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SCREEN] <엘라의 계곡> 2007 | 감독 폴 해기스 | 출연 토미 리 존스, 샤를리즈 테론, 수잔 서랜든 | 2009.12.10 개봉
각본가로는 물론 감독으로서도 남다른 터전을 일궈가는 폴 해기스의 역량이 유감없이 발휘된 작품. 실종된 아들의 행방을 뒤쫓는 스릴러 구조를 바탕에 두고 근엄한 체 하는 미국의 추악한 실상을 무섭고도 슬프게 토해낸다. 거꾸로 걸린 성조기를 바로 다잡는 행크(토미 리 존스)는 아들 셋을 모두 전쟁에서 잃은 후에도 여전히 애국심을 잃지 않는 퇴역장교. 영화는 그 자신이 곧 미국이나 다름없는 이 자랑스러운 보수주의자로 하여금 이라크전에 파병된 아들의 숨겨진 면면을 파헤치며 동시에 미국의 잔인한 속내와 전쟁의 진실을 스스로 발견하도록 이끈다. 피비린내 나는 전쟁과 결코 사그라지지 않을 잔혹한 기억 위로 발하는 팽팽한 긴장감은 참으로 처절한 진실로 향한다. 국내에는 2년이나 지난 후에야 정식개봉하게 됐지만 다시금 전쟁을 독려하는 현시점이야말로 오히려 관람의 적기. 필히 관람한 후 거꾸로 태극기를 매달아 보자. 강상준 기자
[ON SCREEN] <줄리 & 줄리아>
2009 | 감독 노라 애프론 | 출연 메릴 스트립, 에이미 애덤스 | 2009.12.10 개봉
<시애틀의 잠 못이루는 밤>(1993) <유브 갓 메일>(1998)의 노라 애프론이 돌아왔다. 다소 오랜만인 것은 전작 <그녀는 요술쟁이>(2005)의 타격 때문일 것. 어쨌든 좋은 연출가이자 각본가이다. <줄리 & 줄리아>는 그것을 증명한다. 영화는 1950년대 미국에서 프랑스 요리를 전파했던 줄리아 차일드(메릴 스티립)의 일대기와 2000년대를 살아가는 요리 블로거, 줄리(에이미 애덤스)의 삶을 차지게 엮는다. 유쾌하고 세련된 대사로 발랄하게 치고 나가다가 일순 섬세한 아픔을 포착하는 감수성을 보고 있노라면 역시나 “노라 애프론답다”라는 생각뿐이다. 새삼 놀라운 것은 성숙함이다. 미성숙을 넘어서 엽기로 치닫고 있는 근래의 영화들을 상기할 때, 실제의 인생과 성숙함을 바탕으로 재미를 만들어 내는 노라 애프론만의 기술력은 거의 가르침 수준이다. 기술력으로 말한다면야 메릴 스트립의 연기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유주하 기자
[ON SCREEN] <마이마이신코 이야기>
2009 | 감독 가타부치 스나오 | 2009.12.10 개봉
1950년대 일본 농촌을 배경으로 천 년 전에 존재했던 마을과 현재를 잇는 아이들의 상상력으로 한껏 향수를 자극하는 작품. 푸르른 보리밭을 가로지르고 물장구 치고 금붕어를 쫓는 <마이마이신코 이야기>는 그야말로 과거지향적인 애니메이션이다. 애니메이션의 명가 매드하우스의 신작으로 역시나 <썸머 워즈> <피아노의 숲>과 같은 밝고 따사로움, 그리고 싱그러움이 한껏 묻어난다. 자연과 함께 자라는 시골아이들의 발랄함 속에 천 년 전 과거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교차시키며 티 없이 맑게 뛰노는 신코와 농촌아이들의 생활이 작품의 포인트. 어른이 되기 직전, 그리고 도시가 태어나기 직전에 남아 있던 그 싱싱한 자연의 향취하며 아이들의 풋풋함에 어린 향수가 시종일관 사랑스럽다. 게다가 어른이 될 수밖에 없는 아이들의 숙명마저도 끝내 자극적인 맛을 배제해 꽤 묘한 여운까지 남긴다. 강상준 기자
[ON DVD] <스타 트렉: 더 비기닝> 2009 | 감독 J.J. 에이브럼스 | 출연 크리스 파인, 에릭 바나 | 2009.12.10 DVD 발매
2009년 한 해 할리우드에서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좋은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중 ‘재미’로만 한 작품을 꼽으라면, 고민하지 않고 <스타 트렉: 더 비기닝>을 선택하겠다. 미국의 장수 TV 시리즈 <스타 트렉>의 프리퀼이라 할 수 있는 이 작품은 최고의 테크놀로지와 속도감을 선사한다. 먼저 비주얼 면에서 속도감은 압권이다.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함선들의 레이싱과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긴장감 넘치는 전투. 또 ‘관객 애간장 태우기 선수인’ J.J. 에이브럼스 감독은 이야기 전개에 불필요한 고민은 모두 제거함으로써 단숨에 결말로 향한다. 가히 J.J. 에이브럼스는 최고의 대중영화 감독이며, 이 작품은 새로운 신화의 탄생이라 할 수 있겠다. 감독 및 제작진의 음성해설과 미공개 장면을 만날 수 있다. 안효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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