 감독(알 파치노)과는 가히 상극인 선수. 스포츠맨십에 혐오감을 감추지 않고 랩을 하며 뮤직비디오를 찍는 등 매스컴을 통해 그간 억눌렸던 욕망을 발산하는 그의 모습은 올리버 스톤 감독이 바라보는 매스컴의 속성 그 자체를 함의한다. 자연히 다마토 감독과 사사건건 대립하다 끝내 깨달음을 얻고 마는 비멘의 성장은 영화의 핵심인 다마토와 구단주와의 대립 이상으로 스타성에 빌붙는 매스컴의 속성, 그리고 그 너머에 존재해야 할 스포츠 정신을 한껏 부풀린다. 고까운 근육맨에서 진정한 스타로 거듭나는 비멘의 변화야말로 올리버 스톤의 촌철살인인 것. 강상준 기자
할리우드가 흑인 남성배우에게 평소답지 않던 관심을 보이던 시절, 급하게 만들어진 작품이다. 제작사 캐슬록 엔터테인먼트는 코믹하고 말주변 좋은 흑인 남성배우를 주인공삼아 박스오피스에서 좋은 성과를 올리고 싶었다. <경찰서를 털어라>(1999)처럼 말이다. 하지만 <베이트>에서 관객이 본 것은 지루한 액션과 썰렁한 개그가 전부였다는 사실. 다만 떠벌이 좀도둑을 연기한 제이미 폭스는 차세대 마틴 로렌스, 제2의 윌 스미스로서 부족함이 없었다. 관객은 낚였지만 제이미 폭스의 몸값은 은근히 오르는 상황. 그러고보면 제이미 폭스가 진정 베이트(미끼)였던 셈이다. 유주하 기자
<알리> Ali, 2001
무하마드 알리의 전기영화에서 제이미 폭스는 알리의 역할을 놓치고 말았다. 글쎄 어쩌면 애초에 욕심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제작 초기에는 덴젤 워싱턴의 이름이 언급됐으며, 마이클 만 감독의 최종 선택은 당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던 윌 스미스를 향했다. 제이미 폭스는 알리의 코치 드루 번디니 브라운역을 맡아 서서히 진행되는 탈모, 그리고 육중한 아랫배를 보여주는데, 챙이 짧은 페도라를 걸쳐 쓴 채, 알리와 어울리는 여자들을 흘긋거리는 제이미 폭스의 눈빛 속에서 배우로서의 불만과 좌절이 엿보이는 것만 같다. 그래도 앞날은 모르는 법, 이후 <콜래트럴>(2004)에서 만나게 될 마이클 만 감독과의 첫 조우였다. 유주하 기자
매번 굵직한 캐릭터만 도맡았을 것 같은 제이미 폭스에게도 이런 면이? 애인한테 최악의 방법으로 차인 후 회사마저 그만둔 그는 사귀던 연인을 ‘과학적으로’ 차는 방법에 관한 지침서를 집필한다. 인생지사 새옹지마라 책은 대박이 나고 덕분에 그 역시도 연애전문가로 승승장구······할 것 같았으나 이건 또 웬걸. 워낙 순정파시라 연애는 또 녹록치 않으시다. 덕분에 꼬이고 꼬인 영화의 삼각사각관계 속에서 가장 젬병으로 일관하는 제이미 폭스. 이리저리 맞고 차이다 마침내 진정한 사랑을 쟁취하기까지 계속되는 그의 순진무구한 모습들이 색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커다란 덩치에 해맑은 눈빛. 사랑에 눈먼 나머지 손을 깨물어 피를 줄줄 흘리는 제이미 폭스의 자태는 무척 낯설지만, 그래도 꽤나 사랑스럽다. 강상준 기자
<콜래트럴> Collateral, 2004
맥스(제이미 폭스)는 12년째 LA를 밤거리를 달리는 택시 운전사다. 아리따운 손님과 흐뭇한 대화를 나누고 번호까지 받는 쾌거를 이룬 맥스 앞에 젠틀한 차림의 빈센트(톰 크루즈)가 나타난다. 그런데 사업가인줄만 알았던 빈센트는 하룻밤 새 5명을 죽여야 하는 킬러이고, 빈센트는 맥스에게 동행을 요구한다. 맥스와 빈센트는 절묘한 대비를 이룬다. 빈센트가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지 않는 강인함이라면, 맥스는 달리는 모습부터 어설픈 우유부단함의 화신이다. 하지만 여러 사건을 겪으면서 그는 눈빛부터 달라진다. 허탈함 속에서 찾아오는 결연함, 그리고 다시 지친 일상의 눈빛까지. 그의 다양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안효원 기자
<레이> Ray, 2004
제이미 폭스가 아니었다면 상상할 수 없는 작품이다. 피아노의 대가인 레이 찰스의 영화에서 손 대역을 쓴다면 얼마나 고달팠을까. 클래식 피아노 특기생으로 대학에 들어가고, 음악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테일러 핵포드 감독에게 구세주였다. 그는 레이 찰스에게 직접 지도를 받고 밤새 피아노 연습을 했다. 또 레이의 표정, 말투, 동작 등 모든 것 포착하기 위해 연구하고, 특수분장으로 하루 12~14시간 동안 실제로 앞을 보지 못하는 고통을 감내했다. 무대에서 희열을 느끼는 모습부터 마약에 고통 받는 모습까지, 그는 젊은 레이를 스크린에서 부활시켰다. 77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오직 그’란 감독의 찬사는 그의 재능과 노력의 결과이다. 안효원 기자
<스텔스> Stealth, 2005
스텔스같이 나타났다가 역시 스텔스처럼 사라졌던 이 영화를 기억하시는지······. 그다지 나쁘지 않은 액션 영화였지만 좋을 것도 없는 그저 그런 영화였다. 제이미 폭스는 주인공 남녀의 적당한 친구이자 적당히 우수한 파일럿으로 출연해 적당히 착한 유머와 적당하게 뛰어난 비행 실력을 선보이는데, 그도 그럴 것이 백인 남녀사이를 방해하지 않는 흑인 친구이자 역시나 영화의 3분의 2 시점에서 죽어버리는 흑인 동료로서의 캐릭터가 너무나 뚜렷했던 까닭이다. 연기, 외모는 물론 노래와 춤에 있어서도 유달리 뛰어난 재능을 갖춘 그에겐 새삼 기이할 정도로 평범하고, 그만큼 어울리지 않는 배역이었다. 유주하 기자
<자헤드: 그들만의 전쟁> Jarhead, 2005
‘자헤드’를 ‘지하드(성전)’로 오해하면 안 된다. 자헤드는 미 해병대를 특유의 헤어스타일에 빗대어 가리키는 속어. 제이미 폭스는 걸프전에 참전할 자헤드들을 교육시키는 사이크스 교관을 연기한다. 괴팍하고 공격적이지만 인간미가 넘치고 유머러스하다. 어떻게 보면 제이미 폭스 이미지의 본령이 여기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일을 하는 이유는 내가 이 일을 좋아하기 때문이야”라고 말하는 장면에선 전쟁이 유도해낸 인간의 광기가 엿보인다. 그럼 그렇지, 전쟁 통에 좋은 인간이 남아나겠나. 공포와 적의에 익숙해지려다가 얼마간의 광기를 몸에 새겨버린 남자의 초상을 훌륭하게 완성했다. 유주하 기자
<마이애미 바이스> Miami Vice, 2006
마이애미 경찰국의 환상의 짝꿍 소니(콜린 파렐)와 리코(제이미 폭스)는 정보원이 죽자 마약 운반책으로 위장 잠입해 실체를 추적한다. 이들은 완벽한 임무 수행으로 인정을 받으면서도, 조직의 중간보스의 눈 밖에 나 큰 위기를 겪는다. 작품에서 리코는 무서운 카리스마를 선보인다. 리코는 다혈질 소니의 뒤에서 그의 감정을 맞춰주며 조화를 이룬다. 리코는 첫 장면인 나이트 클럽 신에서 보여준 강렬한 눈빛과 굳게 다문 입을 끝까지 유지한다(그는 단 한 번도 웃지 않는다). 그의 카리스마는 최후의 결전에서 ‘원샷 원킬’로 상대를 압도하는 총격 신으로 완성된다. 하지만 사랑하는 이 앞에서는 한없이 다정한 부드러운 카리스마다. 안효원 기자
<드림걸즈> Dreamgirls, 2006
화려한 쇼 비즈니스의 세계, 그리고 그 화려함만큼이나 어두운 그림자. 6,70년대 실존 여성 그룹 ‘슈프림스’를 모사한 <드림걸즈>의 세계는 쇼 비즈니스계의 빛과 그림자를 뮤지컬이라는 영화적 환상과 현실의 접점 사이에 드리운다. 드림걸즈를 최고의 그룹으로 키우려는 매니저 커티스 역의 제이미 폭스는 언제든 이합집산을 반복할 수 있고 단물이 빠진 누군가는 반드시 변기통에 처박힌다는 이 세계의 진리를 매섭게 실행하는 큰손. 성공을 향한 집념과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의 면면은 선과 악을 넘나드는 강인한 카리스마를 발산하며 비즈니스계의 비정한 논리를 우뚝 세운다. 강상준 기자
<킹덤> The Kingdom, 2007
요 근래 이라크전에 대한 미국의 반성이 갖가지 영화로 만들어졌으나 결과는 이라크를 다룬 거의 모든 영화의 흥행참패로 이어졌다. 고통은 이해하지만 그 고민은 함께 하고 싶지 않다는 미국인들의 자세를 오롯이 담은 블록버스터 <킹덤>은 아마 그래서 더더욱 미국과 타자를 분명히 가르며 중동에 대한 ‘복수물’로 위치를 다잡았는지도 모르겠다. 자연히 대장 제이미 폭스 역시도 최신예 테러를 가장 리얼하고 가장 가까이 위치시키려는 블록버스터 그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영화의 명백한 정치적 함의만큼이나 그 또한 날렵한 육체로 미국인의 우월한 파워를 대변할 뿐. 각종 전쟁신, 폭발신에 몸을 던지는 데엔 혀를 내두를 만하지만 역시 우리가 그에게 기대하는 건 액션영웅 그 이상이었음을 깨닫게 해주는 작품. 강상준 기자
<솔로이스트> Soloist, 2009
지독히도 백인 중심의 할리우드에서 여태까지 살아남은 제이미 폭스의 재능과 행운은 확실히 범상한 수준이 아니다. <레이>(2004)에서도 드러난 바 있지만, 그의 음악적인 능력은 어지간한 뮤지션을 넘어서는 정도(현재 뮤지션으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물론 특별준비기간이 있었지만 바이올린과 첼로 연주 실력이 그 재능을 증명한다. 혼란스럽고 지저분한 노숙자의 모습과 위엄 있는 연주자, 그리고 위험해 보이는 정신질환자의 영역을 아우르는 폭넓은 연기력에선 뛰어난 전달력과 연륜이 느껴진다. 어느덧 그도 마흔 줄. 배역 때문인지 불쑥 나이 들어 보이는 모습에 마음이 짠하다. 유주하 기자
<모범시민> Law Abiding Citizen, 2009
실정법이 모든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없다는 건 이미 누구나 체득한 사실. 하지만 아내와 딸을 잃은 한 남자가 이 알량한 법으론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은 데에 반해, 그의 담당검사는 정의 위에 존재하는 법의 존재를 이미 오래 전에 인정하고 사법거래를 한다. <모범시민>은 두 주역에 의해 완성되는 영화로 제라드 버틀러는 10년의 시간을 두고 치밀히 준비한 범죄를 차례차례 행하고, 제이미 폭스는 법의 수호자로서 그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꾸역꾸역 지루하게 범죄를 실행하는 제라드 버틀러도 그렇지만 10년이란 긴 시간을 토대로 감옥 안에 갇혀 있어도 뭐든 가능하다는 영화의 설정으로 인해 피해 보는 건 제이미 폭스도 마찬가지다. 명백한 범죄자에 의해 되레 당하고 그래서 법의 허점에 대해 고민하는 냉철한 검사 역할은 분명 나무랄 데 없지만 차츰 허술한 밑바닥을 드러내는 작품 때문에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솔로이스트>와는 완전한 대척점 위에 전혀 다른 캐릭터를 구현해낸 것만으로도 배우로서의 그의 변화무쌍한 능력만큼은 여전히 주목할 만하다. 강상준 기자
연관기사
<솔로이스트> - 상처를 켜는 첼리스트, 치유를 적는 저널리스트
필름 온 존 쿠삭
필름 온 브루스 윌리스
필름 온 크리스천 베일
필름 온 조니 뎁
필름 온 오다기리 죠
필름 온 줄리안 무어
필름 온 클린트 이스트우드
필름 온 브래드 피트
소셜웹 반응글
'PEOPLE ON'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서울독립영화제09] [인터뷰] 조영각 집행위원장 + 소설가 김이환 - 남기느냐 빼느냐, 뜨거운 토론 (0) | 2009/12/10 |
|---|---|
| [서울독립영화제09] [인터뷰] 불나방스타 쏘세지클럽 - 얼터너티브포크락 콘서트에서 본 느와르액션무비 (0) | 2009/12/10 |
| 필름 온 제이미 폭스 (0) | 2009/12/07 |
| 필름 온 존 쿠삭 (4) | 2009/11/20 |
| [인터뷰] <파주> 박찬옥 감독 - 안개를 헤치고 <파주>로 가는 길 (4) | 2009/11/06 |
| <여행자> 김새론, 말간 얼굴로 돌아보라 (1) | 2009/10/28 |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